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23 15:54:51
LG A956 progressive scan DVDP
이번에 소개된 LG의 DVD-A956 DVD 플레이어는 국내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스캔(순차 주사 방식)을 채택한 제품이다. 프로그레시브 스캔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국내 회사들도 상당히 많은 종류의 제품을 출시해 왔지만 DVD 플레이어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LG 전자는 몇 개의 DVD 플레이어를 발표했지만 시장을 선점한 국내 경쟁 업체와 일본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사실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제품은 실 구입가 40만원선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프로그레시브 스캔의 장점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주지하듯이 프로그레시브 스캔은 홀수와 짝수차 라인으로 나뉘어진 주사선을 한 번에 뿌려주기 때문에 화면이 선명하고 떨림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프로젝션 TV나 프로젝터 등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경우에는 프로그레시브 스캔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일반적인 인터레이스 방식의 화질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대신에 이런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프로그레시브 스캔 입력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DVD-A956 DVD 플레이어는 전면에 거울을 부착하고 색상도 화이트 펄을 채택함으로써 세련된 느낌을 준다. 굳이 욕심을 내자면 전면 패널의 버튼이나 전체적인 디자인이 더 향상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일본 제품들의 천편 일률적인 골드 색상에 비교한다면 참신한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DVD 타이틀 뿐 아니라 MP3 파일과 CD/CD-R/CD-RW 디스크도 모두 재생 가능하므로 호환성과 활용도가 높으며 최대 16배 줌(Zoom) 기능과 100배 초고속 화면탐색 기능도 채택되어 있다. “스크린 세이버(Screen Saver)’ 기능은 재생을 일시 정지에서 자동으로 절전 상태로 전환된다. 코드 프리는 리모컨으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사용되는 PAL방식 디스크를 국내에서 사용되는 NTSC 방식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도록 전환해주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콤포넌트와 S-Video 영상 출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주의할 점은 출력 방식을 후면에 부착된 스위치를 통해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콤포넌트와 S-Video를 동시 출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프로그레시브 영상 출력은 설정 메뉴에서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설정 메뉴는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만들어진 편이다. 하지만 리모트 컨트롤은 메뉴 이동 키와 전후 트랙 선택 키가 유사한 형태로 인접하게 배열되어 있어 혼란스러웠다.
이 기기의 시청에는 480p 입력을 지원하는 SD급 TV인 삼성 CT-29A7DR를 사용했다. 필자가 사용하는 TV가 프로그레시브 스캔을 지원하지 않아서 조춘원님의 도움을 받았다. 우선 인터레이스 모드로 시청해 보았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주었다. 한때 레퍼런스 기종으로 군림하던 파이오니어 S9 DVD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DVD-A956의 밝기가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파이오니어가 어두운 편이기 때문에 두 제품을 바로 비교했을 때의 차이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는 색감으로 디테일도 우수하다. 특히 밝고 가벼운 색감을 더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선호될 수 있는 화질이다. 물론 지나치게 밝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모니터에서의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스캔 기능을 작동시킨 화질은 예상대로 역시 한 차원 높은 표현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해상도와 디테일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화면의 떨림이 없고 정지된 스틸 화면처럼 정교하게 묘사된다. “글래디에이터"의 콜롯세움 관중석의 라인이 인터레이스드 시에는 떨리고 불명확하게 보이지만 프로그레시브 출력에서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레시브나 인터레이스드나 색감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마스크 오브 조로"의 군중장면에서도 위에서 바라본 군중이 한 사람, 한 사람 구분이 될 정도로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신에 색상이 반짝거려서 인공적인 느낌도 드는데 이는 채도를 다양한 스케일로 표현하는 능력이 비교 제품에 비해서 부족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국내 회사가 출시한 첫 프로그레시브 스캔 제품이라는 점과 가격을 고려한다면 정말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제품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말 뿐이 아니라 프로그레시브 스캔의 매력이 어떤 것인가를 직접적으로 실감하게 해 주는 기기이다. 하이파이넷에 소개된 필립스 Q50을 비롯하여, 파이오니어 737, 그리고 소니 9000ES 등 프로그레시브 스캔의 강자들이 있지만 가격대 성능 만큼에서는 LG-A956에 필적할 제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32인치 이하 브라운관 방식의 TV를 사용하는 분들께는 최적의 DVD 플레이어로 추천하고 싶다.
음질 면에서도 이 제품은 같은 가격대 DVD 플레이어의 평균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굳이 지적한다면 고음의 밸런스가 다소 두드러졌지만 특히 2채널 아날로그 출력에서의 음질은 다이내믹하면서도 선명했다. 야마하 AX-1 앰프와 디지털 동축 연결로 시청했을 때는 파이오니어는 물론이고 더 저렴한 아남 DEX에 비해서도 들뜨고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해 트랜스포트 적인 성능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앰프와의 매칭이라는 변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었다.
어느 제품이나 그렇듯이 LG-956의 경우도 제품 안정화가 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초기 생산 모델의 경우에는 프로그레시브 스캔으로 작동시킨 4:3 모드에서 화면이 멈추고 야마하나 이트로닉스 일부 기종의 A/V 리시버에서 돌비 디지털 디코딩이 되지 않는 결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거의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제조 업체에서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확실한 필드 테스트가 이루어진 후에 제품을 출시하기를 바라고 싶다.
현재 LG 전자의 디스플레이 라인업에서 “프로그레시브 스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은 56인치와 64인치 HD급 엑스캔버스 3개 모델을 포함해 총 12개 모델이나 된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스캔 DVD 플레이어가 이제 와서 출시된 것은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오히려 그만큼 국내 AV 애호가로서는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 되기도 했다. LG의 신제품인 DVD-A956 DVD 플레이어는 향후 국산 제품만으로도 고화질 홈 시어터를 구축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하게 하는 매력적인 기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