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현(evaa@hitel.net) 2002-07-20 15:22:09
프라이메어는 90년대 말에 301이라는 인티앰프로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그때만해도 인티앰프가 300만원을 넘는다는 것이 화제가 될 정도로 고급사양의 인티앰프가 드물었고 부드럽고 윤기있는 프라이메어 301의 음색과 고급스러운 섀시 및 디자인은 애호가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2000년대 들어서 프라이메어는 A**.1이라는 새로운 앰프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이번에 리뷰할 A30.1은 새로은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이다. 현재 생산되는 제품은 A30.1 mk2로 이번에 리뷰한 제품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라고 한다.
|
A 30.1
|
디자인 및 사양
A30.1은 전작 301에 비해 출력이 높아졌다. 8옴에서 100와트 4옴에서 180와트로 301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구동력의 문제가 상당히 개선되었다. 듀얼 모노 구성으로 채널당 300VA 용량의 트랜스가 별도로 전원을 공급해 주며 밸런스 입력 및 프리출력을 지원한다. 전 기능 리모트 컨트롤 지원되며 프로세서 바이패스 기능을 갖추어 멀티채널로의 확장도 용이하도록 했다. 리모콘은 필립스 계열의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CDP와 호환이 되고 적당한 크기로 사용이 편리하다. 밸런스 입력을 지원하는 인티앰프들은 심심챦게 접할 수 있지만 밸런스 프리아웃을 갖춘 앰프는 드물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의아한 부분은 테이프 모니터 기능이 없다는 점. 섀시 디자인은 301의 그것에 LED 창을 추가해서 볼륨상태를 확인하기 쉽게 되어 있다. 전작 301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마무리의 섀시는 사용자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줄만하며 전면 3개의 놉은 조작감이 매우 뛰어나서 가끔씩은 리모콘을 멀리해도 좋을만하다. 특히 임펄스 제너레이션(impulse generation) 방식의 볼륨은 매우 정확하게 1dB씩 어테뉴에이션(attenuation)되며 놉의 조작감은 비싼 제품은 이런 세세한 면에서도 틀리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개의 트랜스를 사용하지만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이고 일반적인 AB급 앰프들에 비해 열이 좀 많은 편이지만 방안의 온도를 변화시킬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디자인, 사양, 사용자 편의성 및 쾌적함에서 지적할만한 단점이 없는 제품이다. 300만원정도의 가격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는 플리니어스 8200과 같은 제품도 있지만 음질 외의 요소를 비교할 때 8200은 확실히 비싸다는 느낌을 준다.
세팅
이 제품의 리뷰기간동안 필자의 집에는 샤프의 1비트 디지털 컴퍼넌트 시스템인 SD-NX10과 Cairn의 Fog 2.0 CDP, 4808NF 앰프등이 있었다. 스피커는 필자의 노틸러스 804 외에 트라이앵글 유니버스 라인의 자이스(Zays 222)를 사용했는데 두 스피커 모두 앰프의 특별한 구동력을 필요로하는 모델들은 아니어서 이 앰프가 어려운 부하에서 충분히 제 성능을 내어주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두 스피커에서 공통적으로 매우 큰소리로 재생할 때에도 변함없이 차분하고 안정된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특별히 까다로운 스피커만 아니라면 구동력에서 문제될 부분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기기들과 레벨 매칭을 한 1:1 비교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기기들과 비교했을 때 세세한 부분이 어떻다는 언급은 하기 힘들고 며칠씩 각 기기들을 번갈아 가면서 아주 크게 들어보고 또 작게 들어보고 여러 음반을 들어보면서 느낀 인상만을 간략히 적을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스피커 케이블과 인터커넥터는 카나레의 스타쿼드 제품을 사용하였고 스피커와는 바이와이어링으로 연결하였다.
음질
이 제품의 전반적인 인상은 아주 특별한 장점이나 단점이 없다는 것인데 필자가 전작 301에서 받았던 인상을 자꾸 떠올려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제품이 들어오기 며칠전까지 필자의 집에 있었던 유니슨 리서치의 유니코 I가 매우 재빠른 응답을 보여주었던 것이 반해 이 제품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인상을 받게 되었는데 아마도 유니코 I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후에 들어온 제품들과 비교해 보면 반응이 느리다든지 하는 제품은 아니다. 다만 이 앰프의 가격을 고려할 때 순간순간 변하는 다이내믹스의 변화 폭이 그리 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가 연주한 비발디의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Virgin Veritas)중 5번 협주곡(E flat “La Tempesta Di Mare"/RV 253)중 1악장같은 곡을 들어보면 비욘디 특유의 순간적인 임팩트가 살아난다기 보다 다소 느긋하게 연주하는 듯이 느껴졌다. 이 부분은 전반적으로 이제품이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워서 고역이 아주 리니어하게 뻗어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스펙만으로 따져보면 이 제품은 2Hz에서 100kHz까지 아주 넓은 대역의 응답특성을 보여주지만 실재로 위에서 언급한 두 종류의 스피커와 연결했을 때 고역이 아주 활짝 열려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보통 이런 넓은 응답대역을 가지는 제품들의 설계의도는 가청대역 내의 트랜지언트 특성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프러이메어 30.1의 경우 고역의 트랜지언트나 스피드가 유난히 뛰어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리뷰가 끝날 때까지 초고역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다만 이부분이 이 앰프의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이유는 뭉뚝하고 생생하지 못한 고역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중고역의 디테일은 충분히 살아나며 특이한 착색같은 것도 찾기 힘들었다. 이 제품의 전반적인 인상처럼 특이한 매력을 가졌다기 보다는 특별한 단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이다. 아마 이런 제품을 두고 모범생 같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전체적인 해상도 면에서도 이 제품은 특별히 무엇이 안들린다든지 혹은 잘 들리는 것처럼 하기 위해 중고역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정도 가격의 앰프가 특별히 무엇이 안들린다면 문제가 큰 제품이겠지만 키스 재릿의 ‘Standards in Norway’(Keith Jarrett Trio : Standards in Norway/ECM)중 ‘Little Girl Blue” 초반부의 미세한 심벌의 울림이나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J.S. Bach : concertos/Fabio Biondi, Europa Galante/Virgin-Veritas)에 수록된 협주곡 G minor(BWV 1056)의 2악장 독주 바이올린의 미세한 다이내믹스의 변화 및 그에 따른 바이올린 음색의 미묘한 변화등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었다. 다만 심벌 등을 재생할 때에는 타격음의 사그러짐(decay)등이 더 선명하게 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적당하게 느슨한 음색을 들려주기 때문에 댐핑이 많이 된 제품에서처럼 잔향등이 억제된 것처럼 들리지는 않지만 미세한 타격음의 부풀음과 사그러짐을 아주 그럴 듯하게 표현하는 데에는 미숙해 보였다. 이런 면 때문에 전체적으로 활기차다기 보다는 느긋하고 차분한 재생음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하는 것 같았다.
생생함은 덜하지만 전체적으로 약간 느슨한 음색과 녹음의 잔향등이 억제되지 않고 풍부하게 살아나서 메마르거나 건조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유니코 I 같은 제품과 비교하면 두 제품 모두 약간 느슨한 음색과 풍부한 잔향을 들려주지만 유니코 I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역이 밝게 느껴져서 다소 차갑게 들리고 약간의 건조함이 느껴졌지만 30.1의 경우 중역대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치고 꽤 촉촉하게 느껴졌다. 역시 이런 부분도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가격에 비해서 이 제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마도 저역의 임팩트일 것이다. 이 제품은 매우 깊고 안정된 저역을 들려준다. 제니퍼 원즈의 “way down deep” 같은 곡을 재생해보면 804에서나 Zays에서나 깊고 풍부한 초반부의 북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소리가 아주 깊지 못한 것은 스피커 탓이지 앰프 탓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주 강력한 순간적인 타격감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이 제품보다 더 비싼 크렐 300iL 같은 인티앰프에 뒤지는 부분이지만 전체적으로 300iL보다 차분하고 매끄러운 음색은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들리며 이 제품이 괜히 비싸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부드럽게 뻗는 고역과 깨끗하고 약간의 윤기가 도는 중역대 및 깊이 있고 안정된 저역을 들려주며 가격을 뛰어 넘지는 않지만 적절한 투명함으로 만족스러운 음질을 들려주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주 강력한 저역의 임팩트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느껴졌다. 의심이 가지만 확신할 수 없었던 부분은 중저역대가 그리 풍부하게 재생되지 않아서 약간 여윈 듯한 음색을 들려줌과 동시에 약간 멀리서 음장이 만들어 지는 것 같은데 같이 사용했던 소스들의 탓일 수도 있으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들이 아주 풍성한 중역대나 중저역대를 재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전반적인 특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글을 맺으며
전작 301을 필자의 현재 시스템에서 들어볼 수 가 없었기 때문에 30.1이 301에 비해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01이 어떤 스피커와 매칭하든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음색을 들려줬던 것을 기억해보면 30.1은 확실이 어떤 특별한 점에서 호소력을 가지는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깨끗하게 재생되는 중역대와 차분한 고역 및 깊고 안정된 저역은 전작 301에 비해서 좀 더 다양한 취향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보인다. 멋진 만듦새와 고급스러운 조작감 및 전기능 리모콘 지원의 편리함과 프로세서 바이패스 및 밸런스 입출력단의 확장성은 소비자들이 인티앰프를 통해서 바라는 모든 요소를 충분하게 만족시킨다. 이 제품은 특별히 강렬한 인상은 없다. 그러나 1달 정도 사용해본 결과 필자가 이 앰프에 특별한 신경을 써 본 적은 없다. 어떤 특정한 종류의 음악을 특별하게 재생하기 보다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특별한 불만 없이 재생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만약 이 앰프를 구입한다면 그 다음 업그레이드 혹은 시스템 확장에서 무엇이 걸림돌일까를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제품 때문에 무엇을 못 할 일은 없었다. 멀티채널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싶으면 여벌의 스피커와 프리아웃을 지원하는 리시버만 추가로 구입하면 되며 출력을 높이고 싶다면 별도의 파워 앰프를 덧붙이면 된다. 소스 제품이 밸런스 출력단을 가지고 있어서 더 많은 이득을 얻고 싶을 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제품은 밸런스 입력 뿐만이 아니라 밸런스 프리 출력까지 지원한다. 아마 빠진 것이 있다면 톤 콘트롤이나 라우드니스 기능 정도일텐데 오디오 애호가 중에 이런 기능이 있다해도 본능적으로 기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모자란 부분은 없다. 신제품을 구입할 경우 인티앰프 치고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는게 흠이지만 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을 위한 비용이라면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매우 훌륭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며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300만원 전후의 예산으로 인티앰프를 찾는다면 반드시 고려해보아야 할 제품이다.
시청기기
※ 본 리뷰에 사용된 프라이메어 A-30.1은 하이파이넷 회원이신 임홍서님께서 제공하여 주셨습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