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와디아(Wadia) 270SE 업그레이드

hifinet 2003. 8. 3. 10:01

진정한 명품 트랜스포트로 거듭나다

김홍식(khs548@freechal.com) 2003-08-03 23:17:04

1988년에 설립된 와디아(Wadia)사는 오디오파일에게는 최첨단 디지털 기기 메이커로서 매우 낮익은 이름이다. 처음 와디아가 국내 하이엔드시장에 등장했을때 “나사(NASA)의 우주항공기술을 디지털 오디오에 적용했다”는 등의 홍보성 문구가 꽤 호기심을 자극했던 기억이 새롭다. 와디아는 첨단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압도적인 해상력과 에너지감으로 어필하면서 많은 애호가를 사로잡았는가 하면 지나치게 분석적이라던가 음색이 차갑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던 브랜드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와디아에 대한 편견이 어느정도 사라진 것은 아마도 Wadia 27이 출시되고 Stereophile에서 크게 호평받고 난 후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전에 출시되었던 Wadia 7-9 콤보의 실력이 20-27을 능가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잘나가던 와디아가 2000년경에 재무적인 위기에 처하게 되어 Audio Video Research라는 회사에 매각되게 된다. 여담이지만, 와디아의 상황이 어려워질 당시 딜러들이 와디아 27ix등의 재고를 시장에 매우 싼값에 떨이(?) 처분하기도 하였다. 매각 이후 와디아는 회사의 위치를 위스콘신에서 미시간주로 옮기고 새출발을 하게 된다. 이후 831 등 신제품을 출시하다가 최근 270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270SE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270은 동사의 유일한 트랜스포트이면서 Wadia 27과 짝을 이루었던 20의 후속 모델이기도 하다. 원래 20-27 콤보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컨버터인 27은 크게 호평받은 반면 20 트랜스포트는 27 만큼의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였는데 그 이후 270으로 모델이 바뀌면서 단점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다만 Wadia 20을 270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반면 Wadia 27의 경우 i, ix로의 유료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계속 제공되었다.

이번에 리뷰하고자 하는 270SE와 기존의 270의 차이는 CD 메커니즘의 개선이다. 먼저 턴테이블이 알루미늄과 황동의 합금재질로 바뀌었고 불필요한 반사를 막기 위하여 표면이 녹색으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턴테이블을 지탱해주는 브리지(bridge)도 최대 2cm에 달하는 알루미늄과 0.5cm의 카본재질로 구성되게 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어셈블리가 교체 장착될 경우 구형 270보다 지터를 더욱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디테일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와디아사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기존 270 트랜스포트의 메커니즘

새로운 270SE 메커니즘(사진 http://www.royco.co.kr)

그러면 270SE를 구형 270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시청해보기로 하자.

먼저, 일부러 온 신경을 기울여 감상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투명도가 향상되면서 디테일 또한 개선되었다는 점을 쉽게 알수 있다. 상투적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주자와 감상자 사이의 커튼이 사라진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가수의 목소리나 악기의 질감이 더욱 자연스럽게 표현되면서 연주회장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생생히 전달된다. 아울러, 투명해졌기 때문에 음악 전체의 그림 내지는 구조가 더욱 쉽게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느낌은 말러 같은 대편성 곡을 들을 때 더욱 두드러지는데 말러 5번 4악장의 피날레처럼 각 파트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부분도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과도한 집중력을 필요로하지 않으면서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음악이 물흐르듯이 흐르기 때문에 감상자는 그냥 스윗스팟(Sweet Spot)에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관현악에서 고음역 현악기의 살랑거리는 질감도 더욱 잘 표현되고 금관의 표효하는 느낌도 훨씬 생생하고 시원스럽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의 흐느끼는 듯한 주제도 비단결 같은 현의 질감이 잘 살아나면서 더욱 감정이입이 용이하다.

또하나 개선된 부분은 고역과 저역의 확장성이다. 확실히 고역의 끝이 쭉쭉 뻣는 느낌이다. 저역도 더 깊이 내려가면서 단단해지고 명확하다. 바그너 니벨룽겐의 반지 중 지그프리트의 장송곡을 들어보면 도입부의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더욱 무게감 있게 그리고 명료하게 다가온다. 모든 음악에 걸쳐 베이스라인이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매우 안정감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안정적인 대역 밸런스를 바탕으로 특히 대편성에 있어 관과 현의 밸런스 그리고 고역악기와 저역악기의 밸런스가 편안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라? 관에 비해 바이올린 파트가 좀 약한거 아냐?” 등등의 불쾌한 의문이 생기지 않는다.

음장 및 이미징 또한 대폭의 향상이 있다. 음장은 조금 더 뒤로 물러나면서 좌우폭도 넓어진다. 270SE는 악기간의 위치 차이를 좀더 명확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에 감상자로 하여금 3차원적인 음장감을 더 많이 체험하게 한다. 각종 악기 등 음원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돌같이 단단하고(rock solid) 그 전체적인 모습(full body)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사실 270SE를 들으면 들을수록 음장 및 이미징의 개선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징의 개선으로 말미암아 연주자가 바로 코앞에 있다는 착각에 더욱 쉽게 빠질 수 있었는데 이와 같은 성능 향상이 음악이 전과 달리 더욱 생동감있고 살아있는 것처럼 들리는 주요한 이유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270SE는 구모델인 270에 비하여 훨씬 향상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개선된 모델이므로 성능이 우수하지 않다면 이상한 이야기이겠지만 문제는 성능차이가 어느 정도이냐 일 것이다. 그 차이는 애초의 예상보다 매우 커서 단순히 턴테이블과 브릿지 교체에서 기인한다고는 심정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143만원이라는 업그레이드 비용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구 모델인 와디아 270 보다도 재생음이 훨씬 음악적이면서도 그것이 중역대의 부풀음이나 교묘한 착색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도 및 이미징의 개선, 대역의 확대 등 하이엔드적인 덕목의 개선에 기인한 것이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명품” 트랜스포트로 거듭났다고 해야할까?

좋은 오디오는 항상 감상자를 음악 앞에 붙들어 매놓는 경향이 있다. 270SE의 본격적인 시청 이후 참으로 음악을 많이 들었다. 녹음이 그다지 좋지 않거나 예전의 LP로 들었을때와 같은 감흥이 일지 않아 잘 손이 가지 않던 CD 음반들을 다시 듣게 된 것이 그 이유중의 하나요, 클래식, 록큰롤, 재즈를 아우르고 보컬과 바이올린, 피아노 등 모든 독주악기를 걸쳐 닥치는 대로 듣게 된 것이 그 이유중의 또 하나이다. 오디오를 바꾸거나 업그레이드 해서 갑자기 자신의 음반 컬렉션이 늘어난 느낌이 든다면 음악감상자이면서도 동시에 오디오파일이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270 사용자들에게는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업그레이드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