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이엔드의 대표주자
김홍식(khs548@freechal.com) 2003-06-08 19:37:14
부메스터 : 독일의 하이엔드
Burmester는 독일의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업체로서 1978년에 Dieter Burmester에 의해 설립되었다. 벌써 역사가 25년이나 된 업체이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미국계의 Krell이나 Mark Levinson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편이다. Dieter Burmester는 원래는 기타리스트로서 프로 밴드의 공연 투어에 참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 후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의료용 측정기기 연구에 관여하다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오디오 제조업체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Burmester 홈페이지(http://www.burmester.de)에 의하면 회사 설립 후 그가 가정용 오디오에 있어서 수많은 혁신적인 시도를 해 왔음을 알수 있다. 예를 들면 프로용 기기에 적용되던 밸런스 신호경로 방식을 처음으로 가정용 오디오에 적용하였고(1988) 벨트 드라이브 방식의 CD 트랜스포트를 처음으로 개발하였다는(1991) 등등의 것이 그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적어도 음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일련의 역사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시청하게 된 제품은 911 MK3 파워앰프와 011 프리앰프 조합이다. 이들은 부메스터 제품군 중 flagship 제품(reference line)은 아니고 바로 아래 단계의 top line에 속하는 제품들이다. 최근 부메스터가 오디오파일의 주목을 끌게된 것은 TAS(The Absolute Sound)의 해리 피어슨이 동사의 디지털 제품을 크게 호평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겠는데, TAS의 창설자로서 해리 피어슨의 하이엔드 오디오업계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부메스터의 브랜드네임을 알리는데 크게 공헌하였을 것은 분명하다.
동사의 파워앰프와 프리앰프의 외관은 무척 아름답다. 파워 및 프리 모두 번쩍이는 은색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고 디자인 컨셉도 매우 독특하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는 좀 괴상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으나 누가 봐도 금방 부메스터 제품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한 모습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의 레퍼런스 파워앰프인 LAMM 1.1의 허탈한 무개성 외관에 비한다면 무척 고급스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삐죽삐죽한 방열판이 자칫 위협적인 느낌을 줄수도 있는 파워앰프에 비해 단순하면서도 산뜻한 모습의 프리앰프가 외관에 있어서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수입상에 의하면 소비자가격은 파워(약 2천만원) 및 프리(1천만원) 합하여 약 3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011 Pre Amp · 순 A class 방식으로 밸런스 설계 적용 · 7 balanced XLR inputs, 2 unbalanced inputs · 1 balanced XLR output, 1 unbalanced output · 1 unbalanced tape output · 1 headphone jack (at the rear panel) · 2 x 10V DC outputs for remote on/off switching of other Burmester components |
911 MK3 · Balanced inputs · Power output: Stereo: 2 x 350W into 4 ohms Mono: 1 x 770W into 4 ohms · Input section uses Burmester"s Class-A X-Amp gain stages · Weight: 37 kg, Dimensions (W x H x D): 482 x 216 x 482 mm |
들어보기
부메스터(Burmester) 파워와 프리앰프를 아발론 아이돌론(Avalon Eidolon) 스피커와 와디아(Wadia) 270-27ix 콤보에 연결하여 시청 하였다. 인터케이블은 노도스트의 Quattro-fil과 오디오퀘스트의 아마존(Amazon) 등이, 파워 케이블은 오랄심포닉스(Aural Symphonics) Missing Link Cubed V3이 사용되었다.
부메스터 조합을 시청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빠른 패세지(passage)의 처리 능력이었다. 교향곡의 allegro 마지막 악장에서의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느낌이 아주 잘 전달되기 때문에 감상 후에 통쾌한, 그리고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것은 무엇보다 부메스터 조합이 무척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리듬과 페이스 측면에선 동사의 홈페이지에서 이미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듯이 일급의 실력을 보여준다.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을 이번만큼 정신없이 신나게 들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점은 필자의 레퍼런스 앰프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LAMM M1.1보다 확실히 우월한 것 같다.
그러나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allegro악장이 훌륭하게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디테일 재생능력이 이를 따라 주지 않는다면 재생음은 여전히 무척 혼잡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메스터 조합의 경우 디테일 재생능력 또한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빠른 템포의 음악에 듣는 이가 쉽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다만, 부메스터 조합의 디테일 재생능력은 개별 악기의 질감이나 오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데에 치중하기 보다는 대편성에서의 악기군의 분리감이 확연히 느껴지는 등 전체 음악 구성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쪽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편성 교향곡 각 악기군의 경계가 지나치게 분리되어 부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았다. 음색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부메스터씨가 한때는 프로 기타리스트로 밴드활동을 했다는 전력(?)을 감안할 때 다소 의외였다. 내심 불을 뿜는 강력한 디스토션이 걸린 전자기타의 재생에 특출난 기량을 보일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오히려 조금은 나긋나긋한 음색을 보여줘서 부메스터씨가 적어도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대로 앰프를 튜닝하지는 않은 듯 하다. 소위 말해서 예리한 쿨 앤 클리어(Cool and Clear) 사운드는 아니다.
음장(soundstage)은 넓고 깊다. 필자가 들었던 어떤 앰프보다도 넓은 음장을 선사하였는데 음장 전체는 조금 뒤로 물러난 편이었다. 필자의 레퍼런스 스피커인 Avalon Eidolon 자체가 원근감(perspective)에 있어서는 상당히 뒤로 물러나는 편이기 때문에 이점에서 좀 손해를 보게 된 셈인데 녹음에 따라서는 협주곡의 독주악기가 지나치게 멀리 들린다거나 하는 등등의 단점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예전에 필자가 잠시 사용하였던 Avalon Arcus와 Goldmund 8.4 monoblock 파워앰프와의 조합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조금 공격적이고 포워드한 스피커의 경우에는 훌륭한 보완작용을 할 것 같다.
조금 물러난듯한 음장이어서 스피커 매칭 등에 주의를 요하는 반면 부메스터 조합이 선사하는 3차원적인 음장감은 일품이었다. 소나타나 현악 사중주 같은 실내악을 들으면서 악기간의 위치를 손에 잡힐듯이 느낄 수 있는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하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독주악기 조금 뒤에 위치한 반주 피아노의 위치 등이 비교적 정확하게 나타난다. 음상이 지나치게 작거나 큰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타 투명함이라든지 대역간 밸런스도 크게 흠잡을만한 것이 없었다. 덩치로 보면 한 저역 할 것처럼 보이지만 저역의 양은 많지 않고 대신 단정한 편이었다. 펀치감도 과도하지 않고 적당하다.
프리앰프만을 따로 시청한 경우에도(파워앰프는 LAMM M1.1을 사용)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팝을 들을때 보컬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전자기타 같은 반주악기가 이에 묻히지 않고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도드라지는 등 악기간의 분리감이 좋아지면서 음장의 깊이감도 개선된다. 다만, LAMM과 부메스터 모두 음색이 부드러운 나머지 재생음이 너무 물러지는 단점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결론
부메스터 앰프 조합은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하이엔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넓은 음장을 제공하면서 치고 빠지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그러면서도 음색의 나긋나긋함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재즈나 대편성 교향곡 등 비교적 빠른 템포의 음악을 많이 듣는 음악 애호가에게는 굉장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다만 호소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편은 아니므로 자기 색깔이 강한(어떤 앰프를 물려도 자기 색깔을 어느정도 유지하는) 스피커와 매칭시키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사족으로 부메스터 앰프 조합은 밸런스로 연결하였을 때 더욱 좋은 결과를 들려주었다. 다만 필자의 경우 밸런스 인터커넥터가 한조 모자라서 프리앰프와 DA컨버터 사이에는 밸런스 연결을 하지 못했다. 좋은 기기일수록 조그마한 변수에도 생각보다 많은 재생음질의 차이를 보여줄때가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능하면 밸런스 연결을 추천한다.
파워, 프리를 합쳐서 3천만이 넘는 기기라면 만들어내는 재생음에 대한 기대치도 당연히 많이 높아져야만 할 것이다. 부메스터의 경우 이러한 높은 기대치를 훌륭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남아 있는 문제는 듣는 이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