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06-20 15:42:21
ALR / Jordan은 국내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군소 스피커업체이나 “조르단 와트"라는 풀레인지 스피커라고 하면 기억하실 분들도 더러 있을 것 같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 오디오잡지인 오디오와 레코드에 조르단와트 풀레인지 유닛을 이용한 스피커 자작기사가 실려서 자습시간에 빈 공책에 설계도면을 그려보면서 상상속에서만 재생되는 소리를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영국의 엔지니어 테드 조단은 30년간 금속 재질 유닛을 이용한 스피커 개발을 해왔으며 최근 10년간은 이 회사에 참여해서 함께 회사를 키워왔다.
이 회사의 모든 모델은 알루미늄에 세라믹 코팅을 한 우퍼를 사용하고 있다. 금속소재의 유닛을 이용해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우퍼의 진동판을 금속소재로 채용한 것은 Acoustic Energy의 AE1,2시리즈 , Boston Acoustics의 Lynnfield 300L, Thiel의 거의 전 모델, Monitor Audio의 거의 전 모델, 스쿼커만 사용한 것은 Avalon의 9천만원짜리 Osiris, 트위터에 사용한 회사는 좀 많은 편으로, 필자가 사용하는 Celestion SL600Si도 구리재질의 돔형 트위터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스피커 제작 엔지니어들이 어떤 관점에서 메탈재질의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들을 제작할 것을 결정하게 되는지 알고 있지는 못하나 대개 이런 소재를 사용한 경우 마케팅을 통해서 하이테크처럼 소비자들에게 소개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렇지만 광고에서 알려진 바와는 달리 세라믹이나 메탈재질의 유닛들은 부적합한 수준의 ringing과 위상의 틀어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런 금속, 또는 세라믹 재질의 진동판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이라고 던래비 박사는 밝히고 있다. (internal damping, loss property가 부족하게 되어 impulse response가 좋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메탈재질의 유닛을 사용한 것이 모조리 나쁜 것이라는 식의 단편적인 인상이 굳어지게 될까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설혹 다른 보편적인 재질을 사용한 유닛을 사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단지 유닛의 재질만으로 스피커의 impulse response를 좋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설명을 드리는 것은 이 스피커의 성능을 후려 깎아내리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다. 사실 스피커는 절대로 완벽한 재생장치가 아니며 어느 정도의 흠이 있기 마련이다. 흠이나 제약이 아주 적은 제품들은 무지하게 비싸다는 것도 잘 아실테고... 이번같이 50만원짜리 제품을 놓고 리뷰를 하는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흠이 있는가를 가려주는 정도면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어떤 성향의 소리를 내주는지, 어떻게 해야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 까지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제품 리뷰
처음 들은 인상은 소리가 특정 대역에 뭉쳐져 있거나 하는 나쁜 버릇이 없고, 저역이 깊고, 수월하게 소리가 나온다는 느낌이었다. 저역을 억지로 팽팽한 소리가 나게끔 한다거나 하지 않았고, 고역의 재생에서도 소리를 억지로 강조하거나 깎아 먹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내주는 방향으로 튜닝되었음을 시사해준다. 이런 스타일의 제품은 투명하다, 혹은 색깔이 없다, 개성이 없다, 자연스럽다, 중립적이다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자신감 있는 제품설계는 일단 저역신장이 낮게까지 수월하게 나올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새것이라 길들이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길들이기가 끝난 6개월 ~1년 후의 소리는 지금보다 많이 자리잡을 것이 예상된다.
[스트라빈스키, 봄의제전, 리카르도 샤이, Decca 417 325-2, 1987년 녹음, 수입반]
CEC2100 CD플레이어를 통해 들었을 때 셀레스쳔 SL600si보다 (75Hz까지 저역재생됨) 저역이 더 낮게까지 묵직하게 재생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높은 저역대를 뻥튀기해서 저음이 잘 재생되는 것처럼 속임수를 쓰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악기군의 음색이 자연스럽게 재생됨을 느낄 수 있었다.
CEC2100보다 낮은 저역이 재생되는 LinkDAC D/A컨버터를 연결해 재생해 보면 여태까지 필자의 좁은 방에서 구사한 것 중에 가장 낮게 구사해 본 음이 아닐까 싶다. (플로어형 스피커인 루악의 크루세이더2는 더 낮은 음이 나왔긴 했지만 방의 크기의 제약으로 인해 듣기에 괴로웠다.)
[Boulez : Repons, DG 457 605-2, 1998년 녹음, 수입반]
이 음반은 오디오시스템의 성능이나 설치가 제대로 되었는 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용도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녹음을 특수하게 한 것인데 자세한 것은 현승석님의 하이파이넷 음반리뷰나 음반회사의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트랙2를 틀어보니 셀레스쳔에서 느꼈던 공간감과 마찬가지로 잘 재생되었다. 왼쪽채널은 7시30분방향까지 재생되었으나 오른쪽 채널은 리스닝룸의 가구배치로 인해 방해를 받았는지 1시반 방향까지 밖에 재생되지 않았다. (이쪽도 4시 30분 방향까지 재생되어야 스피커의 설치가 잘 된 것이다. 적어도 3시 방향까지는 재생되어야 정상이다.)
바바라 보니가 부른 슈베르트 가곡을 들어봤는데 어찌된 일인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음색에 약간의 금속성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곡 외에도 다른 현악기 곡을 들어도 비슷한 성향이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려 하루동안 다른 곡들을 들어가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률을 들어봐도 볼드윈 피아노의 어둑한 배경에 묘한 밝음이 공존하는 음색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땅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사용중인 킴버8TC 스피커케이블을 다른 것으로 바꿔보았다. 타임스 선재를 사용했다는 하이텔 하이파이 동호인 제작케이블이었는데 비로소 음색에서의 타협점을 찾은 것 같았다. 스피커케이블의 성향이 킴버 8TC와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여러 면들을 고려해봤을 때 교체가 바람직하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그래서 며칠동안 이 조합으로 들었다.
나중에 스피커를 반납하기에 앞서 킴버8TC로 다시 돌려놓고 들어봤더니 그동안의 길들임의 탓인지 예전과 같은 느낌을 많이 지울 수 있었다. 잘 듣고 있노라면 길들이기기가 진행되면서 제소리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스피커를 운용하려 한다면 킴버나 은선계열의 스피커케이블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가격대의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위에 언급했던 것 같이 고가의 스피커케이블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의문이긴 하다. 어쨌든 일반적인 동선케이블이면 충분하지 않겠나 싶다. 그리고 이런 약간의 수고 정도는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생김새도 호감가고 쉽게 울릴 수 있는 스피커여서 주변에도 권하는 데에 망서림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저역의 신장을 꾀하기 위해 용적을 늘리느라 인클로우저의 깊이가 늘어나게 되어 표준형 스탠드 위에 놓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 많은 저역을 원한다면 이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기기대여는 용산전자랜드 미동전자의 도움을 받았다.
(기기문의는 717-4401~2, 박영민 부장에게)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