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욱(mc7270@hitel.net) 2002-06-20 16:22:26
에스피(ESPY) 인티 앰프를 발표한 소닉크래프트(Sonic Craft)에서 플래그쉽 모델로 대출력 파워 앰프인 POWER M2000이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우선 외관이 마크레빈슨의 33앰프를 연상 시키는 구조로 스탠딩 형으로 되어 있다. 모노블럭으로 앰프 좌우에 알미늄제 스파이크를 채용해서 좌우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게 되어있다. 마크 33과 같이 큼직한 방열판이 뒤에 세로로 위치하고 있다. 스피커 단자는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게 2조 구비되어 있으며 바나나와 말굽 단자를 모두 조여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입력은 언밸런스/밸런스 가능하며 선택은 토글 스위치로 선택하면 된다. 내부에는 하단에 몰딩한 대형 트랜스가 2개 자리잡고 있다. +전압과 -전압을 각각 공급하게 된다.한 채널에 두개의 트랜스가 투입된 셈이다. 파워앰프에서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충실한 전원부 구성인데 이정도면 트랜스는 충분하다고 할 만하다. 제작자의 설명에 의하면 초단과 드라이브단은 순 A급으로 설계했고 출력단은 산켄제 바이폴라 TR을 사용해서 AB급 구성을 했다고 한다.음에 컬러가 배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커플링 콘센서를 사용하지 않은 DC구성을 했다. 스피커로부터의 역기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출력단에는 전혀 피드백을 걸지 않았다.
맨 처음 연결하고 나서 들은 음은 뻑뻑하고 갑갑했다. 필자가 사용 중인 크렐FPB300은 길이 충분히 들어서 자연스러우면서 유려한 리듬으로 쉽게 쉽게 소리를 내주는데 반해 M2000은 아침에 막 일어나서 목이 덜 풀린 가수가 노래 부르는 것처럼 갑갑한 느낌을 주었다. 3시간정도 열심히 듣고 첫날 시청을 끝냈다. 이튿날에는 M2000을 두 시간정도 음악을 들으면서 충분히 달군 상태로 막 전원을 넣은 크렐과 비교했다.상대적으로 길이 덜든 M2000의 불리한 조건을 배려하고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 였다. 전날 보다는 그 차이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유연함에서 차이가 났다. 둘째 날 시청을 마치고 낮은 볼륨으로 밤새도록 틀어 놓고 잤다. 삼일째도 전날과 같이 M2000을 두 시간 정도 달군 후에 막 전원을 넣은 크렐과 비교를 했다. 둘째 날보다는 좀더 유연해진 소리를 들려주어서 거의 비슷한 수준의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크렐이 달구어지자 둘 사이에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M2000의 음이 저역은 선이 가늘면서 울림이 적고 타이트하게 조여져 있고 고역은 음색이 중립적이긴 하지만 부드럽고 유연함이 약간 부족했다. 저역이야 선이 가늘어도 타이트하게 조여져 있으니 좋지만 고역의 뉘앙스는 다소 부족해서 이것을 어떻게 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앰프를 받치고 있는 4개의 스파이크에 눈이 갔다. 마루바닥이 상할 것을 우려해 마루 위에 돌판을 깔고 그 위에 앰프가 스파이크에 의해 지지되어 있었다. 단단한 돌판에 알미늄의 스파이크가 받쳐저 있는 구조가 음을 전체적으로 타이트하게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미치면 바로 실행하는게 오디오쟁이의 습성인바 40킬로그램이나 되는 앰프를 들고 돌 판과 스파이크 사이에 잡지 책을 끼워 넣고 바로 시청을 해보았다. 돌 판과 스파이크 사이에 잡지 책을 끼운 음은 타이트하게 조여진 것이 약간 느슨해지면서 저역의 울림이 좀더 나와서 자연스러워졌다. 고역에서도 가늘고 밋밋한 음색에 윤기가 조금더 붙었다.크렐의 음에 조금더 가까와 졌다.다소 조여진 음이 잡지를 받침으로 하여 살집이 붙고 여운이 조금 더 나오면서 온기가 있는 음으로 변했다. 스파이크와 돌 판의 결합이 앰프의 진동을 전체적으로는 줄여주었겠지만 앰프의 진동이라는 것이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금속제 스파이크 냄새가 소리에 배어날 수 밖에 없다. 다소 조여진 느낌을 주는 M2000에는 단단한 돌 판의 사용보다는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종이나 나무 같은 재질의 사용이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 같다.
캐롤 키드의 “홴 아이 드림"을 들어보면 가수의 위치가 정확하게 잡히면서 음상도 작게 표현된다. 가수 위치도 크렐이 스피커 연결선에 있는대 반해 약간 뒤로 들어가 위치한다. 기타 반주의 경우도 흔히 울림이 넘치게 되기 쉬운데 아주 단정하고 타이트하게 묘사된다. 캐롤키드의 목소리는 기름기가 빠져서 담백하고 깔끔하게 묘사된다. 크렐이 촉촉함이 느껴지는 쿠키라고 한다면 M2000은 바삭한 느낌을 주는 비스킷 같은 느낌을 준다. 상큼하고 단정한 느낌은 나름대로 좋은데 다소 여유와 울림이 더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무터 연주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을 들어보면 총주시 흔들림이 별로 없고 악기 위치도 안정감 있게 묘사된다. 저역 악기의 이미지가 작고 타이트해서 번짐이나 음상의 겹쳐짐 역시 거의 없었다. 다만 바이올린 독주의 경우 바이올린 특유의 윤기와 광채를 표현 하기에는 다소 고역의 음색이 얌전하고 소극적이다. 무대는 크렐보다 좌우 폭이 약간 좁으나 깊이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크렐이 무대의 좌우 폭이 큰 것은 음상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일 것이다. 크렐이 무대가 약간 앞에 위치하는 반면에 M2000은 스피커 연결선 뒤로 위치했다. 무게중심은 초 저역의 양이 조금 더 많은 크렐이 약간 더 무거웠다. 장사익의 “꽃"을 들어보면 저역 피아노 소리는 핵이 단단하고 울림이 적게 묘사되서 아주 사실적이었다. 다만 고역에서는 장사익 특유의 내지르는 창법에서 나타나는 열기가 덜 전달되었다. 다소 이지적이고 이성적인 느낌이 나는 장사익이 된 것 같다. 크렐이 열정적이고 호소력이 강하다고 한다면 M2000은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적인 느낌을 주어서 호소력이 덜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출력 더 큰 크렐이 좀더 여유있게 처리했다.
전체적으로 들어본 M2000의 소리는 구형 마크레빈슨 앰프를 연상 시키는 소리를 들려 주었다. 실제로 제작자에게 문의 하니 마크23.5와 첼로 듀엣 350을 레퍼런스로 개발했다고 한다. 필자 생각으로는 첼로의 음보다는 구형 마크의 음에 가까운 소리라고 판단된다. 크렐과는 가격으로도 40% 수준이고 출력도 200W로 적은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전을 했다고 생각된다. 고역의 음색만 가다듬는다면 수준급의 앰프가 될 것 같다. 두 시간을 열심히 들어도 미적지근한 정도의 열밖에 안나고 저음이 조여져 있고 음색에 호소력이 적고 담백한 것을 감안해보면 출력단 구성이 B급에 가까운 AB급 구성인 것 같다. 앰프의 음색이야 제작자의 고유 권한이지만 필자가 튜닝한다면 방열판의 여유가 충분하므로 윤기가 있고 호소력이 있는 좀 더 적극적인 소리로 튜닝할 것 같다.
후 기
위와 같은 리뷰를 한 후 소닉크래프트에 내용을 전달했는데 박찬호 사장이 리뷰 내용을 참고해서 새롭게 튜닝을 했다. 리뷰 중간에 박찬호 사장이 필자의 집을 방문하여 같이 시청을 하는 기회도 가졌는데 이때 느낀바도 참고하여 튜닝을 했다고 한다. 새롭게 튜닝된 제품을 다시 들어볼 기회를 박찬호 사장이 마련해서 다시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 물론 두번째 시청에 박찬호 사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방열판의 열이다. 몇 시간을 틀어도 미지근도 안하던 열이 2시간정도 지나면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크렐 보다는 덜하지만 열이 적당히 나는 앰프로 변모했다. 음질도 상당히 많이 변모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저역이 타이트하게 조여져만 있었던 것이 약간 풀리면서 저역의 양이 늘어났다. 양감의 증대와 함께 살집도 붙고 탄력도 배가되었다. 중역도 선이 가늘면서 뒤로 들어가는 얌전한 스타일에서 살집이 좀 붙으면서 약간 덜 얌전해 졌다. 고역의 경우 선이 가늘면서 약간 메마르고 딱딱한 느낌을 주었는데 윤기가 배가되고 배음이 좀더 나오게 바뀌었다. 예전 모델과 크렐 FPB300의 차이가 100이라면 새로 튜닝된 모델은 60이상 좋아졌다. 뉘앙스와 자연스러움, 무대 좌우 폭의 크기에서 약간 차이가 나는 정도였다. 좀 더 나은 제품으로 거듭난 것을 축하하면서 간단한 추가 리뷰의 글을 마친다. 참고로 추가 리뷰에서는 필자의 프리가 BAT-5i에서 소닉 프론티어즈 라인3로 바뀌었음을 밝힌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