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아캄 DiVA CD93T CD 플레이어

hifinet 2004. 4. 30. 08:26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4-04-30 21:50:44

제품 소개
Arcam은 FMJ와 DiVA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중급 CD 플레이어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특히 dCS와 제휴하여 Ring DAC를 적용한 Alpha9,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등장한 FMJ CD23과 23T는 웬만한 오디오 애호가들이 한 번쯤은 사용했을 정도로 폭풍 같은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소개하는 CD93T는 DiVA 시리즈의 최고 모델로서 FMJ에 육박하는 성능을 저렴한 가격으로 실현한 실속 있는 고급 CD 플레이어인 셈이다.

Arcam DiVA CD93T CD Player

  • 컨버전 시스템 : Upsampling DAC : 4XWM8740S
  • 신호 대 잡음 비 : 113dB
  • 고조파 왜곡 : 0.003%(0유, 1kHz)
  • 출력 레벨 : 2.3Vrms
  • 출력 임피던스 50Ohms
  • 전력 소모 : 32VA
  • 규격 : (WHD)320x290x85mm
  • 인터넷 쇼핑 몰 판매가격 : 185만원~195만원
  • 문의처 : 성민 음향(02-3492-2586)

DiVA 시리즈의 외부 디자인은 기존의 모델들과 동일하다. 초록색의 형광 디스플레이, 회색의 섀시, 작고 둥근 버튼 등으로 튀지 않으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아캄의 디자인은 단품보다도 아캄의 다른 제품과 사용했을 때 더욱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다만, 같은 디자인이 약 3년 째 지속되었기 때문에 다음 제품에서는 다소간 변화를 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rcam CD93T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전에 리뷰한 Meridian G08과 마찬가지로 업 샘플링 기능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Analog Devices의 샘플 레이트 컨버터 AD1896를 사용해 16비트 44.1kHz의 CD 신호를 24비트 192kHz로 변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D-A 변환에는 multi bit sigma delta 방식의 Wolfson WM8740s DAC를 4개 적용했다. Wolfson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IC 제조 업체인데 WM8740은 이들이 만드는 가장 고급의 DAC에 해당된다. WM8740s는 24비트와 192kHz의 처리 능력을 지니므로 업샘플러와 연계하여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Arcam은 CD73T를 포함해 플래그십인 FMJ -CD33T에 이르기까지 이 칩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물론 업샘플러까지 적용된 모델은 CD93T와 CD33T 둘 뿐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지터를 최소화하도록 파워 서플라이, 디지털 필터, 오디오 출력 스테이지를 최적화하였으며, 표면 실장 기술과 4층의 글래스 기판으로 신호 경로를 짧게 하도록 유의했다. 철로 만들어진 섀시에는 Acousteel이라는 사운드 댐핑 재질을 더하여, 미세 진동을 더욱 잘 컨트롤하도록 하였다. 리모컨은 길고 날렵하여 손에 쉽게 잡히며, 트랙 프로그래밍, 메모리, 반복, 디스플레이 온/오프 등이 가능하다.

감상
시청 기기로는 Krell KAV-400xi, Mcintosh MHT-200, Classe SSP-60, CAV-180, Yamaha DSP-AZ1,Sony TA-DA9000ES과 B&W Nautilus804, Thiel CS2.4 스피커를 사용했다. 사용한 케이블은 Kimber의 PBJ 인터커넥트와 카나레의 스피커 케이블이었다.

CD93T의 첫 인상은 활기차고 생생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예전에 Arcam FMJ-CD23T를 매우 좋은 느낌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CD93T에서도 다소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싱싱하고 활기찬 음, 그리고 튀지 않게 적당하게 정리된 듯한 소리가 바로 CD93T의 이미지다. 약간 톤이 반 올림 된 듯 높아진 것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바이올린이나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는 화려하고 디테일하게 들리긴 해도 밝거나 가늘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거칠거나 메마르게 되는 일 없이 촉촉한 울림과 부드러운 감촉을 유지한다. 이 CD 플레이어를 들으면서 유일하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은 남성 보컬 부분이었는데, 테너나 바리톤의 목소리는 가녀리고 팽팽해지면서 마치 가수가 젊어진 듯 들린다. 약간 더 가슴으로 부르는 것처럼 조금 더 중후하면서 너그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곤 했다.

음장 역시 앞으로 공격하거나 뒤로 빠지기 보다는 소리에 편안하게 감 기는 정도로 소리가 약간 앞으로 제시되는 수준이다. 넓고 투명하며 깨끗한 음장 속에서 듣는 노라 존스라든지, 다이애너 크롤 같은 여성 보컬의 목소리는 아주 감미로우면서도 편안하게 들린다. 입 놀림이라든지 목을 사용하는 테크닉을 미세하게 그려내는 능력에서는 고급의 CD 플레이어를 연상하게 할 만큼 뛰어나다. CD23T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음장의 투명도라든지, 공간의 규모를 느끼게 하는 점에서는 더 나아진 듯 하다. 연주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보다 더 열려 있고 살아 숨 쉬는 듯한 인상이 된다. 이것이 업 샘플링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보여진다. 다만,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보면 고음 극단에서는 음색에 미묘하게 밝아지는 인상이 있다. 이 때도 금속적이거나 또 메마른 울림을 내지는 않으므로 결점으로 볼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시스템과의 궁합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예상된다.

같은 시스템에서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CD23T와는 디테일 재생에서도 대등한 수준인 듯 하다. 이 가격 대 제품에 기대하는 그대로 여러 악기가 한데 합주할 때 각 악기의 모습을 세밀하게 구분하여 듣는 즐거움이 있다. 다만 더 고급 모델과 비교하면 저음의 디테일을 명쾌하게 드러내는데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저음이 다소 가늘고 관현악을 재생해보면 오케스트라의 많은 악기들이 넓고 당당하게 제시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며 규모나 중량 감에서 다소 움츠러든 인상이 있다. 기억에 의존해 CD23T와 비교하더라도 여기서 약간 손색이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이 CD 플레이어의 저음 특성에서 순간적인 응답 특성이라든지 탄력은 훌륭하다. 지메르만의 쇼팽 발라드 연주나 코바체비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아주 다이내믹하면서도 감칠맛 나게 들린다. 다이내믹 피크에서의 집중력과 손 놀림은 이 가격 대의 CD 플레이어로는 이례적일 만큼 짜릿하게 그려진다. 고음과 달리 저음은 중역 대에서 내려가더라도 음색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잘 이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이번 시청에서는 어떤 때보다도 AV앰프와의 매칭을 많이 시도했다. 전부터 중급 CD 플레이어와 AV 앰프 내 DAC의 스테레오 재생 성능을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다. 앞으로 올릴 Sony와 Mcintosh 리뷰에서 그 결과를 자세하게 언급하겠지만, CD93T는 Classe SSP-60의 내장 DAC와만 대등했을 뿐, 어떤 AV 앰프의 내장 DAC보다도 더 깨끗하고 섬세하여 한 수 또는 두 수 앞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 트랜스포트로만 사용했을 때에도 웬만한 DVD 플레이어보다 훨씬 차분하고 매끄러운 음색이 재생되었다. 아직까지 전용 CD 플레이어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그리고 스피커와 궁합에서는 B&W보다는 Thiel에서 더욱 좋은 소리를 내줬다.

결론
Arcam DiVA CD93T는 가격이 약간 올라가면서 이전의 FMJ CD23T에 근접해졌는데, 실제 성능은 업 샘플링 지원 때문인지 오히려 CD23T를 능가하는 부분들이 있다. 또 CD23T보다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동급의 제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실 CD93T는 같은 라인업의 동생들에 비해서는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인상이 든다. 예를 들어 영국의 What Hi-Fi Sound and Vision에서는 Arcam DiVA CD73T(400파운드)를 2003년 올해의 제품에 선정하였고, 82T(600파운드)는 2002년도 베스트 바이 기기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CD93T는 4-star 등급에 머물러서 동생들 눈치를 봐야 되는 작은 형이 되고 말았다. 이는 비슷한 가격 대의 강력한 경쟁자인 Cyrus8 이라든지 Linn Genki 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Copland CDA-822의 등장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진 FMJ-CD33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CD93T에서는 유력한 경쟁자의 존재가 제품의 평점을 뒤 바꿀 위협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국내 시장의 가격이 Cyrus와 Linn에 비해 20만원 가량 저렴한 것도 그렇고, 매칭하는 시스템에 따라서는 이들에 필적할 만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업 샘플링 기술의 적용으로 투명도 높은 음장을 들려준다거나, 싱싱하고 깨끗한 음색을 들려주는 능력 등은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특히 차분하면서도 너그러우며, 두툼한 소리를 내주는 시스템에 연결한다면, CD93T의 넓고 풍부한 음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색, 수준급의 해상도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00만원 근방의 CD 플레이어 선택에서 기존의 Cyrus, Linn과 더불어 Arcam DiVA CD93T 역시 필히 목록에 올려놓으시길 권한다. 사실 CD93T를 확실하게 능가하는 소리를 들으려면 50만원 이상 더 비싼 Marantz SA-14ver2나 Copland CDA-822까지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