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공간인 일산 KINTEX로 옮긴 한국전자전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전시 규모나 열기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시 공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AV 산업 전반이 침체한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국내 대형 가전 업체인 LG전자와 삼성전자 외에 다른 업체의 참가가 너무 빈약해 보입니다. 해외 업체로 필립스, 샤프 전자, 그리고 벤큐가 비교적 큰 규모의 전시 공간을 사용했지만, 전시품이 거의 없이 자리만 축내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때 기세를 올리던 MP3 플레이어 업체들과 중견 디지털 디스플레이 업체들 모두 기력이 쇠하여 보였고요. 전시 품들도 그저 그래서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되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이어폰 업체인 크레신이 큰 규모의 전시를 한 것은 음향 기기가 아니라 휴대폰 덕분일 겁니다.
수 년전이라면, 이트로닉스라든지, 태광 산업도 참여했겠고, 레인콤이나 코원이 대규모의 전시를 보여주었겠지만,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음향 산업의 이런 퇴조는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와 네트워크화의 물결에 의해 산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을 이제는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전자전에서 가장 돋보인 분야는 MP3나, 휴대폰, PC가 아니고, 역시 평면 디스플레이, 그 중에서도 LCD TV 였습니다.
그 동안 타임머신으로 재미를 본 LG전자에 비해 삼성전자는 화질을 이슈화 시켜보려는 모습이었고, 사실 이번 킨텍스 전시장에선 제대로 주효한 느낌이 듭니다.
삼성전자의 PDP나 모젤 같은 제품군에 대응할 만한 우수한 화질의 제품이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들은 사실 굉장히 정성들인 전시를 했는데, 그냥 쌓아 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명이나 화면 세팅 등을 비교적 세심하게 신경 써서 화질이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LCD나 PDP가 세계 최고의 화질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굉장히 많은 발전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화질에선 한 가닥들 하는 파이오니아, 파나소닉, 도시바, 소니 등 일본의 대표적 가전 업체들이 불참한 상황. 참여는 했지만, 작년에 나온 구모델만 잔뜩 늘어놓은 샤프 전자, 그리고 갈길이 멀어보이는 화질의 LCD TV를 출시한 중국 업체 하이얼 덕분에 삼성전자의 화질 중시 전략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LG 전자의 풀 HD LCD TV는 전시장 내에선 화질로는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금도금한 PDP와 홈 시어터가 눈길을 모았구요. 여전히 미녀 도우미들이 제품 홍보와 설명을 담당하는 방식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묘하게도 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굉장히 차분했습니다.
프로젝터 분야에선 엘지 전자의 소형 프로젝터, 그리고 벤큐의 풀 HD DLP 프로젝터가 눈길을 모았습니다. 과거 홈 시어터 프로젝터를 고급 제품으로 전용룸에 시연하던 샤프 전자는 업무용 모델을 주로 전시하였습니다.
샤프 아쿠오스 LCD TV
샤프 아쿠오스 전시대
공기 청정기 전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