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hifinet on 01/31 at 08:46 PM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5-01-20 13:11:16

자디스는 André Calmettes 씨가 1983년도에 창립한 프랑스의 진공관 앰프 전문 제작 업체로, 비용이나 노력을 생각하지 않고, 가장 정확한 음악적 재생을 추구한 제품들을 만들어오고 있다. 많은 진공관 앰프 제작 업체처럼 자디스 역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많은 측정 장비를 보유하고 연구 개발 분야에 큰 비중을 두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자디스는 이색적인 형태의 스피커도 만들어서 스테레오파일 등에서 좋은 평을 받은 적도 있고, CD 트랜스포트와 DAC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자디스하면 진공관 앰프를 연상할 수 밖에 없다. 자디스의 진공관 앰프는 특유의 화사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필자는 오래 전에 자디스의 오케스트라 레퍼런스 인티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앰프는 생생하면서도 화사한 소리로 마음을 끌었고, 자디스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기게 했다. 최근 자디스의 인티앰프가 다시 수입되어서 수입원인 소비코에 대여를 요청했지만, 대신에 JP-15 프리앰프와 JA-15 파워앰프라는 새로운 엔트리급 분리형 제품 들을 제공받았다. 제작사 홈페이지에서조차 아직 정보가 실리지 않은 최신 제품들이어서 사양에 대한 정보는 나중에 추가하도록 하겠다.


Jadis JP-15 Preamplifier

우선 JP-15 프리앰프는 두께가 높지 않은 적당한 크기에, 싱글 엔디드 전용의 진공관 프리앰프다. 자디스 특유의 거울 같은 케이스는 전면의 금장 패널과 멋지게 조화되며, 뒤에 입력 단자가 붙어 있는 곳까지 말끔하게 처리되었다. 위 사진은 김계환 필자님이 찍은 것인데, 새시가 거울처럼 주위의 사물들을 비쳐서 촬영하기가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사진에선 특유의 금속성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실물이 월등히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직접 보면 아마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는 랙에 넣어 두기에는 아까울 만큼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프리앰프의 전면 패널에는 볼륨, 좌우 밸런스, 테이프-소스의 모니터, 뮤트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리모트 컨트롤은 제공하지 않는데, 실제 볼륨이나 셀렉터를 조작해보면 너무나 부드럽고 깨끗하게 작동된다. 보는 느낌 뿐만 아니라 직접 손에 닿는 느낌까지 거의 만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Jadis JA-15 poweramplifier

JA-15 파워앰프는 자디스의 상급 기종인 JA-30 등과 같은 디자인에 모노블럭 형태다. 폭이 좁아서 일반적인 스테레오앰프와 비슷한 공간을 차지하며, 물론 랙에 수납할 수도 있지만, 스피커 곁에 두는 것이 더욱 보기가 좋을 듯 하다. 어둡고 침침해서 어딘가 숨을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멋없는 파워앰프들과는 달리, JA-15는 이례적일 만큼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다. 자디스 파워앰프와 비교할 제품으로는 아마 매킨토시 정도가 이에 비견될 만할 듯 하다. 금장으로 장식된 전면 패널, 초록색의 LED, 역시 크롬 도금된 케이스에 수납된 트랜스포머와 그 위의 금장, 사이에 들어간 파란색 커패시터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진공관 앰프들은 대개 불을 꺼놓고 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자디스는 불을 켜놓거나 끄거나 아름답게 보인다. 조명을 어둡게 하면 철망 속에 숨겨진 845 진공관의 붉은 빛이 은은하게 스며 나온다. 디자인은 관계 없다, 소리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하는 음악 애호가들도 실제 자디스 앰프를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그런데 더 좋은 것은 실제 소리까지 좋다는 것이다. 제품의 시청에는 메리디언의 G08 CD 플레이어, 트라이앵글의 안탈 스피커와 B&W의 704 스피커를 사용했다. 같은 프랑스 출신의 동향인 트라이앵글 스피커가 높은 감도 때문에 자디스 앰프와 좀 더 잘 어울리는 짝인 듯 해서 시청에 주로 활용했다. 케이블은 킴버의 KS3035 스피커 케이블을 비롯해, 리버맨, 카나레, 후루카와 등을 사용했다. 비교 앰프로는 BAT의 VK-51SE 프리앰프와 VK-75SE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첫 인상은 상당한 두께를 느끼게 하는 탄탄한 저음과 적극적으로 스피커를 드라이브한다는 것이다. 느슨하고 힘 없는 소리를 낸다는 저 출력 진공관 앰프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이 조합은 안정된 밸런스와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음악의 에너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우수한 실력을 갖고 있다. 제임스 주드가 지위한 말러의 교향곡 1번에서 금관 악기의 소리는 연주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불어내는 힘이 느껴지며, 얇고 작게 들리기 쉬운 트럼펫의 소리도 당당하게 울려 퍼진다. 내려치는 팀파니 등의 타악기 소리도 제대로 힘이 실려있다.감도가 아주 낮은 스피커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91dB의 안탈 스피커에서는 관현악 곡을 감상하더라도 말러 교향곡에 담긴 거대한 다이내믹스의 격랑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연주한 쇼팽의 야상곡 음반에서도 음악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측면이 탁월했다. 타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다. 저음의 음정이 하나하나 또렷하게 들려오며 덕분에 굉장히 리드미컬한 느낌이 된다. 고역에서 자디스 특유의 착색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들릴 정도의 화성적인 컬러레이션이 남아 있다. 앰프에서 만들어내는 하모닉스 때문에, 소리에 약간 여운이 붙고, 환하지는 것처럼 밝게 들리기도 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실제로 고역 재생 대역이 아주 넓지는 않다. 음장이 조금 닫혀 있어서, 악기 사이의 빈 공간이 잘 드러나지 않으며, 심벌즈의 여운은 미세하게 흩뿌려지지 못하고 조금은 무디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BAT VK-51SE와 VK-75SE 같은 훨씬 비싼 조합에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 앰프의 해상도나 디테일 재생은 이전에 필자가 리뷰한 캐리의 CAD-300SEI나 오디오 신세시스의 분리형 제품에 비해서도 더 하이파이적이고 더 현대적인 소리다. 그리고 BAT 앰프보다는 약간 거친대신 더 생동감 있는 소리로 음악을 듣게 해주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네임 오디오에서 만든 테스트 CD를 들어보면, 이 앰프가 각기 다른 트랙에 녹음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고루 대응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재즈 음악에서는 베이스와 드럼의 양감이 매우 좋아서 리듬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된다. 어쿠스틱 기타의 질감 역시 원하는 만큼 예리하며 화려하게 들려온다. 게다가 경직되거나 딱딱한 소리로 귀를 괴롭히는 일이 없으므로 록 음악을 고집하는 애호가들에게도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필자가 들어본 앰프 중에서 이렇게 물처럼 유연하면서도 화사한 소리를 내는 앰프는 거의 기억하기 어렵다. 음장은 약간 앞으로 나오는 편이므로 보컬을 들으면 귀에 속삭이는 것처럼 소리가 다가온다. 대개 착색이 있는 앰프라고 하면, 자신만의 소리로 바꾸는 경향이 있어서 감상자를 질리게 하므로 결코 좋은 의미로 평가되지 않지만, 자디스는 이점에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리뷰했던 오케스트라 레퍼런스와 달리 이 앰프의 착색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아 보인다.

굳이 단점을 든다면, 전원 사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도가 높은 안탈 스피커와의 매칭에서는 약간의 험이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감도 스피커 특유의 직접적이고 생생한 느낌에는 매칭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하다. B&W 스피커에선 소리가 조금 더 두꺼워지면서 중저역의 탄력과 집중력이 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매끄러운 밸런스의 품위 있는 저음의 재생은 일품으로 베이스의 리드미컬한 느낌이나 일렉트릭 기타의 쨍쨍한 소리까지 흠 잡을 데 없이 재생해냈다. 그래서 조금 덤덤한 느낌을 주는 B&W 노틸러스 스피커들의 고음에 자디스의 화사한 음색이 더해지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든다. 또 유연한 중고역과 견고한 저음을 들려주는 측면에서는 풍성한 저음을 내는 JM Lab의 스피커들과도 아주 좋은 매칭이 될 듯하다. 나중에 꼭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조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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