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IFA 2006: Best 영상기기(1)

hifinet 2006. 9. 15. 10:15

posted by 최 원 태

독일에서 개최된 IFA 2006을 다녀온지 어느 새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IFA 2006에 대한 전체적인 참관기는 이종식님께서 깔끔하게 잘 정리 해 주셔서 새삼 덧 붙일 것이 전혀 없습니다만, 이번 전시회 기간 중 보았던 수 많은 신제품 중 부문별로 두드러져 보였던 제품들에 대해서는 한 번 다시 소개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BEST OF BESTS 시리즈 같은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 1 편 : 샤프(SHARP) AQUOS 1080 PRO

앞서 이종식님의 참관기를 읽어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이 제품은 이번 전시회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을 보여준 제품이었습니다. 이제 LCD TV 기술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고 할까요?

먼저 이 제품에 대한 명칭부터 정리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아직 샤프에서 정식 모델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샤프에서 이 제품을 처음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이 약 1년인데, 그 사이 이 제품을 부르는 명칭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MEGA-CONTRAST LCD TV」,「 AQUOS ASVP」,「 AQUOS Professional」,「 AQUOS 1080 PRO」등등이 그 것들입니다.

샤프에서 맨 처음 붙인 이름은 "Mega-Contrast" Advanced Super VIew Premium" 이었더군요. 2005년 10월에 처음으로 37인치 제품을 발표하면서 공표한 모델명입니다. 이름이 굉장히 깁니다. 그래서 한 동안 그냥 AQUOS ASVP라는 약자로 불리웠는데, 샤프에서 그 후 별도로 Premium 시리즈를 냈지요. 그래서 그 후 부터는 ASVP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Mega-Contrast"라는 명칭으로만 불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IFA 전시회를 가 보니 AQUOS 1080 PRO라는 큰 타이틀 아래 "MEGA CONTRAST LCD"라는 기존 칭호를 작은 타이틀로 표시 해 놓았더군요. (아래 사진 참조)

▲ 1080 PRO 시연룸 입구 모습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MEGA CONTRAST"는 구체적인 제품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에 사용된 기술을 의미하고, 정식 시리즈 명은 "AQUOS 1080 PRO"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때 사용되었던 Advanced Super View Premium 이라는 쓸데없이 긴 이름은 폐기 처분된 셈입니다.

사실 작년에 샤프에서 "MEGA CONTRAST"를 구현한 LCD 제품을 개발했느니 어쩌느니 할 때에, 저는 솔직히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렸습니다. 실제 구체적인 제품을 개발했는지, 아니면 패널이나 기술자체를 개발했다는 것인지도 확실히 몰랐고, 또 사실 관심도 크게 갖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각 업체들마다 Contrast 비에 대한 과장된 홍보성 Anouncement가 많은지라, 그냥 그런 소리 중의 하나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100만대 1이라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로 들렸겠습니까?)

그런 상태에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위 사진에서 보신 시연 룸에 들르게 된 것입니다. 원래 LCD TV 품질 면에서는 샤프의 위치는 절대부동의 위치이지요. 따라서 이 회사의 프로용 제품이라면 꽤 잘 만들었겠다 싶은 기대는 내심 했었습니다. 그런데 보여진 영상은 제가 기대했던 단순한 수준의 "좋은 영상"이 아니라, 상당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매우 매우 매우 좋은 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제가 보았던 그 제품이 바로 작년에 개발되었다고 발표 되었던, 하지만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버렸던 바로 그 "MEGA CONTRAST" 제품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 처음 시연룸 안에 들어섰을 때 전면에는 65인치 대형 LCD TV에 위 영상이 비추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이즈가 무려 65인치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은 제가 보았던 샤프의 최정상급 모델 D90(1700만원)과는 또 전혀 다른 차원의 화질이었습니다. D90 보다 블랙이 월등 앞섰고, 패닝에 대한 반응속도가 대단히 빨랐습니다.

그러니까 1년 전에 개발 되었다고 발표는 했지만, 실제 제대로 된 프로토 타입의 제품은 거의 1년이 지난 이제서야 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샤프는 일련의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일단 전문가용 시장에 이 MEGA CONTRAST 제품들을 론칭 시킬 겁니다. 그리고 반응이 괜찮으면 제 생각에는 내년 말이나 후년 쯤에는 일반 대중용 모델에도 이 MEGA CONTRAST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MEGA CONTRAST라니... 도대체 뭐가 Mega 라는 것이지?" 하고 궁금하신 분도 계실 겁니다. 말 그대로 Contrast 비(比)가 MEGA, 즉 100만 대 1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말이 될까요? 1000:1도, 10,000:1도 아니고 1,000,000:1이라고요?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품 중 하나가 캐넌과 도시바에서 개발한 SED(Surface conduction Electron emitter Display) TV입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 또한 높은 Contrast 비인데, 제시하는 숫자가 100,000:1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기를 무척 기대 했는데 찾을 수 없었습니다.)

◀ 도시바의 SED TV 초기 시연 제품. 도시바에서는 2007년 여름 경 55인치 SED TV를 시장에 론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SED TV에 대해 거는 기대는 단순히 Contrast 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SED TV는 영상 처리 시스템 자체를 기존 LCD 제품들과는 다소 다르게, 즉 구형 진공관식 CRT TV의 구조를 근거로 설계를 꾀 했습니다. 즉, 목표 자체가 블랙이나, 색상이나 모두 CRT에 가장 근접한 수준의 LCD TV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실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만, 그 설정된 목표 자체만으로도 크게 기대가 되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SED TV를 조만간 구경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원래는 2006년 봄에 내 놓겠다고 큰 소리를 쳤었습니다만, 이게 글러 버렸지요. 제품 출시는 고사하고 생산 라인 조차도 갖추지 못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들은 소식으로는 올해 말부터 생산 라인을 구축해서 내년 여름 경에 첫 제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 출시가 미루어진 가장 큰 이유가 급격한 LCD TV의 가격 인하 때문이었으니까 내년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32인치 저가형 LCD TV가 1000불 이하로도 나오는 세상에 10,000불짜리 LCD TV를 과연 누가 사겠느냐 하는 것이 현재 캐넌-도시바 내에 퍼져 있는 비관적인 분위기입니다. (출시가 된다면 일단 55인치 제품을 어떻게든 10,000불 이내로 묶어 보겠다는 것이 도시바 측 소식이기도 합니다.)

도시바와 더불어 SED TV를 생산해 비주얼 시장에 과감히 도전해 볼 생각을 하고 있는 CANON이 만든 35인치 SED TV 시제품   ▶












SED TV처럼 높은 컨트라스트 비를 주장해서 화제가 되었던 제품이 또 있습니다. 바로 BRIGHTSIDE라는 회사에서 만든 DR37-P라는 제품입니다. BRIGHTSIDE는 캐나다 회사인데, 좀 낯선 이름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제품을 직접 보기 전에는 선뜻 말만 가지고서는 신뢰 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시연회를 가진 후 이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평들이 여기 저기에서 들려 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최저 밝기는 0.015 ㏅/㎡, 최대 밝기는 3000 ㏅/㎡ , 그러니까 계산 상으로 200,000:1의 Contrast 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스펙 상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담당 엔지니어의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꽤 그럴 듯 합니다. 간접광과 표면과의 관계, 2차 반사광의 영향 등을 나름대로 반영하는 등 꽤 신뢰성 있는 태도로 밝기를 측정했더군요. 실제 상의 Ansi Contrast 비를 측정하기 위해 9 포인트 안시 체크바 패턴을 띄웠더니, Ansi Contrast도 25,000:1(!!!)이 나왔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 캐나다 회사 BrightSide가 만든 초고가, 초고스펙의 Extreme Dynamic Range 제품, DR37-P.

BrightSide는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지만 꽤 프로페셔널한 면이 느껴집니다. 위 사진을 한번 보시죠. 슬림한 기분을 주기 위해 요즘 LCD TV들은 보통 베젤을 얇게 가지고 가는 추세이지만, DR37-P는 반대로 아주 둔탁하게 두꺼운 블랙 베젤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매스킹 효과를 통해 블랙을 낮추기 위한 노력입니다. 사실 이 정도 매스킹 효과만 가지고도 최저 밝기는 0.00x 단위의 밝기에 차이를 줄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Contrast 비를 수십배 불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할 수 있는 숫자가 됩니다.

그러나 제 경험 상 디스플레이 기기는 역시 "만들어 본 사람"과 "처음 해 본 사람"과의 차이가 어디서든 반드시 나게 마련이더라는 것입니다. 대개는 완성도의 차이입니다. 항상 뭔가 빠지는 요소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직접 봐야만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BrightSide가 자신들의 Extreme Dynamic Range 첫 작품인 DR37-P(우측)을, 일반 컨벤션 제품과 비교하고 있는 모습.









위에 BrightSIde의 DR37-P 비교 시연 사진이 있습니다만, 사실 Contrast 비는 이 사진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DR37-P가 두꺼운 블랙 베젤로 매스킹이 되어 있는 것에 반해, 좌측의 일반 제품은 은색 프레임입니다. 좀 불공평하지요. 게다가 Contrast 비를 크게 어필하기 위해 역시 우측 DR37-P는 예외없이(?) 밝기를 높여 놓았습니다. LCD 또는 DLP 등의 제품에서 블랙은 낮을 수록 좋은 것이 당연한 상식입니다. 그러나 화이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밝을 수록 좋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적당히 밝아야지요. 이걸 잘 못 하면 밝은 쪽이 몽땅 클리핑(※ 더 밝은 것과 덜 밝은 것이 구별이 되지 않고 뭉쳐져 버리는 현상)이 생기고 맙니다. 위 사진을 보니, 일단 간달프의 이마 부분에 클리핑이 심하게 나타났군요. 밝기를 좀 더 줄여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DR37-P를 직접 테스트 해 볼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제품의 US 가격이 45,000불이기 때문입니다. (!!!) 놀랍지요. 중소 업체이다 보니까 매니어를 위한 고가의 레퍼런스 제품 판매 위주로 가겠다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45,000불은 좀 너무 했다는 생각입니다.

정작 1080 PRO 이야기는 제쳐 놓고 엉뚱하게 SED와 BrightSide 이야기만 했군요. 이제 샤프 MEGA CONTRAST 제품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Mega-Contrast 의 외부 스펙은, 최소 밝기가 0.0005 ㏅/㎡, 최대 밝기가 500 ㏅/㎡ 입니다. 그래서 나누어 보면 100만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위에 언급했던 BrightSide의 DR37-P와는 다소 다릅니다. DR37-P는 최대 밝기가 무려 3000㏅/㎡ 이었습니다. 반면 Mega-Contrast는 500 ㏅/㎡ 밖에(?) 안 됩니다. 즉, 전자(前者)가 블랙을 낮추는 것보다 피크 화이트를 높이는 것에 비중을 둔 반면, Mega-Contrast는 피크 화이트는 가급적 크게 높이지 않고 블랙을 최대한 낮추는 쪽에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사실은 이게 정석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밝기를 잘 못 높이면 계조나 색상이 틀어지고 그림이 상당히 가볍게 보입니다. 따라서 Contrast 비의 향상은, 언제나 블랙을 낮추는 것 위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블랙을 1/10 낮추는 것은, 피크 화이트를 100배 높이는 일 보다도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낮아진 정도를 엄밀하게 측정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100만:1, 20만:1, 10만:1... 이런 수치들을 믿어야 할까요? 아니요. 별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저는 전혀 안 믿습니다. 피크 화이트의 최대 밝기를 측정하는 일은 그대로 비교적 쉽습니다. 그러나 최소 밝기를 측정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엿 장수 맘대로"입니다. 측정 환경, 측정 조건, 측정 기구 등에 따라 수십배, 수백배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 이 Contrast 비라는, 현재 LCD TV들이 스펙을 내세울 때 가장 먼저 들이미는 바로 그 수치입니다.

실제 LCD TV에서 Contrast 비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제일 중요한 화질의 중요 요소입니다. 따라서 그 제품의 Contrast 비를 살펴 보는 것은 LCD TV와 PDP TV의 성능을 평가하는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스펙 상의 표기 수치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이떄 유의할 점은 얼마나 밝으냐, 즉 피크 화이트에 치중하지 말고, 얼마나 어두울 수 있는가, 즉 블랙의 심도가 얼마나 깊게 표현이 되고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크 화이트가 지나치게 높으면, 지나친 피크 화이트는 상대적으로 블랙 레벨을 실제보다 더 낮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순간적인 Ansi Contrast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되면, 그림을 이루는 중요한 여러 요소들을 자칫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피크 화이트가 높다 싶은 제품을 만나면, 일단 그 것에 쏠린 자기 눈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피크 화이트가 높을 때 빼 놓지 말고 체크 해야 할 것은, 밝은 부분에서 클리핑이 일어나지 않는지, 전체적으로 색이 씻겨 나가지 않았는지, 전체적인 계조 표현력이 자연스러운지 등을 살피는 것입니다. (잘 못 하다가는 밝고 어두운 두 부분만 눈에 띄고, 나머지는 다 양쪽으로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들의 경우-유감스럽게도 국내 제품들의 경우, 특히-대개 이런 양상을 띱니다.) 이런 요소들을 고루 충족한 뒤에도 여전히 Contrast 비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이고, 영상이 임팩트하다면 그 것은 블랙의 심도가 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영상은 블랙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사항들을 다시 상고해 볼 때, 샤프의 AQUOS 1080 PRO MEGA CONTRAST 는 이들 기준에 그다지 어긋남이 없는, 현재까지 출시된 LCD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레퍼런스 영상을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Contrast 비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림의 "완성도" 면에서도 매우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밝기를 높이는 것이 아닌, 블랙을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도 그렇고, 계조의 흐트러짐 같은 것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또 높은 계조 부분에서도 클리핑 현상을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컨트라스트 비가 올라가는 바람에 색상의 깊이가 떨어졌다거나 또는 그림이 단조롭게 보인다거나 하는 현상도 없었습니다.

▲ 37인치 프로페셔널 스튜디오 제품(좌)과 같은 사이즈의 일반 제품(우)을 비교해서 시연한 모습. 이런 종류의 스냅샷은 촬영한 카메라(이 경우는 소니 400만화소를 사용), 독자의 시청 환경 및 모니터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보일 수 있으므로 일률적인 설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시연 영상들은 대개 블랙과 화이트의 대조를 이루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색상의 깊이나 정확성 같은 것을 비교 관찰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색상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 드릴 것이 없습니다. 세팅은 꽤 전문적인 수준으로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비교 시연회에서는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과장 시키는 면이 있는데, 그런 점도 찾아 보기 힘들었고, 과장된 샤프니스에 의한 링잉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샤프 LCT TV 특유의 선명하고 깨끗한 화면에 뚝 떨어진 블랙이 바탕으로 깔려 전반적으로 전개되는 그림이 안정되고 무게 있게 펼쳐졌습니다.

▲ 좌측이 37인치 프로페셔널 제품, 우측이 일반 LCD. 우측의 일반 LCD는 가장자리의 베젤의 형태가 반사광에 의해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좌측의 PRO 제품은 거의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두 제품의 프레임은 같은 재질이었습니다. 정말 PRO 모델은 잘 만든 CRT TV에 버금가는 뛰어난 블랙을 보여줍니다.

위의 로고 영상, 즉 블랙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상이 나오니까 PRO 제품과 일반 제품의 심도 차이가 대번에 드러나더군요. 매스킹을 잘 해 놓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일반 LCD TV의 블랙도 상당한 수준의 깊이였습니다. 그러나 PRO의 블랙은 예상을 훨씬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종식님도 언급했었지만, 정말 이 정도면 CRT와 별 차이가 없지 않나 싶더군요. 물론 CRT도 CRT 나름입니다. 제 말씀은 일반적인 CRT TV의 블랙보다는 월등히 낮은 수준이고, 하이엔드급 CRT TV와 맞서더라도 결코 뒤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CRT에 버금가는 블랙을 만들고자 하는 LCD 진영의 노력은 최근 그 열매가 가시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SED의 경우도, CRT의 구조를 원용해서 설계를 했다고 했습니다만, 엡손의 새로운 D6 패널도 블랙을 높이기 위해 CRT처럼 아예 광원을 OFF 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요. (나중에 소개하게 될 미츠비시의 LVP-HC5000 프로젝터가 바로 이 D6 패널을 사용한 제품입니다.)

▲ 샤프 AQUOS 1080 PRO 65인치 Theater display 제품. 대형 화면이지만 디테일이나 블랙의 안정성은 작은 사이즈의 제품과 별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샤프의 1080 PRO MEGA-CONTRAST 제품은 현재 두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37인치와 65인치 두 가지입니다. 37인치가 작년에 처음 개발 되었었고, 65인치는 최근에 추가 되었습니다. 37인치는 Studio Monitor 라는 명칭으로, 65인치는 Theater Display 라는 명칭으로 소개 되고 있습니다. 37인치의 경우는 방송/스튜디오 쪽을, 65인치의 경우는 영화 제작업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일반 판매보다는 매니아나 전문집단을 대상으로 한 Professional 제품으로 론칭을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는 이 제품의 가격대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 붉은 색조가 섞인 일몰 광경인데, 블랙의 심도가 좋다 보니, 자연히 색상의 깊이도 더 좋아 보였습니다. 단, 샤프 LCD의 레드는 다소 과포화 되었는지 아닌지 한 번 체크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LCD TV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추세에, 고가의 하이 퀄러티의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캐넌-도시바의 SED도 당초 예상보다 1년 6개월 이상 제품이 딜레이 되고 있는 원인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상황의 변화 때문으로 콕 찍어 말하고 있습니다. 샤프는 제품 라인업이 이미 확실히 잡혀 있는 회사라서 도시바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겠지만, 몇 만불짜리 하이엔드 제품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내놓으려고 하지는 않을겁니다. 역시 방송/영화등 비지니스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그렇다면 가격대는 대략 과거 방송/영화 모니터 시장을 석권했던 소니의 CRT 모니터(BVM 시리즈)들을 연상하여 추리 해 볼 수 있습니다. 37인치라면 대략 1~2만불선, 65인치라면 3만불은 족히 넘지 않을까요? 샤프의 일반 콘슈머용 제품 중 가장 비싼 65인치 D90이 대략 15000불 정도 하니까, 65인치 PRO는 그 두배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시연 프로그램은 행성의 울퉁불퉁한 표면 질감에 대한 표현력과 블랙의 깊이, 다이내믹 레인지 등을 고루 평가할 수 있는 영상 소스였습니다. 위 사진은 37인치 Studio 모델, 아래는 일반 LCD TV. 역시 블랙이 약간 더 뜹니다.

▼ 아래는 역시 같은 영상 소스를 65인치 Theater Display 제품에 표현한 사진. 개인적으로 37인치보다 65인치에서 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상의 디테일과 깊이를 확실하게 느낀다는 측면에서는 65인치가 더 매력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샤프의 이 레퍼런스 LCD 제품의 가격대를 정해주는 가장 큰 변수는 아마도 캐넌-도시바의 SED TV가 될 것 같습니다. 만일 도시바의 영상 퀄러티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아 보이는데, 가격이 더 싸다면 샤프로서도 고민이 될테니까요. 일단 도시바에서 55인치를 1만불 언더로 낸다고 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뉴스입니다. 샤프의 MEGA CONTRAST에 깊은 인상을 받고 나니, 이제는 슬며시 도시바의 SED TV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20만대 1과 100만대 1이라는 외형적 수치의 차이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내심 CRT 적인 LCD라는 도시바의 기치에 더욱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현재까지 제가 본 LCD 기종 중에서는 샤프의 AQUOS 1080 PRO 모델이 최고요, 압권입니다.

요즘 LCD TV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요. 지금은 보급 위주이기 때문에, 이 것 저 것 별 구분 없이 액정만 달면 다 LCD 제품이고, 값 싸고 비까 번쩍 밝기만 하면 무사 통과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되기 시작하면 LCD TV도 나름대로 비싼 제품, 싼 제품, 하이 퀄러티, 로우 퀄러티, 허접 퀄러티, 다기능 고스펙 복합형, 단순 무식형 저가형 등등 여러가지 형태로 제 각각의 클래스를 형성하게 될 겁니다. 최근 LCD TV 시장을 가장 강력한 지배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삼성, LG 등 국내 업체입니다. 또 이들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물량의 성공"에 현재 꽤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글쎄요, 과연 그럴 단계일까요? 앞으로 3년뒤, 5년 뒤... 이들 업체들은 중국의 하이얼과 전투를 벌일 계획인지, 아니면 샤프, 도시바 등과 자웅을 다툴 생각인지 지금쯤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일 겁니다.

아무튼 샤프의 AQUOS 1080 PRO... 정말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다음 편에는 LCD 프로젝터의 새 바람을 몰고 오지 않을까 예측이 되는, 1080p 3LCD 프로젝터 미츠비시 LVP-HC5000에 대해 살펴 보지요.

< 최 원 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