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스피커는 계속해서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실은 모델체인지 시기에 신형모델에 반영되고 있다. 중견모델이었던 CDM(Compact Digital Monitor)시리즈가 단종되고 700시리즈라는 새로운 시리즈로 격상되면서 그간의 새로운 기술과 개발의 결과 까지도 같이 반영되면서 한단계 더 진보한 소리를 가지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상급기를 위협하는 실력을 갖추기도 했다.
시청에 사용된 제품은 소스기기로는 메리디언 G08(CDP), 앰프로는 BAT VK-51SE (프리앰프), BAT VK-75 (파워앰프), 크릭 A50IR (인티앰프), 캠브리지 오디오 Azur 640A-S(인티앰프), 네임 Nait 5i (인티앰프), 케이블에는 킴버 셀렉트 KS-1111 인터커넥트, 킴버 셀렉트 KS-3033 스피커 케이블, 카나레 RCAP-L4E6ATG 인터커넥트, 리버맨 바로크2 스피커 케이블, 비교 스피커에는 에포스 M12.2, 트라이앵글 티터스ES, 프로악 타블렛 레퍼런스 8, 하베스 HL-P3ES-2, 토템 모델1 시그니춰, 트라이앵글 앙탈ES, B&W 704가 동원되었다.
다른 제품의 경우 진공관 앰프와의 상성이 좋지 않아서 그저 다이나믹스 재생의 계조 표현이 나쁘게 표현되는 정도로 그치는 수도 있고 심한 경우는 어떤 음악을 틀어도 질식할 것처럼 답답함과 갈증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자체의 인클로우저 공진을 해결하지 못해서 저역이 벙벙대는 경우도 있었다. 잘 나오지 않는 저역을 많이 나오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거나, 예쁘게 들리는 중역을 추구한다거나, 시원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 과거의 반성 없이 관성적으로 색깔을 집어넣는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B&W705에서는 그런 잡다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한 차원 뛰어넘는 천하통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B&W705는 진공관 앰프에서도 구동이 어렵지 않고 트랜지스터 앰프를 사용하더라도 거슬리는 고역이 나타나지 않는다. 705의 인클로우저는 공진의 주파수 대역을 사람이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는 대역으로 옮겨놨고 에너지도 댐핑시키도록 고려해서 인클로우저의 소리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종전모델 CDM NT1에서는 통울림 때문에 소리가 따뜻하게 착색되어 들렸었다. 평탄한 대역을 추구하는 705는 종전 모델에 비하면 저역의 무게가 덜 드러나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영국의 홧 하이파이의 리뷰어들은 실망해 했던 것 같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B&W가 서브우퍼로 부족한 대역을 보완하는 홈시어터적인 개념에 따라 705를 정확한 소리를 내도록 튜닝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런 정직한 결정은 잘못된 것을 덧붙이는 것은 차라리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하이엔드의 사상에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쉽게 실망 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인 듯 싶다.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B&W 705가 다른 제품들을 끽소리 하지 못하게 압도할 수 있게 해주는 자산이 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해상력과 정보량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저 밝은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와 해상력과 정보량이 많은 스피커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진정한 해상력과 정보량의 차이는 음악의 몰입 깊이를 결정짓게 하는 중요한 차이가 된다. 네임오디오의 샘플러CD를 틀어보면 다른 스피커로는 ‘참 힘들게 연주하는구나. 왜 이렇게 어렵게 사나’ 이런 식으로 냉담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런데 해상력과 정보량이 최대한 보존된 B&W 705로 듣게 되면 온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든다.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전날 밤 천사를 따라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처럼 연주가 행해지는 그 공간으로 바로 순간이동 된 것 같고, 연주자의 기량이 대단히 높은 프로페셔널 음악가라는 것이 바로 실감나면서 존경심이 일어나고, 음악에 빨려 들어가서 연주자와 혼연일체가 되도록 도와주어서, 솜털이 돋는듯한 감동에 싸이는 경험을 맛보게 해준다.
여타 스피커 회사는 존재의 의미를 주장하고 싶어서인지 강박적으로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이 스피커 소리에 묻어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굳이 그런 흔적을 드러나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정보량을 잃지 않고 최대한 고스란히 전달해 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에 몰입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그들도 느끼고 오디오 애호가들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반가와 했던 것이 있다면 고역의 반응이 무난해 졌다는 점이다. 예전의 노틸러스 800시리즈에 사용되었던 트위터는 소리를 제대로 다스려 주기 힘들다는 푸념이 들게 했었다. 트랜지스터 앰프로는 답을 찾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해줬었다. 그런데 705에서는 트랜지스터 앰프나 진공관 앰프 어느 것에 연결해도 메마르지 않은 소리를 내주고 있어 예전제품보다 매칭이 더 수월해졌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금속 재질을 가진 트위터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니 얘기가 많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금속 재질의 트위터라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는 것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트위터도 등장하고 있다. 가령 JM Lab의 베릴륨 역돔형 트위터같은 경우는 금속성의 밝음이 느껴지지 않는 훌륭한 트위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700시리즈에 적용된 알루미늄 돔 트위터도 끼워줄 수 있을 것 같다.
B&W 스피커 705 리뷰 (노정현님) :
http://hifinet.pe.kr/index.php/hifi/bw_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