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 DAC는 MSB 테크놀로지의 레퍼런스 DAC다. MSB의 하이브리드 DAC 모듈을 기반으로 하며, 디지털 아키텍처, 볼륨 컨트롤, 다이렉트 커플드 출력단 등 모든 부분을 새롭게 제작했다. 제작사에서는 셀렉트 DAC를 'The Best Sound We Can Make'라고 겸손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음질과 성능을 지닌 DA 컨버터 제품일 것이다.
문한주 : MSB Technology는 데뷔 히트작 Link DAC 이후 관심을 끌만한 제품이 보이지 않았는데, 근래 들어 Analog DAC으로 크게 주목 받았고 Diamond DAC V 같은 고급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내며 제품 개발력과 제품화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골고루 갖춘 전문 DAC 제작 업체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Select DAC는 그 정점에 있는 제품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박우진 : MSB의 DAC들이 가격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제품이 아닙니다만, 이 셀렉트 DAC는 그걸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인 가격표를 붙인 제품입니다. DAC 기능만 제공되는 기본 모델의 가격이 무려 $89950입니다. 기본 모델에는 기본의 갤럭시 클럭(Femto77)과 2개의 입력, 하나의 출력이 제공됩니다.
이전에도 dCS처럼 초고가의 DAC 제품들이 있기는 했지만, 업샘플러, 클럭, 트랜스포트는 별도 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MSB의 시그너처나 다이아몬드 같은 다른 모델과 같이 내부 구성은 완전히 모듈라 구조로 기능 추가나 성능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클럭 옵션으로는 지터 규격이 더 낮은 펨토 33클럭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모듈라 구조로 제작되었다. 왼쪽부터 밸런스드 출력 모듈(아날로그 입력 및 볼륨 컨트롤 포함), 입력 모듈을 추가할 수 있는 여유 공간, 네트워크 리시버, I2S 입력 모듈(MSB의 트랜스포트와 연결하기 위한), 그리고 동축 및 토스링크 모듈 순서이다. 제품 가운데에는 별도의 옵션으로 제공되는 Femto33 클럭이 보인다. www.msbtech.com
문한주 : Select DAC는 외장 클럭 제네레이터가 필요 없는 제품입니다. MSB는 D/A변환 품질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클럭은 D/A변환이 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설계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도 Select DAC에 외장 클럭 제네레이터를 연결했을 때 변환품질이 많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원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제법 오랫동안 DAC에 외장 클럭 제네레이터를 연결하는 것이 음질 향상의 방법이라는 전설이 회자되어 왔습니다. 이 전설의 유래는 과거 하이엔드 DAC로 영향력을 미쳤던 업체의 제품이 외장클럭을 사용하지 않고는 좋은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엄밀하게는 그 회사의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지만 그 당시에는 그 제품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할 만한 수준의 경쟁제품이 없었던 시절이어서 제품의 잘못이 드러나는 대신 오히려 클럭 제네레이터 맹신이 생겨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우진 : 시청 과정에서도 경험했지만, 외장 클럭보다는 내장 클럭이 월등히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새로운 차원의 DAC를 통해 기존의 선입견들이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클럭은 내장하지만, 외장형의 파워베이스 유닛을 추가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원을 분리해서 공급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측정치도 향상되지만, 청감상으로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제품의 내용 외에 MSB가 제공하는 독특한 서비스들도 있습니다. 출고 전에 완전히 번인(burn-in) 과정을 거쳐 소비자는 구입 후 박스에서 꺼내서 바로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년간 업그레이드를 보장하는데, 물론 공짜는 아니고 신 모델과의 차액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문한주 : MSB에서는 제시하는 10년간 차액 업그레이드 보증정책은 경쟁 제품이 생겨나서 신경쓰여서라기 보다는 DAC는 새로운 표준이 도입이 되기도 하는 분야여서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우진 : 셀렉트 DAC의 케이스는 공장에서 직접 알루미늄 덩어리를 가공해서 제작합니다. 컬러는 매트 블랙, 매트 화이트, 골드 버전 등이 있지만, 소비자가 커스텀 컬러를 주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MSB의 기존 제품들이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취하고 있는데 비해 셀렉트는 규모 면에서도 존재감이 있고 고전적인 하이엔드 제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처럼 중후하고 세련된 느낌입니다. 전면 중앙부에 위치한 디스플레이가 큼직해서 멀리서도 소스 선택 같은 표시 내용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특히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최소화되도록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문한주 :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경하는 데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며, 어느 방식이 되었건 간에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 엔드 오디오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대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도체 회사에서 개발한 부품 중에서 선별해서 값싸고 쉽게 문제를 보완하고 퍼포먼스를 개선시키는 것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범용 부품만 가지고는 디지털 변환에서의 문제를 다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 회사에서 제공하는 원칩 솔루션을 사용한 경우 재생음이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D/A칩에 내장된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을 사용할 때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노이즈가 D/A 변환 품질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더군요. 좀 더 완성도 높은 재생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방법을 궁리해서 찾아야 합니다.
MSB는 창사 이래로 R/2R 방식의 DAC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항으로 만든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빠르고 아웃풋 임피던스가 변경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방식이 특이하다 보니 디지털 신호 입력부까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전용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높아지지만 성능을 우선한 설계를 적용해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박우진 : 홈페이지에 공개된 측정 결과에 따르면 1kHz 테스트톤을 적용했을 때 손꼽히는 레퍼런스급 DAC 제품(구체적인 제품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만)은 22비트 정도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지는데 MSB의 다이아몬드는 24.5비트 그리고 셀렉트는 28.5비트로 측정됩니다. (MSB 홈페이지 그래프 참조) 이 그래프는 로그 스케일로 그려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제품 간의 성능 차이는 훨씬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스펙을 지닌 프런트엔드에서 내주는 소리를 증폭 기기나 스피커에서 제대로 재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셀렉트 DAC는 최고 수준의 프리앰프 회로를 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나 시그너처 모델만 하더라도 프리앰프를 연결하는 편이 보다 좋거나 선호할 만한 소리를 낼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셀렉트 DACII 의 해상도 높고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소리를 프리앰프를 거쳐서 듣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프리앰프와 별도의 인터커넥트 케이블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셀렉트 DAC의 높은 가격이 정당화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한주 : Select DAC의 장점이 제일 많이 드러나는 부분은 프리앰프 없이 파워앰프와 바로 직결했을 때라고 봐야겠습니다. Select DAC의 소리가 왜 이렇게 좋은지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요인들 즉, 측정에서 보여지는 어마어마한 해상도라던지 아웃 오브 밴드(가청 대역 바깥쪽)의 노이즈 레벨수준이나 클럭의 정밀도 등을 거론해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런 요소기술은 Select DAC가 나오기 전인 MSB Diamond DAC V때 이미 경쟁 업계 정상급 제품을 압도해 버렸어요. 따라서 Select DAC의 소리가 특별히 좋은 이유를 이것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요소들에 덧붙여서 전기회로적인 설계가 혁신적이고 기계적인 설계나 구성에 이르기까지 완성도가 높아진 것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접해본 DAC는 프리앰프를 제거하고 파워앰프에 직결하면 좋아지는 부분과 함께 미진한 점도 같이 느낄 수 있었고, 대개의 경우에는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만에 프리앰프가 있는 조합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여기게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Select DAC는 프리앰프를 사용하지 않을 때의 장점을 모두 누리면서도 프리앰프의 필요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Select DAC는 아날로그 입력 보드를 갖추고 있고 확장도 가능하므로 서라운드 프로세서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만약에 Select DAC를 일반 프리앰프에 연결해서 사용한다면 프리앰프가 Select DAC의 장점을 가려서 진가를 모두 발휘하지 못하게 할 것 같습니다.
GLV 시청실(www.glv.co.kr)
박우진 : 미답의 경지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써야될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레퍼런스의 기준을 다른 차원으로 높인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익숙해진 CD에 예상하지 못했던 사운드스테이지와 디테일, 그리고 다이내믹스의 정보가 들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음색의 텍스처 표현력 역시 처음 들어본 수준이었습니다. 타악기 재생에서 실제 소리의 타이밍과 다이내믹스의 미묘한 변화가 고스란히 재생됩니다.
오케스트라 음악 재생은 진짜 콘서트 홀의 규모감과 깊이와 앰비언스가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오디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가상적인 사운드스테이지가 빈 곳 없이 전후 좌우로 완전하게 채워지고 초점이 또렷한 선명한 사운드스테이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 들어본 피아노 솔로 음반에서는 악기의 규모가 과장되어 들리는데 이 역시 녹음, 믹싱된 그대로를 들려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DAC를 믿고 재생하는 소스나 연결된 모든 제품들의 특성과 실력을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뿐 아니라 연결된 디지털 케이블과 파워 코드, 클럭 등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게 해줍니다. 마치 정밀 분석 기기같은 권위감을 갖춘 레퍼런스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소리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른 디지털 소스 기기에는 만족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한주 : 말씀하신 것처럼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CD가 나온지 30년이 넘었고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기의 수준이 대폭 향상되어서 CD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게 되었는데 Select DAC는 이 수준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한 단계 더 나갔습니다. CD에 이렇게 엄청난 정보가 수록이 되어 있었군요. 단지 그동안 꺼내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었네요. MSB Select DAC는 디지털 오디오 기술이 개발을 거듭하여 벽을 넘으면 이 경지에 도달하게 될 수 있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천의무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한계를 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도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Select DAC의 출현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도 큰 반향을 줄 것 같고, 오디오 제작 업체에도 자극을 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존하는 오디오 업체 중에는 디지털 오디오 기술 개발능력이 뛰어난 회사가 없다시피 하므로 경쟁할만한 제품이 나타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시청 시스템
- 소스기기 : 메트로놈 칼립소 트랜스포트, 브라이스턴 BDP-2
- 스피커 : 락포트 시그너스 스피커
- 프리앰프 : 비올라 소나타 프리앰프, 크레센도 프리앰프
- 파워앰프 : 비올라 부라보2 모노블럭 파워앰프
- 케이블 : 션야타 리서치 킹 코브라 파워코드, 시너지스틱 리서치 갈릴레오 파워코드, 트랜스패런트 레퍼런스 XL 디지털 케이블, 노도스트 오딘 밸런스드 인터커넥트 케이블, 킴버 KS6088 스피커 케이블, 트랜스패런트 레퍼런스 MM 스피커 케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