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의 대표적인 브랜드중 하나인 마크 레빈슨은 정평이 난 프리 및 파워 앰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에서 더 높은 성가를 올리고 있는데 이번에 시청한 기기는 DVD-Video의 오디오 퀄리티인 24bit/96kHz에 대응하는 360L DAC로 제품명 넘버링으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36L의 업데이트된 모델이다.
또한 360L은 마크 레빈슨의 DAC 라인의 하위 기종이라고는 하지만 가격이 $4,495로 역시나 하이엔드급 DAC 이다. 360L의 상위 기종은 역시 기존의 36SL의 업데이트된 모델인 360SL과 마크 레빈슨의 레퍼런스 모델인 30.6L이 있는데 같은 샤시를 쓰는 360SL은 360L에 비해 아래와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360L을 360SL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한다.
8배 오버 샘플링 필터와 HDCD 디코딩을 하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사의 32bit SHARC 디지털 시그날 프로세서(DSP)를 360L은 2개 장착 했으나 360SL은 4개 장착하여 연산능력을 두배 향상하여 향후 포맷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 하였으나 현재의 CD 포맷에는 무의미 하다고 볼 수 있겠다.
MARK LEVINSON 360L
360L 및 360SL 모두 채널당 2개의 24비트 Burr-Brown 1704 DAC를 장착하고 있으나 360L은 최고 수준의 비샤이 저항을 사용했으며 360SL은 수작업에 의한 엄선된 메탈 저항을 사용하였다.
360L은 2층 Fiberglass/Epoxy 수지 기판을 사용한데 비해 360SL은 4층 Cyanate/Ester 기판을 사용하였다.
이렇듯 360SL은 향후 포맷에 대응하는 기능과 저항과 기판등 일부 부품이 더 고급인 것을 제외하고는 360L과의 차이가 별로 없어 현재의 16bit/44.1kHz의 CD 포맷에서는 2천5백불이나 비싼 360SL보다는 360L의 메리트가 더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먼저 외관은 전작인 36L과 동일하며 오른쪽 아래의 스탠드 바이 버튼 위 은색 패널에 360L이라는 모델명만 추가 되었다. 전면에는 스탠드 바이 버튼을 비롯하여 총 11개의 원형의 은색버튼이 있는데 좌측 상단의 버튼으로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이 버튼 좌측에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우측 버튼은 Mode 버튼으로 디지털 아웃풋 설정과 기기 세팅시에 사용하는 버튼이다. 하단의 버튼들을 살펴보면 가장 좌측의 버튼은 위상을 제어하는 버튼이며 그 옆의 6개의 인풋 선택 버튼이 있다. 주요 제품 사양은 아래와 같다.
제품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는 권장 브레이크 인 시간은 최초 구입후 25-50시간후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며 최대 300시간까지 지속적으로 개선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사용하던 제품을 제공 받았으므로 전원을 넣은 후 약 2시간 후부터 매일 2시간씩 정도 5일을 시청했다. 또한 마크 레빈슨에서는 계속 전원을 넣은 상태에서 기기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청평에 앞서 시청에 사용한 기기는 트랜스포트로 필자의 아캄 FMJ CD23 CDP를 사용하였으며 나머지 기기는 현재 사용하는 골드문트의 SRP 프리앰프와 SRM 모노블록 파워앰프, 그리고 B&W Signature 30 스피커이다. 그리고 케이블류는 360L과 함께 제공 받은 스튜디오용 코엑셜 디지털 케이블과 JPS의 디지털 기기용 파워코드 외에는 모두 XLO사의 제품으로 1.1 Signature 언발란스 인터코넥트 케이블과 Reference 5 스피커 케이블, Reference type 10a 파워코드를 사용하였다. 그 외에 BDR 레이싱 콘 Type 3과 4, 도우즈 띵 및 파워웨지 214p, 그리고 룸튜닝재로는 RPG Korea의 어퓨져와 오리지날 RPG의 디프렉탈 등이 있다.
Particia Barber와 기타, 베이스, 드럼의 트리오로 구성된 Cafe Blue(Blue Note)에서 다소 두텁고 어두운 듯한 음색인 Patricia Barber 보컬은 360L은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아캄의 FMJ CD23 CDP에 비해 색깔 농도가 좀더 진해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베이스는 아캄에 비해 좀더 적극적인 양감의 표현과 텐션이 좋았으며 드럼의 어택도 들어가고 나감이 명확해져 자연스럽게 스테이지를 넓혀주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고역의 경우 마크레빈슨 제품의 계보를 잇는 듯 아캄에 비해서 다소 어두운 느낌은 들지만 거슬리는 구석 없이 찰랑거리는 하이햇의 느낌을 사실감 있게 전달해 주었다.
Suzuki가 지휘한 Bach Cantata 21번과 31번(BIS)에서는 Monica Frimmer와 Peter Kooij를 비롯한 독창자들과 악기의 위치는 흔들림이 없었으며 합창의 울림은 깊었고 펼쳐짐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Herreweghe의 Bach 마태수난곡에서도 360L은 일급의 DAC의 사용하는 이유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곡 전체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연주와 합창 또는 솔로 아리아 사이의 여백의 미와 배경의 깨끗함이 돋보이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Murray Perahia의 바하 영국조곡(Sony)에서는 Perahia의 건반 자연스러우면서도 중후하게 그리고 타건이 좀더 강력하게 들렸으며 아캄에 비해 왼손을 사용한 저역이 좀더 명확하고 깊게 표현이 되었다. 다이내믹스의 표현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미 필자도 공연 티켓을 예매한 2월 3일 LG 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Reinhard Goebel과 Musica Antiqua Koln의 DG 4D 레코딩의 2000년도 발매 음반인 Telemann의 협주곡에서도 360L은 공간의 묘사와 악기의 음색의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많이 개선 되었지만 중저가의 디지털 기기의 약점인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표현이 좋아 곡을 듣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또한 2월 23일 역시 LG 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고악기 연주의 원조격인 Kuijken 형제들과 Gustav Leonhardt의 Telemann Paris사중주(Sony)에서는 다른 음반들에 비해 360L의 장점은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캄 FMJ CD23 CDP의 성능이 그 만큼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아캄의 경우 360L에 비해 긍적적인 면에서 조금 더 밝고 가벼운 음색을 들려주어 오히려 상쾌한 분위기를 전달해 주었다. 악기의 음색은 360L이 조금더 색채감이 있고 악기간의 공간 묘사도 우수하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이 음반에서 만큼은 두기기의 선택에서 호불호가 갈릴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음반전문지 그라마폰이 선정하는 지난해 올해의 음반상을 차지한 차기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한 말러의 “교향곡 제10번” (EMI)을 들어 보면 무대 앞의 현악기들과 중간의 관 악기, 뒤에 있는 타악기 군의 원근감과 함께 악기들이 좌우·앞뒤로 펼쳐짐이 일품이다.
마크 레빈슨 360L은 발매된지는 2년여 되었지만 각종 최신 기술을 갖추고 나름대로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아캄 FMJ CD23 CDP와는 역시 차별화된 소리를 들려주는 DAC라고 간단히 결론을 지을 수 있겠다. 마크 레빈슨 제품들이 가지는 전반적으로 다소 어두운 음색은 여전하지만 밝아서 오래 듣기 힘든 것 보다 장점이 될 수가 있고 또한 향후 포맷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디지털 소스의 포맷이 변경되는 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매우 유용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급기인 360SL에 비해 현 16bit/44.1kHz CD 포맷을 재생하는 것에 한해서는 Spec.상의 차이점이 미미하다고 볼 때 오히려 더 구매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가격이 적절한 트랜스포트를 갖추었을 때 아캄 FMJ CD23 보다도 4-5배가 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만약 2배만 된다면 바로 구입을 할 것이고 3배가 된다면 고민에 빠질 것 같다. 그리고 와디아처럼 디지털 볼륨이 장착이 되어 있다면 역시 구입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