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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디안 G-08 CD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4. 2. 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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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분리형 디지털 기기에 도전장을 내밀다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4-02-03 17:05:55


  • THD: Better than .96dBFS
  • Noise: Better than .96dBFS
  • Mechanism: Triple-beam laser, multi-speed CDDVD-ROM transport
  • Converters: 192kHz-capable, 24-bit, Delta Sigma converters operating at 4 x CD sample rate (176.4kHz)
  • Outputs: Analogue: 1 unbalanced on phono, 1 balanced on XLR-3M: 2.3V rms fixed, Class A, 47Ω impedanceDigital: /PDIF (IEC60958), coax and Toslink optical, operating at up to 2 x CD sample rate (88.2kHz), 24-bit
  • Formats: CD Audio (CD-DA), CD-R, CD-R/W, DTS-CD
  • Comms: Two 5-pin 240° DIN sockets, BNC socket Meridian Comms, and RS232 full remote/configuration interface
  • Construction: Meridian black or silver finish in metal & glass
  • Dimensions: Width: 440mm (17.32in); Depth: 350mm (13.78in) plus connectors; Height: 90mm (3.54in)
  • Rack Mounting: Kit available from Meridian authorized dealers
  • Weight: 8.5 kg (18.7 lbs)
  • Controls: Front-panel soft keys include Play, Stop, Pause, Previ-ous, Next, etc. Buttons for On/Off, Open, Display. Full remote control of all features via MSR+. Meridian Comms (2 x DIN 240º and BNC), IR in and RS232
  • Display: Multi-character dot-matrix Vacuum Fluorescent Display
  • Power: Universal power supply for 100.240Vac, 50/60Hz, 25W


메리디언은 CD시대 이후 줄곧 두각을 나타내면서 디지털 오디오 분야를 선도해온 회사다. 비록 소니나 필립스처럼 CD 포맷의 개발자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오디오 회사보다도 CD 재생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인 탓에 지금은 디지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업체로 존중 받고 있다. 디지털 전송 시스템과 액티브 스피커를 결합한 DSP 시리즈, 그리고 DVD-A 포맷의 성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Meridian Loss-less Packing 같은 혁신적인 기술 사례들은 메리디언의 자랑거리이다.

메리디언은 작년에 프리, 파워, CDP, 리시버 등 12개의 새로운 컴포넌트로 구성된 G 시리즈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들은 새로워진 디자인과 선진적인 기술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라인업과 큰 위화감이 없는 디자인에 보다 중후하면서 품위 있는 인상을 더했다. 회색과 검은색이 멋지게 조화되어 있으며, 모든 부분이 섬세하리만큼 잘 다듬어져 있다.

G 시리즈는 모든 제품 하나하나가 독특한 기능과 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제품은 바로 G07과 G08 두 개 기종의 CD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메리디언의 508, 508.20, 508.24, 588로 이어지는 중급 CD 플레이어 라인업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간소한 디자인과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가격, 그리고 디지털적인 차가움을 제거한 따스한 소리라는 음질을 일관되게 유지한 것이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얻은 것이다. 588의 후속 기종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G08 모델인데, 이 제품은 24-bit 176.4kHz로의 업샘플링 기능을 장착하여 음질 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룬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기대작인 G08 모델에서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은 최신 오디오 포맷인 SACD, DVD-A 등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G08은 CD 전용 재생 기기다. 메리디언 역시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던 지 홈페이지에서 G08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G08은 CD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CD-R/RW의 MP3 포맷, DVD/CD 하이브리드, 또는 SACD/CD의 하이브리드 디스크도 재생할 수 있다.”

여러 포맷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결국에는 CD 전용 재생기라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1,000여 타이틀의 SACD가 출시된 상황에서 500만원에 가까운 CD 전용기가 건재할 수 있을까? G08은 DVD-A의 압축 기술을 개발한 회사에서 DVD 트랜스포트를 채택해 만든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CD 재생의 임무 만을 부여 받았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CD 재생 성능에서의 확실한 우위가 보장된다면, 아직 SACD 타이틀이 많지 않은 애호가들에게는 충분히 메릿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리뷰 역시 G08을 단지 CD 플레이어로 논하기보다는 다른 복합기까지 함께 머릿 속에 넣어서 500만원대의 디지털 소스 재생기기로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G08은 과연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 것인가. 자 그럼 한 부분씩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메리디언 G08은 DVD-ROM 드라이브를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으로 사용한다. 이 DVD 드라이브는 디스크를 더 빨리 회전하여, 다시 리딩함으로써 데이터를 손실 없이 복원할 수 있다. 이 기술로는 일반적인 CD 플레이어보다 약 1,000배의 에러 보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완벽한 디지털 데이터 신호를 추출한 다음에는, 150MIPS(million instructions per second)의 처리 성능을 지닌 강력한 DSP를 통해 44.1kHz,16비트의 디지털 데이터를 176.4kHz, 24비트로 업 샘플링한다.

업샘플링이 음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 신호를 D-A하는 경우에는 샘플링 주파수의 배수에서 가상적인 신호가 발생되는데, 이는 반드시 모종의 필터를 통해 제거해야 만 한다. 필터링 과정에서는 의도와 관계 없이 가청대역 내의 오디오 신호에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타악기처럼 예리한 어택을 지닌 과도 응답 신호라든지 잔향 같은 섬세한 신호들이 손상된다. 만일 업 샘플링을 먼저 실시해서 주파수를 높여 놓은 후에 필터링을 하면 이런 신호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의 메리디언은 업샘플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G08에 이르러서는 그 효용성을 인정한 셈이 되었다.

이 뿐 아니라 트리플 버퍼링 시스템을 채택하여 지터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다중 버퍼링 시스템을 통해 고역의 투명도와 스테레오 이미징의 정밀도, 안정성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여기 사용된 클럭은 고도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서 지터를 확실하게 억제하고 최고 수준의 디테일을 끌어낸다. 게다가 파워 서플라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회로를 분리하여 간섭을 배제하고 있다.

출력 단자로는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을 모두 갖추며, 옵티컬 및 동축 방식의 S/PDIF 디지털 출력을 제공한다. 옵티컬 디지털 출력은 DTS 인코딩된 CD의 서라운드 신호를 출력할 수 있으므로, 리시버에서 이를 디코딩할 수도 있다. 게다가 메리디언의 DSP 스피커를 연결하면 이것만으로도 우수한 스테레오 CD 재생 시스템이 된다.



마지막으로 부속된 리모트 컨트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G 시리즈에서는 MSR Plus System Remote를 전 모델에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리모컨은 아주 스타일리시한 외관과 뛰어난 조작감을 지닌 제품이다. 120개의 명령을 기억시킬 수 있는 학습형 리모컨이므로 다른 회사 제품까지 모두 컨트롤할 수 있다. 어두운 감상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백 라이트를 지니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방안의 조명을 감지하여 버튼의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전기를 절약하기 때문에, 4개씩 들어가는 AA 사이즈 배터리의 평균적인 교체 주기는 6개월이나 된다.

메리디언 G08의 시청에는 크렐의 KAV-400Xi 인티앰프, 틸 CS2.4 스피커를 주로 사용했으며, 엘가의 dCS D/A 컨버터 및 크렐의 SACD Standard와 CD 재생 성능을 비교해 보았다. 

필자는 이전부터 일체형 CD 플레이어와 고급 분리형 D/A 컨버터와의 음질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해왔다. 이전에 리뷰했던 마크레빈슨 No.39나 와디아 850 같은 고급 CD 플레이어의 소리 역시 매우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와디아 27이나 dCS 엘가와는 디테일과 어쿠스틱 악기의 음색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오긴 했지만, 예를 들어 메리디언 588의 경우에도 분리형 제품을 넘볼 수 없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래서 일체형 제품의 한계가 있다고 성급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G08에 이르러서는 이런 결론을 다소간 수정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의 경우 특히 dCS 엘가와 비교하면서 이 플레이어의 능력에 여러 차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G08은 디테일이라든지, 해상도 측면에서는 더 이상 고급 분리형 제품에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성능에 올라와 있다. 어떤 음반을 걸더라도 기대 수준에 부응하는 뛰어난 밸런스, 음장감과 그 이상의 디테일 및 음색 재생 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내악에서 현이나 목관 악기의 음색은 정말 화려하면서도 곱게 들려온다. 이전부터 엘가가 차분하고 다소 그늘진 듯한 표현을 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G08은 이와 달리 고역의 뻗침에서 애매한 부분이 없다. 바이올린 같은 고음 현악기의 음색은 산뜻하게 펼쳐지며, 그 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전작인 508이나 588 모델과 달리 타악기의 중량감이라든지 금관 악기의 당당함도 잘 표현된다. 이전에는 발이 약간 잠길 정도로 얕은 저음이었다면, 이번에는 허리까지 잠길 정도로 깊이가 느껴진다. 계속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듣는 맛이 좋다. 음장의 배경 역시 아주 조용하다. 소리는 깨끗하고 고우며, 거칠거나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다. 이정도의 실력이라면 이젠 분리형 제품까지 갈 것도 없다. CD 재생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지 확인하게 해주는 기기라는 생각이다.


물론 아주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 부족한 부분도 정말 눈꼽만큼씩 있다. G08이 만들어내는 음장의 크기는 적당하게 그려지지만, 소리가 다소 스피커 앞 쪽으로 전개되는 편이다. 따라서 dCS 엘가에서처럼 음원들이 가지런하게 배열되는 듯한 그런 느낌은 조금 덜하다.

비교 제품들에 비하면 출력 레벨이 약간 높은 편인 것 같다. 수치 상으로는 큰 차이가 아니라 할 지라도 프리앰프와의 매칭은 분명 어느 정도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밸런스 측면에서도 대역 별로 조금씩 액센트가 주어진 느낌이다. dCS 엘가에 비하면 밸런스가 미세하게나마 들쭉 날쭉하고, 특정 대역에서 소리가 보다 밝아진다는 인상이 있다. 이 역시 후방 기기와의 매칭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저음의 익스텐션이나 웨이트는 많이 향상되었지만, 팽팽하면서도 거세게 몰아붙이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힘찬 록 음악이나 댄스 음악 등을 걸었을 때의 페이스라든지 박력은 이 분야에 뛰어난 와디아라든지, 마크레빈슨 정도까지는 아닐 듯 싶다. 사실 G08의 저음은 더 푸근해지고, 넉넉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몇 가지 의문점을 남겨놓음에도 불구하고 G08이 전해주는 음악의 즐거움은 달리 비길데가 없을 것 같다. 간소한 반주가 딸린 보컬 음악을 들어보면, 목소리의 생생함이 실연을 연상하게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음색의 질감은 소리결 한 가닥 한 가닥이 너무나 잘 정리된 듯한 매끄러움과 자연스러움을 자랑한다. 계속 듣다보면, 굳이 SACD나 DVD-A까지 갈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런 음색은 웬만한 SACD 재생 기에서도 얻기 힘들다. 그래서 G08을 듣기 위해서라면 값 비싼 SACD는 멀리해도 좋다는 이상한 논리가 합리화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G08의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색, 자연스러운 질감이 어필할 것이다.

결론

과연 G08을 들으면서 SACD나 DVD-A의 존재를 잊을 수 있었을까? 적어도 필자의 경우에는 그랬다. 물론 G08 역시 CD 포맷의 제한 사항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오디오적인 팩터만 갖고 따지면, 역시 SACD의 전용기 쪽에 손이 기우는 부분이 없지 않다. G08은 많은 부분에서 선전했지만, 특히 풀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다이내믹스에서는 SACD의 짜릿한 파워를 쫓아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업샘플링 등의 다양한 기술 덕분인지 G08은 이전 일체형 CD 플레이어에서 가능하다고 예상한 수준은 뛰어 넘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이다. G08은 굳이 고해상도 포맷이 아니라 잘 녹음된 CD에서도 그 이상의 음악적 몰입이 가능함을 실증해 주는 제품이다.

여러 모로 살펴본 결과 G08은 이전 일체형 CD 플레이어의 벽을 넘어 분리형 디지털 기기에 필적하는 성능과 음악성을 지니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SACD 재생 때문에 고급 CD 전용 재생 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필자마저도 혼란스러웠음을 덧붙이고 싶다. 게다가 음색이나 마이크로적인 다이내믹스의 재생에서 메리디언의 음질 특성이 잘 계승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메리디언 브랜드의 팬들이라면 더욱 만족도가 높으리라 생각한다. G08은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새로운 포맷을 포기한 애호가들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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