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삼성 DVD-909

hifinet 2002. 6. 20. 13:08

노정현(evaa@hitel.net) 2002-06-20 17:33:51

30만원대의 DVD 플레이어

“DVD 원년!” 삼성이 공격적으로 DVD 시장에 나섰다. 삼성 DVD 플레이어 DVD-909의 가격을 30만원대로 내림과 동시에 삼성전자의 혼수용 가전제품 패키지에까지 DVDP를 포함시켰다. 30만원대의 DVDP에 대해 현시점에서 구매가치를 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필자가 사용하는 아남의 최저가 스테레오 VTR이 현재 구매가 24-5만원 정도이다. DVD 플레이어가 어이가 없을 정도의 결함이 있지 않는한 30만원대의 하이파이 VTR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타이틀(특히 대여 타이틀)의 수급만 원활히 확보된다면 909는 그 가격만으로 충분히 VHS DECK의 대체품으로서의 구매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리뷰에 앞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DVDP를 단순히 VHS DECK의 대체품으로 생각한다면 또, 지금 사고 싶다면 시판되는 제품중 제일 싼걸 사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909나 아랫 모델 709가 바로 그런 제품이다. 물론, 성능을 따진다면 얘기는 틀려진다.

  • 규격: 430x89x280 mm
  • 무게: 2.8kg
  • 소비전력: 19W
  • 수평해상도: 500본 이상
  • 비디오 출력: x2
  • 오디오 출력: x2
  • 5.1 서라운드 출력: 1
  • 디지털 오디오 출력: 동축, 광
  • S/N비: 110dB
  • 다이내믹레인지: 96dB
  • 전고조파 왜곡: 0.003%

    기능 및 디자인

    909의 외양은 은빛 전면 패널의 중앙에 트레이가 위치하고 양 옆으로 각종 조작버튼이 달려 있으며 전면 우측에 조그/셔틀 놉이 있다. 첫인상은 뭔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는데 의도만 엿보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외양을 지녔다. 소니의 705D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인상도 준다.

    909의 기능을 살펴보면 제품의 개발 컨셉트가 매우 불분명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 가장 큰 부분이 바로 AC-3 디코더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909는 이 디코더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뒷면의 5.1 아날로그 음성출력을 통해서 별도의 디코더 없이도 돌비 디지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생산되는 DVDP중 디코더 내장형 모델들은 대부분 AC-3 디코더 외에 DTS 디코더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제품 개발당시 DTS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였는지 아니면 생산단가에 맞추려고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디코더 내장형 DVDP를 사는 소비자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AV 리시버나 멀티채널 프로세서를 별도의 업그레이드 없이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AC-3디코더만 내장된 모델은 DTS 타이틀을 보거나 듣기 위해선 별도의 DTS 디코더를 추가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멀티 채널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에게 AC-3 디코더는 아무 소용 없는 장치이며 기존의 멀티채널 앰프를 그대로 사용하고자하는 소비자에는 모자란 장치가 된다는 뜻이다.

    이 제품의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조그/셔틀 놉이 본체에 달려있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무용지물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DVDP를 TV가 있는 랙에 넣고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형사 가제트가 아닌 이상에 이 놉은 쓸 일이 없는 장식품이다. 필자도 리뷰기간동안 이 놉은 만져보지도 않았다.

    이 외에 디지틀 줌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도 일반 사용자에게는 별 필요 없는 기능이다. 마치 싸구려 씨디피에 방송용 장비에 있는 큐포인트 기능이나 피치 조절기능을 부가 시켜 놓은 듯한 느낌이다. 제품 개발 컨셉트에 맞춰 기능을 설계했다기 보단 특이한 기능 몇 가지를 첨가시켜 제품의 구매가치를 포장하려는 마케팅 포인트의 산물인 듯한 인상을 준다.

    리모컨은 삼성 TV 리모컨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는데(볼품이 없다) 유니버셜 리모컨이라 범용성이 높고 특히 조이스틱 방식이어서 메뉴화면 선택시 매우 편리했다. 단, 내수용 제품임에도 모든 기능 설명은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서 좀 더 국내 소비자를 배려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뒷면의 출력단자는 매우 풍부한 편인데 5.1채널 아날로그 음성 출력 외에 광/코액시얼 디지틀 출력(DD/DTS 지원)단자가 있고 2채널 아날로그 음성 출력의 경우 가변/고정 2조의 출력단자가 있다. 비디오 출력은 컴퍼지트 외에 컴퍼넌트 단자를 구비하고 있어서 컴퍼넌트 입력이 가능한 모니터를 사용하면 더 낳은 화질을 즐길 수 있다.

    화질 및 음질

    화질은 필자의 파이오니어 DV-525와 비교했으며 모니터는 삼성 완전평면 CT29A7K에 컴퍼넌트 단자로 연결하였다. 비교시 앰프를 끄고 화면만 비교하였다.

    909 화질의 가장 큰 특징은 525에 비해 밝고 부드럽지만 색상의 그라데이션 표현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매트릭스를 보면 각 피사체의 윤곽이 매우 부드럽게 대비되는 반면에 밝고 어두운 부분의 연결을 표현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졌다. 특히 살색을 보면 조명감독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는 화면을 보여주는데 조명이 닿는 부분과 닿지 않는 부분까지의 연결단계가 잘 표현되지 않았다. 결국 심하게 표현하면 실사에 색을 덧입혀서 애니메이션처럼 만든 듯한 이상한 화면을 보여주었다.

    매트릭스 타이틀은 유난히 초록색이 강하게 나오는데 525의 경우 블랙 부분에 초록색이 번지는 반면에 909는 이런 번짐 없이 깨끗하게 블랙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 부분도 거칠지 않다 뿐이지 어두운 부분의 점차적인 변화의 표현은 약했다.

    사실 성능에 있어서 보급형 DVDP들의 수준이 거기서 거기지만 909와 525를 비교해보면 909가 525보다 화면이 밝고 입자가 곱다는 점을 빼고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그라데이션의 미세한 변화를 표현해 주지 못한다는 큰 약점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좀 입자가 거칠기는 해도 525쪽이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색감을 표현해 주었다.

    음질은 CDP로서의 성능만 언급하기로 하겠다. 필자의 시스템이 2채널 시스템이므로 909의 AC-3 디코더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도 없었고 프로세서를 통해 디코딩을 할 경우 음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CDP로서의 성능을 볼 때 결론부터 말하자면 DV-525가 909보다 더 윗급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우선 해상도를 살펴보기 위해 헤레베헤가 지휘한 바흐 “b단조 미사"(harmonia mundi)를 들어 보았는데 909는 각 성부를 만족스럽게 구분해 주지 못했다. 또한 고역의 롤 오프도 심해서 매우 답답한 소리가 났는데 합창곡에서 느낄 수 있는 고역 윗부분의 청량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비욘디가 지휘한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virgin)을 들어보면 이 녹음의 고역이 매우 밝음에도 불구하고 꽉 막힌 답답한 소리를 내어 주었다. 또한 해상도가 떨어지는 만큼 각 악기간의 구분도 525에 비해 덜 명확했다.

    다이내믹스의 표현은 525와 마찬가지로 부실했는데 해상도가 525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미묘한 강약의 변화를 표현하는 능력은 아주 떨어졌다. Al Kopper의 “reKOOPERation"(Music Masters)의 3번 트랙 “When the spell is broken"을 들어보면 처음 도입부의 스네어/심벌/베이스 드럼이 박자마다 점차 커지는 미묘한 음량의 변화를 매우 밋밋하게 들려주었다.

    저역의 표현은 525나 909나 매우 부실했는데 특히 드럼과 베이스의 슬램함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두 기종 모두 한계점을 드러내 주었다.
    결론적으로 909는 음악적으로나 오디오적으로 아무런 매력이 없는 그야말로 재생장치에 지나지 않았다.

    글을 맺으며

    솔직히 말해서 저가의 DVDP 두 대를 놓고 어느쪽이 성능이 더 좋은가를 따지는 작업은 매우 따분했다. 그러나 명확한 한계를 가지는 두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만큼의 성능차이를 보여주었는데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화질에 있어서의 차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고 해도 저가의 DVDP를 CDP로도 사용하려 한다면 삼성 DVD-909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지금 현 시점에서 굳이 값비싼 디지틀 기기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싼 기기를 구입해서 앞으로 도래할 디지틀 세상을 무작정 기다리며 불만족 속에서 지낼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의 경제력을 고려해 적당한 기기를 구매하면 된다고 본다.

    DVD-909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VTR의 대체품으로 저가의 DVDP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하이파이적인 만족감을 어느정도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 10-20만원 정도를 더 투자하면 더 나은 제품들을 만날 수 있기 떄문이다.

    시청기기
    Monitor : 삼성 완전평면 CT29A7K
    DVDP : 삼성 DVD - 909
    Pioneer DV-525
    AMP :  Krell KAV-300i
    Speakers : Focusaudio FS-78
    Vide Cables : 김치호님 제작 컴퍼넌트 케이블
    Interconnects : 자작 실드선 - unballanced
    Speaker cables : Discovery Signature
    Power cable : XLO ref.10a
    etc. : BDR Type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