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Processor
Full HD 영상 디스플레이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쩍 그 비중이 줄어든 것이 비디오 프로세서이다. 720p 또는 768p 출력 기기가 범람하던 시절에는 우수한 스케일링 기능이 필수였다. 480p 출력은 720p로 업스케일을 해주고, 1080i 소스는 720p로 트랜스 스케일을 해 주어야 했다. 특히 후자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DVD의 경우를 보자, 풀 HD급 프로젝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많은 DVD 플레이어들이 스케일러 칩을 내장해왔다. 이 중에는 상당히 우수한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들도 많다. 서로 다른 종류의 스케일러들이 중복될 때 사용자는 도대체 어떤 순서로 어떻게 스케일러를 작동해야 할 지 몰라한다.
DVD에서 최선의 스케일링 옵션을 선택하기 위한 원칙 몇 가지.
첫째, 무조건 "듀얼 스케일링"은 피하라. 이건 철칙이다. 480p→720p→1080p 라던가 480p→1080p→720p 같은 듀얼 스케일링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한다.
둘째, 부지(不知)간에 듀얼 스케일링을 야기하는 것이 바로 오버스캔이다. 영상 기기는 물론 소스 기기도 혹시라도 오버스캔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셋째, 480p→1080i→720p는 어떤 경우에도 엉망인 결과를 초래한다. 프로그레시브는 프로그레시브로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 프로그레시브를 인터레이스드로 바꾸지 말라.
1080p 프로젝터를 사용할 경우 480p 출력의 DVD 영상은 프로젝터에 곧바로 480p로 입력하던지 또는 플레이어의 업스케일링 기능을 이용해 1080p로 변환해서 입력하는 것이 좋다. 전자의 경우는 여전히 프로젝터의 비디오 프로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720p 프로젝터라면 당연히 720p로 바꾸어 입력하는 것이 좋다.)
삼성 A800B에 쓰인 비디오 프로세서 이름도 생소한 STP10. 삼성 내부에서 정한 명칭이니 당연히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대만계 미국 회사인 Trident Microsystems의 플래그쉽 모델인 SVP-EX 계열의 칩으로 짐작이 된다. Trident 라고 하면 귀에 낯선 이름이 아니다. 독자들 중에는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까지 크게 활약하던 Trident의 PC용 그래픽 카드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픽 카드는 만들지 않고 DTV용 시스템 온 칩을 개발하는 회사로 변신을 했다. 소니, 삼성, 샤프, 도시바의 DTV에 자사(自社)의 SVP칩을 대량 공급 하는 등 꽤 규모 있는 중견 회사로 성장했지만 비디오 프로세서로서의 명성은 아직 없다. 삼성이 STP10을 사용한 것은 자신들의 DTV에 들어가는 범용적인 칩이기 때문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채택한 것 아닌가 싶다.
[그림 1] 트라이덴트社의 SVP 칩. 삼성 A800B에 탑재된 STP10으로 추정된다.
물론 네임밸류만 가지고 칩셋의 성능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기술의 발전이 급격한 것이 이 분야이기 때문에, 픽셀웍스의 DNX 칩에서 보듯이 뜻 밖에 성능이 돋보이는 저가형 칩도 자주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 고급형 칩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실리콘 옵틱스의 HQV 칩도 테라넥스라는 초고가형 프로세서 회사를 인수하면서 벤치마킹한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발표하면서 비로소 유명해진 것이다. 최근 ABT의 스케일러 칩이 Faroudja 보다 더 높이 평가 되는 실정이지만, ABT의 전신(前身)인 DVDO는 10년 전 아예 "Faroudja에 가장 근접한 프로세서를 만들어보자"는 모토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만들어졌던 회사이다.
Trident 의 SVP 칩도 프레임레이트 컨버전 기능, 10비트 비디오 프로세싱, 필름 모드 기능 등 갖출만한 기능은 다 갖췄다. 실제로 스케일링 기능도 꽤 우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ident 칩의 사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조 케인씨 조차도 이 칩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저 삼성 TV에서 사용되던 범용칩 정도로만 생각하고 성능 평가만 했을 뿐, 그 출처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1080p 프로젝터 개발 작업이 처음 시작될 무렵, 삼성은 조 케인의 자문을 얻어 탑 그레이드의 비디오 프로세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을 고려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테라넥스, 파루자와 더불어 최고의 프로세서로 알려진 스넬&윌콕스와의 협력관계설도 있었다.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크칩3까지 접어둔 상황에서 고가의 비디오 프로세서 칩 개발에 열중한다는 것은 사실 좀 넌센스이다. 24p 소스와 풀 HD의 보급은 비디오 프로세서의 중요한 두 축인 디인터레이싱(De-Interlacing)과 스케일링(Scaling)의 역할을 크게 줄였다. 그 보다 나중에 살펴 볼 48Hz 출력 기능에 조 케인은 보다 더 열중했다. 48Hz 출력을 쓸 때는 사실 상 스케일러는 완전 작동정지이다. 그래서 그냥 부담없이 기존에 쓰던 칩이 그대로 적용한 것 같다.
그런데 STP10은 그런대로 스케일러 성능은 꽤 괜찮은 편이다. 720p HD 소스를 1080p로 스케일링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480p DVD 소스를 1080p로 만드는 재주도 괜찮다. 그러나 DVD 플레이어의 720p나 1080i 출력을 1080p로 바꾸면 화질이 많이 저하된다. 이 조합은 어떤 기기에서든 원래부터 피해야 하는 "듀얼 스케일링" 조합이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그림 2] 720p HD 패턴을 1080p로 스케일링 한 장면. 디지털 카메라와 실 화면의 차이, 촬영 사진의 해상도 제한 등으로 그림 속 주사선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실제로는 깔끔하고 중간 오버랩이나 밴딩 에러 등이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DVD나 720p HD 소스는 그런대로 무난한 셈이다. 단, DVD의 경우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업스케일링 기능을 갖춘 DVD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가 480p 출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주사선의 문제가 아니라 480p 출력단이 부실하게 설계된 것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DVD 플레이어에서 1080p로 A800B로 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 그리고 또 한 가지. DVD는 720p로 시청하는 것에 비해 1080p로 시청하는 것이 결코 더 좋은 화질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없다. 그 것은 프로젝터의 성능과 관계없는 라인 해상도의 문제이다. DVD는 기본적으로 필드 당 240 라인의 정보에서 프로세싱을 시작한다. 따라서 480, 720, 960 등 240의 배수가 컨버팅 에러를 적게 낸다. 그래서 필자는 예전부터 업스케일링 기능을 가지고 있는 DVD 플레이어의 경우 대부분 720p 출력이 1080i/p 출력보다 좋다는 점을 강조해왔었다.
따라서 DVD 출력 영상만 놓고 따지면 DVD 플레이어에서 480p→720p로 출력해서 720p 프로젝터에 그대로 입력해서 보는 영상이, DVD 플레이어에서 480p→1080p로 보내 1080p 프로젝터에서 보는 영상보다 더 깔끔하고 에러 없는 영상을 볼 확률이 높다. 이 보다 더 안 좋은 케이스는 480p 출력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DVD 플레이어에서 곧장 480p로 프로젝터에 연결하는 경우이다.
1080p라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DVD를 1080p로 본다고 720p보다 더 정보량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 화면에서 "원본 정보"에 비해 "만들어진 정보"가 차지하는 비율이 1080p가 되면 오히려 더 많아지게 된다. 물론 삼성 프로젝터만 놓고 보면 A800B는 720p 모델인 H800BK 보다 렌즈 포커싱이 좋아졌기 때문에 디테일이 더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은 렌즈 때문이지 해상도 때문이 아니다. 1080p는 대개 720p 화면보다 더 부드럽고 색감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해상도의 증가는 절대 없다. 오히려 앞서 말했듯이 "인위적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720p 프로젝터에 비해 투명성이나 깔끔함은 좋지 않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Full HD 프로젝터를 구입하기 전에 사용자들이 필히 숙지하고 계실 사항이다.
STP10은 스케일링 성능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I/P 변환 성능은 그다지 좋은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STP10 이 주로 담당하게 될 I/P 변환은 1080i→1080p 변환이다. 480i/p 변환은 소스 기기의 몫이다. 그러나 방송 소스 또는 (대개 뮤직 소스가 대부분인) 일부 차세대 비디오 소스는 1080i가 대부분이다. 이 것은 부득불 1080p로 컨버팅을 해야 한다. 이때에도 비디오 소스는 쉽다. 문제는 1080i 필름 소스이다. 사실 TV에서 방영되는 필름 소스가 얼마 안 된다. 명절 때 보내주는 특선 영화 정도? 하지만 요즘 TV 드라마들이 심상치 않다. 24p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드라마가 계속 늘고 있다. 물론 '태왕사신기'나 '로비스트' 등을 보면 이미 촬영 당시에 어마어마한 저더링을 비롯해 여러 레이트 변환 에러가 발생하는 상황이니 프로세서 뒷단에서 디인터레이싱 한 가지 깔끔하게 한다고 해서 그림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 것도 다 과도기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HD 카메라 촬영 기술이나 특성 및 레이트 변환에 대해 친숙해지고 능숙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쨌든 앞으로는 24p 촬영 소스를 방송에서 1080i/60Hz로 내보내는 빈도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림 3] 1080i 화면 스크린 샷 (HDNet, Video Source)
또 아직도 많은 매니아들이 일본 BS/CS 방송물이나 미국의 ATSC 또는 D-Theater와 같은 1080i HD 소스들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앞으로 비중이 줄어들 것이고, 디인터레이싱이 필요없는 1080p/24Hz 차세대 소스들로 대체되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디인터레이서의 역할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STP10 이 I/P 변환 시 일부 데이터 로스가 있고 재기드 엣지가 많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션 어댑티브 성능이 아주 수준 이하인 것도 아닌데, 앞으로 비중이 많이 줄어들 부분에 무리하게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조 케인 역시 삼성 A800B에 대만제 칩이 사용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스케일링 테스트만 통과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한번 해 보는 '철 없는 훈수' 한 마디. 거의 똑 같은 원자재를 사용한 핸드백이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가 다른 하나의 두 배 가격을 받는단다. 왜 일까? 자크를 더 좋은 것을 썼고 핸드백 안 쪽 요긴한 지점에 포켓을 하나 더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소비자들은 영악한 것 같지만 때로는 자그마한 것 하나에도 감동 받아 맹목적이기도 잘 한다. 가격 정책은 전적으로 제조사의 몫이다. 그에 맞춰 원가를 맞추는 것도 제조사가 할 일이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상 구석구석 조금 더 신경 써 주기를 바라게 된다.
24Hz 입력 / 48Hz 출력 모드
삼성 A800B의 특장점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이 기능 24Hz 입력, 48Hz 출력 지원 부분이다. 차세대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24Hz Film Frame Rate에 대한 지원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Film Rate 지원 여부는 HD 오디오와 더불어 최근 가장 유행하는 AV 트렌드이다. Film Rate이 왜 좋은 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지면 상으로 설명한 바 있으므로 지금은 긴 설명을 생략하겠다.
필름레이트 지원 여부를 따질 때 혼돈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24p 입력을 지원 한다고 모두 필름레이트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4p 입력을 받더라도 24의 배수인 48, 72, 96, 120Hz로 출력이 되지 않으면 필름 레이트를 지원한 것이 아니다. 즉 24Hz 입력을 받아 60Hz로 내 보내게 되면 어차피 프로젝터가 24p→60p 변환을 위해 2-3 풀다운을 하게 된다. 이건 처음부터 소스 기기가 60p 정보를 보내주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실험을 해보니, 대부분의 경우 이 때에도 24p로 보내는 것이 60p으로 보내는 경우보다 화질이 더 좋았다. 그 원인은 나중에 분석할 기회를 따로 만들자.) 예를 들어 샤프 Z21000이나 옵토마 HD80 등은 모두 24p 입력을 받는다. 그러나 이를 모두 프로젝터 자체 내애서 60p로 바꾸어 출력을 한다. 따라서 필름레이트 출력 시에 받을 수 있는 혜택, 곧 저더 프리(Judder Free)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 A800B는 아주 깔끔하게 이 부분을 마스터 했다. 완벽하게 48Hz 출력이 지원된다. 현재까지 필름 레이트 입/출력이 완벽하게 지원되는 프로젝터는 JVC의 HD1/HD100, 소니의 VW200, 삼성의 A800B 정도이다. 그나마 JVC와 소니는 LCD 계열 제품이라 Judder Free 효과가 많이 감쇄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속으로 이어질 소니 VW200 리뷰에서 다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겠다.) 앞으로 필름 레이트 입/출력을 지원하는 기종들이 속속 등장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삼성 A800B가 그 혜택을 가장 크게 입고 있는 기종이 아닌가 싶다. 삼성 A800B 만큼 필름 레이트 입/출력 지원으로 인한 화질 상승 효과를 크게 보고 있는 제품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림 4] 삼성 A800B의 스크린 샷 : 디스커버리 출발 장면
용어 이야기 잠깐. 엄밀히 말하면 24Hz 입력은 "필름 레이트" 입력이지만, 48Hz 출력은 "필름 레이트" 출력이 아니다. 48Hz는 필름 레이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24Hz의 배수라서 사실 상 필름 레이트와 같은 효과가 나올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24Hz의 배수 주파수 출력을 통칭하여 예전에는 "트루 레이트" 지원이라고 이름하였다. 공식용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평론가들은 5~6년 전부터 사용해왔던 말이다.
'트루 레이트', 즉 Judder Free가 직접적으로 영상 화질에 끼치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영상이 자연스러우진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영화 소스들은 99% 저더가 있는 상태였다. 고가의 프로세서와 CRT 프로젝터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트루레이트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구경조차도 못 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대체 저더가 뭐야? 내가 무슨 저더를 보고 살아왔다고 그러는거지?' 하고 의문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저더가 없어진 영상과 저더가 있던 종래의 영상을 비교해서 보여주면 대부분 "아!"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예전 크로마버그 소동, DLP의 컬러 브레이킹 소동 등을 기억하실 것이다. 모르고 볼 때에는 그냥 그런가 하지만, 일단 알고 나면 영상을 볼 때 마다 내내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는 것들이다. '트루 레이트' 영상은 그 파급력이 훨씬 더 크다. 60Hz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카메라가 무빙하는 동안에는 크고 작은 저더가 언제나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무 신경 안 쓰고 잘 보아왔던 소스도, 저더의 존재를 인식하고 나면 괜히 부자연스러워 보이기 시작한다.
둘째, 가시적 해상도가 증가한다. 이 점은 디지털 프로젝터의 특성과 맞물려 있는 점이다. 저더가 사라진다고 실제 해상도가 증가할 리는 없다. 그러나 저더가 사라지면서 영상 기기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윤곽선을 처리가 확실하게 된다. 그 결과 실제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가시적 해상도는 전에 비해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 평론가 이종식님은 1080p HD 소스를 720p로 보다가 1080p로 보았을 때 느끼는 해상도의 변화도 엇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물론 이런 효과는 모든 기기에서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레퍼런스 기기인 9인치 CRT에서는 영상이 자연스러워진 측면은 강하나 해상도가 증가하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단지 그림이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DLP 프로젝터가 LCD보다는 반응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CRT에 비해서는 역시 카메라가 움직일 때 윤곽선이 뭉개지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그래서 해상도의 증가 효과는 DLP가 CRT보다 더 좋다. 삼성 A800B의 경우, 이러한 가시적 해상도 증가 효과가 아주 확연하게 드러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블루레이/HD-DVD 소프트 등을 1080p/24Hz 출력에 놓고, 삼성 A800B의 필름 레이트 출력 기능을 작동시켜서 시청하는 것은 삼성 A800B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예가 된다.
[그림 9] 현재의 Fresh(Frame) Rate가 얼마인지 알고 싶으면 리모콘에서 [INFO] 버튼을 눌러 정보표시 화면을 띄우면 된다. 정보화면 우 화단에 해상도와 수평 주파수, 수직 주파수가 나타난다. 위 화면은 1080p/60Hz 상태를 가리킨다. 1080p/48Hz가 되면, 위 화면에서 수평 주파수는 27KHz, 수직 주파수는 48Hz라고 표기가 된다. 부가로 맨 아래 [비디오 타입]은 색 입력 포맷이 RGB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1080p/24Hz 차세대 미디어는 대부분 YCbCr 4:4:4 컬러 입력이 된다. 그 때에는 위 정보로 YCbCr로 바뀐다. 두 컬러 입력 포맷은 프라이머리 컬러의 심도에서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트루 레이트 지원은 모든 영상 기기에서 다 이득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응 속도이다. 반응이 느릴 경우 저더는 좋아지지만 오히려 모션 블러는 여전히 그대로 유지된다. 출력 주파수가 높아지면 오히려 증가할 소지도 있다. 그 예가 바로 LCD 영상 기기에서 드러단다. LCD는 DLP보다 반응 속도가 많이 느리다. 그래서 윤곽선을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붙잡아 두게 되고 그로 인해 필드 간 전환이 자연스럽지 않아 모션 블러(경계 부분이 뭉개지는 현상)가 많이 생긴다. 완벽하게 저더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120Hz LCD TV처럼 출력 프레쉬 레이트가 증가하게 되면 블러는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블러는 LCD가 영상을 빠르게 전달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홀딩하면서 내보내기 때문에 발생한다. 120Hz가 되었다고 해서 전체 홀딩 타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원래의 필름 소스에서 균등하게 A-B-C-D 프레임이 같은 시간대로 배분되어 있다고 하자. 60Hz 출력이라면 AA-B-CC-D 식으로 불균등하게 되어 있을 수 있지만, 120Hz라면 AAA-BBB-CCC-DDD 식으로 균등하게 표현이 되기 때문에 일단 저더는 없다. 영상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A와 B, B와 C 사이의 전환 시간이 여유가 생기고, LCD가 A에서 B로 전환할 때 A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단축된 것은 아니다. 이건 똑 같다. 따라서 이 홀딩 타임이 개선되지 않으면 블러는 똑 같다. 오히려 프레쉬 레이트가 주어지면서 프레임 전환 간격이 짧아지게 되면 블러는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LCD의 경우 DLP 보다 트루 레이트로 인한 장점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결국 반응 속도의 문제인데, 나중에 리뷰하게 될 소니의 VW200의 경우는 같은 LCD 계열이지만 방식이 다른, 즉 반응속도가 더 빠른 SXRD 방식이라 같은 120Hz 트루레이트 출력을 했을 때에도 일반적인 LCD TV보다 더 효과가 컸다. 또 CRT의 경우는 원래 반응 속도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던 기기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대로 영상이 자연스러워진 것 이외에 가시적인 해상도가 늘어나는 것은 없다. 결국 여러 기기를 다뤄보면서 내린 작은 결론은 현재까지 트루레이트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기기는 DLP 프로젝터라는 것이다. 삼성 A800B가 지금 그 대표적인 수혜자이다.
트루 레이트에 대한 딴지를 하나 더 걸고 들어가 보자. 트루 레이트, 즉 필름 레이트의 배수란 24Hz, 48Hz, 72Hz, 96Hz, 120Hz, 240Hz ... 등등이다. 이 중 DLP 프로젝터는 48Hz를, LCD 계열 TV와 프로젝터들은 120Hz를 트루 레이트로 설정했다. PDP는 72Hz가 주요 트루레이트 출력 레이트이다. 다 각기 다르다. 이렇게 출력 프레쉬 레이트(Fresh Rate)가 다른 이유는 디지털 프로젝터마다 다 전극 및 패널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LCD TV는 72Hz 출력을 하지 못한다. VW60 같은 SXRD는 96Hz 출력까지만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VW200에서는 아예 240Hz 출력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실제 출력은 120Hz이다.) PDP는 120Hz로 올리기 쉽지 않고 또 굳이 그렇게 올릴 필요도 없다. 주파수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메모리도 많이 먹고 할 일이 많아진다. 반면 주파수가 낮으면 낮을 수록 flickering이 증가한다. 낮은 프레쉬 레이트로 인한 플리커링을 비공식 용어로 paging이라고도 부른다. 주사선 하나 하나가 떨리는 것이 아니라 책장이 통채로 넘어가듯 떨리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공식용어로는 전자는 line flickering, 후자는 frame flickering이라고 한다. TV를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하려고 했을 때 캠코더 뷰 파인더에 나타난 TV 화면이 눈으로 보는 것과 달랐던 것을 모두 알고 계실 것이다. 화면에 거무스름한 밴드가 마치 물결처럼 아래에서 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바로 line flickering이다. 브라운관 인터레이스드 화면에서 나타난다. 한편 그런 물결 현상은 없는데 화면이 자꾸 깜박 깜박 거리면서 수명 다 된 형광등처럼 요동치는 현상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게 바로 frame flickering이다.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화면을 TV 카메라가 찍었을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그림 10] 삼성 A800B의 스크린 샷. 영화 "괴물"(Host) Blu-Ray Disc의 1080p/24Hz 영상. 위와 같이 정보량이 많고 컬러가 다양한 장면에서 특히 삼성 A800B가 진가(眞價)를 발휘한다.
사실 할 수 있다면 film rate는 가급적 낮은 것이 제일 좋다. 원본에 가장 출실하고 영상 기기에 부하도 덜 준다. 그렇지 않아도 해상도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영상기기는 할 일이 몇 배 증가했다. 프레임 레이트라도 낮으면 참 편하다. 그런데 사용자의 "눈"이 안 따라준다. LCD TV를 48Hz로 보여주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프레임 플리커링이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젝터에서는? 가능하다. 왜 프로젝터에서는 되고 TV에서는 안 될까? 비결(?)은 밝기에 있다. 페이징, 즉 프레임 플리커링은 밝으면 밝을 수록 더 눈에 잘 띈다. 만일 영화관 스크린에 비쳐주는 화면의 조도를 엄청나게 높이면 우리는 플리커링 때문에 눈이 아파서 영화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영화관의 화면은 항상 어둡다. 그렇기 때문에 플리커링이 일어나도 우리 눈은 별로 알아채지 못한다. 영화관이 캄캄한 이유는 화면이 어두워도 관객의 눈이 모두 그쪽으로만 몰리게 해 어둡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똑 같은 논리가 홈 시어터에도 적용된다.
삼성 A800B의 48Hz 모드를 스크린 가까이에 가서 자세히 보면 60Hz 모드보다 '타다다닥~'(※의태어다. 표현하자니 이렇게 억지로 표현했다. 의성어 아니다. ^^) 화면이 불안정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크린 코 앞에서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다.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 무엇일까? ① 48Hz 모드 영상은 매우 훌륭하고 반드시 권장하고 싶다. → ③ 그러나 가급적 어둡게 하고 봐야 문제가 없다. 물론 표준 밝기(최대 12fL) 이하로 보라는 뜻은 아니다. 밝기를 높여 놓이면 48Hz 모드가 단점을 보일 수 있다. → ③ 화면이 커져도 프레임 플리커링은 더 잘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거리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60Hz 모드 때에는 거리에 비해 좀 무리하다 싶은 크기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볼 수도 있었지만 48Hz 모드로 이 화면을 보면 눈이 좀 아플 수도 있다는 이치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트루 레이트에 대해 일반적인 참고 사항들을 간단히 살펴 보았다. 아직 이쪽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짐작되서이다. 아무튼 삼성 A800B의 24Hz 입력 48Hz 출력 모드는 아주 훌륭하다. 패널 해상도의 증가 효과에 버금가는 멋진 특장점을 보유한 셈이다. 타사(他社)의 DLP 프로젝터들도 아마 이제 속속 이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끝 맺으며
삼성 A800B는 색상, 계조, 색온도 등 컬러 튜닝과 유니포미티에 관한 부분에서는 역시 예전에 보았던 그대로의 정확성과 치밀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1920x1080p의 Full HD를 지원하는 명목상의 해상도에 덧붙여 24Hz 입력 / 48Hz 출력 모드의 지원을 통한 가시적 해상도 증가 효과가 가미되었다. 또 렌즈부의 개선을 통해 포커싱도 크게 나아졌다.
그러나 다크칩2로 인한 블랙레벨의 컨트롤 문제는 여전히 숙제이다. 물론 IRIS 조정과 스크린 선택, 때로는 전문가의 인스톨 세팅을 통해 이 단점을 부분적으로 극복할 만한 여지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특히 블랙바의 레벨을 가라앉히는 방안은 삼성 측에서 심각하게 연구해봐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가격대가 파격적으로 떨어진 것은 참 다행이다. 블랙 레벨과의 흥정의 댓가라고 가정하더라도 일단 이 정도 수준의 고급 화질을 지닌 Full HD DLP 프로젝터를 이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은 720p 프로젝터 시절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참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라는 바가 남아 있다. 가격대가 좀 더 높아지더라도 신형 다크칩4를 채택해서 한결 완성도를 더 높인 매니아용 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제품을 이원화 해 준다면 어떨까
졌다. 블랙과 가격의 흥정이랄까? 그렇다고 블랙이 LCD 수준까지 높아진 것도 아닌데 이만하면 일단 가격의 대중화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한편으로는 다소 가격대가 높더라도 다크칩3 또는 다크칩4를 채용해서 한결 완성도를 더 높인 매니아용 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주면 어떨까 한번 운을 떼어 본다. (최 원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