ATC EL150 SLP 스피커

하드웨어리뷰 2009.03.21 12:48 Posted by hifinet

Posted By 박우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론
ATC는 프로페셔널 모니터 스피커와 홈 오디오 두 분야에서 모두 명성을 유지하는 드문 스피커 전문 브랜드 중 하나다. 소프트 돔 타입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강력한 마그넷을 탑재한 대형 우퍼는 ATC 스피커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드라이버로 변함 없는 신뢰를 받고 있다.

ATC 드라이버의 특징을 간단히 적으면 다음과 같다. 진동판이 시간 영역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음향적으로 데드한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짜여지고, 표면에는 ATC 특유의 댐핑재가 도포된다.

ATC 스피커에서는 타워시리즈로 분류되는 SCM-50, SCM-100, SCM-150 모델이 롱셀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세 모델은 다른 메이커에서는 보기 어려운 돔 미드레인지를 탑재한 3웨이 스피커라는 공통점이 있다. 돔 미드레인지는 확산 특성에서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몇 년 전부터는 SL(Super Linear)이라는 접미사가 붙은 모델들이 출시되는데, 우퍼의 보이스 코일을 개량해서 3차 하모닉스 왜곡을 12~15dB 가량 낮추었다. 특히 ATC의 스피커 라인업에는 프로페셔널 분야에서 활용도 높은 액티브 버전의 모델이 있는데, 여기에는 A라는 접미사가 붙는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액티브 스피커들에 대해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ATC 액티브 스피커의 음질 만큼은 매우 우수하기로 정평이 있다.
 
디자인
ATC 스피커에서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외관이 전형적인 박스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박스 형태의 스피커는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보기에 드문 존재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흘러도 전통적인 외관을 고집하게 된 이유는 외관보다는 음질을 중요시하는 스피커라고 어필하고 싶은 때문일까. 또 ATC가 출시하는 프로페셔널 제품과 홈 오디오 제품이 드라이버의 구성을 공유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듯 하다. 물론 ATC의 스피커는 홈 오디오 모델이 더 많은 공이 들어가고 음질에서도 더 우수하다고 한다.

평범한 박스 형태라도 ATC 스피커 캐비닛의 만듦새는 대단히 견고하고 마감의 품질도 훌륭하다. 지금의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제 3국에서 캐비닛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지만 ATC는 여전히 영국에 위치한 본사의 공장에서 장인의 손길로 모든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ATC 역시 지난 수 년 동안 조심스럽게 스피커의 디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있는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가정용 소형 스피커 모델에서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ATC의 팬들한테는 다소 낯설고 어색해 보였겠지만, 근래의 SCM7, 11, 19, 40 스피커에 이르러서는 ATC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보다 세련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최상급의 하이엔드 스피커로 지금 소개하는 EL150 SLP 스피커가 ATC 스피커의 음질적인, 그리고 예술적인 정점을 보여주게 된다.


EL150 SLP 스피커
EL150 SLP 스피커는 모델명에서 인식할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SCM-150SL 스피커에서 파생된 모델이다. 15인치 우퍼를 탑재한 3웨이 스피커라는 부분에서는 타워 시리즈의 다른 모델들과 동일하다. 그러나 공예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디자인과 앤틱 가구 같은 고급스러운 마감은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광고 사진만 봐도 이 스피커의 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보면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멈추게 할 만큼 존재감이 또렷하고 아름답다.

현대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대체적으로 배플을 좁게 하고, 저음 재생을 위한 캐비닛의 용적을 확보하기 위해 뒤로 깊다. 이와 반대로 EL150 SLP 스피커는 폭이 넓고 깊이는 얕은 형태이다. 그리고 다른 ATC 스피커들과 달리 회절과 내부 정재파를 억제하기 위해서 좌우 모서리를 곡면으로 제작했다. 결과적으로 스피커를 위에서 내려보면 마치 럭비공 같은 타원 형태가 된다. 일반적인 스피커들이 세로 방향으로 긴 물방울 모양의 인클로저를 갖고 있는 것과 반대의 형태이다.

배플 면적이 넓기 때문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센터 스피커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게 된다. 따라서 EL150 SLP는 최상급의 하이엔드 스테레오 전용 스피커로 출시된 제품이다.

구성
스피커의 드라이버 구성을 살펴보면,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의 직경은 각각 25 / 75 / 375mm 규격이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는 모두 ATC 특유의 소프트돔 타입이다. 소프트 돔의 특징 중 하나는 확산 특성이 좋아서 스윗 스폿을 넓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유닛이 정확하게 중심을 맞춰 수직 배열되어 있는 점이 SCM-150SL 스피커와 다르다.

ATC가 제시하는 스펙에 따르면 EL150 SLP 스피커는 수직 방향으로 +/-80도, 수평 방향으로는 +/-10도에서 위상이 일치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스피커를 들으면서는 좌우로 머리를 움직였을 때 밸런스나 이미징에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이에 비해 어떤 대형 스피커는 핀포인트처럼 정밀한 이미징을 제공하지만 극히 제한된 스윗 스폿을 갖고 있어서 정해진 위치에 바른 자세로 앉을 필요가 있다. EL150 SLP 스피커에서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너그럽게 감상할 수 있다.

미드레인지는 380Hz에서 3.5kHz까지 대부분의 대역을 담당한다. 우퍼는 375mm 직경의 ATC 수퍼 리니어 베이스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60Hz에서 17kHz까지 +/-2dB 이내로 오차가 억제되어 있다. 좌우 스피커의 응답도 +/-0.5dB 이내로 정밀하게 맞춰져 있어서 스테레오 이미징에 기여한다.

ATC의 소형 스피커들은 감도가 85dB 정도에 불과할 만큼 무척 낮지만, EL150 SLP는 대형 스피커답게 감도가 91dB로 높은 편이다. 이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앰프 매칭에 소홀할 사람은 없겠지만, 앰프 출력은 100와트 이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진공관보다는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와 연결할 필요가 있겠다. 다이내믹스는 117dB나 되어 재생 시에 음량의 제한이 거의 없다. 그리고 스피커 단자는 트라이와이어링에 대응한다.


감상
스피커의 시청을 위해 수입원의 전시 공간에서 그리폰의 미카도 시그너처 CD 플레이어, 소나타 알레그로 프리앰프, 안틸레온 스테레오 파워앰프에 연결했다.

EL150 SLP 스피커는 전반적으로 유연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역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윤기가 흘러서 여성 보컬의 음색을 아주 감미롭고 달콤한 소리로 들려주었다. 음색은 차분하면서도 어둡거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일은 없으며, 소리에 담겨 있는 섬세한 하모닉스가 자연스럽게 재생된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음반에서는  소리가 대단히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아주 현실적인 소리지만, 실연의 소리보다도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발견해서 놀랐다.

그리고 어떤 음반을 듣더라도 악기의 소리 끝이 도드라지지 않는 부드럽고 매끈한 소리로 음악에 편안하게 잠겨들 수 있었다. 이전의 ATC 스피커와 달리 모니터 스피커로는 여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음량을 올리더라도 왜곡이 극히 낮아서 듣는 사람을 전혀 자극하지 않았다. 관현악곡을 감상하면 음반에 담긴 오케스트라의 다이내믹스를 실연에 가까운 수준으로 박력 있게 들려준다. 그리고 모든 대역에서 확산 특성이 좋아서 넓은 감상 공간을 소리로 가득 메워준다. 재생되는 음악에서 감상 공간의 경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사운드스테이지의 좌우 폭이나 깊이가 모두 스케일이 크다.

저음은 부드럽고 풍부해서 중 고음과 이음새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록음악을 재생했을 때에도 드럼의 어택이 강조되지 않고 마치 실연에서처럼 현실적인 양감을 준다. 대형 싱글 우퍼의 위력은 음악의 에너지와 규모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스피커에서 억지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저절로 스며나오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압권이다. 다이내믹스의 제한이 없어서 음량을 올릴수록 더욱 많은 쾌감을 제공한다.

큰 음량에서는 더 디테일하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베이스 기타의 소리에선 소형 우퍼를 탑재한 시스템에서 결코 들을 수 없는 미세한 디테일을 충실하게 재생해준다.

분명 EL150SLP보다 더 비싸고 더 큰 스피커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지에 오른 재생음이라면 더 이상 우열을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론

EL150 SLP 스피커는 실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스피커로서는 최상의 퀄리티를 지닌 제품이다.

음반에 담겨진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해주는 모니터 스피커이면서도 음악의 깊이와 감동을 다른 어떤 스피커보다도 진실되게 전해줄 수 있는 스피커라는 생각이다.

ATC는 모니터 스피커로서의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서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들 앞에 설 수 있는 진정한 플래그십 스피커를 갖게 된 셈이다.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