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지털 AV쇼는 작년에 비해 관람객도 많고 볼거리도 풍부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영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전시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HD 방송을 보여주는 부스가 많았고 HD방송을 주제로 하는 강연이 있는 등, HD 방송 및 영상이 떠오르는 주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에 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전시로 눈길을 끄는 부스들이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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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는 삼성의 참여입니다. 삼성은 정성을 기울여 만든 프로젝터들을 중심으로 전시장 3개에 걸쳐 제품을 전시하고 시연했으며, 유익한 강연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최원태님의 HD 영상 및 방송 강연은 시기가 매우 적절했으며, HD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 및 HD 화질을 즐기기 위한 방법을 매우 쉽고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하이파이넷 필자이신 이종식님의 표준 영상 강연은 표준 영상의 정의와 표준 영상이라는 말의 적합성 및 유효 범위, 구체적인 예시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사례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었으며, 참가자들의 집중력과 호응도가 매우 좋았습니다.
역시 하이파이넷 필자이신 박우진님의 강의는, 멀티채널 스피커 시스템의 설치 방법과 SACD 및 홈시어터 시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홈시어터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고 멀티채널 시스템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잘 제시해준 강연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았던 로이코 부스는 역시, 제일 화려하고 풍성한 전시로 인기를 끌었습니다.올 연말은 B&W, 클라세, 제프 롤랜드 등의 쟁쟁한 회사에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 해여서 로이코 부스를 더욱 멋지게 빛내고 있었습니다.
로이코 역시 유익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로이코의 메인 부스는 한 쪽에서는 강연 및 시연이 이루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관심이 집중되는 신제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강연이나 시연이 진행될 때 집중력이 분산되고, 소음과 공간 특성상 기기들이 제 성능을 내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러한 공간 덕분에 부스가 항상 활기찬 모습을 띠었습니다.
서브 부스들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에소테릭과 제프 롤랜드의 아이스 파워(?)을 중심으로 시연을 펼친 부스에서는 반가운 얼굴인 시그너쳐 800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에소테릭, 시그너쳐 기타 등등
에소테릭 부스의 옆에서는 풀 매킨토시 시스템이라는 인상적인 구성의 시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전통적인 매킨토시 앰프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신제품들을 내놓는 매킨토시는 과거 선망의 대상을 이제는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령대가 높은 오디오파일들에게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정성스러운 세팅과 화려한 출전 기기들로 가장 인기가 좋았던 GLV 부스는, 올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는 메리디안의 스피커 시스템과 인포커스 프로젝터를 사용한 시스템을 볼 수 있었는데, 깔끔하고 단순한 시스템에서 나오는 수준 높은 영상과 시원하고 스케일 큰 사운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GLV는 항상 하이엔드 홈시어터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는 점에서 좋은 전시를 보여주었습니다.
GLV의 다른 부스에서는 바코의 프로젝터를 상시 시연하고 있었습니다. 사운드 없이 영상만을 시연하고 있어서, 화질을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오디오 갤러리 부스는 올해도 변함 없이 밝고 화사한 분위기였습니다. 스피커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골드문트가 중심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앰프와 소스기기도 골드문트를 사용한 풀 골드문트 시스템에서는 해상력이 뛰어나고 시원시원했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골드문트 파워앰프였는데요, 큼직한 액정화면이 가운데에 있어서 작동 상태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액정화면은 섬세한 그래픽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해상도가 높아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시연 제품 외에 전시된 제품들도 주목받는 제품이 많았습니다. 오디오 리서치 앰프와 골드문트 앰프, 소스기기 라인업의 하위기종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처드 그레이 파워 컴퍼니 라는 회사의 로고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한 편 K1 AV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주력 제품이 올해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코드와 틸의 제품들이 나와서, 탄탄하고 힘이 넘치는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디자인이 특이한 코드의 앰프들은 올해에도 여전히 눈길을 강하게 잡아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제품의 런칭도 있었습니다. 락포트라는 브랜드의 스피커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해상력이 좋고 깔끔한 소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하만카든의 AV앰프가 시연되는 부스에서는 하만카든 리시버의 전 라인업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깔끔하고 멋진 디자인에 가격도 저렴해서 관람객들의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소리에서는, 다이내믹스와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이번 오디오페어에서는 음반 관련 부스들도 주목할만했습니다. 하이엔드 뮤직의 전시장은 항상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시장 안에서는 LP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시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SACD 나 DVD-A같은 새로운 디스크 포맷이나 MP3가 확산되는 현재에도 LP에 대한 관심이 그처럼 뜨거운 것을 보면서 다양한 음악 감상 경로의 공존을 기대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채널 클래식스의 부스에서는 사장이 직접 SACD 설명회와 시연회를 펼쳤는데, 저는 시연회 시간을 놓쳐서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SACD 음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전시장에는 특이하게도 레코드 레이블로 유명한 체스키 오디오의 스피커가 있었습니다. 기기 시연이 주가 되는 전시회장은 아니어서 아쉽게도 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국내 오디오 업체들의 전시는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하는 듯했습니다. 칼라스 스피커와 테라 오디오의 진공관 앰프가 전시된 부스에서는 칼라스 스피커와 다인오디오 스피커를 나란히 시연하면서 스피커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깔끔한 시스템 구성에서 카산드라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국내 오디오 산업의 성장을 기대해볼만했습니다. 이 부스는 진공관의 열기만큼이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Seawave의 전시장에서는 혼 스피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혼 스피커에서는 풍부하고 울림이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연 음악의 종류도 다채로워서, 국악도 많이 들을 수 있는 부스였습니다.
크리스 오디오에서는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 퀀텀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마감이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퀀텀 스피커는 매끄러운 중역이 돋보였습니다.
국산 케이블 업체인 오디오플러스도 다양한 케이블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행사가 즐거웠던 이유 중 또 하나는 전시의 다양화입니다. 엡손과 NEC, 두 일본 업체에서는 야심찬 기획으로 부스를 연 것 같았습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엡손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고 있었는데, 다양한 경품 행사와 기념품 지급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습니다. 엡손의 프로젝터들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훌륭한 화질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전시 조명도 적절해서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NEC 부스는 전시장 안의 공간 분할이 돋보였습니다. 개방된 공간에는 가정의 거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NEC 프로젝터를 시연하고 있었으며, 천막으로 된 작은 공간을 마련해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한 쪽 스크린에는 반지의 제왕, 한 쪽에서는 HD 방송을 녹화한 화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공간의 효율적인 사용이 돋보이는 시도였는데요, 이 천막 속에 앉아 있던 관람객들은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영화와 TV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 매우 집중하고 있었고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천막 옆에서는 깜찍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디즈니와 함께 만든,아동을 위한 TV와 비디오 세트는, 행사장에 온 아이들을 그 곳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천막 밖에서도 프로젝터와 플라즈마 TV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소비코 AV에서도 다채로운 전시가 펼쳐졌습니다. JBL 스피커와 엘락 스피커, 렉시콘 제품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에서는 JBL과 엘락 스피커 시연을 통해 스피커들의 다양한 성향 차이에서, 하이파이 오디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카니아에서 나온 마이크로포드 멀티채널 위성 스피커 시스템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앙증맞은 크기, 그리고 유광의 마감이 매력적인 제품이었습니다.
다빈월드의 전시장은 다양한 스피커들로 가득했습니다. 한 쪽 부스에서는 달리 유포니아와 패러다임 시그너쳐라는 두 걸출한 스피커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한 쪽 부스에서는 트라이앵글 제품들이 시연되고 있었습니다. 트라이앵글의 셀리우스 ES가 시연되지 않고 전시만 되어 있는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마젤란 콘체르토의 고급스러운 마감과 질감이 살아 있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성민음향에서는 아캄의 AVR 300과 KEF 멀티채널 스피커 시스템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홈시어터 애호가들이 음질도 수준 이상이면서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어떤 것이지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부스를 다니다보면 재미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인기 제품도 예측할 수 있고 연령대별로 관심사의 차이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코드의 앰프들이 여러 부스에서 활약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오디오파일들의 취향 변화와 디자인 선호도가 반영된 것 같습니다.
연령대별로도 관심사가 달라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감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관람객의 연령 분포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홈시어터 및 영상 기기에서는 낮은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더 많았고 관심을 많이 보였으며, 오랫동안 하이파이 오디오를 감상해온 사람들이 중장년층이 하이파이에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매킨토시 부스에서 중장년의 하이파이 애호가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성별에 따른 성향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성 관람객들은 주로 가족이나 친구를 따라 온 경우가 많아 보였으며, 혼자 오거나 몇몇이 함꼐 온 남성 관람객들은 많았지만 여성 관람객들은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가족, 친구와 함께나마 여성 관람객들이 많이 왔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갖고 있지 않지만 연령이나 성별 면에서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관람객의 분포가 다양해진 느낌이었습니다. AV가 더이상 중년 직장인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작은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관람객의 구성 분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휴대용 기기나 컴퓨터용 기기 등 좀더 다양한 범위의 전시 및 시연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행사장에서도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이런 분야와 기존의 AV 및 하이파이의 범주 안에 있다고 여겨지던 분야 간의 교차와 횡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좋은 음질과 화질, 기능이 주는 즐거움과 장점을 아는 입장에서는, 더 넓은 범위로 이것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려 했다는 면에서,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 NEC 부스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은 역시 전문가들의 강연과 세미나였습니다. 내년에도 알차고 훌륭한 강연이 많이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