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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give me the night과 조지 벤슨의 망작 3종 세트

 

1980년 give me the night 로 멋지게 80년대를 시작한 벤슨은 이어서 9년간 꾸준히 망작을 낸다.

그 기간 동안 대표적인 망작 3종 세트는 이렇다.

20/20 1985년

while the city sleeps 1986년

twice the love 1988년

망작 3종 세트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in your eyes (1983) 도 있긴하다. 이 앨범이 망작 3종 보다는 약간 낫다.

이 망작들은 앨범 사진만 봐도 망작 분위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연주보다는 몸치장에 공을 들이고 한껏 멋을 낸 벤슨의 연출 사진에 기타가 보이지 않다. 앨범 수록곡에도 벤슨의 기타 연주는 거의 없다. 신세사이저와 드럼 머신 사이에 벤슨의 기타 자리는 마땅치 않았던 건지... 마치 낚시대 없는 낚시꾼, 활 없는 궁사 같다.

 

 

 

망작 3종 세트를 보고 들으면서 '이건 아니잖나...' 하는 이와 '이게 어때서?' 하는 이가 나뉠텐테, 그건 아마도 처음 어떻게 벤슨을 접했는지에 따라 갈릴 것 같다. 20/20의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류의 pop, r&b 발라드로 벤슨을 만난 이는 망작이 망작인 줄을 모를 것이고, 1960년대에 재즈 기타 프로디지로 벤슨을 만난 이는 변절이자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할 것이다.

 

 

아무리 망작이지만 재즈 앨범 내는 것 보다는 잘 팔릴테니 이해는 된다. 미국은 '프리 컨츄리' 이고 벤슨은 벤슨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슨의 일관된 행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벤슨은 비유를 하자면 기타 연주를 하는 냇 킹 콜이다. 벤슨 스스로 냇 킹 콜처럼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에게 콜은 매력적인 크루너, 가수지만 매우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하다. 피아노 연주만 하기에는 노래를 너무 잘하고 그게 잘 팔렸기 때문에 더더욱 가수로만 굳어졌다. 벤슨은 팝, r&b로 활동을 확 전향하기 전까지 웨스 몽고메리를 잇는 엄청난 재즈 기타 연주자였고, 지금도 재즈 기타 연주를 작정하고 연주하면 초일급이다. 하지만 노래 역시 잘한다. 부드럽고, 호소력있는 목소리에 훌륭한 노래 실력. 흔히들 jack of all trades, master of none 이라고 하는데, 벤슨의 경우는 jack of all trades, master of all 이다. 재즈, 팝, 이지 리스닝, 블루스, 보컬, 기타 연주 뭐든 하면 초일급이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에서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야구로 전향한 것에 팬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그 결정에 뭐라고 할 수 없듯이, 벤슨이 재즈 기타 마다하고 신세사이저와 드럼 머신에 맞춰 그저 그렇고, 이 노래가 저 노래가 같은 노래들을 부르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지 않겠나. 안타까울 뿐.

1980년대 내내 망작을 내던 벤슨은 1989년 tenderly 앨범을 내고, 이어서 1990년 big boss band를 내면서 대오각성을 하는 듯 했지만, 훌륭한 두 장의 앨범을 낸 이후 90년대 역시 망작들을 낸다. 계속되던 망작의 기세는 2000년에 발표한 absolute benson으로 잠시 주춤해진다. 동양에서는 아홉수 조심하라고 하는데, 벤슨의 경우는 오히려 아홉수를 넘길때 더 기세가 좋은 듯 하다.

벤슨은 그대로인데, 무엇이 망작과 수작을 가르나? 프로듀서에 달렸다. 팝 지향라는 점에서 give me the night과 80년대의 망작들은 공통점을 갖지만, give me the night은 퀸시 존스가 프로듀서여서 벤슨이 가장 빛날 수 있게 해줬다. 내가 워낙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의 퀸시 존스가 제작한 앨범을 무조건적으로 편애하기는 하지만, 퀸시 존스와 그의 드림팀이 없었다면 give me the night는 없었다. 기껏해야 in your eyes 정도의 음악적 성과를 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