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기기를 수납하는 랙(rack)이고 그 다음으로는 이번에 소개하는 심포지엄의 롤러블록과 같은 진동 차단 액세서리(vibration-isolation)를 들 수 있다. 진동 차단 액세서리는 전문적인 오디오 랙과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다. 즉 오디오 기기에 대한 진동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진동 차단 장치들은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오디오 랙과 연계하여 사용할 수도있다. 이런 제품의 효시가 된 제품은 스티브 매코맥(Steve McCormack)이 고안한 팁토(toptoe)였는데 처음 소개되었을 때에는 사람들로부터 조롱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와 같은 유사 제품들은 고급 음악 재생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제품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오디오 기기의 안과 밖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기에 영향을 주며 그 효과는 거의 부정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진동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법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스파이크나 콘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장치들은 지지면의 면적을 축소시켜 단위 면적 당 압력을 크게 높임으로써 흔들림 없는 견고한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소보탄 같은 부드러운 재질의 완충재를 사용하여 외부의 진동이 기기에 전달되는 것을 줄여주는 방법이 취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재질이 진동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더 좋지 못한 패턴으로 방출하여 음질을 오히려 저하시키는 경우도 있다.
심포지엄의 롤러 블록은 콘과 마찬가지로 지지면의 면적을 축소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거울면처럼 잘 가공된 역 구면 받침 위에 베어링을 올려놓고 다시 그 위에 기기를 올려 놓는 것이다. 베어링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콘 못지 않게 기기와의 접촉면적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기기가 수평방향으로 진동하는 경우에 기존의 콘이 별 다른 역할을 할 수 없는 반면 롤러 블록은 베어링이 구르면서 진동 에너지를 축적시키지 않고 열 에너지로 변환하여 해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접촉면이 구면이므로 원 위치로 베어링이 돌아가려는 복원력을 갖는 것도 특징이다. 롤러 블록 위에 기기를 둔 상태에서 약간 건드려 보면 적당히 흔들리다가 곧 멈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심포지엄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필자 역시 건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실제 지진의 경우 진행 방향으로 진동하는 종파(P파)에 비해서 수직으로 진동하는 횡파(S파)가 훨씬 위력적이고 피해를 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방식의 유효성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Symposium Roller Block
롤러 블록은 액세서리로서는 드물게 나무 상자에 베어링과 받침이 별도로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꺼낼 때 베어링을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지문이 묻는 경우에는 베어링이 움직이는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받침은 검은 색으로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 재질이며 아랫 부분에는 스폰지 재질로 채워져 있다. 이런 류의 액세서리의 장점 중에 하나는 설치가 매우 간단하고 조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적당한 위치를 잡아서 기기 밑에 받치고 그 효과만 즐기면 그만이다. 진동 제어 액세서리는 대개 시스템의 상류 부분 CDP나 프리앰프에서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현재 저렴한 DVDP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DVDP 밑에 시험했다. 오래 전부터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의 피라미드 콘을 사용했으며 트랜스포트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롤러 블록은 매우 뛰어난 음질 개선 효과를 들려주었다. 오랫동안 써온 피라미드 콘도 굉장히 좋은 액세서리라고 생각해 왔지만 롤러 블록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갖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소리가 전반적으로 매우 세련되고 매끄러워졌다는 점이다. 이는 밸런스나 다이내믹스 측면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소리가 특정 대역이나 음량에서 갑자기 건너뛰는 듯한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또 음장의 투명도도 공기감(airy)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만큼 향상되었다. 중간 저역대의 응답은 다소 억제되는 반면에 깊은 저역의 무게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디테일의 표현이었는데 특히 심벌에 브러시를 사용했을 때 전에 필자의 시스템에서 잘 느껴지지 않던 솔의 가닥이 보이는 듯한 느낌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다른 필자 분들과도 이야기 해봤지만 액세서리나 케이블 교체로서 이 정도의 음질 개선 효과를 체험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딜리어스 컨버터의 디지털 필터를 4번으로 선택하고 들었을 때(다소 저역의 응답이 강화된다)는 트랜스포트를 굳이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도 만족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격이 상당히 비싼 것이 고민거리이기는 하지만 예산에 여유 있는 분들이라면 아깝지 않게 투자할 수 있는 제품임에 분명하다.
오디오 액세서리의 종류가 대단히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오디오 애호가들이 시스템의 최대 성능을 짜내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액세서리는 시스템의 성능을 더 좋게 해줄 뿐 아니라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그렇지만 어떤 액세서리들은 소리를 개선해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시스템의 음악적 성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효과의 정도는 시스템이나 사용자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로 국내 모 잡지의 리뷰에서 수 일간 시청에도 불구하고 롤러 블록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다. 필자는 롤러 블록의 효과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고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혹시 다른 분들이 다른 결과를 체험하더라도 절대로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롤러 블록을 포함해서 액세서리를 구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여러분의 시스템에서 먼저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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