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23 16:11:25
데논의 A/V 리시버 AVR-1802는 수입원인 삼원 코리아의 노력에 힘입어 국내 기업인 이트로닉스(인켈)를 통해 OEM 방식으로 공급되는 제품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소니 등의 중저가 제품이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제품에 신뢰를 갖게 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또 이 제품들은 02시리즈로 업데이트되면서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돌비 프로로직II 디코더를 포함시켰다. 돌비 프로로직II는 80년대 중반 이후 발매된 방대한 양의 돌비 서라운드 소스를 분리도와 입체감이 대폭 향상된 ‘5.1채널’의 분위기로 재생해주는 기술이다. 돌비 프로로직II는 시네마 모드와 2채널 스테레오를 위한 뮤직 모드를 갖추고 있으며 음장의 범위와 특성을 사용자의 환경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근래 등장한 A/V 리시버들은 영화 재생 뿐 아니라 멀티 채널 지원을 표준으로 결정한 차세대 음악 포맷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을 요구 받고 있다. AVR-1802는 6채널 외부 입력을 지원하며 10Hz에서 100kHz까지의 광대역 응답을 확보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 밖에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사용 소스의 서라운드 모드를 기억해주는 퍼스널 메모리 플러스(Personal Memory Plus) 기능과 보급형 A/V 리시버로는 보기 드물게 바나나 플러그를 지원하는 바인딩 포스트 단자를 장비한 점을 들 수 있다.
데논의 리시버 디자인은 DSP를 음장 구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야마하나 소니와는 대조적인데 AVR-1802에서도 단지 7개의 DSP 음장 모드(5ch Stereo, Virtual Surround, Rock Arena, Jazz Club, Video Game, Matrix, Mono Movie)만을 지원한다. 5채널 스테레오는 스테레오 음반을 데논 고유의 프로세싱을 통해 5채널의 서라운드 사운드로 들려주며, 버추얼 서라운드는 반대로 5채널의 소스를 스테레오 스피커 시스템에서 가상적인 서라운드 효과로 듣게 해준다. 시네마 이퀄라이저 모드는 THX 모드처럼 영화 사운드 트랙의 거친 소리를 순화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다.
반짝거림이 적은 금장 패널과 가지런한 단자의 배열은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두 제품 공히 전면 하단에 헤드폰 단자를 포함해 영상/음성의 입출력 단자가 부착되었으며 AVR-1802는 옵티컬 입력 단자가 추가되어 편의성을 최대로 배려하고 있다. 후면 패널의 단자 역시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연결 작업에 혼란을 주지 않는다. 프론트 스피커 출력을 A, B 두 계통으로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갖추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컴포지트와 S-비디오 입출력에도 충분한 숫자를 갖추고 있지만 컴포넌트 입출력 단자가 빠져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피커 터미널이 손가락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밀집된 경향이 있으므로 직접 선을 연결하기 보다는 바나나 플러그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또 단자의 품질은 그리 높지 않다. 볼륨이나 버튼의 조작감은 양호했으며 리모콘은 손에 잘 맞는 적당한 크기와 컬러풀한 버튼 배열로 귀여운 인상을 준다.
제품의 실력을 파악해 보기 위해서는 파이오니어의 DV-S5 DVD 플레이어를 소스로 사용하고 B&W의 노틸러스 803 스피커(프론트), HTM1(센터) 스피커와 레저 모니터(리어)로 구성된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했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데논의 AVC-A1D를 좋은 느낌으로 사용해 왔고 신모델에 대해서도 국내 AV 관련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의 호의적인 평가를 접했기 때문에 기대가 상당히 컸다.
대체로 데논의 A/V리시버들은 부드럽고 차분한 음색과 묵직한 저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왔다. 한편으로는 밋밋한 고역과 저역의 응답이 둔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본 AVR-1802는 좀 딴판이었다. 바로 AVC-A1D를 옆에 놓고 비교하지는 못했지만 음색이 좀 더 밝아졌고 부드럽기 보다는 딱딱한 편이었다. 특히 DVD 플레이어와의 동축 연결로 들어본 2채널 스테레오 음악의 재생에서는 해상도나 질감 등 전반적인 수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도 AVC-A1D와 상당한 거리가 느껴졌다. 그 소리는 예전 인켈의 2-30만원 대 인티 앰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경질의 음색과 디테일의 부족 등 음악적 성능에서는 상당히 모자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음장 역시 감상자 앞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 지적해야 될 부분은 출력이 영화 감상에 흡족할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은 국내 AV 사이트에 올라온 사용자들의 글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볼륨을 상당히 높인 상태에서도 스피커를 생각만큼 힘차게 드라이브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큰 음량에서는 소리에 긴장감이 더해졌고 음색 역시 더욱 드라이해졌다.
좀 더 객관적인 비교 평가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유사한 가격 대의 야마하 RX-V620을 따로 들어보았다. 그 결과는 1802를 들으면서 받았던 인상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RX-V620은 부드럽고 달콤한 고역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디테일이 풍부하기 때문에 작은 음량에서도 만족스러운 시청이 가능했다. 거친데 없는 음색은 장시간의 시청에도 귀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대사의 감정이나 뉘앙스가 풍부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음악 시청에서는 월등히 우세했다. 저역의 선명도나 다이내믹스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현이나 목관의 섬세한 뉘앙스가 잘 살아나고 있었다. 두 제품 다 액션 영화의 박력을 얻기에는 부족한 출력을 갖고 있지만 야마하 RX-V620은 이 가격대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제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겨 주었다.
물론 이 시청 평은 필자도 인정하듯이 다분히 하이파이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좀 더 중량감 있고 단단한 저역을 들려주는 1802가 한 층 더 액션영화의 현장감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또 소니 앰프 리뷰에서 약간 언급했듯이 앰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에 큰 영향을 주는 스피커들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런 스피커와의 매칭에서 두 제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정말로 예상하기 어렵다. 어쨌든 영화와 음악 감상을 모두 즐기는 필자에게 두 제품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그 대답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하이비(HiVi)"의 8월호 베스트 바이 리스트를 보면 10만엔 미만의 AV앰프 가운데 온쿄의 TX-DS595(68,000엔)가 1위에, 그리고 그 다음으로 야마하 DSP-AX620(60,000엔)이 2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1802의 전신인 데논 AVR-1801(55,000엔)은 온쿄 TX-DS494(39,000엔)과 야마하 DSP-AX-520(48,000엔) 같은 저가 모델과 함께 8위에 랭크되어 있다. 경쟁 회사의 더 낮은 가격의 제품과 같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진다. 또 “What Hi-Fi? Sound and Vision"에서도 AVR-1801은 비교적 양호한 평가였지만 평점에서는 별 4개로 별 5개를 받은 야마하와 온쿄에는 미치지 못했다. 필자의 억측일 수도 있지만 부동의 레퍼런스 모델로 군림하고 있는 데논 AVC-A1SE의 명성이 엔트리 레벨 모델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Denon AVR-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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