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디스커버리 에센스 인터커넥트

hifinet 2002. 4. 18. 03:18

최윤욱(mc7270@hitel.net)

시작 전에

디스커버리 케이블과의 인연은 상당히 오래전 부터다.5-6년전에 하이파이넷의 필자인 현승석님의 추천으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이 필자와의 첫 인연이다. 밸런스 타입으로 1미터 짜리 디스커버리 시그너처를 주문 했는데 보름 후에 도착한 것은 1.5미터 짜리였다.1미터 값에 1.5미터 케이블을 받았으니 나름대로는 횡재를 한셈이다.붉은색의 플랙서블한 이 케이블은 한동안 머물다가 상대적으로 싸게 산만큼 좋은 값에 조춘원님에게 양도해 드렸다.떠나 보낸후 한동안 잊고 지내다 약 1년 전에 아파트로 입주 하면서 시스템을 새로 꾸미느라 분주하게 기기를 모으는 중에 장터에 1.5미터짜리 시그너처 케이블이 눈에 띠었다.흔치 않은 1.5미터 짜리이고 디스커버리 케이블이 국내에 많지 않은 걸 생각하면 내가 쓰던 케이블 일수도 있고 가격대비로 좋았던 케이블이어서 연락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쓰던 케이블이란다. 노정현님이 조춘원님에게서 양도 받은 것이란다.시스템을 꾸미는 중이라 1.5미터 짜리가 필요해서 좋은 값에 양도 받았다. 단 팔때는 노정현님에게 팔거나 시스템을 꾸미고 남는 다른 케이블을 좋은 값에 드리는 조건이 붙은 채로 말이다.

시스템을 꾸미고 남는 케이블을 정리할 때가 되고보니 노정현님은 시그너처 윗 모델인 플러스4를 구입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1.5짜리 시그너처 케이블은 장터를 통해 좋은 값에 모르는 어떤 분에게 팔았다. 그 뒤에 노정현님을 만났는데 시그너처 케이블 잘있냐고 묻길래 플러스4 샀다는 얘기 듣고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했더니 노정현님도 시그너처 생각하고 플러스4를 다른 사람에게 팔았단다. 노정현님과 시그너처는 빗겨가고 스쳐가는 기묘한 인연인것 같다. 아마도 노정현님은 플러스4의 상위 모델인 에센스 케이블과 인연을 맺어보라는 하늘의 계시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시작

DISCOVERY ESSENCE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져서 오히려 진부해진 느낌까지 든다. 던레비 같은 스피커 제작자는 케이블의 차이나 고가 케이블 무용론을 주장하고 케이블이 차이가 나는것은 앰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대세는 역시 케이블에 의한 음질차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어떤 이론이나 어떤 주장을 누가 하더라도 실제 시청에서 차이가 난다면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오랜 기간 사용해본 디스커버리의 시그너처 케이블은 물같이 자극이 없는 고역과 적당히 살집이 붙은 중역 그리고 다소 풍성하고 양이 충분한 저역을 특징으로 하는 케이블이다. 아쉬운 점은 중고역의 자극이 너무 없다 보니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올린의 경우 악기 자체의 음색과 광채를 무덤덤하게 재생해버리는 면이 있다. 저역의 양이 부족하고 너무 조여진 시스템의 경우에는 양도 늘어나고 느슨해져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여진 경우 보다는 느슨한 경우가 많기 마련인데 느슨한 시스템에서는 문제를 더 부각시켜 버리기도 한다. 에센스는 시그너처보다 두 단계 상위 모델인데 시그너처의 이런 단점들이 어느정도 개선되어 졌는지 궁금 했다.

사실 에센스는 6개월 전에 수중에 들어왔는데 봉투에 넣어서 잘둔다고 둔 것이 그만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찾아 보려고 두 세번을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다. 돈만 날렸다고 생각하고 잊고 지내다가 20여일 전에 우연히 찾았다. 잃어 버렸다가 찾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횡재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중고로 인터냇에서 450-500불 정도에 거래된다고 하니 인기가 한창인 카다스 골든크로스나 XLO 2.1,오디오퀘스트 다이아몬드 등과 비슷한 가격대다. 인터커넥트 케이블 중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가격대에 위치한 에센스가 유수한 케이블들에 비해서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궁금했다.에센스와 같이 밸런스 타입인 카다스 골든크로스와 프리와 파워 사이에 연결해서 비교 시청을 했다.

몸말

CARDAS GOLDEN CROSS

그뤼미오 연주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하이팅크/암스텔담 콘세르헤보,필립스.LP)을 들어보면 골든크로스에 비해서 바이올린 선율이 가늘게 묘사된다. 음상도 더 작아지고 위치도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잡힌다. 바이올린 음색은 화려함이 줄면서 소박하고 수수한 느낌을 준다. 배음이 상대적으로 약간 적어서 담백한 소리를 들려준다. 골든크로스에 비해서 약간 음색이 어둡긴 하지만 해상력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은 느낌이다. 보통 고역이 화사하고 밝으면 해상력이 좋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에센스의 경우 고역이 화사하지는 않지만 자세히 시청하면 골든크로스에서는 울림에 묻혀서 들리지 않던 악기 소리들이 들린다. 현란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바이올린 독주부분에서도 에센스가 좀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악기 음상이 위치하지 않는 빈공간도 에센스가 조금더 깨끗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주었다. 총주시 무대의 크기는 에센스가 좌우의 펼쳐짐이 조금 좁았고 앞뒤 깊이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골든 크로스에 비해서 무대 자체가 뒤로 물러나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깊은 곳에 무대를 형성했다. 바이올린의 경우 골든 크로스가 스피커 연결선 근처에서 음상을 형성하는데 비해 에센스는 뒤로 약간 물러선 위치에서 형성했다.

루빈슈타인 연주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라이너/시카고,RCA.LP)을 들어보면 골든 크로스는 무대의 좌우 크기가 크고 개방적이어서 호방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데 에센스는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단정한 여성같은 느낌이다. 골든크로스는 총주시에 무대 전체가 밀물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에센스는 더 뒤로 들어간 곳에 무대를 형성해서 총주시에도 스피커 연결선을 넘어 앞으로 물밀듯이 나오지 않는다. 피아노 음의 경우 골든크로스에 비해서 핵의 크기가 조금더 작아지고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핵의 표면도 조금더 매끄럽고 투명한 느낌을 주었고 위치도 좀더 정확하게 자리를 잡았다. 에센스가 골든크로스에 비해서 여운은 조금 적은 편이지만 더 낭낭하고 투명한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었다. 저음의 경우 골든 크로스가 상대적으로 울림이 풍부해서 약간 많은 듯하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저음의 질 즉 정확한 음정 표현이나 단단함은 에센스가 약간 나은듯 했다.

정태춘,박은옥의 “우리는"(지구,LP)를 들어보면 골든크로스는 보칼의 울림이 충분해서 구수한 가요 특유의 느낌을 잘 전해준다. 에센스는 다소 구수함이 줄고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이다. 기타 반주의 경우 골든 크로스에 비해서 에센스가 줄을 가늘고 정확하게 묘사해서 좀더 생생한 느낌을 준다. 에센스가 전체적으로 좀더 투명하고 정확한 이미지를 형성해서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다소 얌전하고 윤기가 덜한 편이어서 가요인 이곡에서는 골든크로스가 더 호소력있게 들렸다. 중역이 다소 가는 틸CS6에는 골든크로스가 에센스에 비해서 중역의 살집이 있는 편이라서 더 좋게 들리는듯 하다.편안하고 구수한 분위기의 올드팝이나 가요에서는 골든크로스가 더 좋게 들렸다.

마치면서

인터 커넥트 케이블 중에서 골든크로스 만큼 사랑을 받는 제품도 드물 것이다. 저역부터 고역까지 밸런스가 좋고 음색을 독특하게 만드는 착색도 적은 편이어서 필자도 레퍼런스로 사용하고 있다. 케이블을 평할때 골든크로스 보다 어떻다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만 봐도 골든크로스의 위치를 실감 할수 있다. 그러나 단점 없는 제품이 없듯이 골든크로스도 몇가지 단점을 지적 할 수 있다. 소리의 선이 굵은 편이고 음상도 작은 편이 아니다. 음상과 주위 배경과의 경계도 확실한 편은 아니다. 무대는 크고 개방적으로 그려내지만 음상이 다소 앞으로 나오고 음상이 크고 울림이 풍부하다 보니 총주시 음상들이 흔들려서 다소 산만하고 소란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에센스는 골든크로스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울림이 약간 적은 편이지만 필자의 판단에는 에센스가 더 중립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중역의 살집도 에센스가 더 보편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개방적이고 넓은 무대를 재현 하는 능력을 제외하면 에센스가 골든크로스에 밀리는 면이 별로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을 든다면 약간 어두운 음색인데 중립에서 살짝 빗겨간 느낌이다. 양궁 과녁에서 10점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맞힌 9점짜리 화살 같다. 따라서 시스템의 상황이나 기호의 문제로 선택해야 할 듯 하다. 무게중심도 에센스가 조금 더 낮아서 무대 전체가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재미난 점은 골든크로스의 음질 특징과 BAT의 5i프리앰프가 아주 비슷했고 에센스는 소닉프론티어의 라인3와 아주 유사했다. 디스커버리 시그너처와 비교한다면 시그너처가 가졌던 단점의 80% 이상을 개선한 케이블이라고 단언 할만하다.

중고가로 50만원 전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터커넥트 케이블 시장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춘 케이블임에 분명하다. 필자의 경우 중역이 다소 가는 틸6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골든크로스와 에센스 중에 하나를 팔아야 한다면 아마도 장고 끝에 골든크로스를 방출하지 않을까 한다."골든크로스를 방출시킬 수도 있는 케이블"이라는 말이 디스커버리 에센스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다.

시청 기기

  • 소스 기기 : VPI 에리어스 + 그라함2.0 모델2 + XLO3.1 + 벤츠마이크로 L0.4
  • 포노 앰프 :실바웰드 SWP550 + 코터mk2
  • 프리 앰프 : 소닉프론티어 라인3
  • 파워 앰프 : 크렐 FPB300
  • 스 피 커 : 틸 CS6
  • 인터커넥트 :노도스트SPM(소스-프리/RCA)
  • 카다스 골든크로스(프리-파워/XLR)
  • 스피커케이블 :너바나 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