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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DM683 스피커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7. 11. 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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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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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밝혀 두어야 할 점은 내가 B&W의 제품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은 이런 개인적인 선호도에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누군가 스피커에 대해서 물어보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자동차는 BMW고 스피커는 B&W입니다.”
그러나 막상 B&W는 발음이 BMW와 유사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근에는 Bowers & Wilkins라는 긴 이름을 자주 등장시킨다. 실명 브랜드가 주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 혹은 권위 때문인지 몰라도 B&W보다 Bowers & Wilkins라는 브랜드가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트위터 옆에 Bowers & Wilkins라는 패널을 붙이고 새롭게 선 보인 600 시리즈는 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완벽하게 개선된 고급 라인 업으로 등장했다.

<주요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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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식 : 3웨이 4 스피커, 베이스 리플렉스 형
  • 주파수 반응 : 38Hz – 22kHz (± 3dB)
  • 감도 : 90dB/W/m
  • 임피던스 : 8W (최소 3W)
  • 크로스오버 : 350Hz/ 4kHz
  • 크기(mm) : 198(W)´985(H)´340(D)
  • 무게 : 26kg

기술 및 디자인
이 스피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피기 전에 모델 명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 대 중반 들어서 B&W의 라인 업은 특수 모델들을 제외한 정규 멤버들은 30*, 60*, 70* 그리고 80*로 모델 명이 정리되었다. 600 시리즈의 경우 이전 세대는 600 시리즈의 3세대 모델이므로 60*S3라는 모델명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600 시리즈는 68*로 가운데 8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던 이름 정책이 다시 흐트러지게 되었다. 굳이 8자를 집어 넣은 이유는 다름아닌 800 시리즈에 적용된 기술이 아낌없이 적용되었음을 강조하려는 의지이다. 800 시리즈에 적용된 대표적인 기술들은 쐐기형의 노틸러스 트위터. 서라운드가 없는 케블러 재질의 FST 미드레인지, 곡면 및 매트릭스 구조의 인클로저. 로하셀 우퍼 드라이버 그리고 딤플 플로우 베이스 포트 및 고급 부품을 사용한 개선된 네트워크로 요약할 수 있는데 68* 시리즈에서는 인클로저 구조와 우퍼 유닛을 제외하면 모든 기술이 800 시리즈와 유사하게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살펴볼 683은 68* 시리즈 중 유일하게 FST 미드레인지가 적용된 모델로 68* 시리즈에서 가장 68* 시리즈 다운 제품이다.
683의 유닛 구성과 사양을 보면 800 시리즈의 804S와 대단히 유사하다. 재생대역과 크로스오버 그리고 사용된 유닛의 구경 및 구성 그리고 무게까지 804S와 거의 흡사하다. 간단히 말해서 박스형 804라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단가의 문제로 800 시리즈에 적용된 로하셀 우퍼는 생략되었지만 600 시리즈를 위해 새로 개발된 우퍼 유닛은 케블러와 종이 합성 소재에 알루미늄을 코팅하여 강도와 운동 능력을 향상 시킨 것으로 비록 저렴한 가격이지만 B&W의 기술로 구현 가능한 최상의 음질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제 3세대 600 시리즈에서도 골프 공 표면에서 영감을 얻은 딤플 플로우 포트가 적용되었지만 재질과 만듦새가 다소 허술하여 흉내만 내었다는 느낌이었던 반면 제 4세대 모델에서는 800 시리즈에 사용되는 포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683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FST(Fixed Suspension Transducer)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적용이다. 800 시리즈에만 적용되던 FST 드라이버는 700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플로어 모델에 장착되었으며 68* 시리즈에서는 683에 장착되어 있다. 서라운드 엣지가 만들어내는 왜곡을 없애기 위해 케블러 콘 주위의 서라운드 엣지를 없애고 부드러운 재질의 흡수재를 채워 넣어 정재파를 억제, 흡수하고 더 투명한 반응을 얻어내는 것인데 683에서는 미드레인지에 FST 드라이버를 적용하여 상급기와 동일한 수준의 순도 높은 중역 재생을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네트워크는 모두 1차 크로스오버를 적용해서 최소한의 필터링을 통해 음질이 저하되는 것을 피하고 있으며 사용된 부품은 오랜 기간 개발자들이 직접 귀로 듣고 선별하여 구성했다고 한다. 이 외에 고무 재질의 전면 배플은 제품을 매우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해주는데 시각적인 만족감 외에도 상급기들에만 적용된 매트릭스 구조와 비슷한 강성을 얻을 수 있도록 적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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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및 매칭

베이스 포트가 앞에 위치한 덕분에 설치는 비교적 용이한데 그래도 스피커의 뒷벽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 좋다. 뒷벽과의 거리에 따라 베이스 응답에 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제품의 장점인 입체적인 음장감을 살려주려면 뒷벽과의 거리는 충분히 띄워주는 것이 좋다. 전면 배플을 기준으로 1m 정도 띄워줘야 멋진 무대가 살아난다.
트위터의 방사각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따라서 토 인(Toe In)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방사각이 넓은 만큼 옆 벽으로부터 반사음도 많이 듣게 되므로 깨끗한 이미징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토 인 각도를 찾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줘야 하는데 필자의 경우 결국 트위터와 귀의 방향을 거의 일치하도록 맞추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스윗 스팟은 상당히 넓게 잡힌다. 좀 과장하면 측면에서 들을 경우 무대 옆에서 연주자들의 측면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ß 물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임은 다들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또 주의할 점은 1차 크로스오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피커와 청취자의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 정도 스피커를 근접 청취용으로 사용할 사람은 없겠지만 전면 배플 기준으로 뒷벽으로부터는 1m 정도 그리고 청취위치 까지는 2m 정도 그리고 스피커 사이는 2.5m 이상을 고려하면 대략 4평이상 넉넉하게 5평 정도의 공간은 있어야 제대로 운용할 수 있겠다.
길들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처음에 제품을 받았을 때 베이스가 뭉치면서 통제가 잘 안되고 고역도 좀 답답하면서 금속 악기(특히 심벌즈 등의 타격)를 연주할 때 링잉이 귀에 거슬렸는데 대략 2-3일 지나고 나니까 베이스도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단단하게 탄력이 붙기 시작했으며 고역이 개방감도 살아났다. 하루에 1-2시간씩 들었으니까 만약 토요일에 제품을 구입해서 주말 내내 틀어 놓았다면 일요일 저녁부터는 기분 좋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앰프의 선택은 상당히 폭 넓다. 일단 제조사 발표 사양으로 90dB의 감도를 가지는데 과장된 수치가 아니라 실제로 소리가 매우 쉽게 빠져 나온다. 최대 출력이 10W 남짓한 Scandyna의 the Dock을 연결해봐도 충분히 큰 소리가 쉽게 나오며 베이스도 만족할 만큼 풍성하게 잘 나왔다. 최저 임피던스가 3옴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여러 영역에서 임피던스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부분은 804S와 많이 다른 부분인데 같은 사양이지만 804S의 경우 전원부가 어느 정도 충실하지 않으면 우습지도 않은 베이스가 나왔던 반면 683의 경우 804S에 비해 앰프에 대해서는 더 너그럽다. 683의 중역이 가는 편이기 때문에 진한 음색을 기대하기는 힘든 편인데 다행히 앰프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므로 소리가 두툼하게 나와주는 진공관 앰프와 매칭해서 나름대로 취향에 맞는 음색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스피커 자체가 듣기 좋은 착색을 가미해서 앞 부분의 단점을 가려주거나 하지는 않으므로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딱딱한 음색의 제품들과는 매칭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가격을 고려할 때 적당히 어울릴 만한 앰프는 마란츠의 PM15나 캠브리지 오디오의 740A 등 100만원 초반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출력도 100W 가까이 나오는 중급 제품에서 고르면 실패할 일 없을 것 같다. 그러네 스피커가 가격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므로 좀 더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스피커를 포함하여 400만원에서 500만원의 예산으로 시스템을 꾸밀 때 중심에 설 수 있는 제품이다.

성능
잘 만들어진 스피커라면 특별히 가리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보컬과 현의 음색은 좋지만 드럼의 타격은 힘이 없다든지 시원시원하게 소리를 뿜어내지만 바이올린의 높은 음에서는 음색이 부서진다든지 하면 어딘가 모자란 제품이다. 683은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제대로 소화한다. 제 3세대 모델들이 대단히 많은 양의 베이스를 뿜어냈던 것을 생각해보면 683의 6.5인치 듀얼 우퍼가 들려주는 베이스는 왜소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정확함의 기준에서 보면 더 정확해지고 상급기의 수준에 근접해 있다. Skid Row의 18 and Life나 I remember you 같은 곡을 들어보면 전기 기타의 굉음이 충분히 시끄러우면서 각 악기간의 분리가 상당히 잘 되고 특히 그 시끄러운 와중에서도 베이스의 음정이 정확하게 재현된다. 시끄러운 음악부터 언급하는 이유는 박스형 804라고 할 수 있는 683이 804에 비해 이런 음악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시원스러운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683이 어쩔 수 없이 원가 절감형 모델임을 말해주는 대목인데 아무리 큰 소리를 뿜어내도 일관된 음색을 유지하는 800 시리즈에 반해 683의 경우 소리가 커지면 음색이 거칠어진다. 그런데 이 때문에 Skid Row 같은 Heavy metal 밴드의 곡은 분위기가 더 잘 살아난다. 그리고 베이스는 단단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는데 Kuraki Mai의 Time after Time 전주의 신세사이저 킥 드럼은 대형기의 그것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가슴을 때리는 단단함과 파괴력을 가진다. 여기까지는 파티 레벨이다. 이제 음악 감상 레벨로 소리를 조금 낮추면 “이 가격에 이런 소리가???” 라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리뷰 기간 동안 제일 인상 깊었던 음반은 Nigel Kennedy와 Simon Rattle이 협연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보통 200만원 미만의 플로어 스탠더를 들을 때 패시지가 복잡한 대편성 곡은 처음 1-2분 정도 듣고 좀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소편성 곡으로 넘어가기 마련인데 683은 이 연주의 모든 면을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대로 전달해주었다. 도입부의 아주 미세한 현의 움직임에서 후반부 총주까지 다이내믹스의 폭이 대단히 넓게 표현되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각 파트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스럽지 않게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역대가 다소 가늘기 때문에 음장이 뒤로 물러나고 여기에 음상도 작게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고역의 투명함이 덧붙여져서 대편성에서도 대단히 입체적이고 정교한 음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경험은 이 가격대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언제 단점이 드러나나 기다리다가 결국 끝까지 다 듣고야 말았다. 더 놀라운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연주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규모를 확 줄여서 Rickie Lee Jones의 My one and only love를 들어보면 어쿠스틱 기타의 나일론 현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음색이 정확하게 살아나면서 투명한 중역대의 재생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며 몽환적이고 퇴폐적이면서도 순진한 Rickie Lee Jones 특유의 음색과 창법이 고스란히 되살아 난다. 이 음반에서도 공간에 대한 정보는 대단히 섬세하게 전달돼서 그곳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 같이 있다는 느낌을 더 느끼기 위해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들어 보면 바로 앞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충분히 가능하게 해준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피아노의 음색이 가늘게 표현되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음상을 작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므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언제나 빠짐없이 인용되는 Dian Krall의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에서도 사실적인 드럼의 음색과 베이스 운지의 뉘앙스 및 곡을 이끄는 리듬감이 단점을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잘 표현되며 Biondi 와 Europa Galante의 공격적인 연주들에서도 각 파트가 뒤섞이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베이스에서 열심히 두드리는 하프시코드까지 자칫 뭉개지거나 생략되기 쉬운 영역이 소리들을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었다. 또한 엔트리 모델에서는 신경질 적으로 들리기 쉬운 원전 악기, 특히 현의 음색에서도 상급기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맺으며
683 최대의 매력은 모든 영역의 음악을 여유롭게 조망하면서도 섬세한 뉘앙스를 제대로 맛볼 수 있으며 동시에 플로어 모델에서 얻기 힘든 입체적인 음장감이다. 여기에 동급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중고역대의 투명함과 젤 제어되고 반응이 빠른 베이스 라인 및 정확한 음정과 음색은 동급 경쟁자들을 제치고 200만원 이하 및 200만원 근방의 플로어 모델 최고의 강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 이 가격에 이 수준의 재생음을 들려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생산비용을 절감하여 스피커 자체의 물량 투입에 신경 쓸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영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아니지만 비용 절감을 통해 놀라운 성능의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박수 치며 환호할 일이다. 800 시리즈의 높은 가격 때문에 입맛만 다시고 있던 분들이라면 이 박스형 804에 주목하기 바란다. 자신 있게 그리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흥정에 소질 있는 오디오 애호가에게는 횡재가 될 수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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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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