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19 14:13:45
서론
단지 작은 크기 때문에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몇 배 큰 스피커들과의 성능에서 자기 주장을 당당히 펼칠 수 있는 소형 스피커들이 있다. 20년째 롱런하고 있는 LS3/5A는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프로악의 태블릿 시그너처와 AE 1 레퍼런스가 상당히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번에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에 근거지를 둔 모니터 오디오의 소형 스피커 스튜디오2를 소개한다. 모니터 오디오라는 스피커 회사의 이름은 국내에 소개된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크게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아직까지 없었던 듯 한 데 메탈 콘을 채용한 상급 라인인 스튜디오 시리즈는 해외 잡지에서도 매우 호평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많은 장점을 가진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모니터 오디오의 인지도가 낮았던 이유는 아마도 마케팅 차원에서의 실패 탓일 듯 싶다. 한국 오디오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일본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과 취급 상점의 수가 제한되어 있었던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튜디오 2
스튜디오2는 스튜디오 시리즈 스피커 중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모델이며 상급기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돔 트위터와 역시 알루미늄 재질의 콘 우퍼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소형 스피커의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이렇게 금속 재질의 진동판을 우퍼에까지 적용하는 것인데 앞서 언급했던 어쿠스틱 에너지와 그리고 플래티넘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대형 스피커로는 Thiel의 CS7이나 B&W Nautilus 등을 들 수 있다.) 외양은 사실 지극히 평범한 2웨이 소형 스피커의 범주를 못 벗어나지만 장미목으로 된 마감은 대단히 깔끔하게 되어 있다. 또한 금도금된 바이와이어링 대응 스피커 케이블 연결 단자를 가지고 있다.
세팅
스피커의 시청에 사용한 시스템은 쿼드77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역시 동사의 77 CD 플레이어였으며 케이블은 모두 오디오 플러스의 제품으로 연결하였다. 스피커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서 하베스의 콤팩트7과 타노이의 프로필 631 스피커와 비교해서 들어보기도 했다.
시청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예전에 들어보았던 스튜디오 시리즈의 상급기들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산뜻하고 섬세한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트위터와 우퍼가 같은 재질로 되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대역간의 이음새를 느낄 수 없는 아주 평탄하고 자연스러운 대역 밸런스가 인상적이었다. 약간 밝은 편이기는 하지만 하드 돔 재질의 진동판을 사용한 몇 몇 스피커들에서 연상되는 날카로움이나 거칠음과는 전혀 거리가 먼 부드럽고 매끄러운 음색을 들려주었다. 우아한 현의 울림이나 목관의 포근함은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투명도나 해상도는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이 하이엔드 스피커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수준 높은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문제는 소형 스피커로서의 한계라고 지적되는 다이내믹스나 저역의 제반 특성들에서 얼마나 음악적으로 접근해 나가느냐는 부분일 것이다. 먼저 이셀리스가 연주한 브람스 첼로 소나타(하이페리온 CDA66159)를 들어보았다. 선이 가늘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통울림을 이용해서 저역 윗부분을 부풀린 느낌을 주는 스피커들(Upper Bass Boomer)과 달리 첼로의 저역부터 고역을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현의 울림이 인상적이었다. 낮은 저음의 재생도 음악적으로 어색함 없이 무난했다.
가디너가 지휘한 베르디 레퀴엠(필립스442 142-2)의 2번 트랙 “Dies Irae"를 들어보면 역시 큰 북이라든지 더블베이스의 음상의 규모가 축소되어 들렸지만 다른 소형 스피커와 달리 부자연스럽게 잘려나갔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비교적 정확한 음정을 표현해주는 데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 저역 악기의 재현성에 주목하여 시청하려고 애를 쓰다가도 관현악 파트의 각 악기의 움직임을 혼잡하지 않게 고스란히 재현해주는 이 스피커의 대단히 특별한 디테일 재현 능력으로 인하여 어느새 음악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음장 재현 측면을 보자면 최신의 소형 스피커답게 핀 포인트 이미징 경향을 보였으나 음장의 폭이나 깊이가 그리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음장은 아주 약간 뒤로 물러선 느낌을 주었는데 너무 멀게 느껴지는 일도 없었고 음량을 올렸을 때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하는 일없이 안정되어 있었다.
해외 잡지에서 모니터 오디오의 스튜디오 시리즈를 언급할 때 약점으로 리듬감과 다이내믹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는 일이 있어서 데이브 그루신의 거쉬인 커넥션(GRD GRP2005)의 3번 트랙에 있는 “Fascinating Rhythm"을 들어보았다. 분명 타악기의 울림이 좀 가볍게 들리기는 하지만 스피커의 크기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 스피커를 고를 오디오 애호가에게 음악적인 약점으로 귀띔해 주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저역의 음정이 명료하고 응답이 신속하다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칭찬을 받을 만 했다.
물론 킥드럼의 밀쳐오는 듯한 무게감을 전달해주지 못하는 모니터 오디오 스튜디오2를 압도적인 다이내믹스를 갖춘 스피커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활 공간과 예산을 고려하여 이 스피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음악 애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면에서 몇 배 비싼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하이파이적인 특성을 다 얻을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이내믹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의 내용이 잘 들린다면 구태여 큰 음량으로 바닥을 쿵쿵 울려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작은 음량으로도 감상자를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하는 스튜디오2의 능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듯 하다.
결론
스테레오화일의 추천 컴포넌트 목록을 살펴보면 모니터 오디오의 스튜디오2는 저역 주파수가 제한된(Restricted LF) C클래스 추천 스피커로 등재되어 있다. (참고로 바로 한 단계 상급기인 스튜디오6($1999)이 B클래스에 등재되어 있다.) 이 등급에는 경쟁자들이 대단히 많은데 그 중 우리나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스피커로는 어쿠스틱 에너지의 AE1($1595), 오디오 피직 Step($1395), 셀레스쳔 SL600Si($2099), 던래비 오디오 랩 SC-1 ($995), 던테크 PCL25($1995), 에포스 ES14($1695), 하베스 HL-P3($1100), JM 랩 마이크론($695) 다인 오디오 콘투어 1.3($1999)등을 꼽을 수 있다.
위의 스피커들은 크기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이른바 “소형 스피커(Mini Monitors)"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2보다 더 작은 스피커는 없다. 갑자기 크기를 가지고 시비를 걸어서 오해할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스튜디오2는 비음악적으로 만들어진 몇몇 소형 스피커들의 뻥튀긴 저역, 맹맹하거나 반대로 째지고 갈라지는 고역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결점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스피커이다. 하이파이 넷 창간호에 호의적으로 소개했었던 프로악의 태블릿 50 시그너쳐보다도 대역간의 균형감이라든지 투명도, 디테일 재생 등에서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뛰어난 스피커라고 판단된다. 다만 같은 가격이면 좀 더 그럴 듯한 외양과 큰 덩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의 성향 때문에 실제로 이 스피커가 음악적 성능에 어울리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일 필자가 만일 3평 정도의 작은 방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 대상에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스피커이다. 여러분들께도 시청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