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3-02-26 12:45:11
크릭은 작년에 파격적인 가격으로도 놀라운 음질을 선사하는 5350SE (또는 5350R) 인티앰프를 소개하여 국내의 오디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크릭에서 이번에는 그런 놀라움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크릭 사운드의 완성된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크릭 CD53 CD플레이어를 출시했다.
크릭 5350SE인티앰프는 고성능의 하이엔드 지향의 앰프이지만 운용하는 데는 고급의 소스기기 매칭을 전제로 한다. 간혹 소스기기의 성능이 따라주지 못하는 사용자들은 앰프의 소리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로 인해서 일부에서 운용이 까다로운 기기로 여겨지는 수가 있었다.
필자는 음질적으로 캐리 303/200CD플레이어가 크릭 5350SE의 가장 적절한 매칭 CD플레이어가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격면에서는 두 기기의 매칭이 너무 언밸런스하기 때문에 권장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크릭CD53이 있어서 크릭 5350SE의 매칭 CD플레이어를 꼽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두 제품은 동반상승효과를 내면서 앰프는 더 좋게 소스기기도 더 좋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릭 CD53은 외양이나 소리로나 크릭 5350SE와의 매칭이 최상으로 이뤄지도록 한 설계임을 짐작할 수 있으나 크릭 앰프에는 밸런스드 입력단이 달려있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크릭CD53에 달려있는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 제품이 단지 크릭인티앰프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도 항변하고 있는 듯 하다.
수입원: 다웅
권장소비자가격 : 210만원
만듦새
전면패널의 색상과 마감은 크릭 5350SE와 동일하다. 디스플레이는 녹색이다.
리모컨은 영국내 보급제품과 국내에 보급되는 제품이 다른듯 한데 리뷰로 제공된 리모컨은 필립스 콘트롤러를 사용할 때 사용하는 표준형이었다. 에이프릴의 스텔로 CD플레이어에 사용된 것과 동일하게 생긴 것으로 버튼의 배열이나 조작성 등에서 나무랄 데 없다.
다른 제품에 비해서 특이한 점으로는 트랙 번호를 누르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주어야 동작이 된다는 점이다.
리모컨을 통해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다만 본체 전면의 LED는 스탠드바이 상태에서도 항상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동작시에는 연두색이며 대기시에는 호박색이다.
본체 전면에는 영국제 CD플레이어치고는 유난히 조작버튼이 많이 달려있는데 버튼이 스프링으로 떠 있는 상태여서 절도있는 딸깍 소리를 낸다거나 하지 않으며 오히려 살짝 스쳤을 때 스프링 떠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상쾌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들어보기
전체적인 특색은 소리의 음색이 차분하고 따듯함이 느껴지며 왜곡이 적도록 튜닝 된 것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급기에서나 동 가격대의 일부 제품만큼 투명한 사운드 스테이지로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거나 해상도가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해상도의 향상을 추구하다가 잘못 건드려서 소리가 이상하게 되지 않은 것 만으로도 좋게 해석하고 싶다.
저역은 저가형이나 동 가격대의 일부 CD플레이어와는 달리 충분한 살집을 가지고 음악의 기조를 가지는 실체를 상상하지 않고도 느낄수 있게 해준다.
온갖 금관악기와 금속 타악기의 소리로 혼잡하게 들릴 소지가 다분한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잘못 튜닝된 기기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산만하거나 쏘는 소리를 내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푹 물러서 퍼지지도 않는 소리를 내준다.
불필요하게 소리를 긴장시킨 제품의 경우 피아노 녹음이 약간 포화된 듯한 피오트르 안덕스제프스키의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을 틀어보면 십중팔구 듣기 싫은 소리가 들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제품은 불필요하게 소리를 긴장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오랫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비욘디의 지휘로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을 들어보면 소리가 풀린듯하게 들린다거나 롤오프가 생긴다거나 맥빠지지 않게 들릴만큼 적당한 다이나믹스를 갖추고 있다. 남성 성악가의 소리의 무게나 대역의 밸런스는 사실감있게 표현되며 오랜시간동안 듣고서도 피곤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크릭 CD53을 필립스 Q50 DVD플레이어와 비교하면 해상도에서 현격한 향상이 있음을 보여준다. 필립스 Q50은 좋은 연주인지 나쁜 연주인지 잘 모르게 두리뭉실하게 넘어가지만 크릭 CD53으로 재생하면 이것이 어째서 좋은 연주가 되는지 어째서 나쁜 연주가 되는지 낱낱이 알 수 있게 된다.
크릭 CD53을 아캄 FMJ CD23T와 간단히 비교하자면 아캄만큼 팽팽한 치밀함을 추구하고 있지 않지만 그 대신에 훨씬 더 여유롭고 따뜻한 재생음의 음색이 잘 재생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CD플레이어의 재생특성과 능력을 단숨에 알아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음원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이 글렌굴드의 1981년도 바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아캄 FMJ CD23T로 들어보면 아리아 부분에서 하모닉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서 매우 단조롭게 들리고 음악이 지루해진다. 자연히 빨리 변주로 들어가 주기를 원하게 된다. 변주로 들어가서 신나게 연주가 시작되면 아캄 FMJ CD23T의 활약이 빛나게 된다. 그런데 크릭 CD53으로 들어보면 같은 아리아 부분에서도 건반을 하나 하나를 짚을 때마다 하모닉스가 정상적으로 표시되어서 연주자가 제시하는 음악여행을 같이 떠날 수 있도록 해준다.
크릭CD53의 저역 퀄리티는 팽팽하다고 볼 수 있지 않아서 오디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다소간 소프트하게 들리기 때문에 오디오 평론가의 툴로서 사용되기에는 충분히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아캄 FMJ CD23T가 유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저역의 페이스는 다른 대역의 페이스와 일치하기 때문에 대역간의 불일치라거나 어색함이 들린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소리에서의 일체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랜 기간을 사용하더라도 싫증을 느낀다거나 할 소지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음악의 큰 흐름을 흐르는 강물처럼 밀고 나가주는 힘이 있어서 혹시 이런 경향의 CD플레이어를 찾고 있다면 고급기로는 캐리303/200이, 이 가격대에서는 크릭 CD53이 그런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적합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보다 가격이 곱절에 해당하는 에어의 CD플레이어 CX-7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페이스가 빠르지 않고 덜 치밀하고 적극성이 부족한 듯이 들릴 수 있으나, 이는 전체 시스템의 비용이 상당히 증가하는 경우에나 제품이 험 잡힐 수 있는 정도에 해당된다고 보여지며 제품에 상응하는 가격대의 제품으로 구성된 경우에서라면 그런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는 그다지 발견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크릭 5350SE인티앰프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크릭 CD53을 두말없이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으며, 크릭 CD53은 근처 가격대에서 훌륭한 재생 성능을 가지고 있는 아캄 FMJ CD23T나 레가 주피터2000 등의 쟁쟁한 제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꿀리지 않는 완성도 높은 음을 빚어내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훌륭한 단품으로서의 가치도 한층 돋보인다.
이 가격대에서 음악을 음악답게 표현하는 능력이 크고 만족도도 높을 CD플레이어로 꼽아 볼 수 있다.
한번 들어볼 것을 적극 권한다.
사용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