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fty's roach souffle
other hours
occasion
세 앨범의 공통점은 해리 코닉 주니어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피아노만 연주한다는 거다. lofty's roach souffle는 피아노 트리오 앨범, other hours는 쿼텟 편성, occasion은 듀오 앨범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lofty's roach souffle은 1990년에 we are in love 앨범과 동시에 발표했다. 1989년 when harry met sally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코닉 주니어가 기세를 몰아 성격이 아주 다른 두 장의 앨범을 동시에 낸 거다. 레코드 회사도 흔치 않은 결정을 한 거고. we are in love는 빅 밴드 보컬 앨범인 반면, lofty's roach souffle는 단촐한 트리오 편성에 노래 없는 피아노 연주 앨범이다. 가수로서 노래 실력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other hours는 13년이 지난 2003년에 발표한 퀴텟 앨범인데, connick on piano 1 이라고 명시했듯이 이어지는 2를 예고한 연주 앨범이다. 90년대의 코닉은 크루너로 성공했지만 계속 크루너만 하기는 싫은 젊은이였을거고, 그래서였는지 영화 배우도 하고, funk도 연주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냈다. 2000년에 들어서는 할만큼 했다 싶었는지 90년대와 다른 괜찮은 앨범들을 꾸준히 냈고, other hours도 그 중 하나다.
2005년에 발표한 occasion은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협연한 듀오 앨범이다. other hours에 이어 가수가 아닌 연주자, 작곡자의 면모를 선보인다. 숨을 곳이 줄어든 듀오 편성에서 코닉이 나름 선전한다. 하지만 협연한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연주와 코닉을 들어보면 마살리스가 몇 급수 높은 솔리스트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주는 시간 순서대로 좋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아노 실력이 깜짝 놀라게 훌륭한 것은 아니다. 노래와 연주 중 하나 골라야 한다면 노래가 낫다. 몽크를 떠올리게 하는 코닉의 피아노는 코닉이 연주했다는 것이 없다면 그냥 평범하게 들릴 거다. 그렇다고 앨범이 별로인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첫번째 트리오 앨범은 그저 그렇지만, 다른 두 장은 코닉 프리미엄을 빼도 좋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