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마틴로건 이언 스피커

hifinet 2006. 8. 6. 16:28

하이브리드 정전형 스피커의 입문 모델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01-28 09:40:52


미국의 스피커 전문 메이커인 마틴 로건은 창립 이래 정전형 스피커와 다이내믹 스피커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피커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오고 있으며, 제 3국에서 저가형 스피커 패키지를 양산하는 최근의 타 제조업체와는 달리 품질 유지를 위해서 완전 수작업으로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미국 내 제조를 고집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제작자로서의 이미지와 신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틴 로건의 스피커들은 소형 모델에서 대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고른 품질과 구성으로 미국 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판매 실적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마틴 로건의 프로디지 스피커는 <스테레오파일>에서 2001년 프로덕트 오브 더 이어로 선정되었으며, 지금 소개하는 이언(Aeon) 스피커의 경우 <더 앱설루트 사운드>의 추천 기기 목록에 올라 있을 정도로 성능을 인정 받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지난 수 년간은 마틴 로건 스피커를 쉽게 볼 수가 없었는데, 제품 특성 상 선호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 치중하다 보니 한국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크게 향상된 내구성을 앞세워 국제 영업망을 강화하고 서비스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언 스피커도 마틴 로건의 해 묵은 숙제인 내구성 문제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 때문인지 영원(eternity)을 의미하는 이름을 지녔다.

이언 스피커는 마틴 로건의 많은 스피커들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작고, 그만큼 국내 실정에 가장 적합한 규격을 지니고 있다. 또 모든 모델들이 동일한 패널 재질과 부품을 공유하므로 입문 제품에서 플래그십 모델에 이르기까지 균일한 특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언 스피커의 중고역대 재생을 위해 사용되는 정전형 드라이버는 진동판의 두께가 0.001인치 이하일 만큼 얇고 가벼워서 작은 힘으로도 쉽게 움직이고 멈추는 등 과도 응답 특성에서는 그야말로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테면 산들거리는 바람 소리나 곤충의 날개 소리 같은 미묘하고 섬세한 소리도 정전형 스피커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재생해 낼 수 있다. 또 발생되는 음파는 수평 방향으로 확산이 적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벽에 반사되는 소리가 적어지는 장점도 있다.

다만 정전기장을 만들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스피커 외부로부터 전원을 공급 받아야 한다든지, 패널의 진폭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저음을 얻기 위해서는 패널의 면적이 커야 된다는 단점은 있다. 물론 이언 스피커는 마틴 로건 특유의 하이브리드 구성인 만큼 저역을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전담시켜 바닥 면적을 억제하면서 디지털 사운드에서 요구하는 강력한 어택과 확장성을 얻고 있다. 하이브리드 구성에서 얻어지는 유연한 특성 덕분에 마틴 로건은 홈 시어터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나 둘 사라져 간 몇몇 평판형 스피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이언 스피커의 정전 패널을 살펴 보면 여러 개의 작은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것은 진동에서 발생하는 분할 공진 현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의도이다. 또 전체 패널에 약간의 곡면이 주어진 것은 고역 방사 패턴을 보다 균일하게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매칭에서 가장 먼저 주의할 점은 우선 출력이 100W 이상 되는 앰프를 물려 주어야 된다는 것이다. 스피커가 입력 신호를 소리로 변환하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출력이 작은 앰프로는 흡족한 레벨을 얻기 어렵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볼륨보다는 훨씬 더 음량이 올라가야 한다. 두 번째는 흔히 다이폴라 스피커라고 부르는 것처럼 후방으로 소리를 반사하기 때문에 설치 위치를 결정하는 데 많은 고민과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뒷벽에서는 멀리 떨어뜨려서 반사음으로 인한 불필요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신경 써줄 필요가 있다. 마틴 로건의 매뉴얼에는 설치 위치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데 일반적으로는 뒷벽에서 60~90cm 정도, 옆 벽에서는 30~60cm 정도 떨어뜨려 놓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언 스피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 없이 투명하면서도 섬세하며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거친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고 비단결처럼 매끄럽게 다듬어 놓은 음색은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을 만큼 감미로우며, 특히 여성 보컬의 섬세한 묘사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이언 스피커가 재생하는 보컬의 음색을 들어보면 미국 내 애호가들이 정전형 스피커에 대해 열광적이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언 스피커를 들으면서 감탄했던 또 다른 소리는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기타의 현에서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소리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소리 끝에 붙기 마련인 왜곡이나 잡음을 들을 수 없다. 일반적인 시스템에서 예리하게 들렸던 바이올린의 금속 현 역시 여기서는 매끄럽게 순화시켜 버린다. 녹음이 좋지 못한 음반을 듣기 좋게 다듬어 주는 특성은 최신의 스피커로서는 대단히 드물고 귀한 특성이다. 또, 음장이 스피커 주위에서 고정되지 않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부분도 좋다. 이런 부분은 다이내믹 스피커로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장점이며, 이 때문에 한 번 정전형 스피커에 익숙해진 사람은 일반적인 스피커로는 만족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또 소리를 만들어 내는 진동판의 면적이 크기 때문에 다이내믹 스피커 특유의 핀 포인트적인 묘사 대신에 적절한 실체를 가진 이미지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틴로건의 장점은 바로 마틴로건의 단점이 되어버리기도 하다. 우선 음색 부분에서 실제 보컬의 감촉이 너무 매끄러운 나머지 리얼하기보다는 인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약간씩 거칠고 때로는 단단한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언제나 편안하고 매끈하다. 80년대에 거친 음질의 디지털 음반이 횡행하던 시절에 왜 정전형 스피커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지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음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약간 음상이 다소 크게 그려지는 부분도 어떤 때에는 실감 나는 재생이라고 좋다고 느껴지는 한편에 실제 음반의 녹음이 이랬었나 싶을 때도 가끔 있다. 게다가 구동력이 좋지 못한 앰프로 스케일 큰 음반을 울려보면 금방 출력 부족을 호소한다. 패널에 곡면을 주어서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최적의 시청 위치가 한 가운데에 집중되는 것도 까다롭게 느껴진다.

다이내믹 우퍼와 패널의 이음새는 제작사의 자랑처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은 다이내믹 유닛의 연구에 마틴 로건이 오래도록 집중해 왔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한 때 다이내믹 스피커를 개발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결과 나온 제품이 마틴로건의 최신 서브 우퍼 두 모델 - Descent, Depth - 인 것이다.  서브우퍼도 그렇고 이언의 다이내믹 유닛은 패널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인상으로 둔탁하고 먹먹한 인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음량을 올려봐도 특정 스피커가 이탈하는 인상이 없고, 두 유닛의 리니어리티가 잘 맞게 조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언 스피커는 마틴 로건 스피커 중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정전형 스피커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제품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이 스피커를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비교적 적당한 크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널리 인정 받은 음질은 제쳐 놓고서라도 그 이색적이고 취미적인 디자인은 집 안의 자랑거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굳이 해외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남자 주인공이 살던 세트 한 구석에 설치되어 있던 마틴로건 스피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집에 찾아오는 손님마다 이 스피커에 관심을 보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음질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언은, 모든 면에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재생을 장기로 하는 정전형 스피커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 감상에 좀 더 적합한 제품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음량을 구현하려면 앰프의 출력이 강력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는 실내악이나 성악 감상에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어쨌든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대단한 매력을 느끼게 해줄 제품이므로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시청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다른 필자 분들하고 이야기해 봤더니 지난 오디오페어 때에도 비교적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사용에서의 문제는 공간이나 앰프의 매칭에 따른 어려움이지만(그래도 이언 스피커는 가장 부담이 적은 모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운용하면서 얻는 만족감 중에는 다른 이가 갖지 못한 자신만의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요소도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만일 스피커가 숨쉴 수 있는 공간과 이를 구동할 수 있는 강력한 앰프를 갖춘 분이라면 마틴 로건 이언 스피커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를 창조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Frequency Response: 43~22,000 Hz(+/- 3dB)
  • Dispersion Horizontal: 30 degrees
  • Vertical: 37” (94cm) line source
  • Sensitivity:89 dB/2.83 volts/meter
  • Impedance: 4 ohms, 1.32 at 20kHz
  • Crossover Frequency: 450 Hz
  • Components: Custom wound audio transformers, polypropylene capacitors, air core coils
  • Woofer type: 8” (20.3cm) high excursion, high rigidity cone with extended throw driver assembly, non-resonant chamber format.
  • Power handling: 200 watts per channel
  • Weight: 55.5 lbs/each (25.2kg)
  • Dimensions: 58 H x 10W x 16D (148 x 26 x 41cm)
  • 국내 문의처 : 성민 음향(02-3492-2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