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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D-1x DVD/CD 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3. 3. 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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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욱(mc7270@hitel.net) 2003-03-31 15:15:07

<시작하기>

오디오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오디오 브랜드가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조금씩 알아 가면서 구입하려고 살펴 보면 딱히 살만한 브랜드가 마크와 크렐을 제외하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마크나 크렐은 지명도와 음질 모두 좋지만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오디오에 대해서 좀더 알아가면서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 있지 않지만 뛰어난 음질로 외국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LAMM이 그렇고 Blue Circle, YBA가 그렇다. LAMM, Blue Circle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YBA는 최근 좋은 평을 얻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하는 이유는 필자는 좀 더 많은 오디오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기 바라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좋은 소리를 내주는 오디오가 좀더 많이 국내에 소개되고 판매망을 확보하여 팔리기를 바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리뷰한 Ayre도 예전에 수입이 되었다가 다소 소박한 외모 때문인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었다. 외국에서의 좋은 평가를 고려하면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내었는데, 이번에 다시 헤이스를 통해서 다시 수입이 재개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AYRE D-1X

  • Fully-discrete analog circuitry (no ICs)
  • Zero-feedback
  • Pure FET
  • Proprietary differential current-to-voltage converter radically simplifies the signal path
  • Completely balanced from input to output
  • Inductor-input power supply filtering
  • Four 24-bit Burr-Brown PCM1704 DACs (two per channel) for balanced digital operation
  • Burr-Brown DF1704 digital filter offers 8-times oversampling at 96 kHz
  • Clock signal provided directly to DACs for dramatically reduced jitter
  • 제품문의 : HEIS (02-558-4588)

<하드웨어 보기>
Ayre의 D-1x 는 CD를 재생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CDP가 아니다. 뭐라 딱히 분류하기 어려운 기기다. 왜냐면 기본인 트랜스포트 기능만 달린 것도 있고 여기에 구매자가 원하는대로 오디오 출력, 비디오출력 등을 옵션으로 장착할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DVD/CD Player가 가장 근접한 분류가 되겠다. 당연히 CD는 재생이 가능하고 DVD재생이 가능하지만 SACD는 재생이 안되고, HDCD 디코딩 기능은 없다. 가격도 옵션에 따라 다른데 트랜스포트 전용이 6,000불 오디오 전용이 8,000$이라고 한다. 필자가 시청한 제품은 오디오 전용 제품이었다. 다소 특이한 점은 독립된 전원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원부를 열어보면 소스기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 두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작은 트랜스 두개도 보이는데 이는 아마 콘트롤부 등에 따로 전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 인듯 하다. 본체로 가는 전원 공급선도 두개인데 설명에 의하면 오디오부와 비디오부를 분리해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원부에서 눈에 띠는 점은 전원선이 내부로 들어온후 스피커 네트웍의 공심 코일 처럼 수십회 감아놓은 것이 보인다. 아마도 전원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배려인듯 하다.

본체 내부를 보면 우선 픽업부는 파이오니아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면에서 보았을때 우측에 겹겹이 쌓인 기판이 보이는데 이것이 DAC부 이다. 특이한 것은 DAC보드에 자사 설계의 마스터 클럭을 직접 지원하게 되어 있다.  아마도 지터를 줄이기 위한 배려로 생각된다. 디지털 필터는 버브라운의 DF1704를 사용하고 있데대 이칩은 필터를 선택 할수 있다고 한다. 전대역에 걸쳐서 평탄한 대역과 높은 고역에서 살짝 감쇄를 시키는 것 두가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나중에 시청평에서 언급 하겠지만 전면에서 보았을때 우측 후면 아래에 토글 스위치로 이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Measure가 평탄한 대역이고 Listen이 높은 고역에서 살짝 감쇄를 시키는 모드라고 한다.

DAC는 4개의 PCM1704K 를 사용하여 밸런스로 오디오출력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기서 나온 오디오 신호는 무궤환 방식 회로로 증폭을 하게 되어 있는데 FET소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나로그 출력단자 앞의 보드에는 칩이 거의 안보이고 FET 소자만 보인다. 기계적인 부분을 언급하면서 빼놓을수 없는 것이 다소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받침이다.  보통 고무재질의 것을 사용하는데 고밀도 폴리머 재질로 상당히 단단한 재질로 진동에 강한 소재로 추정된다.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진동 방지 제품들이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서 실험을 통해서 채택을 한것 같다.

<몸말>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지만 사실 필자는 Ayre의 제품을 2년여 전에 이미 들어본 바 있다. 리뷰가 아니라 필자가 구매를 고려해서 용산의 모 샵에 있는 프리,파워를 시청한 기억이 있다.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나지는 않지만 공간감의 표현이 상당히 좋았다는 기억이 남는다. 흔히 공간감이 좋다고 할때 airy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대 묘하게도 브랜드 이름인 Ayre와 유사해서 머리 속에 강하게 기억이 남아 있다.

집에 가져다가 연결해서 들은 첫 느낌은 “명색이 8천불 짜리 CDP인데 소리가 뭐 이래?” 이었다. 와디아나 크렐 같이 저역이 깊게 내려가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음색이 BAT D-5SE처럼 촉촉하고 진하냐면 전혀 그런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대가 크냐 하면 그도 아니다. 한마디로 팔천불 짜리 CDP면 뭔가 보여줘야 하는것 아니냐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전원부 분리형 CDP는 흔한 컨셉이 아닌데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혹 길이 덜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충분히는 아니지만 이미 리뷰도 필자가 처음이 아닌 상태기 때문에 그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두고 보자는 심산으로 계속 돌려대고 틈나는 대로 들었다. 처음에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기에 새 기기지만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서 솔직히 별 신경 안쓰고 들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니 내가 리뷰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희미해져서 별 느낌없이(선입관 없이) 이 CDP를 듣게 되었다.

이렇듯 강물이 흐르듯 별일 없이 시간만 흘러가면서 이 CDP를 듣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 괜찮은데 !”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 했다. 저역이 와디아 처럼 낮고 깊진 않지만 상당히 타이트하고 리듬감이 좋고 빠른 편이었다. 중역은 BAT D-5SE 만큼 두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야위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분명했다. 무대도 크지는 않지만 적당하고 특히 음상의 처리가 정확해서 있을 곳에 정말로 적당한 크기로 재현해 주었다. BAT는 다소 부풀고 너무 큰 음상을, 메리디안 508.24는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음상과 배경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흐릿하게 묘사되는데 반해 에어는 이런 문제점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음상에 배경과의 경계도 분명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잡혀졌다.

특히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라이너,시카고/RCA)을 들어보면 현악기 군의 위치가 좌우로만 느껴지는것이 아니라 앞뒤로 까지 동시에 느껴졌다. 무대를 마치 3차원 홀로그래피 처럼 그려내 주었다. 정말 에어리한 소리였다. 4악장의 저역 부분에서도 아주 깊다고는 할수 없지만 빠르고 단정하게 재현해서 좋았다. 특히 저역의 리듬감 표현력 좋아서 양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무대 크기도 적당하고 깊이도 충분히 묘사해 주었다. 현악이나 금관,목관의 음색이 밋밋해서 좀더 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중립적인 음색으로 악기군에 따라 음색의 호불호가 갈리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D-1x는 보통의 CDP보다 프리의 볼륨이 조금더 높여야 했다.  이는 밸런스,언밸런스 공통된 현상으로 스테레오 파일의 리뷰(2003년 2월)에서 밝힌 스펙에서 출력 전압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약간 낮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앞서 하드웨어에서 언급한 필터의 선택은 청감상 플랫한 Measure보다는 높은 고역에서 살짝 감쇄 시킨다는 Listen 모드가 듣기에 자연스럽고 좋았다. Measure 모드는 해상력은 더 좋으나 전체적으로 무대가 악간 뜨면서 높은 높은 고역 쪽에 에너지가 많아져서 인지 저역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졌다.

제니퍼 원스의 더 헌터(BMG) 앨범을 들어보면 앞서 얘기 했듯이 가수의 입이 아주 적당한 크기로 묘사된다. BAT D-5SE 처럼 케이블로 음상을 조여줄 필요가 전혀 없는 적당한 수준이다. 물론 여자 보컬의 목소리는 D-5SE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고역은 메리디안 508.24와 비교해 보면 메리디안이 좋게 말해서 자연스럽고 부드럽다고 할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높은 고역을 애매하게 처리하는 면이 없지않다. D-1x는 메리디안 처럼 애매하게 처리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표현해 준다. 물론 와디아처럼 강조가 지난쳐 음색이 이상해지지 않으면서 말이다. 사실 높은 고역을 애매하게 처리하지 않으면서 음색을 손상 시키지 않고 귀를 피곤하지 않게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틸 같은 스피커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겠다.

미국 소리, 영국 소리 구분 한다는 것이 다소 어폐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약간의 경향이 다른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무대가 크고 저역이 깊으며 물량으로 밀어부쳐서 호쾌한 사운드를 지향 한다면 영국 사운드는 물량 투입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물량 투입으로 균형잡히고 적절하며 음악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경향을 느낄수 있다. Ayre의 제품은 비록 미국 제품이지만 물량을 엄청 나게 투입해서 양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는 아닌 것 같다. 적절한 물량 투입으로 균형잡힌 대역 밸런스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무대, 중립적인 음색을 지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미국 회사지만 영국 소리에 오히려 가깝다고 느껴진다.

<끝내면서>
에어 D-1x는 솔직히 공간감의 표현력이 좋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다하게 장점으로 내놓을 만한 장기가 없는 CDP이다.  저역도 깊게 내려가지 않고 그렇다고 초고역에 특정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음색도 호소력이 있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어느 한부분도 특별하게 단점으로 지적될만한 구석 또한 없는 CDP다. 대개 두드러진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게 마련인데 이 CDP는 그런 예측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기로는 “범생"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특별히 모난 구석도 없고 그렇다고 특출난 재능도 없지만, 전 과목 고루 일정 수준이상의 실력을 갖춘 그런 경우라고 하겠다. 비유를 들자면 BAT D-5SE는 촉촉하고 단맛이 진한 케익에, 메리디안508.24는 그보다는 덜 촉촉하지만 그래도 단맛이 느껴지는 쿠키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에어 D-1x는 단맛이 거의 없는 바삭한 비스킷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 가격대의 CDP를 처음 사는 사람이라면 에어 D-1x의 소리를 듣고 실망할 가능 성이 크다. 필자 조차도 그랬을 정도니 말이다. 이 가격대의 CDP를 처음으로 사는 애호가라면 솔직히 구입을 말리고 싶다. 왜냐면 그 진가를 알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기기를 두루 섭렵한 후에 생기는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다 써보고 신맛 단맛 두루 많이 접해본 애호가라면 한번 일청을 권하고 싶다. 첫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옆에 두고 볼수록 중립적인 음색과 잘 잡힌 대역 밸런스등 그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급으로 하이파이와 AV의 소스기기를 한번에 해결할려고 하는 애호가에겐 풀옵션 버젼이 좋은 선택이 될수 있겠다. 또한 리뷰어에게도 권할만 하다. 감히 이 가격대의 레퍼런스라고 할만 하다. 레퍼런스라고 하면 보통 최상급이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기 쉬운데 그런 의미가 아니고 비교의 기준으로써 레퍼런스라는 얘기다. D-1x보다 저역이 더 나오면 저역이 많은 기기고, 중역이 더 두텁다면 중역이 두터운 기기고, 고역의 해상력이 더 나온다면 해상력이 아주 좋다고 판단 하면 될것 같다는 의미로 레퍼런스 기기라고 말하고 싶다.

달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약 처럼 쓰지는 않다.  무덤덤하다. 무덤덤함 속의 그 가치는 오래두고 봐야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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