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원(socio59@netsgo.com) 2003-06-14 00:56:04
ATC는 80년대 중반에 설립되어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스피커 제조 회사지만, 업계에서 어엿한 중견 쯤 되는 위치에 오른 업체다. 국내에서도 90년대 중후반까지 상당한 인기를 끌다가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고, 가끔 오디오 쇼에서 새로운 제품이 선보이기는 했으나 제대로 된 마케팅은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새로운 수입원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던 제품은 역시 SCM 20 인데, 현재는 SCM 20SL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가격도 적당해서 여전히 중고 장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CM 20은 북셀프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워풀한 저음 재생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반대로 적어도 300W급 파워앰프로 울려야 제 소리가 나온다는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SCM 20과 더불어 소형 스피커로 인기를 얻었던 SCM 10의 후속 기종이 이번에 소개할 SCM 12 이다.
Driver HF MID/LF | 25mm Soft dome (Neodynum magnet) 150mm Treated polyester weave |
Amplitude Linearity ±2dB | 80 Hz - 12kHz |
Matched Response | +/- 0.5dB |
Cut-off Frequencies (*6dB free standing) | 62Hz & 20kHz |
Dispersion: Horizontal Vertical | ±80˚ Coherent ±10˚ Coherent |
Sensitivity (sine wave) | 85dB @ 1W @ 1metre |
Max continous SPL @ 1metre | 108dB |
Recommended Power Amplifier | 100 to 300 Watts |
Nominal Impedance | 8 Ohms |
Crossover Frequency | 2.8kHz |
Input Connection | Binding Posts/4mm Plugs(Bi-Wire) |
Cabinet Dimensions | 390 x 220 x 255 mm |
Overall Weight | 15kg |
수입원 | 싱크피시 (02-3443-6025) |
SCM 12는 2웨이의 밀폐형 스피커로 트위터는 25mm의 소프트 돔이고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했고, 우퍼는 150mm의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입력단자는 바이 와이어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높이 390mm의 그리 크지 않은 제품임에도 무게가 15kg이나 되는데, 비슷한 크기의 B&W 노틸러스 805 스피커의 무게가 9.5kg인데 반해 상당한 중량이다. 그 이유는 대형 마그넷을 사용한 유닛 때문인데, 우퍼의 직경이 150mm인데 마그넷은 177mm나 된다. 물론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항상 음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유닛의 사용은 직접 모든 유닛을 제조하는 ATC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수많은 스피커 제조회사 중에서 유닛을 직접 만드는 곳은 극히 드물다. 유닛 생산부터 시작한 다인오디오라든가, 틸, 패러다임, 트라이앵글 등이 이에 속한다. 이렇듯 유닛을 직접 만드는 것이 자사의 개성을 표현하기에는 더욱 좋겠지만, 생산의 규모가 따라주지 않으면 외부에서 조달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ATC의 제품은 프로오디오 시장에서도 정평이 나 있으며, ATC의 유닛을 사용한 타사 제품으로는 대표적으로 프로악의 레스폰스4가 있다.
SCM 12는 매우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음질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고, 단점은 구동이 만만치 않다는 것과 디자인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단점부터 이야기하면 감도가 85dB로 낮은 편이라 앰프의 출력이 꽤 요구된다. 물론 과거 SCM 20 처럼 300W 앰프가 있어야 한다는 식은 아니지만, 가격만 보고 저가의 인티앰프로 매칭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은 전형적인 80년대 풍의 사각형 박스이기 때문에 최근의 패셔너블한 스피커들에 비하면 촌스럽기 그지없다. 같은 가격인 KEF XQ-ONE(1000파운드)의 화려한 스타일과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디자인은 개인별 취향에 따라 선호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SCM 12의 체리우드 마감은 깨끗하고 흠잡을 곳은 없다.
그러나 시청 결과 SCM 12는 이런 불만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탁월한 음질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청은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 진행했는데, 먼저 아캄 CD23T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고, dCS 엘가, 크렐 FPB300C로 20평 규모의 시청실에서 듣기 시작했다. 대역 밸런스가 좋고, 과장된 부분이 없는 SCM 12의 재생음은 이른바 모니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고역은 다소 어두운 편이고, 자극성이 없어 매우 부드럽다. 해상도도 탁월해서 레베카 피존이나 실비아 멕네어를 들으면 마치 눈앞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미세한 호흡의 변화와 녹음 공간의 작은 소음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레퍼런스 레코딩의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을 들어보면, 작은 음량에서도 들리는 미세한 소음이 하나하나 잘 들려서 녹음 현장에 있는 듯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음량의 대조도 명확해서 파비오 비온디의 [사계]에서 독주 악기의 화려한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변화무쌍한 다이나믹스를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들려주는 것이다. 저역의 힘도 상당한데, 북셀프로서는 이례적인 강펀치의 소유자라고 할 만하다. 물론 이런 저역을 뽑아내려면 앰프가 조금 수고를 해야 한다는 난점도 있기는 하다. 대편성 관현악곡의 복잡한 패시지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각 악기군의 위치가 명확히 드러나고, 전체적인 음장도 탄탄히 유지된다. 음장이 스피커 뒷선으로 깊이 형성되는 편인데, 빠르고 팽팽한
저역 덕택에 재생음이 지루해지지 않는다.
너무 좋은 말만 써놓아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SCM 12는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가격이 두 배가 넘는 B&W의 시그너처 805는 울리기도 쉽고, 더 열린 고역을 갖고 있었지만, 저역의 힘과 재생음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과 열기는 SCM 12가 전혀 뒤질 것이 없다.
2차 시청으로는 현실적으로 999파운드 가격의 스피커에 매칭시킬만한 앰프를 찾아보기로 했다. 후보는 로텔의 RA1070, 아캄의 DiVA A85, 유니슨리서치의 유니코i이다. 소스는 로텔 RCD1070과 아캄 CD23T를 사용했는데, 역시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 시청했다. 결과는 로텔의 RA1070이 가장 좋은 음을 들려주었다.
로텔에서는 ATC 특유의 탄력 있는 저역이 유지되면서 대음량에서도 흔들림 없이 넓은 스케일의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아캄은 크렐과의 매칭에서 약간 어둡게 느껴졌던 고역이 조금 밝아지고, 활달한 느낌의 재생음을 얻을 수 있어, 넓은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도 아캄의 구동력이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로텔보다 스케일에서는 다소 밀렸지만, 적어도 실제 가정에서는 대음량 재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유니코i는 앞의 두 제품에 비해 고급스러운 음색을 갖고 있는 앰프지만, SCM 12와는 미스매칭이었다. 작은 음에서는 그런대로 달콤한 재생음이었지만, 대음량에서는 저역의 힘과 탄력을 잃어버렸다. 역시 음색이 좋으면서 대출력의 앰프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유니코i로 B&W의 시그너처805도 매우 만족스러운 음량으로 재생했던 경험에 비추어 유니코i에게 맞는 짝은 따로 있다고 봐야 겠다. 하이파이넷 시청실이 일반 가정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로텔이나 아캄의 인티앰프 정도면 SCM 12를 구동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SCM 12는 잘 조정된 비디오 디스플레이 기기를 연상하게 한다. 백화점 매장에서는 밝은 조명 아래에서 서로 잘 보이기 위해 저마다 콘트라스트, 브라이트니스와 샤프니스를 최대한 올려놓게 된다. 매장에선 이런 제품이 먼저 눈에 띄겠지만, 실제 집에서 보면 눈이 아파 볼 수 없다. 정확히 조정된 디스플레이 기기만이 영상을 아는 소비자에게 장시간 시청해도 무리가 없는 정확한 컬러와 입체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SCM12도 바로 그런 제품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SCM 12는 자신의 가격보다 훨씬 비싼 소스와 앰프를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자칫 반드시 기천만원의 소스와 앰프를 써야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일단 구입한 후 스피커를 고정시키고, 소스와 앰프를 업그레이드 해가며 오래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200 만원대 스피커의 기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막강한 경쟁자의 출현이다. 꼭 들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