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5235@hanafos.com) 2004-05-26 12:55:11
문한주:
최근 출시된 델타 II는 델타 오리지널과 윕실론의 장점을 섞은것 같습니다.
우선 저역이 타이트해진것 같은데 어떤 변화를 주셨습니까?
허만선:
첫번째 이유는 인클로우저의 체적이 10% 정도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로 저역의 댐핑이 잘 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로 네트워크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저항 역할을 하는 코일의 저항을 줄였습니다. 델타에 비해 델타2의 우퍼 케트워크부 코일의 저항치는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에따라 저역의 댐핑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배선재를 사용하지 않고 코일을 직결했습니다.
문한주:
이미징이 향상되었습니다.
단순히 배플면이 좁아진 효과를 보는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밖에 다른 요인이 있었다면 설명해 주세요.
허만선:
그 부분은 좁아진 배플면의 효과와 릿츠코일의 사용에 따른 향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퍼가 고역 중 우퍼가 담당하는 부분의 표현력이 향상되면서 이미징이 향상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한주:
타임 얼라인을 맞추기 위해 배플을 뉘운 제품의 경우 1차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던데, 입실론이나 델타II는 어떤 이유로 그런 디자인을 사용하게 되었는지요?
허만선:
타임 얼라인먼트는 1차 네트워크에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2차가 되었건 4차가 되었건 타임 얼라인먼트가 잘된 것이 네트워크 설계에 유리합니다. 크로스 지점에서의 음압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아발론, 헤일즈 등도 저희와 같은 4차 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도 배플을 뉘운 좋은 예입니다.
저희의 경우 완벽한 타임 얼라인먼트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왜곡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타임 딜레이를 줄이는 정도입니다.
문한주:
사장님께서는 네트워크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를 해오시고 계시는데, 그런 사상이 제품에는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허만선:
많은 제품을 설계해 오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스피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네트워크 설계입니다. 아마도 90% 이상의 소리가 네트워크의 설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는 그저 주파수를 분배해주는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식에 의한 간단한 회로만으로 충분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저희 스피커에서 좋은 소리가 나도 설계 잘했다는 이야기보다는 “유닛이 좋군요” 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네트워크는 주파수의 분배 뿐만 아니라 유닛의 단점을 보상하고 음색을 창조하는 역할까지도 수행합니다. 델타2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델타2에 사용된 유닛은 스켄스픽의 8545K와 9800입니다. 제 생각에 8545K는 20세기 최고의 6.5인치 미드우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9800은 현존하는 최고의 알루미늄돔 트위터라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나 이 두 모델도 단점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8545K의 경우 800Hz부근 음압이 다소 높게 솟아있으며 중고역의 해상도와 촛점이 스케닝/엑셀 등에 비해 다소 떨어집니다. 이들을 보완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해결책이 RLC Conjugate회로와 릿츠코일, 직접 배선, 코일 직결 등 입니다. 트위터로 사용된 9800도 해상도와 촛점이 약한 8545K의 단점을 많이 보완합니다.
9800은 자칫 거칠기 쉬우며 초고역의 롤오프가 비교적 일찍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호블랜드 콘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호블랜드는 부드럽지만 초고역 배음이 잘 살지 않는 단점이 또 있습니다. 9800의 초고역 특성과 어울어지면 그야말로 재앙이 올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보정 회로를 통해 초고역을 살려주었고 자칫 나쁜 매칭일수도 있는 9800과 호블랜드의 궁합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저희는 모든 측정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컴퓨터 상에서 모든 네트워크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소자값의 변화에 따른 응답의 정량적 변화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은 완벽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음에도 스피커 네트워크를 설계하는데는 최소 6개월정도가 소요됩니다. 위에서 말한 정성적인(음색, 해상도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문한주:
개인적으로는 싱글와이어링이 편해서 좋아하지만 반면에 카시오페이아 음향에 바이와이어링을 원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이 접수되었으리라 예상됩니다.
그분들에게는 싱글와이어링을 지지하는 카시오페아의 설계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설명해 주시고 계시는가요?
허만선:
저도 싱글와이어링 신봉자입니다. 일단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추가되는 터미널 비용, 점퍼 비용, 바이와이어링용 스피커 케이블 비용을 다 모아서 한 그레이드 높은 싱글와이어링용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바이와이어링용 터미널을 구비한다면 이는 바이 앰핑을 요구하는 수요에 의한 것일 것입니다.
문한주:
델타II 튜닝에 사용된 스탠드는 무엇이었습니까?
허만선:
타겟 중간급을 사용했습니다.
문한주:
스피커 중에는 간혹 통금속으로 만들어진 스탠드를 사용하면 저역의 무게가 현저하게 빠지게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델타 II를 그런 스탠드에 올려놓고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허만선:
델타 II 시연회에서 그런 스탠드를 사용했었는데 특이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었습니다.
델타II는 인클로우저의 소리에 의존하지 않는 스피커에 속합니다. 인클로우저의 두께는 1인치지만 1인치 보드 한 장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6밀리미터짜리 합판을 네 겹을 겹친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스탠드에 그리 많은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문한주:
그러면 각 합판의 층 사이는 댐핑이 되는 물질이 사용되었나요?
허만선:
각 층마다 본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한주:
현재 카시오페이아의 제품 라인업과 향후 제품 발매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허만선:
요즘같은 경제 여건에 1년에 한모델을 출시하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현재 입실론, 델타2, 알파2의 3제품의 라인업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파 위의 기함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이를 위해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들을 열심히 구입하여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알파2의 가격대비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품의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요즈음 유닛들, 가격만 엄청 오르고 성능은 그저 그런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문한주:
앞으로 나올 제품에도 알파, 윕실론, 델타II에 사용된 스텔스처럼 생긴 디자인을 채용할 계획인가요?
허만선:
당분간은 Family 디자인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사실 음향설계보다 디자인설계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_^
문한주:
저렴한 제품의 보급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허만선:
현재 저희 제품군에 비해 다소 저렴한 모델은 “(주)AV와 사람들"을 통해 발표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모델이 소형 북셸프인 Quasar 이며 금년 말쯤에는 톨보이형 3웨이 모델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비록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사용된 기술, 제작 공정, 부품의 질은 거의 하이엔드급의 끝자락에 위치한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저렴해질수록 자금은 더 투입이 되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B&W의 600 시리즈 같은 고품질의 보급형 제품을 설계하여 많은 분들이 적은 부담으로 풍족한 음악생활을 하도록 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문한주: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