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11-30 22:46:22
음악이라는 것은 참으로 미묘하여 한 순간의 차이로도 그 뉘앙스가 바뀐다. 음악을 전기신호에 담아서 재생하는 기기인 오디오 장치에 있어서도 각 장치 사이에 신호를 전달시키는 케이블에 따라서 오디오 재생음이 미묘하게 영향을 받는 현상이 존재한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 불의 세기, 프라이팬의 바닥 두께와 달궈진 정도 그리고 조리시간 등에 차이에 의해서 음식 맛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듯이 전기줄의 피복물질이나 전도체의 배열방식 단자 등의 조합으로 이뤄진 각각의 케이블이 가진 소리특성을 우리가 가진 민감한 청각기관을 통해서 구분하고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실버드라곤
1미터 35만원
사용 단자 WBT-0144
실버드라곤SE
1미터 45만원
사용 단자 WBT-0101
제품 설명
이 제품의 개발시기는 리버맨오디오를 개시한 1997년이며 현재까지 계속 현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솔더링 방법 등 세월이 경과하며 얻어진 노하우를 적용해서 최소한의 개량만 있었을 뿐 기본적인 사항은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개발에 사용되었던 검청 시스템은 마크레빈슨 39 CD플레이어와 마크레빈슨 23.5 파워앰프 그리고 리버맨 레퍼런스 스피커 스탠드 위에 얹힌 하베스 5/12A스피커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은선을 심선으로 하고 그 위에 알루미늄 차폐 쉴드를 이중으로 씌우고 그 위를 투명 수축튜브로 마무리했으며 그 덕분에 자유자재로 휘어지지 않는 편이므로 연결단자 뒤편으로 공간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제품의 컨셉
세상의 케이블을 굳이 둘로 가려야 한다면 모니터적인 성질이 강조된 것과 적극적으로 자신의 특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영상인 경우라면 개성이 강조된 케이블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그런 케이블은 모두 폐기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오디오인 경우에는 개성이 강조된 케이블이 용인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청각기관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소리 처리과정에서 주관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반영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소개되는 리버맨오디오의 실버드래곤 인터커넥터는 위의 분류방법 중에 후자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이와 같은 성질을 가진 대표적인 제품으로 너바나의 인터커넥트 케이블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제품들은 각자의 장기를 발휘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제품이 도저히 흉내내기 힘들만큼의 장점이 있지만 그대신 모니터 성향을 가진 케이블처럼 여러 장르의 음악 재생에 널리 사용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다시 말해서 너바나나 실버드래곤은 특정 장르의 음악 재생에 제한이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하며 사용자의 시스템 구성이 계속 변경중인 경우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사용자가 뚜렷이 감을 잡을 수 없게 해주기도 한다.
필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제품의 개발방향은 첫째로, 모니터적이라기 보다는 은선의 장점을 잘 살리는 쪽으로 맞춰졌다. 둘째로, 혹시 시스템에서 거슬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에 순화시켜서 들려주기 위해서 고역은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했다. 세번째로 캐패시턴스가 증가되어 재생음에 영향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금속쉴드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덜 자극적인 고역을 추구하며 뒷 배경은 조용하도록 하고 노이즈에 둔감하도록 했다.
들어보기
잘 만들어진 은선 재질의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화사롭게 피어나는 듯한 소리를 내주는 특징이 있는데 실버 드래곤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촉감이 매우 실키하고 곱게 느껴진다.
실텍이나 너바나 케이블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 보컬에서 마력을 발휘한다. 따뜻함과 피어나는 듯한 소리로 요약될 수 있겠으며 이네사 갈란테가 부른 성악곡에서는 피어나는 듯한 소리로 인해 물오른듯한 느낌을 주며 실제의 소리보다 한결 좋게 들린다. 최상의 컨디션에서 노래 불러준 것 같은 느낌이다. 상승음계에서는 소리가 쪽 뽑아져 올라가기는 하지만 예쁘게 공주풍으로 말아서 올라간다는 기분이 느낄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심하게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모음에 콧소리가 실려서 [여보세요]가 [요보쉐요]로 들린다는 느낌이다.
비욘디가 이끄는 비발디 4계를 재생할 때에는 다이나믹스 재생에서 그리 큰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또한 조 모렐로의 드럼곡을 들어보면 긴장감이 강조되지는 않았고 연주자들끼리 농을 걸며 즐기는 듯이 들린다. 물론 소리의 임팩트는 일급의 재생이 아니었지만 소리에 심한 왜곡이 들어갔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음량을 올려도 음이 눈에띄게 포화된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으며 음악 재생의 규모가 커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코플랜드작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에서는 다른 케이블에 비해서 직진성이나 위압감이 줄어든 소리다. 그렇지만 롤오프가 심하다고 느껴진다거나 특정 소리가 파묻힌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또 레스피기작 <시바의 여왕, 벨키스 조곡>을 들어봐도 정숙하고 단정한 느낌이 들며 피곤하게 거슬리는 소리는 발견하기 힘들었다.
이 제품을 사용할 때 주로 사용한 스피커 케이블은 킴버의 4TC와 8TC로 구성된 바이와이어링이었는데 고딕 인터커넥터를 사용할 때는 가감 없는 직설적인 소리 때문에 스피커 케이블의 존재감이 드러났지만 실버 드래곤을 사용하면 스피커케이블의 문제로 신경을 쓰이게 하지 않게 해줬으며, 자신의 시스템 문제를 찾아서 고치는 것이 피곤해질 때 아예 덮어버리는 것이 속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개성 있는 제품이라고 그동안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손색이 없는 수준의 제품튜닝이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이 제품이 사용되어서 손해 봤던 시스템이 하나 있었다.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 스텔로 인티앰프의 소리가 너무 화끈거린다는 느낌을 주길래 약간 듣기 좋게 해본답시고 고딕 인터커넥터 케이블 대신에 실버드래곤을 실험삼아 투입해 보았는데 결과는 아주 상극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로 봤을 때 이 제품은 소스와 앰프 사이에서 사용하는것 보다는 이보다는 약간 전류량의 규모가 작은 프리앰프와 파와앰프 사이에 사용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형? 스페셜 에디션?
스페셜 에디션은 단자를 WBT의 상급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기본형 모델이 답답한 듯한 들리는 경우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경로로 추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대신 자신의 개성은 다소 덤덤해지는 일이 있으므로 구입시에 두 제품간의 비교시청을 요청하거나 대여해 보는 것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사용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