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가격 대의 새로운 강자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10-29 23:00:52
데논의 AV 리시버는 주로 고급기로서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저가 모델 군에서는 돋보이지 못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데논에서는
정평 있는 AVR-3803 앰프의 기능과 성능을 거의 그대로 하위 모델에 적용한 AVR-2803을
출시했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본격적인 데논 사운드를 체험하고자 하는 분들은
이 제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력 면에서는 채널 당 90와트로 평범해 보이지만, 이 가격 대 제품으로는 드물게
7채널을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멜로디
100 SHARC DSP를 서라운드 디코딩에 사용하는데, 이는 상급기인 AVR-3803과 동일한 것이다. 지원 포맷으로는 돌비 디지털 EX,
DTS-ES 디스크리트, DTS NEO:6, 돌비 프로로직II, 그리고 DTS 96/24을 모두 망라한다.
데논의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음장 모드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은 편이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음장 모드는 데논 특유의 5/7채널 스테레오이다. Neo:6나
프로로직II와 유사하지만 서라운드 사운드의 음량이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 후방 공간의 존재감이 강력해지는 효과를 느끼게 한다.
DA 컨버터로는 역시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AD1835 24-bit/96kHz DAC를 사용했다.
DSP와 달리 이 부분은 AVR-3803에서 버-브라운의 24비트, 192kHz 사양인 PCM-1791
DAC를 사용한 것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입출력 단자도 충분하다. 디지털 오디오
입력의 경우 옵티컬 4계통과 동축 2계통을 지원한다. 다만 전면에 도어가 없고, 결과적으로
전면에는 입출력 단자를 갖추지 못했다. 비디오 접속으로는 HD 신호 전송에
대비한 광대역 컴포넌트 비디오 입력 2계통과 출력 1계통을 지원한다.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단 역시 100kHz의 광대역 특성을 지니므로 DVD-A나 SACD 등과 연결해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7.1채널 프리 아웃 단자가 있어서 별도의 파워앰프를 연결할 수도 있다.
서브우퍼 크로스오버 포인트로는 40~120Hz까지 20Hz 단계로 조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세컨드 존을 위한 독립적인 볼륨 컨트롤 기능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데논 AVR-2803의 첫인상은 과장 없이 솔직한 소리를 내준다는 것이다. 역시 고음에서는
데논 사운드의 전통대로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저가형 제품들이 밝고 선명한
소리를 내서 매력적으로 들리도록 의도한 것과 달리 AVR-2803의 밸런스는 평탄하고
자연스러워서 고급 기종의 세련된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대화 장면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하게 표현된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도 억지스럽거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볼륨을 한껏 올려서 액션 영화를 감상하더라도 귀에 거의 부담스럽지
않다. 여전히 음악 소스의 재생에서는 소리결의 끝이 약간 무딘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은 훨씬 비싼 AV 리시버들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AVR-2803은 클래식 음악의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웬만큼 재생해 낸다. 여기에서도 불만을 느낀다면
별도의 하이파이 앰프를 사용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양적으로 풍성한 저음은 두텁게 감상자를 감싸서 포근한 인상을 준다. 고음과
마찬가지로 데논 사운드의 특징이 잘 살아있다. 저음의 해상도에서는 조금 더 바랄
만한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해도 여전히 훌륭한 소리임에 틀림 없다. 7개 채널의 스피커를
무리 없이 구동하는 실력은 그야말로 놀랍다. 10평이 넘는 공간을 소리로 가득 채워내면서도
스피커에 대한 통제력에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만일 앰프에서 이 정도의 구동
실력을 갖고 있다면, 별도의 서브우퍼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저음을
들을 수 있다.
이를테면 <스타워즈 : 에피소드 2>의 도입부에서 우주선이 이동하는 장면은
화면 속 이미지에 어울리는 충분한 중량감과 실체를 지녀서 짜릿할 만큼 리얼하게
들려온다. 이어지는 폭발 장면은 감상자를 내리 누르듯이 압도하며, 피크에서도 전혀
찌그러지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한다. 구동력 같은 앰프의 기본적인 특성에서는 90W라는
출력 수치가 겸손하게 느껴질 만큼 탁월하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미국 홈 시어터 매거진의 실측 결과로는 한 쪽 채널
구동에서는 100와트 이상을 내주지만, 5채널 전체 구동 시에는 35W정도를 출력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AV 리시버 제조 업체에서 제시하는 출력 수치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니 너무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VR-2803의 출력 수치 역시 동급 기종 중에서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고급 서브우퍼를 더하면 앰프의 부담이 줄어들어서 중 고음의
디테일과 표현력이 한결 살아나게 된다.서라운드 음장의 구현 능력에서도 감탄할
만하다. 전 후방의 소리 경계가 없을 만큼 풍성한 음장을 형성하며, 이미지의 이동감도
끊김 없이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표현해 낸다. 감상자 뒤쪽의 음장은 벽 뒤 쪽으로
펼쳐진 것처럼 깊고 넓게 느껴진다. 필자가 AVR-2803에서 대단히 즐거움을 느낀 이유는 이전에는 2800대 모델들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업그레이드 결과 의외의 성능을 구현하게 된 점, 그리고 AVR-3803 등의 상급 모델의 성능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솔직히 말해서 훨씬 상급 모델과 AVR-2803의 성능을 바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볼 때 사양이나 음질 면에서 부족함 없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데논 AVR-2803의 출시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가격 대에서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최근 발매된 왓 하이파이 사운드 앤 비전에서도 데논 AVR-2803에게 당해년도 각 분야 최고의 기기에 수여하는 어워드를 주었다. 즉, 어워드 수상은 2003년도에 출시된 AV 리시버 중 가장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국의 홈 시어터 매거진에서도 value에 대해 96점이라는 파격적인 점수를 주었다. 참고로 홈 시어터에서 함께 리뷰한 데논 DVD2900 DVD 플레이어의 경우 performance에서는 AVR-2803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value에서는 AVR2803보다 약간 낮은 91점에 머물렀다. 경쟁이 극에 달한 AV 리시버 분야에서 이렇게 돋보이는 제품을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국내 문의처 : 삼원 코리아 02)521-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