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CDP 비교 (에어, 메리디안, 오디오넷, 코플랜드)

hifinet 2003. 7. 8. 22:43

$3,000-$4,000의 최강자는?

하이파이넷(webmaster@hifinet.co.kr) 2003-07-08 17:57:33



하이파이넷에서는 독자 여러분들게 좀 더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가격대별 제품 비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서 다양한 제품의 리뷰를 접하게 되지만 막상 같은 가격대의 제품들이 서로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과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이파이넷은 국내 최고 전통의 하이파이/ 홈시어터 웹진이라는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기획을 시도해 왔습니다. 앞으로 계속 연재될 가격대별 제품 비교 테스트에 회원 및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그 첫번째 기획은 400만원 전후의 가격대에 있는 CDP 비교입니다. 본격적으로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4기종의 CDP에 대한 비교시청기입니다. 시청 장소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청장소 : 하이파이넷 시청실
  • 리뷰어 : 김종우, 노정현, 문한주
  • 비교기기 : Audionet ART V2, Ayre CX-7, Copland CDA-822, Meridian 588
  • 프리앰프 : Mark Levinson No. 380S
  • 파워앰프 : Krell FPB 300C
  • 스피커 : B&W Signature 805
  • 유효 시청공간 : 약 12평
  • 시청방식 : 레벨 매칭 후 타이틀당 순차적으로 시연




Audionet ART V2

  • DAC : 24 Bit, 96 kHz, multibit delta-sigma
  • 주파수 응답 : 2Hz - 22kHZ (-3dB)
  • THD : <0.002%
  • S/N : 110dB
  • 아날로그 출력 : RCA*1계통
  • 디지털 출력 : RCA, BNC, AES/EBU 각 1계통
  • 크기(mm) : 430(W) * 360(D) * 110(H)
  • 무게 : 18kg
  • 가격 : $4,250

김종우

먼저 이번에 비교 시청한 4 제품 모두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 주었으며,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면 기기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래 가격대의 대표적인 모델인 아캄 FMJ 23T 보다는 전반적으로 한수위의 능력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오디오계에서 가격을 넘어서는 제품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필자가 최근 며칠간 시청한 이들보다 상급의 제품인 Audioaero의 Capitole MK2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디오넷 ART V2는 유일한 탑로딩 방식의 호화 사양으로 이번 시청회에서 가장 궁금한 제품이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강점이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재생을 했다. Festetics의 하이든 사중주에서 비교 제품들에 비해 바이얼린의 음색은 약간 건조하면서도 평면적이었으며 Patricia Barber의 보컬은 여타 기기들 보다 음상이 상당히 크게 전개 되었다. 무대의 크기는 언뜻 들으면 상당히 넓게 묘사를 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악기를 더 크게 만들어 음상을 부풀여서 마치 무대가 큰듯한 착각을 하게 튜닝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다른 3가지 비교 제품들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재생되는 Norah Jones의 Come away with me의 첫번째 트랙을 읽지 못하는 약점을 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오디오넷은 발란스 출력을 지원하지 않아 킴버의 KS-1021 (RCA) 케이블이 사용되었다.


노정현

이번 비교시청 참가기 중 가장 무거운 제품. 전체적인 인상은 문한주님의 리뷰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특별히 모난 곳 없이 중립적으로 모든 프레이즈를 처리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을 여행해 보신 분들이라면 독일계 사람들이 얼마나 융통성 없는 지 잘 아실 것 같은데 정말 그런 느낌을 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시청하는 동안 계속해서 이 제품이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것. 0dB 테스트 톤 같은 느낌인데 이 제품이 시청순서 1번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계속해서 이 제품을 기준으로 어느 부분은 더하고 어느 부분은 못하고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립적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비발디에서 특별하게 언급할 부분은 없었다. 음색을 듣기 좋게 만들어 준다든지 혹은 다이내믹스가 강렬하다든지 하는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매력은 없었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음색이 약간 경직된 듯한 의심이 들었는데 이 부분은 키스 재릿의 피아노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음색이 딱딱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들에 비해 다소 듣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서 앰비언스와 음원의 구분이 다른 제품들에 비해 다소 모호했는데 명확하게 선을 긋는 듯한 이미징을 제공하는 제품은 아닌 것 같다. 비교시청 동안 어떤 곡을 들어도 다른 제품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면도 모자란 면도 없었다. 듣는 이를 사로잡는 매력은 없지만 다른 제품들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레퍼런스적인 성격이 가장 강한 제품이었다.


문한주

필자들이 나눴던 얘기를 뭉떵그려 얘기하자면 모든 기기들이 음악을 듣는 기분을 망치거나 하는 큰 흠이 있지 않았으며 음악을 기분좋게 즐길 수 있게 할만한 일정한 수준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렇다 보니 제품의 특성을 골라내라는 주문은 골치를 아프게 한다고도 했다.

그래도 제품이 다 같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만큼 제품들의 특성을 잡아낸 결과를 아래에 적었다.

제품들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좋은 제품들이지만 아직도 이상적인 CD재현에 아주 가까이 간 제품은 아니어서 다소간 비판적인 요소들도 피할수는 없었다. 그것은 기준이 까다로운 것이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이지 제품의 수준이 낮아서라고 이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들의 아쉬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곧장 분리형 레퍼런스 제품으로 가야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룹 테스트에서 언급한 제품의 특성이 실제 사용자의 상황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수도 있으며 반면에 시청실에서 드러나지 않은 특성 때문에 사용시 고민하게 할 수도 있음은 감안해야 한다.

오디오넷 ART V2는 시청회에서 특별히 못난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특별한 장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런 인상을 준 이유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원근감을 잘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곡에서건 무대 뒤쪽으로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원근감을 내주지는 못하고 다소 어설프거나 평면적인 느낌을 주곤 했다. 그 다음의 이유는 규모감에 있어서도 뚜렷이 차별되는 특성을 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품의 만듦새도 그렇고 여러 공간을 통해서 들어본 경험에 의하면 가장 깊이 떨어지는 규모를 내줄수 있다고 판단했었지만 뜻밖에도 달라진 환경과 사용한 청취곡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결과를 내주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는 미세한 힘의 굴곡이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들렸기 때문에 그런 잠재적인 능력이 희석된 결과일 것으로 추측된다.

제품에 가혹한 힘을 요구하는 대규모의 곡에서 만회할 기회를 노렸지만 대규모 곡이 필요한 풀 음량을 내주지 못한 낮은 음량에서 틀어본 것이 전부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수작업으로 재세팅하는 수고를 무릅쓰고 큰 음량으로 들어보자고 요구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이미 더위와 피곤에 지친 필자들의 낮아진 의욕이 역력했고 필자도 50보 100보였다.





Ayre CX-7
  • DAC : 24 Bit, 192 kHz, Burr-Brown DF-1704
  • 주파수 응답 : DC - 20 kHz, +/- 0.25 dB
  • S/N : 110dB
  • 아날로그 출력 : RCA, XLR 각 1계통
  • 디지털 출력 : RCA, AES/EBU 각 1계통
  • 크기(mm) : 440(W) * 350(D) * 120(H)
  • 무게 : 11.5kg
  • 가격 : $3,000

김종우

에어 CX-7은 XLO 1.1 Signature (RCA)을 마크 380SL프리와 연결을 했는데 브랜드 명과 같이 고역이 가장 에어리 해서 연주 공간의 묘사가 특히나 좋았다. Keith Jarrett Trio의 Standards in Norway에서 드럼 터치나 브러쉬의 고역 끝을 잘 살렸으며 중역과 저역도 끊임이 없이 현장감이 있게 묘사 했다. 무대와 악기의 크기도 가격대에서는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적절하면서도 원근감이 있게 표현을 해주었다. 다만 메리디안 588에 비해서는 피아노 약음시 다소 뭉게지는 느낌이 들었으며 Fabio Biondi의 사계 신녹음에서도 중역이 조금 뭉쳐서 미세한 디테일을 살리지 못하는 점이 다소 약점으로 보였다..


노정현

Ayre의 발음은 Air와 똑같다. 그리고 소리도 그렇다. 어떤 음반을 들어도 앰비언스가 공기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며 스피커 뒤로 돌아가면 연주자의 뒷모습이 보일 것처럼 입체적인 음장감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제품이다.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에서 홀의 입체감이나 공간감이 가장 잘 살아 났으며 음원과 앰비언스의 구분이 확실하면서도 전혀 산만하지 않게 매우 사실적으로 공간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었다. 키스 자렛의 곡에서도 피아노의 실체감이 가장 실감나게 표현되었는데 지나치게 단단하지도 또 부드럽지도 않은 건반의 타격감이나 낮은 건반의 울림 그리고 심벌의 울림이 퍼지는 공간의 느낌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메리디언에 비해 연주자의 감정이 다소 밋밋하게 전달되지만 입체적인 음장감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이 제품의 확실한 장점이다. 메리디언을 듣고 있으면 가끔씩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되는 디테일에 감탄하게된다고 할 때 에어를 통해 들으면 자꾸 스피커 사이에 진짜 무엇이 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단점은 성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듦새에 있다. 제작자의 철학에 따라서 CD-ROM 드라이브를 사용한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구동부의 소음이나 버튼의 조작감 등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소리만 좋으면 끝이 아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CD 한가지 매체를 재생하기 위해 이 제품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을 생각할 때 적어도 제품 소유에 대한 만족감도 어느 정도 보상해 줘야 한다.


문한주

에어 CX-7은 이 자리에서 가장 자신의 장기를 잘 발휘한 제품이었다. 매칭에 따라 약간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무게 밸런스도 크렐 앰프의 조력을 받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으며, 성가신 모터 구동음 따위의 비음질적인 제품의 단점은 공간의 크기에 의해 충분히 무시될 수 있었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능력은 더 이상 바랄 필요가 없을 정도였으며 처리하는 대역의 폭은 오디오넷에 버금갈 정도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폭도 좁지 않고 충분히 넓게 펼쳐진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각각의 능력들은 분절적인 특성이 아니라 전체적인 (holistic) 현상이었으며 녹음된 현장의 음향을 재현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능란했다. 그 결과로 어느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생할 때에도 공통적으로 만족을 느낄수 있게 해준다.





Copland CDA 822
  • DAC : 24 Bit, 192 kHz, multibit delta-sigma
  • S/N : >100dB
  • 아날로그 출력 : RCA, XLR 각 1계통
  • 디지털 출력 : RCA 1계통
  • 크기(mm) : 430(W) * 390(D) * 110(H)
  • 무게 : 9kg
  • 가격 : $2,500

김종우

코플랜드 CDA-822는 다른 3 기종에 비해 가격대가 상당히 쳐지는 모델로 번외의 제품으로 출전을 하는 바람에 인터코넥트 케이블도 후루가와의 발란스 케이블을 사용하였음에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우선 언급하고 싶은 것이 저역의 재생인데 전반적으로 타이트 하면서도 양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이 저역만 놓고 보면 상급기의 어떠한 제품들 보다도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중역과 고역은 위에 언급한 에어 CX-7과 메리디안 588에 반해 고역의 끝이 가늘면서도 거칠었으며 중역의 윤곽 또한 다소나마 탁한 느낌이 들었다. 필자만의 생각이지만 아날로그 단의 일부 핵심 부품을 상급의 부품(커플링 콘덴서나 저항)으로 교체를 하면 언급한 단점들에 상당한 개선이 있지 않을까도 싶다.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아캄 FMJ 23T의 수준 보다는 전반적으로 우위의 제품으로 이백만원대에 새로운 강자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제품이란 생각이다


노정현

사실 이 제품은 위의 세 기종과는 다른 리그에 있다. 가격만으로도 다른 제품들에 비해 적게는 $500 많게는 $1,000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국내 사정을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가격대의 제품이다. 그렇지만 코플랜드가 참가하게 된 이유는 100만원에서 200만원 초반의 제품들보다는 한 등급 위의 음질을 들려주었기 때문. 나머지 세 제품들과의 비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역의 어택과 빠른 패시지에서 몰아 붙이는 능력이 강렬하다는 점이다. 이 제품이 손해 보았던 부분은 시청 순서상 메리디언 다음이어서 메리디언의 섬세함에 계속 기가 죽어야 했다는 것. 테스트 음반이 소편성의 클래식이나 발라드 재즈 위주여서 이 제품의 팽팽한 리듬감을 맛보기 힘든 면도 있었다. 분명히 아랫급의 제품들보다 막이 한 꺼풀 벗겨진 선명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하모닉스의 표현에서는 메리디언에 밀리고 에어보다 덜 입체적이며 오디오 넷보다 대역별 밸런스가 매끈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제품 하나만 놓고 들어보면 그런 아쉬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워낙 뛰어난 제품들과 경쟁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커진 것인데 가격을 생각한다면 전혀 아쉬울 부분은 없다. 100만원대 CDP를 사용하다 한 단계 높이고 싶은 사용자에게 강력한 대안이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낮은 고역대가 약간 두드러진다는 느낌은 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대편성의 규모감이나 베이스 파트의 무게감을 느끼기에는 오히려 메리디언보다 유리하다. 특히 다른 필자들이 쉬는 동안 들어본 번외 테스트곡 Daddy-O(Dave"s True Story/ Sex without bodies/ Chesky)에서 메리디언 같은 제품이 브라스 파트를 너무 매끈하게 다듬어 버리는데 반해 코플랜드에서는 시원스러움이 잘 살아났다. 과거 클라세의 CDP-1을 연상시키는 제품.


문한주

크고 활달하고 시원스런 소리를 내준다. 터프하며 크렐 앰프를 연상할 만큼 뜨거운 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발디의 사계중 여름을 들어보면 자연이 주는 광폭한 힘을 느낄수 있게 했는데, 비발디가 주로 경험했을 법한 마일드한 지중해성 기후를 연상케 한다기 보다는 지난 여름 강원도 일대를 초토화시켜버린 태풍이라거나 퍼펙트 스톰이나 트위스터 같은 영화에서 느낌직한 정신이 혼몽한 정도의 압도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특별히 해상력이 뛰어나다든지 정밀하게 잘 제어되는 다이내믹스를 재생해준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음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일정 수준을 만족하고 있으며 이런 계통의 재생음을 선호할 분들에게는 흔치 않은 선택이 될 것같다.





Meridian 588

  • DAC : 24 Bit, 192 kHz
  • 아날로그 출력 : RCA, XLR 각 1계통
  • 디지털 출력 : RCA, optical 각 1계통
  • 크기(mm) : 321(W) * 332(D) * 88(H)
  • 무게 : 6.4kg
  • 가격 : $3,900

김종우

메리디안 588은 발란스 출력이 있어 XLO 2.1 Signature (XLR) 케이블을 사용하였는데 중역의 하모닉스와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재생이 비교 제품들중 가장 탁월 했으며 넓은 공간은 아니나 재생 공간을 빈틈 없이 채워주는 밀도감 또한 우수 했다. Fabio Biondi의 비발디 사계 여름에서는 섬세한 디테일과 악기들의 음색의 묘사가 뛰어났으며 미세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변화를 가장 잘살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또한 세필로 그린 그림을 보듯이 Keith Jarrett 건반의 약음과 드럼의 섬세한 표현을 가장 현실감 있게 그려주었다. 하이든 현악 4중주에서도 바이얼린을 비롯한 개별 악기들의 음색은 풍부했으며 Casandra Wilson과 Patricia Barber의 보컬 또한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다. 반면에 고역도 비교 제품들에 다른 비해서는 거칠거나 매마르지 않아 만족 스러운 수준이었느나 에어 CX-7과 같이 환하게 열리지는 않아 연주공간의 공기감은 다소 부족했으며 낮은 저역 또한 코플랜드에 비해서는 다소 풀어지고 텐션이 약한면이 있었다.


노정현

자연스러운 resolution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비교 시청에서 가장 뛰어났던 제품. 특히 미세한 다이내믹스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연주자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해 주었다. 비발디에서 악장 끝내기 직전 비욘디의 솔로에서 순간적인 아찔함이 느껴지는데 음반을 통해서 강약의 표현이 이 정도까지 재생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물론 이건 재생 기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음반 자체가 근접 녹음이기 때문에 실연에서 들을 수 있는 재생음과는 다른 종류의 소리를 들려주는데 이 정도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다면 실연과 다른 접근 방식의 녹음이라고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하다. 이런 점은 키스 자렛의 발라드 긨ittle girl blue"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에어의 CX-7처럼 온전한 피아노의 실체감을 표현해 주지는 못하지만 연주자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났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낮은 레벨의 디테일이나 다이내믹스가 가장 섬세하게 표현되어서 이런 느린 템포의 발라드에서는 정신없이 음악에 빠져들게 해주는 제품이었다. 특히 드러머의 브러쉬 터치나 미세한 심벌의 타격음이 처음 시작에서 마지막 울림이 끝날 때까지 변화를 가장 섬세하게 표현해 주었다.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잔향이 많이 녹음된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서 음원과 앰비언스의 구분이 다소 모호했는데 반사음을 통해 표현되어야 할 홀의 공간감이 잘 살아나기보다 앰비언스 자체가 음원의 울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즉, 홀의 규모감 보다는 울림의 여운이 더 강조된다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느끼게 해서 듣는 즐거움을 크게 해줄 지는 모르지만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이 곡에서 베이스 파트의 무게감이 잘 살아나지 않았으며 라모를 들을 때에도 북소리의 타격에서 오는 충격이 비교기중 제일 약했다. 그렇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다른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지 대부분의 음악을 즐기는데 충분한 양의 저역과 적절한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하이엔드 제품에서는 이런 고급스러운 음색과 자연스럽게 해상도를 녹이는 능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단한 제품이다.


문한주

화성적 착색에 승부를 건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메리디언의 이전 모델과는 달리 메리디언 588은 좀 더 힘의 보강이 이뤄졌고 투명감을 잃지 않는 빠른 재생능력 그리고 좀 더 왜곡을 줄여 중간노선에 가까와진 음색을 지향하고 있다. 크렐같은 흔치 않은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데다가 프리앰프 입력단의 배정에서도 유리(?)했으며 밸런스드 출력을 사용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자신의 지닌 모든 장기를 고스란히 다 보여주었지만 사용할 공간의 크기, 재생대역의 넓이, 음악 장르 등 에서 제약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저역의 충격을 제대로 뽑아낼 만큼의 풀 에너지를 뽑아내주지는 못하는데 그래서 대중음악을 능란하게 표현해 주지 못한다. 그런 아래 대역에서의 특성을 감안하여서인지 초고역의 정보도 교묘하게 제한시켜서 밸런스를 다듬었다. 만일 초고역의 정보를 탐냈다면 얇고 가녀린 느낌을 주었을 텐데 노련한 튜닝실력을 보여주는 메리디언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대승적인 효과를 얻을수 있었다.

대역은 제한되었지만 그 대신 내줄수 있는 영역 안에서 보면 마이크로 다이나믹스가 매우 훌륭하게 재현이 되는 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음악의 다음과 다음을 이어주는 디테일함에 있어서 최상급의 제품에 못지 않은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저역 재생의 깊이와 필요충분관계에 있는 것이 사운드 스테이지의 폭이라서 메리디언 588의 사운드 스테이지의 폭은 넓게 재생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제한된 공간에서 재생하는 공간재생 능력은 에어에 버금가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제품도 음악적인 감흥을 준다는 면에서는 에어와 다를바 없으며 특정 영역에서는 에어보다 더 친밀하고 농밀한 재생음으로 사용자를 매료시킬 것 같다.



후기

비슷한 그레이드의 CDP를 비교한다는 것은 정말 고문이었습니다. 오디오 관려 제품중 가장 편차가 적은 제품이 디지털 기기이고 그것도 비슷한 가격대에 있는 각 제조사의 기함급 제품들이라면 절대적인 성능보다 미묘한 차이에서 구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비교 시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4기종 모두 가격대에 걸맞는 안정된 성능을 보여주었고 위에 언급한 부분들은 그나마 다른 제품들과 구분되는 사항들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특정 부분이 아닐 경우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소리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만큼 디지털 기기들은 왜곡이 적다는 것이겠지요. 어떤 것을 선택해도 특별하게 후회할 일 없는 제품들이었으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조금씩 달라질 것 같습니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유난히 하모닉스의 표현이 좋은 메리디언이나 입체감이 뛰어난 에어가 좀 두드러져 보였고 다른 가격대의 제품이지만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 코플랜드가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코플랜드 CDA 822은 좀 더 상세한 리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노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