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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이번에는 샤프와 도시바, 그리고 미쯔비시를 묶어서 올립니다.
♠샤프
샤프도 몇 년 전부터 규모가 많이 줄었습니다. 샤프가 가메야마 공장에서 만드는 S-PVA 패널은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만 완제품으로 나오는 TV는 그다지 큰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런데 삼성이나 LG의 LCD 개발자들과 이야기 해보면 샤프의 패널이 좋다는 것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패널 공급량이 모자라서 샤프에서도 납품을 받아 TV를 만드는데 오히려 국내 패널보다 못 하답니다. 정식으로 테스트하지 않아서 확언은 못하겠고 샤프의 최고 모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팔리는 샤프 TV들은 제가 볼 때도 화질이 별로입니다.
선명도는 과다하고 색은 과장, 왜곡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쌍팔년도에는 이런 성향이 샤프 고유의 특성으로 인식되었을 수 있었겠지만 HD 시대가 정착되면서 원본에 충실한 "표준 색감"이 각광받기 시작하자 미주의 평론가들부터 샤프 TV는 개무시 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샤프가 가장 먼저 LCD TV에 THX 인증 모델을 선 보이며 "표준 색감"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이후의 행보를 보니까 그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그리고 일본 내수용 시장은 아직 "감성 색감"이 강합니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는 샤프가 이미 박살이 났고, 그걸 만회하겠다고 악을 쓰다가는 내수 시장도 말아 먹을 공산이 있으니까 그냥 가던대로 가자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샤프가 이번 CES에서 선 보인 캐치 프레이즈는 Quad Pixel 기술입니다.
일반적인 LCD는 RGB의 3개 픽셀이 합쳐져서 하나의 완벽한 화소가 되는데 비해 샤프의 쿼드픽셀은 여기에 Y(Yellow)를 더해서 4개의 픽셀이 하나를 이루는 것입니다.
RGB에 Y를 추가하면 당연히 색영역이 넓어지겠죠.
지금도 가뜩이나 색영역을 표준보다 넓혀서 재현하기 때문에 과장, 왜곡 논란이 심한 회사인데...더 넓히겠답니다. 색영역이 넓은 것은 패널 자체만으로 볼 때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 넓은 색영역을 가지고 어떻게 자연스러운 색감을 뽑아내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요.
쿼드 픽셀을 사용한 데모를 보여주는데...옆에다 "정상적"인 컬러의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강하고 과장된 색이 좋아 보입니다. 제가 소니 X4500의 리뷰에서 "Live Color Creation"에 대해 언급한 것을 읽어 보시면 참조가 될 겁니다.(
1부 Live Color Creation,
2부 컬러) 아마 "뽀뽀뽀" 같은 유아용 프로그램도 샤프 색감으로 보여주면 애들은 좋아할 걸요? 그런데 나란히 놓고 잠시 비교할 때는 강하고 과장된 색이 생생하고 좋아 보여도 계속 보게되면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슬슬 들게 됩니다. 빨간색이 너무 새빨갛다 못해 마젠타에 가깝게도 보이고 색이 천박하다는 느낌도 생기지요. 옛말에도 과유불급이라고 했는데...샤프는 선명도나 색감이나 너무 지나친 쪽으로만 몰아갑니다. "샤프의 디스플레이 개발실에서 영상을 튜닝하는 사람들은 전부 색약자들이라 이렇게 세게 만드는 것 아닌가"하는 농담도 전문가들끼리는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밝은 환경에서 과장된 색으로 보면 분명이 좋아는 보인다니까요...
데모 영상에 많이 나오는 꽃, 과일 같은 것을 보면 "야! 색감 정말 생생하다"는 소리가 나올만도 합니다.
특히 토마토, 딸기...아, Yellow 픽셀이 더해졌으니 바나나라든가 아래처럼 색소폰의 금속도 잘 표현하겠군요.
그런데 사람 피부색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요? "쟤는 방금 사우나하고 나왔나?"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다 과장된 컬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나 "정상적"인 색감이 좀 칙칙해 보이지, 그것만 따로 보면 그게 맞는 색감입니다. 실제로 과일 가계에 한 번 가 보세요.
농약을 아무리 쳐서 길러도, 그리고 조명빨을 조정하거나 아무리 햇빛이 강할 때 봐도 저 정도는 아닙니다.
위의 나팔 사진이 찍힌 TV는 최고 모델인 LE920 시리즈입니다. 60인치와 68인치 제품까지 있군요.
엣지형 LED를 사용하는 240Hz 모델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LE820, LE810 시리즈도 있습니다.
LE700 시리즈도 있고요.
샤프 TV도 얇게 나왔습니다. 작년의 삼성, LG 수준은 됩니다.
240Hz 드라이브 기술을 샤프는 "AquoMotion"이라고 부릅니다. 삼성이 Auto Motion Plus, LG가 Live Scan, 소니가 MotionFlow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그리고 역시 옆으로 스크롤되는 그림으로 데모중입니다.
3D 기술도 데모중입니다. 3D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나왔군요.
샤프의 DLP 프로젝터 Z15000입니다.
샤프는 Z21000 이후의 최상위 라인업은 닫았습니다만 보급형 홈 씨어터 프로젝터는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Z9000, Z10000, Z12000, Z21000 등으로 이어지던 프리미엄 퀄러티의 제품은 아닙니다.
해상도는 Full HD지만 오히려 Z203 등으로 나가던 보급형 기종의 후속이라고 봐야지요.
이상으로 샤프를 대충 둘러 본 것 같습니다.
♠도시바하...도시바! 아니 도시바가 우짜다가 이렇게까지...
JVC가 "구멍 가게"라고 했지요. 도시바는 JVC보다는 덜 초라하지만 그래봐야 "총각네" 정도의 수준입니다.
제가 CES나 IFA를 3-4년전에 참관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HD-DVD에서 박살나고, 잘 나가던 "새틀라이트" 시리즈 노트북 컴퓨터도 쪼그라 들고...
REGZA 시리즈 TV도 LG에서 패널 받아다 만드는 처지이니 잘 될 리가 없고...
여기 저기서 깨지다 보니까 결국 요모양 요꼴입니다.
결국 이번 CES에서 도시바는 오로지 "CELL TV" 중점으로 홍보합니다.
사실 도시바도 CELL TV가 많이 팔릴거라곤 기대하지 않을겁니다. 자랑할게 그것 밖에 없으니 내세웠겠지요.
CELL TV가 일화 100만엔에 출시된다고 발표된 것은 이미 꽤 됐으니까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만...이넘은 정말 무시무시한 넘입니다. 한국에선 PVR 기능하면 LG의 타임머신이 먼저 떠오르지요? 그 다음엔 티빅스 정도?
원래 PVR에 있어서는 LG도, 그 어떤 회사도 "넘사벽"으로 인정하는 브랜드가 도시바입니다.
일본에서 발표된 도시바 CELL TV는 그 PVR의 정점을 찍는 제품이었고요.
지나간 장면 돌려 보기나 시청 따로, 녹화 따로 같은 기능을 요즘 와서 이야기하면 도시바가 섭섭하지요.
CS, BS 같은 일본 하이비젼 채널 8개를 동시에...HD 화질 그대로 28x8 시간 분량의 녹화가 되는 넘입니다.
20 테라 바이트(2 테라짜리 열 개)의 하드 디스크가 내장되어 있고 초강력 CELL 프로세서가 여덟 개인가 몇 개가 들어가 있습니다.(제가 자료를 찾으면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존해 써 제끼고 있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CELL 프로세서는 PS3에도 들어가는 그넘과 같은 족보지요.
그런데 이번 CES에서 선 보인 CELL TV는 이 휘황찬란한 PVR이 기능이 빠져 있습니다.
도시바 직원에게 그걸 왜 안 넣었냐고 물었더니 일본의 하이비젼 시스템과 미국의 ATSC 시스템이 맞지 않아 넣을지 뺄지 고려중이랍니다. 사실 방송 시스템이 다른 것은 일본 TV 업체로서는 상당히 뼈 아픈 약점이지요.
사석에서 국내 전자 업체 사람들과 잡담하다 보면 한국제 TV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제 1 원인은 마케팅도 디자인도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ATSC 방식으로 잽싸게 표준 정하고 정부에서 밀어 붙인 덕이라는 것이지요. 그냥 밀어 붙여 정하고 나서는 유럽식이 좋다, 미국식을 지키자 말도 많았고, 2013년까지 제대로 디지털 전환이 되겠냐고 잡음도 세지만 전자 업체 입장에서는 그냥 대박 난 것이지요.
일본처럼 내수용 따로 수출용 따로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전압만 맞추고 메뉴만 그 나라 말로 바꿔서 배에 실어 보내면 땡이니까요. 일본은 미국의 HD 표준이 정해지기를 70년대 말, 80년대 초부터 20년이나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자기들끼리는 아날로그 방식의 HD 방송도 슬금슬금하면서요. 그런데 미국 FCC가 관련 업체들끼리 알아서 정하라고 한 발 물러서자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회사들끼리 치고 박느라 몇 십 년이 흘렀지요.
그러다 나중에 일본과는 다른 ATSC 방식으로 덜컥 정한 것입니다.
물론 일본 TV 업체가 브라운관 시대에서 평판형으로 넘어가는 트랜지션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이유이고, 특유의 일본식 영상을 미국에다 계속 강요한 것도 이유는 되지만, 그리고 디자인, 마케팅 등등에서도 그 동안의 성공에 안주해 널널하게 여유부리다가 이 꼴이 된 것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HD 방송 방식이 다른 것은 일본으로선 대단한 약점입니다. 지금의 일본 TV 회사들은 그나마 내수 시장이 먹여 살리고 있지요.
이번 CES에서 PVR 능력 대신 도시바가 중점적으로 홍보한 CELL TV의 기능은 4K SRT입니다.
낮은 해상도의 원본 영상을 여러 프레임을 분석해 가면서 서로 빠진 디테일을 보완해 업스케일링해주는 SRT(Super Resolution Technology)의 효용성과 결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는 그래도 REGZA TV에 들어간 도시바쪽 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SRT를 Full HD 소스에 적용시켜 4K 해상도로 보여준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전시된 도시바의 4K TV는 원본 4K 소스가 아니라 2K 소스를 4K로 변환해 보여주는 시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질은 좋았습니다만...원본이 Full HD 정도 되면 SRT 없이 그냥 4K에 디스플레이해도 꽤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출시한 도시바 TV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KIRA2 시리즈의 65인치 모델입니다.
직하형 LED를 사용했고 로컬 디밍용 존 블럭을 무려 512개로 세밀하게 나눴답니다.
도시바는 다른 업체들은 100개 정도의 블럭에 불과한데 비해 5배나 더 잘게 쪼갰다고 주장합니다.
작년 모델 중에서 LG의 55인치 LH95가 240개 블럭이었으니 65인치에서 512개면 많이 나누긴 했군요.
화질은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LG처럼 IPS 패널을 사용하지만 로컬 디밍 덕분에 명암비는 900만 :1이랍니다.
그리고 최대 휘도가 1,000nit가 넘기 때문에 500nit 정도인 기존의 다른 LCD TV보다 두 배 이상 밝답니다.
아니 이렇게 밝아서 어디다 쓰겠다고...200nit면 떡을 치고도 남는구먼. 뭐, 길거리에 홍보용 디스플레이로 쓰기엔 괜찮겠습니다만 집에서 보기에는 저-언혀 필요없는 밝기지요. 이게 가정용이 아니라 업소용이란 말인가?
한편으론 패널 표면을 까 놓고 로컬 디밍하는 모습하는 모습도 시연하고 있습니다.
CELL TV가 3D가 된다는 점도 홍보합니다.
삼성 LE9500처럼 일반적인 2D 영상도 3D로 볼 수 있도록 변환한답니다.
아래 사진은 CELL TV의 3D 시연을 구경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치 "Men in Black"의 윌 스미쓰와 타미 리 존스의 동료들이 단체로 몰려 온 것 같습니다.
3D를 지원하는 "도시바의 블루레이 플레이어"입니다. 참, 도시바가 BDP를 만드는 것은 아시죠?
제 집에는 아직도 도시바의 HD-DVD 플레이어 A-35가 남아 있습니다. 타이틀도 한 50 장 정도는 되고요.
매년 보여주는 모션 컨트롤 기능을 시연하는 사람들은 올해도 또 왔군요.
주야장창 쎄쎄쎄...구리구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건은 안 나오면서 매년 CES 때만 되면 보여주고 있으니 이젠 슬슬 웃긴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으로 도시바를 마칩니다.
"삼성도 10년후엔 다시 구멍 가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JVC나 도시바를 보면 이건희前會長의 경고가 가볍지 않게 느껴집니다.
한때 정말 잘 나갔던 회사들 아닙니까? 삼성, LG가 완전히 구멍 가게일 때 말입니다.
10년 전에는 언감생심 삼성, LG가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JVC와 같은 반열에서 놀 수 있었습니까?
그런데 10년만에 상전벽해와 급전직하가 겹치면서 이렇게 되는군요. 세상은 모르는 겁니다.
♠미쯔비시여기 또 다른 구멍가게...母그룹이야 아직 자동차, 조선, 항공기를 비롯한 중공업에 금융까지 있으니까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미쯔비시 전자" 만큼은 이번 CES에서 누구 말대로 완벽한 구멍 가게 신세입니다.
그것도 그냥 구멍 가게가 아니라 이름은 "대박 슈퍼" 등으로 붙여 놓고 꼬딱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변두리의 구멍 가게지요. 출품된 모델은 딱 하나. DLP 프로젝션 TV를 가져왔고 그것을 컨테이너 같은 방에 줄 서서 들어가 차례로 구경해야 합니다. CES가 끝나면 저 컨테이너만 달랑 싣고서 아주 간단하게 철수할 수 있어서 좋겠더군요.
저는 줄 서기가 싫어서 제꼈습니다.(장사가 잘 되는 구멍가게인가? 볼껄 그랬나???)
그러고 보니 전자든 자동차든 미쯔비시 로고를 단 제품이 초일류 반열에 오른 것을 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프로젝터는 꽤 잘 만들고 있는 것 같지만 그저 "꽤 잘 만든" 수준에 항상 그치는 느낌이군요.
요즘은 자동차도 현대한테 한참 밀렸지요?
그렇다면 미쯔비시에서 만든 초일류 제품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 해군이 사용한 "제로" 전투기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하이얼미쯔비시에 대한 내용이 하도 허망하게 끝나서 분노하시는 분들을 위해 대타로 중국 기업 하이얼을 좀 소개하겠습니다. 샤프 정도의 규모에 가까운 전시관을 열면서 나름 신경을 썼더군요.
화질도 예전에 비해 급격히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LED 제품의 친환경, 절전을 홍보하더군요.
CES에서도 마치 전자 제품 매장처럼 리모컨을 꺼내 놓고 사람들이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좀 의외입니다.
이상으로 LVCC의 가전 업체 소개를 마치고 다음 글에서는 베니시언 호텔의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구경꾼처럼 그냥 설렁설렁 보고서 대충 글을 쓴 것 같아서 마지막 편으로는 가장 중요한 제품들만 따로 추린 후에 여기 저기서 자료도 찾아 자세한 소개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