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20 16:35:10
서 론
이번 기회에는 리비도 인티 앰프, 스카이라인 프리앰프 등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한 제품들을 내어놓아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음질을 듣고자하는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리사이의 새로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레인보우를 시청하게 되었다. 이 레인보우 인티 앰프는 시제품 단계에서부터 동호인들을 대상으로한 여러 차례의 시청회를 통해 그 성능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럼 이 앰프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진에서 보듯이 외양이나 패널의 마무리 상태는 상당히 양호하다. 앞 패널은 10mm의 두랄루민 재질로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다. 물결 무늬는 없지만 어떻게 보면 제프롤랜드의 콘센트라 앰프를 떠올리게 되는데 어쨌든 겉모습이 심플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또 큼지막한 손잡이라든지 부드러운 조작감까지 겉으로 보기에 가격 이상의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다만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창이 단지 선택된 소스를 LED로만 표시해준다는 것은 조금 석연치 않았다. 물론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소화가능한 제작 수량이나 여러 제작 여건을 볼 때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완성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이 부분은 추후에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품의 중량은 16kg으로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이지만 설명서에 표시된 제품의 특성을 보면 놀랍게도 300W 출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프리앰프에 사용된 IC의 위상반전 신호를 이용해 두 쌍의 파워 앰프 블록을 BTL 접속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제작자는 설명하고 있다.
시청평
시청 제품은 어느 정도 길들이기가 완료된 상태였다. 시청 기기로는 오디오 피직 비르고 스피커와 덴온의 1650AR 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또 시청 기간 중에 김종우 필자님과 이영일 필자님을 모시고 같은 시스템에 비슷한 가격대의 프라이메어 A20.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프라임 오디오 프롤로그 200i를 수 십여 차례 바꾸어 연결하면서 철저히 비교해보기도 하였다. 설명서의 내용에 따르면 앰프의 케이스를 열고 딥 스위치를 조정하면 고 저음의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기본 세팅으로만 시청했음을 양해 구하고자 한다.
우선 Leila Josefowiz의 For The end of Time(Philips 456-571-2)부터 시청해 보았다. 바이올린의 음색이 부드럽고 두터우면서도 고역이 열려있는 느낌을 주었다. TR앰프에서 흔히 느껴지는 거칠음이나 왜곡이 매우 적었으며 홀의 잔향 같은 섬세한 소리도 웬만큼 잘 재현해 주고 있었다. 일단 고역대의 음색에 있어서는 수준급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이올린의 음색에서 모래 같은 질감, 철사줄 긁는 듯한 심한 왜곡이 들리면 매우 엄격한 비평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레인보우 인티 앰프는 나긋나긋한 질감이라든지 깨끗하고 투명한 소리를 내어주지는 못했으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다른 특성이 조금씩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제품을 평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같은 음반에서 피아노 소리의 경우 저역대가 다소 펑퍼짐하고 느슨하게 표현되어서 아쉬움을 주었다. 원래 피아노의 저역은 홀에서 들었을 때 정확한 실체를 가진 또렷한 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필자가 아쉬웠던 부분은 오히려 섬세한 강약 변화를 레인보우가 잘 살려주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Evgeny Kissin의 Chaconne 음반(RCA 09026 68911 2)에서도 고역대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음색은 좋았지만 거시적이나 미시적인 부분 모두에서 이러한 강약의 대조를 욕심만큼 잘 살려주지는 못했다. 장덕수 DS-140이나 소닉크래프트의 ESPY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물론 레인보우 앰프는 이들 보다는 더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느껴졌다.
Fabio Biondi와 Europa Galante의 Vivaldi 사계(Opus111) 녹음에서는 전체적으로 소리가 감상자 앞으로 당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밝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운 음색은 여전히 좋았다. 그렇지만 역시 저역이 부풀고 다소 느슨하여 총주에서는 중저역대의 소리가 혼잡해지면서 소리가 똑똑히 들리지 않고 심지어 솔로 바이올린의 크기가 확대되면서 합주 악기에 묻혀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Eagles의 “Hell Freezes Over"(GEFD-24725)에서 드럼의 소리가 정확하게 제동되지 않고 음이 늘어지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또 베이스 기타의 소리는 부풀고 약간 느슨해진 듯한 인상이어서 음악의 리듬감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했다. 중고역대의 밸런스는 플랫하다고 생각되지만 저역의 밸런스에 있어서는 필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또는 현대 하이엔드 제품의 경향에서 다소 이탈하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저역대가 풍성한 앰프로는 지난 번에 리뷰한 바 있는 소닉크래프트의 ESPY와 록산의 Caspian 정도를 들 수 있다. 만일 음장의 원근감이나 이미징 부분만 양호했다면 록산의 Caspian보다는 확실히 더 좋은 앰프가 되었을 것 같다.
Pierre Boulez가 Chicago Symphony Orchestra를 지휘한 Mahler의 No.1 Symphony(459 610-2)에서도 오케스트라 총주시 저역의 양감은 상당히 풍부한데 비해서 무게감이나 어택은 대조적으로 상당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는 표시된 300W 출력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외인데 아무리 BTL 접속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60킬로그램이 넘는 300W 앰프들과 비슷한 출력을 기대하면 곤란하다고 본다. 볼륨을 올려보면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에 비해서 상당히 큰 음량을 얻을 수 있는데 작은 소리까지 모두 커져버리는 느낌을 얻었다. 예전 프롤로그 200i 시청기에서 크렐 300i앰프에 비해 다소 저역의 명료함이나 슬램이 덜하다고 했는데 프롤로그 200i와의 비교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약점이 느껴졌다.
결 론
수 년전 프라이메어나 크렐 인티 앰프가 나왔을 때에 인티 앰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었는데 이후 좀더 저렴한 인티 앰프들에서도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어 가고 있으며 밸런스라든지 음색면에서는 크게 탓하기 힘들 정도로 괜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소리사이의 레인보우 인티의 경우도 중고역대의 음색 질감이나 밸런스 면에서는 대단히 우수한 편이며 음악을 거슬림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뉴에이지나 크로스 오버 계통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풍성하고 편안한 소리로 공간을 채워 놓기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앰프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시스템에서 다른 비교 대상 앰프에 비해 돋보이는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러한 소리를 더 마음에 들어하실 애호가도 있을 듯 하다.
시청에 사용한 기기
CD Player
Denon 1650AR
Loudspeaker
오디오 피직 비르고
Interconnect Cable
JPS Labs 수퍼 컨덕터
Loudspeaker cable
XLO 울트라 6
Power Cords
시너지스틱 리서치 AC 레퍼런스 마스터 커플러, JPS Labs Digital Cords
Accessory
삼양전기 울트라 파워 멀티탭, RPG 디프랙털, RPG 베이스 트랩, 업퓨저, BDR 피라미드 콘, 도우즈 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