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케이블간에 소리에 차이가 나는 이유 + 케이블에 따른 음질 변화
문한주(raker@hifinet.co.kr) 2003-01-04 00:33:03
외장형 DAC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디지털 케이블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계실터이다. 그 중에는 디지털 케이블간의 차이가 나지 않기를 내심 바라는 분들도 계실 줄로 알지만 그래도 대체로 디지털 케이블에서도 재생음의 차이가 난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
얼마나 어떻게 차이가 나느냐에 대해서 얘기하기에 앞서 한숨이 우선 나오게 되는데, 수많은 디지털 케이블 개수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 자신의 시스템에 잘 매칭이 되는 디지털 케이블을 골라 사용하면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아마도 디지털 케이블에서의 차이가 난다면 어떤 것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디지털 케이블을 교체하면 음질에 어떤 식으로 변화가 생기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래서 글의 첫 부분에는 우선 디지털 케이블 사이에 소리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개략적으로 설명하기로 하고, 그 다음에는 여러 개의 디지털 케이블을 동원하여 케이블에 따른 음질 변화를 확인해 보도록 한다.
디지털 케이블간에 소리가 다르게 나는 이유
첫째 이유는 임피던스 매칭여부, 둘째 이유는 고주파의 혼입이다.
디지털 오디오 신호 파형을 보면 방형파(square wave)로 이뤄져 있어서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의 전송 때 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신호 파형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취급한다면 신호에 왜곡이 생기며 소리 역시 왜곡될 수 있다.
디지털 오디오 신호는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보다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여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전송시키도록 규약이 마련되어 있다. 아날로그 오디오 케이블의 경우는 100kHz미만의 대역 신호를 전송하는 것을 위주로 생각하지만 디지털 오디오 케이블은 5MHz에서 수백 M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높은 주파수의 신호를 전송할 때에는 저주파에서는 무시될 수 있는 전기적인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므로 디지털 오디오 신호 전송 케이블은 아날로그 신호 전송 케이블과는 다른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디지털 오디오 신호 전송 케이블에서는 임피던스 매칭이 중요하다. 디지털 오디오용 신호는 75오옴으로 전송하도록 규약이 마련되어 있다.
케이블에서 임피던스 매칭을 정확하게 맞춰주면 디지털 파형은 이상적인 형태의 방형파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임피던스 매칭이 되지 않을 경우라면 디지털 오디오 신호의 일부가 반사된다. 반사되는 정량적인 정도는 간단한 수식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반사로 인한 신호의 정성적인 영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임피던스 매칭이 맞지 않았을 때의 디지털 파형을 보면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이상적인 방형파는 파형이 반듯해야 하지만 반사파가 혼입된 경우는 물결모양의 파형으로 변조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방형파가 일그러진 이유를 살펴보면, 방형파란 것이 단순한 파형의 여러가지 조합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복잡한 파형도 여러가지의 단순한 파형으로 분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수학자 Fourier의 증명을 역으로 응용한 것이 방형파이다) 여기에 반사파가 끼어들어 더해지면서 일부 주파수에 대항하는 진폭이 커지게 되어 방형파를 무너뜨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직각의 모양을 갖춰야 하는 모서리가 이렇듯 물결모양으로 뭉그러지게 되면 정밀하지 않고 fuzzy하게 된다. 이렇듯 완벽하지 않은 모호한 파형을 근거로 해서 디지털 오디오 데이터를 재구성하다보면 시간축의 왜곡(지터)이 생기게 된다.
또한 방형파는 고차의 하모닉스를 포함하고 있게 마련이다. 케이블의 쉴드가 부실해서 고주파 잡음이 혼입하게 되는 경우에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방형파형을 망가뜨리게 되며 지터가 발생하게 된다.
이상적인 디지털 케이블
이렇게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대처하는 방법도 나올 법 하다.
앞에서는 디지털 케이블이 복잡 미묘한 신호를 다루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상적인 디지털 오디오 신호 전송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케이블은 아날로그 케이블보다 복잡한 엔지니어링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임피던스 매칭을 위해서는 올바른 임피던스 특성을 가지는 선재와 단자의 선택 그리고 올바른 터미네이션 방법의 조합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단자의 경우 임피던스 매칭을 위해서는 첫째도 사이즈 둘째도 사이즈가 중요하다. 특수하게 맞춤된 사이즈의 단자를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맞지 않으면 임피던스 매칭이 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호화로운 고급 단자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아날로그 신호 전송용 단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임피던스 매칭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75오옴으로 맞춤 제작된 RCA나 BNC단자를 사용해야 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디지털 케이블은 일반적인 오디오케이블과 달리 사용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
이 경우 표피효과나 쉴딩에 따라서 전송효과가 감소되기도 한다. 그런데 쉴딩을 높이다 보면 캐패시턴스가 증가되기도 하며 이런 경우에는 노이즈가 주파수 밴드에 따라 투과및 차폐되는 분포가 고르지 않게 되는 수도 있다. 쉴딩은 증가시키되 캐패시턴스를 줄여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각 디지털 케이블의 음질 특성
디지털 케이블의 기본형이라고 볼 수 있는 카나레 동축케이블을 위시해서 성능의 향상을 노린 두 제품을 동원해서 음질 특성을 비교했다.
사용한 곡은 레스피기 작곡의 로마의 소나무, 벨키스 조곡외 여러 곡이었다.
카나레 디지털 케이블은 75옴으로 설계된 전용단자를 사용하여 전용공구로 터미네이션이 된 것이어서 성능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다만 상급의 디지털 케이블에 비하자면 약간은 덜 정돈된 듯한 인상을 주며 그대신 릴랙스하게 느껴지며 저역의 양은 꽤 많게 느껴지는 편이다. 전체를 인상 짓는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풍성한 느낌이 든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에 비한다면 Bettercable.com의 Serpent 디지털 케이블은 방치되어 있는 소리들을 질서를 잡아 약간 조여놓아서 산만함은 사라진듯한 느낌이다. 소리의 끝은 단정하며 늘어짐이 없이 빠르게 사그러지는 등 여운은 많지 편이다. 전체적으로는 카나레 디지털 케이블에 비하면 모범생 스타일이며 고급스러운 소리같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렇지만 매칭된 기기의 특성에 따라 오랫동안 듣고 있기에는 온기가 느껴지는 소리가 아쉬울 수도 있다.
고딕 디지털 케이블은 디지털 케이블의 전송이론을 성실하게 준수하지 않고 청감만 가지고 제품설계를 한 돈키호테식 접근방법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결과는 좋은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오디오 전송을 위해 설계된 단자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선재의 쉴딩 능력이 비교에 사용된 다른 케이블에 비해서 특성이 뛰어나서인 듯 하다.
카나레 디지털 케이블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여유로움과 Serpent 디지털 케이블이 가지고 있는 정갈하고 담백한 특징이 잘 어우러지면서 중역이 좀 더 살집이 있고 포근하게 들려서 친근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었다.
맺음말
디지털 케이블을 이상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금방 모순된 상황에 맞닿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계자의 식견에 따라 어느 정도 타협한 소리를 내주게 마련이다. 제품 비교시에 이왕이면 레퍼런스급으로 알려져 있는 일루미나티 D-60이라거나 Kimber AGDL같은 제품들과 비교되었다면 좀 더 영양가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특정 제품에 대한 자세한 리뷰로서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디지털 케이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사용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