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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라스 베이거스 CES 5부-파나소닉/JVC 편

포커스

by hifinet 2010. 1. 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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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종식


이번 글은 파나소닉과 JVC를 묶어서 올리겠습니다.

♠파나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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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가 PDP 사업을 접은 것을 기화로 파나소닉은 명실공히 매출액뿐 아니라 화질에서도 최고의 PDP를 만드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파이오니어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PDP의 최강자는 파나소닉이었습니다만 매출액이 아닌 화질로 따지면 아무도 파나소닉과 파이오니어를 같은 등급으로 봐주지 않는 아픔이 있었지요.
파이오니어는 원래 9세대 쿠로를 끝으로 패널 공장을 닫으면서 10세대부터는 파나소닉에서 패널을 공급받아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파나소닉에서 받은 패널로 만드는 쿠로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냐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진짜 쿠로는 9세대가 끝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지요. 그런데 얼마 있다가 파이오니어는 PDP 사업을 완전히 접겠다면서 한다는 소리가 얄밉게도 파나소닉에서 받은 패널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없어서랍니다. 파나소닉으로서는 복창이 터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장사가 안 되서 접는다고 곱게 말하면 될 것을 손 털고 나가는 입장에서 웬 물귀신적인 작태입니까?
파나소닉의 PDP가 쿠로보다는 못해도 그렇게 씹힐 정도의 제품은 결코 아닙니다.
8세대 쿠로가 나왔을 때도 미주형 모델로 엘리트가 아닌 제품들, 즉 5010이나 6010 같은 제품에 비교할 때는 블랙의 깊이를 빼면 파나소닉의 탑 모델을 더 쳐주는 분위기였습니다. 9세대 쿠로에서도 엘리트 시그너쳐 시리즈의 Pro 모델이나 일본 내수용 KRP-M 시리즈에는 못 미쳐도 5020, 6020 같은 그 아래급 모델들하고는 파나소닉의 제품들도 화질로 경쟁이 되었고요. 그것도 파이오니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말입니다. 그리고 작년인 2009년 모델부터는 파나소닉의 블랙도 한층 깊어졌습니다. 물론 파이오니어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올해쯤이면 거의 비슷한 수준의 블랙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TV의 화질이 블랙만 가지고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계조 표현력이나 색감, 선명도, 동영상 처리 등등... 블랙 이외의 부문에서도 파이오니어는 저만큼 앞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블랙만 따라 잡으면 일반 사람들은 나머지 차이를 잘 모릅니다.  다 비슷하게 보이는 거지요. 그리고 올해 파나소닉 PDP의 블랙은 정말 대단히 깊어졌습니다.

파나소닉은 자사의 비에라 PDP에 "Infinite Black"이라는 문구로 5,000,000 :1의 명암비라고 홍보합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네이티브 컨트라스트 40,000 :1이라는 주장이었는데 1년 사이에 120배 이상 튀겼습니다.
그리고 블랙의 깊이를 판가름할 수 있도록 암막 시설을 갖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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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 :1이라는 명암비는 아마 패널의 전원을 껐을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어떤 디스플레이도 백만 단위의 명암비는 나오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영상에서의 블랙, 즉 전원이 들어와 있는 상태의 블랙은 쿠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별이 떠 있는 밤하늘만 가지고는 쿠로보다 좋은지 못한지를 판가름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보기엔 여전히 쿠로의 블랙이 약간 나은 것으로 보이지만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장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파이오니어 쿠로는 제가 직접 캘리브레이션을 마치고 실제로 시청하는 ISF 모드에서 온/오프 명암비가 10만 :1 정도이고 안시 명암비로 2만 :1이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특히 안시 명암비 2만 :1은 무식할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더구나 패널을 끄거나 하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실제 영상에서 구현되는 명암비라는 점에 주목해야지요.
다이나믹 모드처럼 쨍한 세팅에는 더 나오겠지만 측정해보지 않았습니다. 파나소닉의 명암비 주장은 어떤 측정을 근거로 하는지 몰라도 분명히 옆에 비교되는 2009년 모델보다는 확연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쿠로와는 두 대를 나란히 놓고 보기 전에 어떤 것의 블랙이 나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딥니까? 지금껏 쿠로의 블랙은 무적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파나소닉의 PDP가 드디어 쿠로의 블랙에 맞짱을 뜨겠다고 도전장을 던질 정도까지 온 것입니다.
적어도 블랙 만큼은 쿠로에 그리 밀리지 않는 수준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Moving Resolution 패턴을 사용한 비교 시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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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모델은 900TVL이었던데 비해 2010 모델은 1080TVL까지 완벽하게 풀어낸다고 데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변수가 좀 있습니다. 위의 테스트 패턴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쿠로의 경우 제가 테스트한 결과로는 6.5ppf의 속도로 움직일 때는 1080TVL이 고스란히 나옵니다.
12.5ppf로 속도를 높이면 900TVL 정도이고 18.5ppf에서는 800TVL 안팎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파나소닉 작년 모델과 올해 모델의 비교는 패턴이 움직이는 속도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만 감으로 볼 때 6.5ppf보다는 빠르고 18.5ppf보다는 느리니까 12.5ppf 안팎으로 생각됩니다.
즉 동적 해상도의 테스트 패턴으로 나타난 퍼포먼스에서는 올해의 파나소닉 PDP가 쿠로보다 낫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올해 모델이라고 1080TVL까지 완벽하게 깨끗한 것은 아니었지만 만약 12.5ppf 정도의 속도가 맞다면 950-1000TVL은 된다고 보이니까 쿠로의 900TVL보다는 좋다고 볼 수 있지요. 즉 쿠로의 동적 해상도는 파나소닉의 작년 모델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쨌거나 쿠로는 작년 모델까지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PDP니까 가능한 수치이고 LCD라면 12.5ppf가 넘어가는 속도에서는 해상도가 거의 반토막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동적 해상도에서는 LCD가 PDP에 깨집니다. 응답 속도에서 쨉이 안 되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120Hz나 240Hz로 중간 프레임을 만들면서 어거지를 쓰면 패턴 테스트에서 만큼은 비슷한 결과를 뽑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LCD의 그런 방식으로는 실제 영사을 볼 때 미끈덩거리며 동작이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드라마처럼 보이는 현상, 물체 주변에 나타나는 아티펙트 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LCD가 120Hz 이상으로 돌리면서 중간 프레임을 만들어 넣는 것은 오로지 "동적 해상도 패턴 테스트" 결과를 좋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영상에서는 아직까지 별 위력이 없지요. 앞으로 알고리즘이 비약적으로 좋아지기 전에는요.

아래는 THX 모드에 대한 비교 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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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는 THX 모드가 없는 대신에 ISF 모드가 제공되고, 파나소닉은 ISF 대신에 THX가 제공됩니다.
저보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ISF 모드입니다. 제가 ISF 라이센스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든 세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THX 모드는 제품 편차로 인해 일일이 측정해서 맞추는 ISF 캘리브레이션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SF 캘리브레이션을 받지 않는 일반 사람에게는 THX 모드라도 있는 것이 낫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중적인 관점에서는 ISF 모드보다 THX 모드가 유용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파나소닉의 THX 모드가 쿠로의 ISF 캘리브레이션이 아닌 일반 모드(퓨어 모드 등)으로 그냥 보는 컬러보다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실 블랙의 위력 때문에 쿠로가 유명하지만 색감에서도 거의 천하무적입니다.
여태껏 파나소닉 PDP의 발색 능력과 색감은 쿠로에 비교 대상이 아니었습니다만 THX 모드로 보는 2010 파나소닉의 컬러는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쿠로에는 여전히 조금 못 미친다는 느낌입니다만 두 대를 나란히 놓고 같은 영상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아래는 전력 소모량을 비교한 데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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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모델에 비해 64% 정도밖에 소모되지 않는다고 나오네요.
이 부문에서는 쿠로가 파나소닉에 박살나는 신세입니다. 쿠로는 전기를 많이 먹습니다. 그것도 엄청 먹지요.
쿠로가 문을 닫은 것은 친환경 절전 시대에 맞출 수 없으니까 꼬리를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도 있습니다.
게다가 종잇장처럼 얇게 만드는게 요즘의 추세인데 그것도 못하겠고요.
한마디로 전력 소모량을 따지면 쿠로는 파나소닉의 올해 모델은 커녕 작년 모델에도 확실히 깨집니다

결국 두 대를 나란히 놓고 봐야 어느 것이 나은지 확실한 판단이 서겠지만 적어도 화질 만큼은 올해에도 파나소닉 PDP가 작년의 쿠로를 아직 잡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 격차가 줄었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앞서 올린 글에서 TV 부문 "Innovation Awards"를 수상한 파나소닉 PDP가 있다고 했지요.
아래 사진이 LVCC 센트럴 홀 입구에 따로 전시된 수상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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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이 TV-P50V25인데, 3D가 지원되는 PDP입니다. 아직 3D 컨텐츠가 부족한데다가 보편화되는데도 시간이 걸리니까 쿠로 사용자들은 몇 년 더 버티다가 3D가 많아지는 2-3년 후에 파나소닉 PDP로 바꾸면 될 것 같습니다.
그때쯤이면 정말 2D 화질로도 파나소닉이 쿠로를 따라잡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니까요.
변수는 영상의 경향인데요. 파이오니어의 쿠로가 정통적인 색감과 전문가나 고급 사용자가 좋아하는 영상을 추구한다면 파나소닉은 지극히 대중적인 성향의 영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명암비가 좋아지고 동적 해상도에서 앞선다 하더라도 쿠로 같은 때깔의 색감은 못 뽑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쿠로도 5020, 6020은 좀 대중적인 색감입니다만 파나소닉보다는 발색이 좋습니다) 그나마 THX 모드를 지원하니까 그쪽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자면 파나소닉도 어쩔 수 없이 "덜 대중적"인 색감으로도 튜닝을 해야 한다는 것에 지금으로선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파나소닉도 PDP에만 목숨을 걸 수는 없지요.
슬슬 LCD도 만들어 판지는 꽤 되었는데 올해의 제품을 보니까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이제 파나소닉이 사용하는 IPS-α(알파) 패널도 40인치 이상의 제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LED 백라이트를 적용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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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각이나 응답 속도에서 S-PVA 방식보다 좋다는 점들을 홍보중입니다.
아직은 PDP가 주력이기 때문에 LCD를 대대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PDP의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까 LCD 제품의 개발과 판매에도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껏 파나소닉은 40인치 이상은 PDP, 그 이하 사이즈는 LCD라는 모토였는데 LCD 모델도 확장할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파나소닉도 대대적으로 3D를 홍보중입니다.
3D 데모용 소스로 <아바타>를 열심히 돌리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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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위성 채널인 Direct TV를 통한 3D 방송도 홍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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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4K 해상도의 UHD 영상을 152인치 PDP를 통해 시연하는 장면입니다.
정지 영상을 슬라이드 쇼로 돌리던 LG와는 달리 확실한 동영상으로 데모중입니다. 파나소닉이 4K 제품을 개발한지는 이미 오래니까 소스도 많고, 시연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을겁니다. 사실 삼성도 작년 CES에서는 4K급 PDP를 데모하다가 동영상 재생에 삑사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소스를 재생하던 PC의 세팅을 손 보고 난리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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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파나소닉편을 마칩니다. 어쨌든 이번 CES를 둘러 보면서 직시형 TV 중에 가장 인상적인 화질의 제품을 꼽으라면 저는 파나소닉의 PDP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도 좋아는 보였지만 파나소닉처럼 암막 상태를 유지하면서 데모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를 유보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적어도 블랙 표현력을 보려면 깜깜한데서 봐야지요. 그리고 영상에서의 블랙은 매우 중요한 화질 결정 요소입니다.

♠JVC

삼성의 이건희 前會長이 CES에 나타났다지요. 저야 그때 베니시언의 하이엔드 업체 부쓰를 둘러 볼 때였으니까 몰랐지만 "구멍 가게"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삼성도 10년 전에는 구멍 가게 수준이었다고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 구멍 가게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는 말을 했답니다.
JVC의 전시장을 보면 그말에 딱 맞습니다.
"이제 JVC는 구멍 가게 수준이네?" 이게 JVC 전시장을 보면서 제가 느낀 생각이었는데, 하필 구멍 가게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군요. 미쯔비시도 구멍 가게였고요. 샤프는 구멍 가게보다는 큰 동네 마트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JVC의 전시장 입구입니다.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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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록 구멍 가게처럼 보여도 JVC 전시장에는 이번 CES를 통해 본 영상 중에 최고의 화질이라 일컬을 수 있는 제품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위의 파나소닉편에서 직시형은 파나소닉 PDP를 꼽는다고 했지요?
프로젝터를 꼽으라면 단연 JVC의 D-ILA HD990과 RS4000입니다. 다시 말해서 JVC가 시연한 D-ILA 프로젝터의 영상이 이번 CES 기간 중에 제가 본 영상 중에 최고였다는 뜻입니다.

아래는 D-ILA 프로젝터를 시연하는 방입니다.
시간제로 데모를 하니까 기다렸다가 입장해서 제품 설명을 들으면서 영상을 감상하고 나오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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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기기는 스크린으로는 Da-Lite社에서 나온 필름 타입의 화이트 계열 제품인데 눈대중으로 약 200인치 정도의 크기, 그리고 스피커는 Definitive Technology社의 제품들을 준비했습니다.(同社에서 나온 가장 대형 모델의 서라운드와 센터 스피커를 제가 현재 집에서 사용중입니다. D-ILA 시연에 사용된 Definitive Tech 모델들은 라인업상으로 두번째나 세번째 정도 크기의 제품인 것 같습니다)
소스 기기나 앰프는 가려져 있어서 어떤 제품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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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 보이는 언니가 시연 개요와 제품에 대해서 아주 알아 듣기 쉽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아나운서처럼 말을 하도 잘해서 프리젠테이션 전문 요원인줄 알았는데 기술적인 질문에도 전혀 막히지 않고 척척 대답하더군요. 아주 인상적인 언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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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중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이해해 주시길...(사실 사진 찍을 생각도 못 했습니다. 열심히 보느라고요^^)
먼저 D-ILA HD990 Full HD 프로젝터를 시연했습니다. 작년까지 출시된 탑모델은 HD950이었는데 올해 신모델로 나온 것이 HD990입니다. HD950이 명암비 5만 :1이었고 이번에 본 HD990은 명암비 7만:1로 발표되었습니다.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요? 하긴 요즘은 소나 개나...하다 못해 LCD 프로젝터까지 몇 만:1의 명암비를 주장하니까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수치들은 동적 명암비입니다.
장면의 밝기에 따라 아이리스를 뭐 빠지게 열었다 조였다 해야 나오는 수치라는 뜻이죠.
그러나 D-ILA는 고정 명암비만 가지고도 그렇게 나옵니다. 따라서 LCD 패널은 비교 대상이 아니고, DLP도 범접할 수는 없는 명암비이며, 같은 Lcos 방식인 소니의 SXRD보다도 최소한 대 여섯 배가 넘는 패널 자체의 고정 명암비라는 뜻입니다.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올린 고정 명암비 vs. 동적 명암비를 참조해 주세요.
사실 이번 CES에 오기로 결정한 데는 이 제품을 직접 보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사용중인 삼성의 DLP 프로젝터를 슬슬 교체할까 생각중이거든요.
쿠로를 들인 뒤로는 블랙이 비교되서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쿠로만 보다 보니 다시 대화면의 욕구가 도지기도 하고...그런데 한국에는 딜러가 없고...겸사겸사 CES나 가서 보자...이런 생각이었지요.
사실 오래 동안 선호했던 DLP에 대한 미련은 이제 접었습니다. TI가 독점적으로 패널을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도 문제고, 현재의 12도 틸트각을 어느날 갑자기 한 30도쯤으로 회까닥 바꾸지 않는 한 패널 명암비가 몇 만 대 1이 나오기는 요원하고, 여기 저기서 접는 업체가 생기니까 옵토마 정도나 계속 만들려는지...그렇다고 오토 아이리스로 다이나믹 명암 조정을 사용하는 제품은 싫고...뭐 그렇습니다.
결국 LCD는 애초부터 제 과(科)가 아닌지라 제꼈고 소니 SXRD도 명암 조정이 들어가서 싫습니다.
색감도 제 취향이 아니고요. 물론 D-ILA도 과거에는 전혀 아니올씨다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는 DLP에 상대가 안 되는 허옇게 뜨는 블랙에다가 가격은 또 왜 그리 비싼지...파루쟈나 메리디언에서 고스란히 JVC 제품에다가 껍데기만 자기네 것을 하나 더 씌워서 6천만원씩 받는 것을 보고 D-ILA는 누가 거저 줘도 안 가진다(냉큼 팔아서 다른 것 사야쥐....^^)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한국에 JVC D-ILA의 신제품이 마르면서 구경할 곳도 여의치 않아진 뒤에야 상당히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더군요. 그래서 직접 보고자 온 것입니다.

각설하고 직접 본 느낌을 말씀드르겠습니다.
JVC의 D-ILA 프로젝터는 컨수머용으로 HD550, HD750, HD950, HD990...이런 식으로 모델이 나갑니다.
그리고 프로용으로는 RS15, RS25, RS35로 모델명이 붙습니다. HD 시리즈와 RS 시리즈는 정확하게 똑 같습니다. 일반 파이오니어와 엘리트 모델, 그리고 토요타와 렉서스, 니싼과 인피니티와는 다른 개념이지요.
차이점이라고는 오직 렌즈 주변의 링이 은색(HD)인가 금색(RS)인가의 뽀대 뿐입니다.
가격은 RS35(HD990)가 1만 달러, RS25(HD950)가 8,000 달러 정도인데 eBay를 잘 뒤지다 재수가 좋으면 1천 달러 이상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운송료와 세금은 내야 하고요.
일단 영상을 보고 처음 느끼게 되는 점은 참 곱다는 생각입니다. CRT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격자나 이런 것이 안 보입니다. SXRD나 D-ILA  같은 Lcos 방식은 필 팩터(Fill Factor)가 90% 이상으로 높아서 스크린 도어 이펙트(격자 현상)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DLP에 비해 선예감은 떨어질 수 있지요.
사실 칼 같은 선명함에서는 현재까지 제가 본 프로젝터 중에 삼성 DLP가 최고입니다. 렌즈도 좋고요.
결국 삼성 DLP에 비해 JVC HD990은 약간 소프트하게 보일 수가 있는데, 대신에 아주 고운 느낌에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블랙과 펀치력은 생각보다 못했지만 그것은 세팅상의 문제로 보입니다.
HD990은 900 안시 루멘의 광량이라는 발표로 볼 때 200인치 스크린은 벅찹니다.
몇몇 외국의 HD950(HD990의 리뷰는 아직 없습니다) 리뷰를 읽어 보면 하이 램프 모드에서 750-800 루멘 정도, 광량을 낮춘 노멀 모드에서 500 루멘 정도가 캘리브레이션 이후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번처럼 200인치 스크린에 투사하려면 하이 램프 모드였을 것이고 그래도 충분한 밝기는 아니었습니다.
고광량 모드이니까 당연히 블랙은 생각 만큼 내려가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디지털 프로젝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블랙이었습니다. 9인치급 삼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7만 :1이라는 수치는 삼관보다도 높은 명암비입니다. 그리고 JVC의 근래 제품은 캘리브레이션 이후에 실제 영상을 보는 세팅에서도 발표한 명암비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5,000 :1이라고 발표했다면 17,000 :1 정도가 나오고 30,000이라면 실제로는 32,000 정도...이런 식으로요.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까 1.3 게인의 대각선 123 인치 16:9 스크린에서 16 푸트 램버트의 밝기가 나오려면 552.6 루멘의 광량이 필요하더군요. 게인이 1.3인 100인치 스크린에서는 365 루멘이면 16 푸트 램버트의 밝기로 보기에 충분합니다. 반면에 200인치 스크린에서는 하이 램프 모드로 쏴도 10 푸트 램버트가 안 나옵니다.
어쨌든 가정에서 100-120 인치의 스크린으로 램프 모드를 낮춰서 본다면 이번 CES에서 200인치로 본 것보다 훨씬 쨍하고 높은 명암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시연상의 제약이 있으니까 그점은 감안하고 감상했습니다만 영상 자체는 정말 CRT 삼관식 같은 느낌을 줍니다.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제품입니다.
하여간 스크린이 너무 커서 휘도가 부족한 점을 제외하면 색감도 자연스럽게 잘 맞춰 놓았고 계조도 빼어났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아직 HD990이 시중에 풀리지 않았었고, HD950은 7,000 달러 정도로 eBay에 떴던 것을 기억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eBay 집중 감시 체제로 돌입할 생각이 불끈불끈 들더군요.

HD990의 시연이 끝나자 스크린이 바뀌었습니다. 역시 200인치 정도(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스크린 네개는 늘어 놓을 것으로 눈대중되니까요)의 하이 게인 비즈 타입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요즘 유행하는 광학 스크린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그리고 RS4000이라는 4K 프로젝터 2 대를 사용해 3D 영상을 시연했습니다.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등의 직시형 제품들은 셔터 글라스를 사용한 방식이었고 앞으로의 가정용 3D는 이 방식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JVC의 4K 프로젝터 시연은 극장처럼 편광 필터 안경으로 보게 됩니다.
편광 필터를 사용하지만 프로젝터를  두 대 사용하니까 각각 4K 해상도가 풀로 나옵니다.
이번에 라스 베가스에 오기 위해 와이프를 데리고 연말에 출국했다가 연초에 미국의 아이맥스 극장에서 <아바타>를 3D로 봤습니다. 그런데 며칠만에 200인치 스크린에 4K로 3D 영상을 보니까 그 감흥이 살아나더군요.
초대형 아이맥스 극장에서 초고해상도의 아이맥스 필름으로 보는 <아바타>의 3D 영상에 물리적으로야 비교가 되겠습니까만은...JVC D-ILA 4K 프로젝터의 3D 영상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200 인치의 대형 스크린에 가까이 앉아 보니까 "짝퉁 아이맥스"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인치 대형 스크린이지만 스크린의 게인이 높고 프로젝터를 두 대 사용하니까 광량도 아이맥스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3D를 보겠다고 프로젝터를 두 대 세팅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건 그림의 떡이구낭!"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만... 그러고 보니 LG에서는 SXRD 패널 2쌍(RGBx2의 6개 패널)을 하나의 몸체에 넣어서 싱글 렌즈로도 3D가 됐었잖아?  그러면 JVC에서도 내년 쯤에는 HD990의 후속기로 그런 물건이 나오는 것 아닌감?
이런 생각이 솔솔 들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eBay를 집중 모니터링해서 HD990의 가격을 계속 감시해야겠다던 불과 10분전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군요.  아직 3D 시대가 당장 열리는 것도 아닌데 근래에 <아바타>다 뭐다 ...CES다... 3D를 너무 봤더니 생각도 많아지는군요. 이것 저것 잡다한 3D 데모 영상을 보면서 이런 저런 계산에 머리속도 복잡해졌습니다만 아쉬운 시연이 끝나고 모두 나가라고 합니다.
한 번 더 볼까도 생각했지만 얼굴도 팔리고 해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나와보니...또 다시 JVC는 구멍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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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아래 사진처럼 CES에서 붐박스 라디오나 늘어 놓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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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용 LCD TV 라인업은 접었다고 들었는데 쪼매난 것 몇 개는 가져다 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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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그나마 스타일이 좀 있어 보이는 것도 하나 세워 놓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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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인치 엣지형 LED를 사용한 120Hz Full HD LCD랍니다. 동적 명암비가 8만 :1이라네요.
아니...JVC는 수치 발표를 너무 양심적으로 하는건가, 아니면 기술이 모자란 건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엣지형 LED를 사용하면서 남들은 기백만의 명암비를 자랑하는데 얘들은 도대체 뭘 했길래 "동적 명암비"이면서도 아직 8만이지? 이걸 자랑이라고 떡하고 세워 놨으니 구멍 가게로 쪼그라 들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JVC가 한창 잘 나갈 때도 "장사 수완"이 좋은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제발 망하지 말고 D-ILA로 가정용 3D 프로젝터나 똘돌한 넘 하나 만들어 줘...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LCD 제품의 3D 시연도 하고는 있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알기론 JVC는 컨수머 마켓의 LCD TV 라인업을 접는다고 했습니다.
즉 아래 보이는 3D 제품들이 상용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직시형 LCD도 다들 한 목소리로 가고 있는 셔터 글라스 방식이 아닙니다. JVC의 3D LCD는 편광 필터 안경을 사용합니다.
자기네도 바깥에다 3D TV 몇 대는 세워 놓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인데, 편광 필터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못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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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리나라 기업이 아니라고 자꾸 구멍가게 운운해서 미안한 감도 있습니다만 JVC가 그렇게 만만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방송 장비를 비롯한 프로용 마켓에서는 어느 정도 버티고 있고요.
저도 아직까지는 JVC에서 나온 D-VHS VCR을 두 대나 사용중입니다.
집구석 어딘가에는 20년 가까이 된 S-VHS VCR도 두 대나 더 있을 겁니다.(미쯔비시 S-VCR도 남아 있습니다)
한때는 정말 잘 나가던 회사였는데...이렇게 쪼그라 든 것을 보니 색다른 감회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이거이 뭡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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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바를 만들어서 몇 개 진열했습니다. 그게 답니다.
모두 옆 동네만 기웃거리고 JVC쪽은 파리를 날리고 있습니다.(날릴 파리도 없군요)
물어 보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멀뚱거리며 서 있는 JVC측 사원은 무슨 나이트 클럽 기도처럼도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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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JVC편을 마칩니다. JVC가...다른 분야는 다 망해도 프로젝터는 계속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다음편에서는 샤프, 도시바, 미쯔비시를 묶어서 올리고 그 다음편부터 베네시언 호텔의 하이엔드 업체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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