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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 스칼렛 LCD TV 기획자 정보근 부장

포커스

by hifinet 2008. 3. 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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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TV시장을 여는 엘지전자의 신제품 스칼렛은 하이파이넷 리뷰 사상 최단기간에 조회수 1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화질 모두 혁신된 제품으로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이파이넷 필자 조춘원씨가 이번 엘지의 텔레비전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정보근 부장을 만나 엘지 텔레비전의 컨셉트와 개발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조춘원 : 그동안 엘지의 텔리비전을 말하면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이라 하더라도 화질에서는 제2인자였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화질의 지향점이랄까 엘지 텔레비전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만에 크게 달라져서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왜 그 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지요. 이번 엘지 텔리비전의 새로운 컨셉트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보근 : 디자인은 삼성전자의 보르도가 워낙 강렬해서 업계 전체의 흐름이 바뀌었을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눈이 확 끌려와야 된다고 생각해서 강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화질에 걸맞는 외관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고, 불을 끄면 기계는 사라지고 소리만 남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느낌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화면을 보고 있으면 텔레비전은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배젤를 늘린 이유도 스탠드와 본체 사이를 통해 뒷면의 배선이라든지, 벽지가 보여지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텔리비전을 끈 다음에는 하나의 가구가 되니까, 가운데 구멍을 둔 것이라든지 그런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두었구요.

조춘원 : 정말 구멍이 뚫려 있는지 확인하게 되더군요.

정보근 : 실제로 백화점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춘원 : 잘 보이지 않는 뒷면이 붉은색(스칼렛)으로 화려한데요.

정보근 : 앞을 그렇게 하면 화면에는 좋지 않으니까요. 마치 뒷태가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것처럼, 살짝 옆으로 봤을 때 더욱 섹시하고 아름다와 보이도록 의도된 것입니다. 그래서 뒤 쪽이 더 잘 보이게 약간 나와 있어요. 벽걸이로 하는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겠지만요.

조춘원 : 요새는 벽걸이보다는 스탠드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더군요.

정보근 : 디자인면에서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고, 그 결과 주문이 밀리는 등 판매 면에서도 많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조춘원 : 영화모드에서 이른바 표준영상을 지향한다는 점 또한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정보근 : 이전에는 어느 제조 업체나 마찬가지였습니다만...'감성 화질'을 추구했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화면을 만든 다음에 여러 사람에 제품을 보여주고 그 중 선호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번에 표준 화질의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은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화질의 제품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자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사업부장님과 연구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고, 그래서 여러 국내외 전문가분께 제품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받고 그 부분에 대해 개발 과정에서 반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화질 팀에서 ISF 모드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어와서, 그것도 함께 추진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평론가 분들이 원하는 표준과 ISF에서 원하는 것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되었죠.
그런데 결국은 두 곳에서 원하는 내용이 같았기 때문에 결국 일타이피를 하게 된 셈입니다.
제품 출시 이전에 Cnet.com의 데이비드 캣츠마이어에 제품 평가를 의뢰했는데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조춘원 : 독자분들은 표준화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하이파이넷에 게재된 기사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ISF모드를 화질팀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점도 놀랍네요. ISF의 조엘 실버를 처음 만나셨을 때 그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정보근 : 조엘 실버는 레퍼런스도 중시하지만, 보다 많이 판매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편이었습니다. 매장에서는 밝고 진한 화면을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조춘원 : 이번에 ISF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화질 조정 메뉴가 들어갔는데요. 경쟁사 제품이 어드밴스드 모드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기존 엘지 제품은 화질 조정 메뉴가 대단히 간단했거든요. 새로운 메뉴를 넣는 것에 대한 회사 내의 반대랄까 염려는 없었는지요?

정보근 : 사업부장과 연구소장님께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조춘원 : 키를 쥔 쪽에서 배가 가는 방향을 결정하듯이 결정권자인 두 분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던 셈이군요.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메뉴들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는 면 될까요?

정보근 : 일반적인 사용자들이라면 메뉴 조정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밝은 환경에서는 표준 모드, 어두운 환경에서는 시네마 모드를 보면 됩니다. 특히 시네마 모드의 경우, 공장 출하상태에서 거의 SMPTE-C 기준에 들어 맞습니다. 그리고 입력 신호에 따라 자동으로 Rec 601, 709 모드를 검출해서 적용합니다. 전문가 모드(ISF 모드)는 전문가라든지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그리고 엘지 전자가 화질에서도 레퍼런스를 지향하는 메이커가 되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메뉴 조작이 부담스러운 분들이라면 EYE Q 모드만 사용해도 어두운 환경에서 자동으로 시네마 모드가 적용됩니다.

조춘원 : ISF가 지향하는 표준 화질을 잘 준수하는 텔레비전이라면 조정은 필요하지 않겠지요. 역설적인 이야기지만요.

정보근 : 디자인이라든지 감성 화질의 관점에서는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표준 영상 쪽에서는 극단에 도달했다고 자부합니다. 작년 4월달에 XD 엔진의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노이즈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절대적인 제 1의 과제로 제시하였습니다. 그 때 엔지니어들의 반응은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춘원 : 스칼렛이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노이즈면에서 우월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려운 것이 노이즈를 너무 줄이다보면 화면이 밋밋해지게 될 수도 있지요.

정보근 : 노이즈 제거를 위한 알고리즘이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가장 어렵고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문제입니다. 그 전에는 선명한 화면만 추구했었으니, 그 반대의 과제를 안게 된 셈이지요.

조춘원 : 그리고 블랙의 레벨이 높은 점도 개선되어야 될 부분입니다. 2.35: 1의 화면 비에서 경쟁사 제품에 비해서 영화를 보다보면 위 아래 블랙 바가 거슬리거든요. 화면이 얼룩덜룩한 유니포미티 문제도 있고요.

정보근 : 그런 부분은 엘지 디스플레이에서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 패널 고유의 특성도 보다 향상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춘원 : 화질 이외의 문제로 넘어가죠. 이번에 채택한 인비지블 스피커는 음질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정보근 : 스피커 그릴은 디자인을 크게 제한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측면에 스피커를 두면 직진성이 강한 중 고역에 해로운 영향을 주어서 좋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면 진동판의 인비지블 스피커를 착안했습니다.

조춘원 : 앞으로는 소리의 음질도 더욱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텔리비전이 대형화될 수록 더 좋은 음질을 듣고자 하는 욕구도 강해지거든요.

정보근 : 텔레비전은 계속 얇아지는데, 소리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조춘원 :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폰트라든지 아이콘의 배치가 조화가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정보근 : 화질 조정이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해서 그런 부분은 바로 개선에 착수해 놓은 상태입니다. 디자인을 개선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있고, 각 모드마다 따로 조정을 하게 해놓은 것도 속도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프로세서의 속도가 계속 향상되고 있는데, 속도만 중시할 수도 없고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적용되는 시점은 거의 출시가 임박한 시점이라 편의성과 디자인을 조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조춘원 : 스칼렛의 스펙만 살펴보면 사실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일 지 모릅니다. 작년 한 해 가장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120헤르츠도 아니고 LED 백라이트 적용 제품도 아니고요. 엘지에서 자랑하는 타임머신 기능도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화질처럼 근본적인 부분에서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이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정보근 : 타임머신이 탑재된 제품도 물론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번 제품은 복잡한 기능보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기획된 것이니까요.

조춘원 : 타임머신을 분리형으로 적용할 계획은 없는지요?

정보근 : 앞으로는 시장의 요구를 살펴가면서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출시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조춘원 : 정부장님 개인적인 이야기도 좀 해보죠. 아이러니하게도 엘지 텔레비전이 삼성 프로젝터와 가장 비슷한 스킨 톤을 재생해주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부장님께서는 삼성의 최초의 DLP 프로젝터를 기획하고 조 케인씨를 초빙하셨죠. 프로젝터는 매니아 대상의 제품이라서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삼성 프로젝터 개발에서의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보근 : 물론 도움은 되었죠. 그렇지만 프로젝터의 경험이라기보다는 원래 자동차 설계 분야에 근무하다가, 텔레비전 설계, 그리고 해외 영업, 그리고 DTV 론칭에서의 경험 등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편입니다. 프로젝터의 개발 과정에서 얻은 표준 화질에 대한 개념은 엘지 전자의 엔지니어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어서 별 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조춘원 : 개인적으로 영상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보근 : 98년부터 홈시어터 5.1채널이 나오면서 발을 담궜죠. 하이텔 에이브이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했고, 그 때에는 최원태님 글을 프린터까지 해서 열심히 읽었죠(웃음). 당시에 삼성전자에서는 새로 시작된 홈시어터 사업 부문을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디스플레이, 비디오 제품 들의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이 각기 달라서 문제가 되었죠. 그래서 태스크 포스를 만들어서 각 제품의 출시 시기, 디자인 등을 통일시키는 업무를 했고, 자연스럽게 텔레비전과 프로젝터 업무에도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조춘원 : 정부장님 개인의 마니아적인 경향이 제품에도 조금은 반영되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보근 :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분들의 말씀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와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춘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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