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너바나 S-X 팬시 점퍼 케이블

hifinet 2002. 9. 13. 02:35
Posted by 문한주 on 09/13 at 08:01 AM

틸이나 다인 오디오처럼 싱글 와이어링을 지지하는 스피커회사들도 굳건히 건재 하고 있지만 스피커에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채용하는 것이 업계의 대세로 굳어지는 추세다.
저명한 오디오평론가인 로버트할리는 자신의 저서인 하이엔드 오디오 컴플리트 가이드에서 “아무도 바이와이어링의 효과에 대해서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알지 못하고 있지만 바이와이어링은 시스템의 음질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만일 스피커에 바이와이어링 입력이 있다면 좀 더 싼 케이블을 쓰더라도 바이-와이어링을 해야 합니다.”라며 바이와이어링을 지지하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필자의 얄팍한 전기 회로상식으로도 전원소스에서 두 부하에 공통 선로를 사용해서 끝부분에서 점퍼로 나눠 쓰는것 보다는 전용선로를 각기 부하에 제공하는 것이 완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비유하자면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과 각각의 파워케이블을 벽체 콘센트에다 직결하는 것만큼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싱글와이어링 케이블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서 사용하던 스피커가 싱글와이어링 단자를 가지고 있어서 그에 맞게 싱글와이어링 케이블을 구입해 쓰고 있었는데 새로 구입한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라면 뭔가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이전 케이블을 팔고 바이와이어링 케이블을 구입하거나, 동일한 스피커 케이블을 한벌 더 구입하거나, 호주머니 경제를 생각하여 힘 좋아 보이는 싸고 굵은 케이블을 같은 길이로 하나 더 장만하거나, 점퍼케이블만 산다, 아니면 자린고비형으로 스피커회사에서 제공하는 점퍼핀을 그냥 활용할 수도 있다. 오디오애호가들이 선택의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피커 케이블의 값이 싸지만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이와이어링은 고역과 저역에 같은 케이블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용이 두배가 된다는 점이 문제인데, 사실 이 비용이면 신호 전송에 더 많은 대비가 된 케이블을 사용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저역이 잘 나오는 저렴한 케이블을 저역 단자에 물리고, 더 비싸지만 고운 소리가 나는 케이블을 고역 단자에 연결하는 식으로 성질이 다른 케이블을 섞어 사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최선의 음이 나온다는 보장 또한 전혀 없다. 어쨌든 이럴 경우 유의할 점은, 두 케이블의 커패시턴스나 인덕턴스가 서로 비슷해야 스피커의 크로스오버 특성이 변화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필자는 스피커회사에서 제공하는 점퍼플레이트나 점퍼핀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이들 성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어서 스피커의 성능을 상당히 열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어쩔 수 없을 때만 사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저러해서 막판까지 몰린 상황이라면 점퍼케이블을 고려해 봐야 할지 모른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싱글와이어링을 고수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반드시 수준급의 점퍼케이블을 고려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품 소개
너바나 S-X 팬시 점퍼케이블을 구성하는 도체는 두께가 다른 심선을 골고루 섞은 것을 사용했으며 15cm의 길이로 마무리되었는데 두께는 가는 편이고 뱀가죽 같은 그물망 피복으로 보호되어 있다. 그런데 제품 외관 어디에도 제품을 증명할만한 마땅한 표시를 찾아볼 수 없다. 중고로 되팔거나 할 때 사제품과 구별할 수 있는 증빙수단이 적절하지 않아서 중고거래는 신용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대신 소리는 손쉽게 카피할 수 없으므로 전문가에게 식별의뢰하면 구별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수입원은 사운드 닥터 (02)2246-0055이며 가격은 28만원이다.

들어보기
결론만 먼저 얘기하자면 너바나의 S-X팬시 점퍼케이블은 싱글와이어링 버전의 너바나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는 분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제품이다.

점퍼케이블을 사용하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점퍼케이블을 사용함에 따라 점퍼케이블을 제작한 회사를 특징짓는 소리가 묻어 나온다는 점이다. NBS점퍼케이블에서는 NBS의 소리가, 오디오퀘스트의 점퍼케이블에서는 오디오퀘스트의 소리가, 너바나의 점퍼케이블에서는 바로 너바나 스피커 케이블의 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혹시 독자께서 이런 점에 착안해서 점퍼케이블을 실텍으로 하면 전체의 느낌이 실텍 스피커케이블처럼 들리지 않을까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몇 번의 비교시청을 해본 결과 스피커 케이블과 점퍼케이블은 서로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매치시켜주는 것이 제일 적절한 것 같았다.

너바나의 S-X 팬시 점퍼케이블을 비교하기 위해 NBS와 오디오퀘스트의 점퍼케이블을 동원했고 사용한 스피커 케이블은 음악을 진득하니 오랜 시간 동안 들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지지를 받아왔다고 하는 너바나 S-L이다. (신형인 너바나 S-X보다 한 단계 이전에 제작된 제품)

오디오퀘스트의 점퍼케이블을 사용했을 때는 안좋은 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리는 뭔가 막혀서 배출이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갑갑한 느낌을 주었고 소리의 중점은 고역에 치우친 느낌이 든다. 고역과 저역이 따로 재생되는 것 같은 어색함에다가 리퀴드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음악의 열띤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도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 다음에는 너바나의 S-X 팬시 점퍼케이블을 사용했는데 같은 회사 제품간의 조합이어서 그런지 비로소 음색이나 소리의 중점들이 제대로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좀더 자연스러운 일체감이 느껴진다. 고역은 초고역까지 내준다기 보다는 듣기 좋을 정도의 롤 오프가 느껴지는 편이며 보컬은 좀 더 맛깔스러운 느낌이 들고 배경도 정숙해 진다.

마지막으로 NBS의 점퍼케이블을 사용했는데,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비록 점퍼케이블이라 할지라도 NBS케이블의 소리가 배어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소리가 재생된다. 다른 NBS의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소리를 변조하는 경향이 있다. 소리는 굵어지고 무게의 중점을 훨씬 더 아래로 끌어내리는 바람에 시스템에 힘이 더 실린듯한 느낌을 준다.
단지 점퍼케이블에 따라서 소리의 무게의 중점을 이렇게 많이 내려보낼 수 있다는 것은 재미난 경험이긴 했지만 이 조합은 그대신 해결되지 않는 커다란 문제점을 하나 더 만들었다. 너바나 케이블의 특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점퍼케이블이 전체 시스템 소리의 특성을 완전히 접수한 것처럼 들리는데 비유하자면 향신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재료의 맛을 느끼기 힘든 지경이라고 해야겠다.

마무리
제품리뷰이지만 제품 자체의 음질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을 두어 다루지 않았는데 그것은 제품 자체의 음질특성이 커다란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아래의 두 부분이 먼저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점퍼케이블은 같은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라
2. 점퍼케이블 보다는 같은 선 두 조를 이용한 바이와이어링을 하는 것이 가장 일체감이 잘 맞겠다
제품 자체의 재생특성에 대해서 더 궁금하시다면 하이파이넷에 실린 너바나 스피커 케이블이나 인터커넥터 리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50보 100보로 비슷한 소리를 내주고 있다.

사족으로, 이 글에 언급된 타사 제품들이 안 좋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지만, 주의 깊게 글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들 제품이 같은 회사 제품들과 어울려 사용될 것을 감안하여 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적인 메이커 사이의 상대적인 우열이 판가름된 것은 아니며 단지 매칭이 부적절했을 때의 결과가 그 정도의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