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bwv1004@hifinet.co.kr) 2002-06-24 11:36:54
크렐은 90년대 후반 KSA 씨리즈에 이은 FPB씨리즈 파워앰프 라인업에 CAST(Current Audio Signal Transmission)란 독자적인 전송방식을 적용한 FPB씨리즈의 “C"버전을 출시하기 전에는 혹자는 우직하고 신뢰감을 주는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제품의 가격대 성능비 만큼이나 디자인도 중시하는 필자로서는 FPB씨리즈의 전 모델이었던 KSA씨리즈의 100S를 잠시 사용한 후 집안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크렐의 구형 앰프들은 항상 구입대상에서 제외였다.
이러한 크렐이 지속적인 제품 성능 향상과 함께 최근에는 그 디자인을 일신하고 있다. 부채살 모양의 고급스러운 프론트 패널 디자인을 적용한 FPB씨리즈의 “C"버전 출시후 홈시어터용 프로세서와 멀티채널 앰프 및 이번에 리뷰하는 크렐 유일의 인티앰프가 속해 있는 라인업인 KAV 씨리즈 또한 제품 전체 샤시에 알루미늄을 사용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KAV 300iL은 90년대 중반 이후 출시되어 80년대후 침체되어 있던 하이파이 인티앰프 시장을 다시 부활시키는 계기가될 만큼 화제를 모은 슬림한 디자인과 리모트 콘트롤러를 적용하여 150와트/8옴, 300와트/4옴의 대출력을 가진 KAV 300i의 후속제품이다. 제작사에 따르면 위에도 언급했듯이 디자인의 일신과 함께 제품 성능도 대폭 향상 시켰다고 하는데, 주요 기술 사양은 ;
본격적인 시청에 앞서 제품은 신품을 수입원에서 2주간 대여를 받았고 처음 10여일간은 하루 2∼3시간 필자가 근래에 즐겨 듣는 음악을 들었고 본격적인 시청은 제품을 돌려주기 바로전 주말에 집중적인 시청을 하였다.
사용 기기
시청에 사용한 기기는 디지털 소스는 와디아 20 트랜스포트 + 27 DAC와 아캄의 FMJ CD23 CDP, 스피커는 B&W 시그니처 30, 그리고 케이블류는 와디아 27 DAC에 연결된 JPS 디지털 파워코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XLO 제품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RCA 인터코넥트, 레퍼런스 5A 스피커 케이블, XLO Type 10A 파워코드를 사용했다. 그외에 악세서리로 다수의 블랙다이아몬드 레이싱 콘과 RPG 어퓨져 및 디퓨져, 파워웨지 214 등이 300iL의 시청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필자가 현재 사용중인 골드문트 SRM2 모노 블록 파워앰프도 비교용으로 함께 시청을 했다.
음질
먼저 필자가 레퍼런스 보컬 음반으로 생각하는 Sylvia Macnair와 Andre Previn이 함께한 Sure Thing (Philips), Particia Barber와 기타, 베이스, 드럼의 트리오로 구성된 그녀의 대표 앨범인 Cafe Blue(Blue Note)와 최근 들어 가장 즐겨 시청하는 Anne Sofie von Otter와 그녀의 전속 피아노 반주자인 Bengt Forsberg가 함께한 드보르작과 코다이 등의 곡이 담긴 Folksongs(DG)에서 300iL은 필자가 이들 곡들을 가장 만족스럽게 시청을 했던 나그라 PL-P 프리앰프와 골드문트 SRM2 모노블록 파워앰프 조합까지는 아니지만 하이파이넷에 리뷰한 일련의 인티앰프들 중 YBA의 인테그레 DT와 함께 가장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었다. Sylvia Macnair와 Particia Barber의 보컬은 NAD S300 인티앰프와 같이 반주하는 악기와 합쳐져서 필자의 코앞에서 노래하지도 않았고 Andre Previn과 Bengt Forsberg의 피아노의 반주 또한 보컬과는 적당한 공간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고 명료하게 그녀들의 노래를 잘 보조해 주었다. 특히 다소 허스키하고 어두운 음색을 소유한 Patricia Barber의 Cafe Blue에서 드럼의 어택은 충분할 만큼 강했고 반짝거리는 하이햇의 표현은 별다른 아쉬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어쿠스틱 베이스도 명확하게 양감을 표현해 주어 이 정도의 소편성을 즐긴다면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당연하지만 일급의 분리형 기기들에 비해 자연스러운 공간의 표현과 미세한 다이내믹스 표현은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피아노 곡을 들어보고자 Pletnev가 연주한 무소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Virgin)과 Murray Perahia의 헨델/스카를라티 모음곡(Sony)을 시청했다. 300iL은 투명한 음색으로 Pletnev와 Perahia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자연스러움과 함께 명징하면서도 저역도 여타의 200만원대 또는 그 이하 가격대의 수많은 인티앰프들과는 차별성을 보여 주는 듯 한 차원 높은 깊이감과 양감을 보여주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Pletnev와 Perahira의 연주의 음색이 Pletnev 쪽으로 비슷하게 재생이 되는 점이었는데 이는 아캄 FMJ CD23 CDP와 300iL 로 시청을 했을 때는 느끼기 힘들었는데 리뷰 제품을 반납한 후 필자의 와디아 20 트랜스포트 + 27 DAC와 골드문트 SRM2를 직결한 조합으로 우연히 같은 곡들을 듣다가 느낀 것으로 몇배의 가격차를 생각한다면 당연할 결과겠다는 생각도 든다.
Fabio Biondi와 L"europa Galante의 황금가면이 있는 앨범 커버의 비발디 협주곡(OPUS111)에서는 필자의 골드문트 만큼 숨가쁘게 빠른 스피드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인티앰프에서와 같이 긴장감이 풀어지지는 않았으며 섬세한 다이내믹스와 그에 따른 악기들의 음색의 변화를 잘 보여 준다. 특히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200만원대의 대표적인 인티앰프인 NAD S300에 비해서는 공간의 묘사를 비롯해 각 악기들의 음색과 분리도가 탁월 했다.
마지막으로 시청한 Boulez가 지휘한 말러 9번(DG)에서도 300iL은 여타의 중급의 인티앰프군에 비해 넓은 스테이지 재생과 함께 개별 악기들이 뭉치는 현상이 현져히 적었으며, 총주시에도 흔들리거나 산만해지지 않았다.
결론
이로써 간략하게 나마 300iL을 몇몇의 음반으로 시청을 해보았다.
시청전 필자나 이글을 읽는 독자나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300iL이 전작인 300i에 비해 그 가격 인상에 걸맞게 음질의 향상이 있냐는 것이었다. 특히나 환율 1,000원/USD 시절에 2,500불짜리 300i를 구입하였던 국내의 애호가들에게는 환율 1,300원/USD 시대인 현재 그 인상의 폭이 더 크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구입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리뷰 기간중 직접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조합으로 수차례 시청한 300i는 여타 인티앰프가 가지지 못한 대출력과 상당한 실력의 다이내믹스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밝으면서도 다소 그레인이 느껴지는 고역과 상대적으로 얇게 느껴지는 중역으로 무게 중심이 위쪽에 쏠려 있다는 인상이었는데 300iL은 이러한 단점을 만족할 만큼 보완하였다. 20%의 출력향상은 가히 느끼기가 어려웠지만 300i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고역의 그레인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며 무게 중심 또한 적당한 위치로 내려 왔다. 가격대가 아래인 나드 S300 이나 뮤지컬 피델리티의 A300 인티에 비해서는 거의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여 주었고, 2,000여불 이상 고가인 제프롤랜드의 콘센트라에 비해서는 장단점을 논할 수 있는데 자연스러운 음색과 공간의 묘사는 콘센트라에 손을 들 수 있겠지만 스피드감과 대편성곡에서의 다이내믹스 및 홈시어터와 병행 사용을 위한 바이패스의 기능 등 사용상의 편의성에는 300iL이 우위에 있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크렐 300iL을 시청하면서 필자가 느낀점은 하이엔드 20년의 노하우가 거져 얻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염가라도 분리형 제품만 선호하는 애호가들에게 일청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