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소니 SCD-XB780 SACD플레이어

hifinet 2003. 5. 23. 05:46

멀티채널 SACD 전용기

조춘원(socio59@netsgo.com) 2003-05-23 14:15:43

CD를 대체할 차세대 오디오 포맷으로 SACD와 DVD-Audio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종 오디오쇼나 컨퍼런스를 통해 자신들의 포맷의 우수성을 홍보하는가 하면, 유명 레이블로 하여금 자신의 포맷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의 최대의 적수는 SACD도 DVD-Audio도 아닌 CD라는 말처럼 아직은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디오파일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은 CD를 넘어선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저해상도 포맷인 MP3로 몰려들어 음반 시장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음반사들은 무료 MP3교환 사이트인 냅스터나 소리바다에 대한 법적 공세와 더불어 강력한 불법 복제 방비 기능을 갖춘 차세대 오디오 포맷의 보급을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SACD 발표 당시에 소니는 SACD가 CD를 대체할 포맷이라기보다는 CD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급 사용자 즉 오디오파일을 위한 미디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함께 발표된 최초의 SACD플레이어 SCD-1이 $5000 가격의 하이엔드 지향의 고급기였던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보급된 DVD-Video를 기반으로 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였던 DVD-Audio가 복제 방지 문제로 발매가 늦어지면서 SACD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소니 뮤직 외에 음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오디오파일 레이블들이 SACD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SACD 제작을 위한 에디팅, 매스터링 시스템을 제공하는 소니의 적극적인 공세로 세계최대의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과 EMI가 SACD 타이틀을 출시하게 되었다. SACD의 우수한 음질도 선택의 이유이기는 하지만, DVD-Audio가 아직까지 복제 방지를 위한 워터마킹이 음질을 열화시킨다든가 하는 구설수에 휘말려 있는 것을 볼 때, SACD의 보다 완벽한 복제 방지 시스템이 음반사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되었을 것 같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소수의 오디오파일 시장을 겨냥한 고가의 플레이어들 외에 DVD-Video 플레이어에 SACD 재생 기능을 탑재하거나, 불과 $200의 SACD 체인저까지 등장하는 등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SACD를 즐길 수 있는 기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 Twin Pickup Mechanism with CD/CD-RW playback
  • Current Pulse D/A Converter
  • Twin Transformers
  • DSD Decoder
  • SACD & CD Text Display
  • Gold plated connections
  • Frequency Range 2-100,000Hz (SACD-Playback)
  • Frequency Response:
    • SACD-Playback: 2-50,000Hz [-3dB]
    • CD-Playback: 2-20,000
  • Dynamic Range:
    • >SACD: 104dB
    • >CD: 99dB (Audible Frequency Range)
  • Total Harmonic Distortion:
    • < 0.0018%(SACD)
    • < 0.002%
  • Wow & Flutter: Below Measurable Level
  • Digital Output Levels (CD Only)
  • Coaxial -18dBm(Fixed)
  • Optical 0.5Vp-p (Fixed)
  • Analogue Output Levels: Unbalanced 2rms (Fixed)

아무튼 이러한 업계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오디오파일들의 입장에선 44.1/16으로 제한된 CD 음질에 대한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국내 SACD 보급의 선두마차인 소니는 DVD-V/SACD 플레이어의 여러 기종을 내놓았고, 이미 SACD 전용기인 SCD-XB770을 발매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SCD-XB780은 770의 후속기종이라고 한다.

780은 770에 비해 SACD, CD 별도로 되어 있던 레이저 다이오드를 하나로 통합하고, DA컨버터칩도 3개에서 1개로 줄이는 등 여러 부분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보급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고, 회로를 간략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관 면에서는 770과 거의 같으며 패널 디자인이나 버튼의 위치도 같다. 다만 770에 붙어 있던 UK tuning이라는 레이블이 없어졌는데, 780도 770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튜닝이 된 제품이라고 한다. 전면 패널에는 기본적인 동작을 위한 버튼 외에 SACD/CD 선택버튼, 멀티채널, 2채널 선택 버튼이 있다. 선택할 때마다 TOC를 읽기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6-9초 내외로 그리 불편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트레이도 770에 비해 두껍게 만들어져 진동을 방지했고, 묵직하고,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출력단자는 아날로그 2채널, 6채널 각 1조, 디지털이 동축, 광 각 1조가 마련되어 있다. 디지털 단자로는 CD 디지털 신호만이 출력되며, SACD 신호는 출력되지 않는다.

멀티채널 SACD 플레이어인 780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베이스 매니지먼트이다. 멀티채널 음악 재생은 전 채널의 스피커가 전 대역을 재생할 수 있어야 하고, 시청자로부터 동일한 거리에 위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시청 환경은 충분한 저역을 내지 못하는 스피커들이 많고, 저음의 상당 부분을 서브우퍼가 담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돌비디지털이나 DTS 재생의 경우에는 AV리시버나 DVD 플레이어에서 각각의 스피커를 Small 또는 Large로 설정하고, 스피커 위치에 따른 딜레이 타임, 서브우퍼로 보내는 저음의 주파수를 조정할 수 있다. 고가의 AV프로세서의 경우에는 보다 세밀한 크로스오버 주파수나 필터 패턴까지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고해상도 데이터의 디지털 출력이 되지 않는 대부분의 SACD나 DVD-Audio 재생에서는 플레이어에 베이스 매니지먼트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기에 출시된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이 기능이 없어서 별도의 아날로그 베이스 매니지먼트 기기를 구입하거나 불완전한 멀티채널 재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780에는 2채널 시에는 2가지, 멀티채널 시에는 8가지의 재생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전 채널의 스피커를 스몰로 설정하여 서브우퍼에서 저음을 재생하거나, 센터 스피커 없이 프론트로 다운믹스하여 4채널로 재생하는 경우, 서브우퍼가 없는 경우 등, 대부분의 사용 환경에 맞추어 미리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재생환경에 맞는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스피커 거리에 따른 딜레이 타임이나 저음의 주파수도 조정 가능하면 더욱 좋겠지만, 아쉽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야 겠다.

시청을 위해 프리, 파워 앰프는 헤겔 P2, H2, 6채널 아날로그 입력이 있는 AV앰프로 야마하 AX-1, 스피커는 B&W 시그너처 30(프론트), 노틸러스 HTM1(센터), 사운드 다이내믹스 RTS-5(서라운드), 야마하 W800(서브우퍼)을 사용했다. 케이블은 DH-Lab과 카나레, 벨덴 제품을 사용했다.

SCD-XB780은 매우 활기차고, 힘있는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전체적인 스테이지는 포워드한 편으로 스피커 앞 선에 형성되었는데, 대음량을 재생할 때에는 앞으로 달려 나오는 듯한 음에 다소 선호도가 갈릴 것 같다. 대역밸런스도 어느 곳에 치우침이 없이 중립적이다. 전작인 770과 마찬가지로 780도 탄탄한 저음을 가지고 있었다. Destiny"s Child의 Survivor와 Radiohead의 Amnesiac의 저음을 강렬한 어택으로 들려주었는데 저음의 양이 많기 보다는 매우 반응이 빠르고, 탄력 있게 재생해 주는 점이 매력이다. 전체적인 해상도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글래디에이터 OST의 대편성의 관현악곡을 들어보면 악기의 세밀한 음의 변화와 부가되어 있는 효과음들이 대음량으로 울려퍼질 때도 흐트러짐 없이 재생된다. 다만 포워드한 경향 때문에 대음량에서는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전반적으로 음색이 다소 가늘고 메마르게 들리는데, 이것은 필립스의 DVD962SA와의 비교 시청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었다. 962는 멀티채널 SACD 재생기능을 갖춘 DVD-Video 기기인데, 780은 962에 비해 음색의 윤기, 잔향 표현에서 약점을 들어냈다. 실비아 멕네어의 Sure thing이나 레베카 피젼의 Spanish Harlem을 들어보면 보컬에 붙어 있는 레코딩 공간의 잔향을 962가 더 자연스럽게 들려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컬 자체도 780은 다소 뭉쳐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불만이다. 962는 780에 비해 저역의 어택이나 스피드 면에서 약점을 들어냈지만, 전체적인 음색이 더 자연스럽고, 더 매끄러운 중고역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780은 962에 비해 마치 컴프레션이 된 듯 더 힘차게 들리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다이내믹스 표현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SACD 재생에서는 기본적인 음색은 CD와 비슷했지만, 상대적으로 그 약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SACD로 들어본 피터 비스펠베이의 생상 첼로 협주곡 시작부분의 첼로의 강한 보잉은 780이 더 분명하게 들려주었고, 오케스트라의 합주시에도 마치 재생 볼륨이 커진 것처럼 힘있게 재생되었다. 특히 멀티채널 SACD 재생은 780의 장점이 부각되는 부분인데, 베이스 매니지먼트 기능을 이용해서 제작자의 의도에 맞는 균형 있는 재생음을 얻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공간감도 자연스럽고, 2채널에 비해 넓게 확장된 음장을 만끽할 수 있었다.

SSCD-XB780은 저렴한 가격에 베이스 매니지먼트 기능의 탑재로 멀티채널 SACD 재생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기존 2채널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SACD 2채널 재생만이 목적이라면 이미 출시되어 있는 DVD/SACD 겸용기들과 비교시청해 본 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SACD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고음질의 타이틀은 물론, 고음질 재생이 가능한 플레이어들의 보급이 필요하다. DVD-Audio가 초기 보급기 위주로 출시하였다가 CD보다 못한 재생음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례가 있기도 하다. SACD 플레이어라고 해도 아직은 CD 재생이 우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우수한 CD 재생음을 갖춘 SACD플레이어들이 국내에 빨리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