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자작, 김치호 케이블 클리어, 은초롱
최윤욱(mc7270@hitel.net) 2003-05-19 12:57:56
<에필로그>
최근까지도 파워 케이블은 거의 막선 수준의 것들을 사용 해왔다. 파워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이제는 파워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거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기기간에도 음질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천부당 만부당 한 얘기겠지만 음질 차이가 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고 이것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보편화된 상식이 된지 오래다.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 막선을 써 왔냐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어쩌다 보니 거쳐간 파워케이블 중에 인상적이었던 JPS의 디지털 파워 코드도 팔아먹은 상태로 지내왔다. 이런 속에서도 파워인 크렐FPB300에 만큼은 리버맨 레퍼런스15SE를 사용했다. 이 파워의 단점인 부족한 저음의 양을 확보하기 위해서 였다. 이나마도 구매한 것이 아니고 리뷰 후에 리버맨 측의 배려로 장기 임대로 사용한 것이었다. 돌려 주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느끼던 중에 파워케이블을 대대적으로 공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파워케이블을 섭렵하게 되었다.
<몸 말>
우선 출발은 자작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지금은 세인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foobar라는 친구가 얘기한 랜선을 떠올렸다. foobar라는 친구의 지론은 스피커선은 킴버 8TC 면 훌륭하다. 그나마도 돈이 아깝다고 생각되면 랜선으로 자작하라는 것이다. 인터커넥트는 벨덴이면 전송에 전혀 문제없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케이블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 신조인 셈이다. 랜선의 구조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릿츠 구조로 되어 있다. 굵은 묶음 속에 수 가닥에서 수백가닥까지 각자 독립된 피복으로 싸여 있다. 릿츠 구조로 되어 있으면 표피효과를 최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 전송에 유리하다고 하겠다. 랜선 중에서도 선의 굵기가 각자 다르고 선재도 순 동선도 있고 주석 도금선도 있다. 일단 실험을 위해서 0.4m/m 순 동선과 0.3m/m 주석도금(coated)선을 청계천에서 구해왔다. 0.4m/m 동선은 400가닥짜리인데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400가닥을 다 사용 할 수가 없었다. 굽혀 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단자 작업도 불가능 했다. 작업 가능한 범위인 300가닥을 목표로 양쪽 끝의 피복을 벗겨내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이 말이 300 가닥이지 양쪽 다 할려면 무려 600가닥의 피복을 벗겨야 한다. 일단 좋은 스트립퍼를 구해야 작업이 쉬워진다. 벗기는 길이는 최소 4.5cm는 되어야 한다. 왜냐면 150 가닥이나 되는 단심선이 단자 접속구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일단 원통형의 슬리브로 심선 끝이 2cm 정도 나오게 압착한 후에 밖으로 나와 있는 2cm정도의 심선 중 일부를 잘라내서 단자 접속구에 들어갈 만큼의 심선만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슬리브 길이 2cm + 단자 접속구에 물리는 부분 2cm 정도는 되어야 여유가 있다. 필자도 처음에 2.5cm정도만 벗겼다가 전부 다시 벗기는 시행 착오를 범했다. 압착은 가능하면 전문 공구로 압착하는 것이 좋다.
쉴드망,300가닥 랜선 자작(니퍼) |
300가닥 중에 150 가닥씩 핫과 콜드로 나누어서 압착한 후 접속구에 접속하고 조인다. 어스는 쉴드망으로 핫과 콜드를 싸는 것이 좋은데 0.4m/m 300가닥을 쉴드망으로 단단히 조여서 싸면 거의 구부려지지가 않는다. 따라서 쉴드 망은 0.4m/m의 경우 200가닥 이하에서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랜선의 피복은 내압이 30V밖에 안되서 물리적 자극에 쉽게 손상이 된다. 300가닥 정도의 랜선에 쉴드망을 바로 쒸우면 구부릴때 쉴드망의 자극으로 랜선의 피복이 손상당해서 쇼트가 나는 것도 경험을 했다. 파워 케이블의 경우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핫과 콜드를 따로 따로 수축튜브로 처리해주는 것이 좋다. 수축 튜브로 처리할 경우 내압이 600V 정도라고 하니 충분히 안전한 규격이 된다. 수축 튜브로 처리할 경우 어스를 쉴드망으로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왜 어렵냐고 의문을 품는다면 한번 해보면 바로 이해 하게 된다. 가정용 수도관 정도의 굵은 선 두개를 쉴드망으로 싼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스는 굵은 단심선이나 테프론 선 같은 것으로 따로 처리한 후 맨 마지막을 익스팬더로 처리하면 된다. 200가닥 넘는 경우 주의할 사항은 접속구에 압착 후 단자와 전선을 글루건으로 접착 처리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작 후 굵은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서 휘면 휘는 힘에 의해서 접속구에서 전선이 빠져 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단자와 전선이 끈끈하게 접착되게 글루건을 사용해서 빈공간을 채운다. 이렇게 하면 동의 산화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파워케이블 자작시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대 앰프쪽 단자와 플러그 사이에 항상 일정하게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110V플러그(흔히 돼지코)는 핫과 콜드가 뒤바꾸지 않으므로 벽체 콘센트의 핫과 콜드를 알아내서 그것에 맞게 앰프쪽 단자가 접속 되었을 때 우측이 핫이 되게 연결해야 한다.(대부분의 앰프는 접속면이 앞으로 향할 때 우측이 핫이다.) 220V의 경우는 좌우가 바뀔 수 있지만 220V플러그 한면에 표시를 해서 항상 핫과 콜드가 뒤바뀌지 않도록 일정하게 접속을 해야 한다. 필자의 집은 콘센트를 앞에서 보았을때 우측이 핫이어서 플러그 위에 표시를 해서 우측에 항상 앰프쪽 단자의 핫이 접속되게 했다.
케이블의 특성을 논할 때 화두는 재질과 구조에 대한 것이다. 필자도 비교 실험을 위해서 앞서 얘기한데로 하나는 0.4m/m랜선(동) 200가닥으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0.3m/m랜선(주석도금 동) 256 가닥으로 만들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 플러그는 동일하게 매내캐스로 했다. 앰프에 접하는 IEC단자는 와트게이트(대만 복각)제품을 사용했다. 다른 것보다 위의 단자가 접속구가 상대적으로 크고 넓어서 그것을 선택했다. 접속구에 접촉 시킨 후에는 나사로 압착하는 방법을 취했다. 필자가 순수한 주석으로만 된 땜납, 은납 등을 가지고 있어서 압착 후 땜을 할 것도 고려 했으나 테스트를 해본 결과 중역대의 찰지고 탄탄한 느낌은 좋았으나 고역의 해상력이 죽으면서 약간 맹한 느낌으로 변해서 땜은 하지 않았다. 동선으로 만든 파워코드는 일단 저역의 양에서 기존의 막선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깊은 저역까지 나와서 무대가 전체적으로 아래로 내려온 느낌이다. 중역대는 소박하고 수수한 편이다. 고역은 너무 순하고 부드러워서 마치 맹물의 느낌이다. 대역 밸런스는 피라미드 형으로 낮은 중역부터 저역대가 양이 많아진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저역이 덜 나오고 고역이 다소 신경질적인 앰프에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고역의 음색을 변조 시키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가능성이 보였다. 이제 0.3m/m 256가닥의 주석 도금선을 연결해 보았다. 저역은 역시 동선의 그것에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막선에 비해서는 확연히 더 나온다. 중역대도 야위거나 그러지 않고 적당하게 나왔다. 다만 음색이 동선에 비해서 약간 밝은 쪽으로 달라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런 음색의 변화는 고역에서 확연히 느낄수 있었다. 약간 까실하면서도 그다지 자극적이지는 않은 음색의 변화다. 대역 밸런스는 동선 보다는 균형이 맞아서 좋았다. 무대가 좁고 고역이 답답한 시스템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 된다. 음색의 변화도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동선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김치호 클리어,은초롱 |
파워코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우연히 김치호 케이블 중에 킴버 PBJ처럼 꼬여있는 구조의 클리어 파워 케이블을 보게 되었다. 구조도 관심이 갔지만 선재도 색깔로 봐서는 은선으로 생각 되어서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집에 가져다가 연결을 해보니 앞서 언급한 동선이나 주석 도금 선에 비해서 무대의 크기나 저역의 양은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고역은 상당히 뻗침이 좋고 그러면서도 귀를 자극하지 않는 은선 특유의 울림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는 관심이 있으면 열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플러그 부분을 분해했다. 0.7m/m정도 굵기의 단심선이 중심에 하나가 있고 그 바깥을 6가닥이 회전 하면서 감싸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처음엔 은선으로 보이는데 실은 은선이 아니었다. 절단면의 중심부에 구릿빛의 동선이 보였다. 그런대 일반 은코팅선과는 다르게 은의 두께가 상당히 두꺼웠다. 면도칼로 한두번 긁어서는 동을 볼수 없을 정도로 굵게 덮여 있었다. 표피효과를 생각하면 전기는 사실상 은에서만 전송되고 있는 셈이다. 알고보니 보통 얇게 코팅한 선은 Silver coated copper이라고 하는데 비해 이렇듯 아주 두텁게 입힌 경우는 Silver covered copper이라고 한단다. 우리말로는 은복동선이라고 한다. 철탑 등을 통해 전송하는 고압 전력선의 경우 비슷한 구조의 동복강선이라는 것이 있는대 이는 수백미터를 늘어뜨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강도가 충분한 철선에다가 전기전송을 위해 동으로 두텁게 덧붙인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은 코팅선이나 주석 코팅선에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다.물리 화학적으로 은과 동 사이에 변화를 일으켜 전송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론도 있지만 이런 이론을 떠나서 시청 해보면 고역의 음색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부서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싸구려 미니콤포넌트를 큰 음량으로 틀었을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의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 이었다.(대부분 인터커넥트나 스피커 케이블을 통해서 경험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은복동선은 이런 현상이 거의 없고 순 은선이 가지는 느낌과 아주 흡사한 느낌을 주었다. 고역의 음색이 부서짐이 없이 쭈욱 뻗으면서도 귀를 별로 자극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얘기 했듯이 동선(랜선)에 비해 무대가 작고 저역의 양이 적다는 것이 문제였다. 은선 특유의 음색과 중고역의 개방성과 투명함은 역시 은이 답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 했다.
가능성을 보면 답을 찾아야 하는 성격인지라 클리어라는 케이블을 5개 분량의 선을 구매했다. 한가닥에 7개씩인 이 케이블을 10개를 구한 셈이다. 7가닥짜리 케이블을 면장갑 낀 손으로 일일이 풀었다. 표피효과를 최대로 하기 위해서 한가닥씩 다 풀어낸 후 테프론 피복을 입히기로 했다. 다 풀어내니 1.5미터 짜리 0.7m/m은복동선 70가닥이 생겼다. 이것을 내경 1.0m/m테프론에 일일이 끼워 넣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풀어내는대 만도 3시간 이상 걸렸고 풀어진 단심선이 꼬여 있던 관계로 느슨한 꽈배기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이걸 곧바르게 펴주는 작업을 해주어야만 한다. 그 다음 한가닥씩 테프론을 씌우는 작업을 하다보니 대략 15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다시 하라면 한다면 솔직히 사양하고 싶을 뿐이다. 오로지 음질 위해서 미친 짓도 마다하지 않는 매니아 기질이 아니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다. 테프론은 알려져 있다시피 현존 최고의 절연체로 내압이 수천 볼트에 이른다. 안전은 신경 꺼도 된다. 테프론 피복된 선에 안전을 문제 삼는다면 안전할 선이 거의 없을 것이다. 슬리브로 압착한 후 접속구에 넣고 조였다. 굵기가 그렇게 굵지는 않아서(랜선 300가닥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쉴드망으로 어스 처리 하고 익스팬더를 붙였다.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클리어 5개분의 케이블과 약 100미터에 이르는 테프론 피복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단순 노동이라 할지라도 15시간 정도의 노동은 참으로 괴롭고 힘든 과정이었다. 클리어의 단점이 작은 무대와 저역의 양이 적다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주 고급의 파워케이블이 되기에 손색이 없을 케이블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청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클리어에 비해서 확장된 저역과 넓은 무대를 보여주면서 고역의 화사한 음색은 그대로 내주었다.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 이었다. 제작자도 차마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시도해보지 않았던 터라 관심이 있었던지 음질평을 부탁했었다. 일단 상당한 수준의 파워케이블 임이 분명해서 아예 필자가 이름까지 명명을 했다. “은초롱"이라는 이름인데 고역이 맑고 초롱초롱하다는 뜻에 은이라는 재질을 사용한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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