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레벨 퍼포머 M20 북쉘프 스피커

hifinet 2006. 8. 6. 16:29


문한주(raker@hifinet.co.kr) 2003-04-30 01:08:33

레벨 스피커는 하만 카돈 그룹에 소속된 스피커 전문 회사다. 레벨 스피커는 플래그쉽 모델인 살롱을 비롯하여 그보다 현실적인 모델인 스튜디오나 젬 같은 모델 까지도 줄줄이 스테레오파일 A클래스 추천기기 목록에 올려놓으면서 위력적인 스피커 개발 능력을 증명했고 이로 말미암아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신흥 명문 스피커 회사로 깊은 인식을 남기게 되었다. 상급기들이 이룩한 성능을 좀 더 가까이 가기 쉬운 가격대로 낮춘 모델이 퍼포머 시리즈다. 퍼모머 시리즈에는 F50, F30등의 플로어 스탠딩형이 있으며 M20은 퍼포머 시리즈의 유일한 북쉘프형 스피커이자 가격도 레벨 스피커 중에 제일 낮은 $2000에 불과하다.

재생주파수 대역 : 44Hz ~ 20kHz
감도 : 87dB (레벨 발표치) / 84dB (스테레오파일 측정치)
권장소비자가격 : 298만원
전용 스탠드 별매 : 30만원
그릴 별매
수입원 : 코포사운드 (02-543-7528, http://www.kopho.com)

프롤로그

이 스피커는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던 제품이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레벨 스피커에 대한 첫 경험은 오디오쇼때 살롱 스피커였는데 그레인이 없고 평탄한 고역의 특성이 돋보였고 매력적인 피아노 재생 실력을 갖췄다고 느꼈다. 그 당시에는 하이파이넷의 위상이나 영향력 그리고 교섭능력 등이 부족했고 수입상에서도 리뷰기를 빌려주지 않는 자신감에 넘치는 마케팅 정책으로 인해서 리뷰제품을 빌려달라는 제의에 대해 냉담하게 반응했었다. 그래서 필자는 하는 수 없이 마크레빈슨 전시장에 필자가 사용하던 스피커를 끌고 가서 비교시청까지 해보는 민폐를 끼치면서 레벨 퍼포마 M20과 어렵사리 첫대면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에도 훌륭한 스피커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당시에 필자가 구입을 망서렸던 가장 큰 이유는 큰 공간에서나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필자가 다른 스피커를 선택해서 몇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제품은 스테레오파일에서도 리뷰되었으며 그 후에는 A클래스 추천기기에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집에서 제품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이 제품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던 차에 지나치게 늦은감은 있지만 드디어 제품 섭외에 성공해서 리뷰해볼 의향을 물어보는 동료필자의 질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답변을 했다.

외양과 구성

레벨의 스피커들이 그러듯이 이 스피커의 모습을 처음 대면하게 될 때의 심정은 느낌표(!)가 팍팍 표시된다기 보다는 탐색을 할 때의 말없음표(…)가 적합할 것 같다. 음향적인 면을 우선시하여 높다랗게 불쑥 솟은 것처럼 느껴지는 스탠드와 시커먼 배플을 배경으로 한 번쩍거리는 드라이버 유닛들, 강도를 보강하기 위한 배플 때문에 스피커의 폭과 높이의 비율이 납작해 보이기도 했고… 필자의 느낌으로는 기본적인 생김새가 팬시한 면이 적어서 인테리어 친화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나마도 국내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로즈우드 마감은 제품의 디자인과 썩 잘 어울린다고 보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는 회색 배플의 사이카모어 마감이 정서적으로 호응을 받지 못해서 국내에는 초기 수입분만 몇조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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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포장박스는 소형차 뒷좌석에 요령껏 넣어야 가까스로 들어가는 크기이며 꺼내어 보면 부피대 중량비가 대단하다. 개당 20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는 웬만한 톨보이형 스피커의 무게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다른 회사의 스피커와는 달리 레벨 스피커는 설치될 공간마다 제각각 달라지는 방의 음향적인 특성과 변수에 맞게 사용자가 트위터와 우퍼의 어테뉴에이터를 이용해서 조절하도록 지원해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후면에는 트위터의 어테뉴에이터를 –1.0dB에서 1.0dB까지 0.5dB씩의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스피커를 벽에 매우 가까이 근접시켜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저역의 양도 조절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다. 싱글와이어링만 지원되긴 하지만 스피커 터미널은 필자가 보아온 어떤 스피커에서 본 적이 없는 선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스피커의 바닥과 스탠드의 상단은 나사못으로 고정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스탠드는 삼발이식이고 무게중심은 위에 치우쳐져 있는 상태여서 잡아당기면 쓰러질 우려가 있다. 스탠드의 바닥을 T자형으로 하는 대신에 H자나 #자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들어보기

글래디에이터 사운드트랙 중에서 전투장면을 재생해 보면 저역의 양감이나 중량감에서 어떤 북쉘프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으며 웬만한 톨보이형에도 뒤처지지 않는 큰 규모의 사운드스테이지를 재생할 수 있다. 저역의 금속 유닛을 옆에서 보게 되면 상당히 격렬하게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어서 곧 펑하고 터져서 튕겨져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놀랍게도 그런 대음량에서도 소리가 쉽게 쑥쑥 잘 나와주며 소리가 거칠어지지 않는다.
이런 막강한 스태미너는 가격을 불문하고 일반적인 2웨이 구성에서 들어보기 힘든 수준이다. 2웨이 구성의 스피커들이 대음량에서 소리가 거칠어지는 이유중의 하나가 크로스오버 주파수와도 관련이 있다. 대개의 2웨이 구성의 스피커는 3~4.5kHz 부분에서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두고 있는데 큰 소리로 저역주파수를 재생한다면 피스톤 운동하는 거리는 클 것이며 이와 동시에 피스톤 운동거리가 짧은 중역주파수를 동시에 재생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중역 재생시에 두 소리는 서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집안이 떠나갈 만큼 큰 소리로 듣지 않으면 그다지 큰 상관은 없을수도 있겠으나 레벨스피커는 2웨이 구성에서도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상당히 낮추는 방식을 사용해서 인정사정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도록 했다는 점을 높이사고 싶다.

어떤면에서 보면 이런 기능적인 완성도 면에서 유사한 성능을 보여주는 틸 1.6CS 스피커를 연상하실 분들이 계실 줄로 안다. 하지만 진공관앰프가 아니면 해법을 찾지 못할 것 같은 금속성 울림이 묻어나는 틸의 음색과는 전혀 유사점이 없다. 금속 우퍼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링잉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음색이란 면에서 본다면 이 스피커는 매우 심심한 편이다. 스피커 자체의 소리는 거의 가지지 않았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특이한 착색이 없다. (반면에 착색이 있는 기기는 어떤 기기를 걸어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만들어버린다.) 중역은 매우 평탄하다는 느낌을 주며 고역에는 그레인이 없으며 이역시 평탄하다고 느껴진다.
고역을 0.0dB에 놓은 상태에서는 피아노의 높은 음표가 다소 눈에 띄는 경우가 있었는데 여러 곡을 들어본 결과 필자의 환경에서는 고역을 0.5dB만큼 줄여서 듣는 것이 적당한 수준이었다. 1.0dB를 줄이면 상당히 많이 고역이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을 들어보면 북쉘프형인 레벨 M20 스피커가 오히려 용적이 더 큰 틸 1.6보다 더 낮은 주파수까지 재생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틸 1.6CS에서는 저역이 좀 더 나와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레벨 M20에서는 저역 주파수 신장이란 면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질 일이 매우 드물다고 보여진다. 팝,록 음악의 경우 레코딩되는 하한 주파수는 대략 40Hz정도라고 하고 있으므로 이런 장르에 대해서는 거의 다 재생이 된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이하의 주파수 대역으로 재생해야 하는 경우는 파이프올갠 같은 경우나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특수한 경우를 재생하는 경우를 제외한 부분에서는 저역의 아쉬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역의 퀄리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으며 대단히 선명한 저역을 내줄수 있다. 다만 댐핑의 부분에 대해서 보자면 잘 설계된 밀폐형 스피커와 같은 (가령 아바론 스피커 같은) 크리티컬한 댐핑 수준으로 튜닝된 것은 아니며 그보다는 약간 풍성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표시되는 정도는 아니며 이보다 더 풍성한 스피커들을 대라고 하면 한참을 나열할 수 있을 정도이므로 그다지 크게 신경 쓸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나열하다 보면 좁은 공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법하다. 그러나 실은 좁은 공간에서도 세팅을 잘 하면 넘치는 저역으로 인해 고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넓은 공간이었을 때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스피커의 낮은 감도 때문인데 7평 정도의 큰 공간에서 마음껏 울려주기에는 200와트급의 앰프로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클래식 음반을 거론하지 않아서 클래식 음악에 별다른 재미가 없는 스피커가 아닌가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좁은 지면이어서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는 짝짝이 제품에 필자가 호의적인 평가를 할리가 만무하다.
혹시 이 제품을 들어보고 음색상으로 확 끌어당기는 착색이 없어서 별다른 재미가 없다고 말씀하시거나 구입을 꺼리실 분들이 계시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이 제품은 사용하는 앰프나 소스기기가 제대로 서포트하면 음반에 새겨져 있는 신호를 고스란히 꺼내주는 충실한 트랜스듀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이런 점을 스피커의 최대의 미덕이자 장점으로 꼽는 편이지만 필자와 가치관이 다른 분들에게 있어서는 그런점 때문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60와트급의 인티앰프로 연결해 보면 저역의 무게가 줄어드는 점이 있고 소리가 전반적으로 담백해지고 심심해 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 스피커에서 뽕을 뽑아내기로 작심한 사용자 분이 계시다면 인티앰프보다는 출력이 큰 고성능의 분리형 앰프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마무리
레벨 퍼포머 M20스피커는 성능상으로 보면 느낌표가 팍팍 뜨는 제품이다. 이렇게 훌륭한 자질을 갖춘 제품이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제 대접을 받지 못했는지 매우 궁금해진다. 모양새가 부담이 되어서? 아니면 마크 레빈슨 매장에서 비싼 기기들과 조합해 놓으니 스피커가 너무 빈티나 보여서?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정도 급수의 스피커라면 마크레빈슨 보다 더 좋은 하이엔드 앰프와 소스기기를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우수에 어린 소리와 거리가 먼 대신 맑고 투명하고 자신 있는 소리이기 때문에? 아니면 단순히 마케팅상의 실책 때문인가? 고성능 소형 스피커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찾아가기에는 마크레빈슨 대리점의 문턱이 높아 주눅이 들어서일까? 어쨌든 앞으로는 고성능 소형스피커를 논하는 데 있어 레벨 퍼포머 M20을 빼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을 듯 하다.
좋은 앰프와 소스기기를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교체할 예정이 있고 그다지 넓지 않은 환경에서 사용하는 여건이라면 우선적으로 추천해보고 싶은 제품이다.

사용기기

  • 소스기기: 오디오넷 ART V2 CDP, 소니 900V DVDP
  • 앰프 : 애드컴 GFP 750 프리앰프, 오디오넷 AMP I파워앰프, 아캄 델타290
  • 스피커 : B&W 시그니춰 805, B&W 노틸러스 805
  • 인터커넥터 : 킴버 PBJ, 리버맨 고딕
  • 스피커 케이블 : 리버맨 고딕
  • 파워케이블 : 킴버 PK-10, PK-14, 오디오 플란 파워코드S, 리버맨 고딕 파워케이블, 캐롤 선재 조립품(av-line)
  • 기타 : RPG KOREA 어퓨저, 오디오 펜스, 테크나소닉C-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