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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703 스피커 follow up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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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텔 RA-1070 , 케언 4808 과의 매칭 비교

김민영(odelay0818@hanmail.net) 2003-11-24 11:33:46

감상-로텔

703을 로텔 인티앰프에 연결하여 처음 들은 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였다. 재즈트리오 음악은 저음의 밸런스나 부풀어 있는 정도를 가늠할 때 좋은 기준이 되는데, 첫 번째 트랙인 corcovado에서는 베이스 음이 지나치게 부풀어 있고 곡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원인을 생각해본 결과 해답은 청취 거리에 있었는데, 703은 청취 거리가 너무 가까웠을 때 저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실제 사용에서도 스피커와 청취자의 거리, 그리고 스피커와 뒷벽, 옆 벽 간의 거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스피커를 처음 울렸을 때 받은 느낌은 풍성하고 따뜻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소리가 뭉게진다거나 둔하지는 않았다.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 소리는 상당히 맑고 또렷하게 들렸다. 703은 대체로 피아노 음에서는 탁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에서는 건반 여러 개를 누르는 손가락의 힘이나 미세한 타이밍을 잘 표현했으며, 아르헤리치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 첫 부분에서도 피아노가 무대에 만들어내는 울림이 아름다웠는데, B&W 스피커들의 장점인 투명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해상력은 물론 뉘앙스 표현과 좋은 음색을 잘 갖추었기 때문에 나타나나 결과물이라고 본다.

Sure thing이나 Schubert for two 등의 여성 보컬, 소편성 앨범에서도 이 제품의 장점은 잘 살아난다. 길 샤함의 바이올린 소리는 풍부하고 두터우면서도 섬세했으며, Sure thing의 보컬 역시 살집이 붙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노래들에서는 B&W 제품들이 그렇듯 고역이 시원하고 막힘 없이 올라갔다. 노정현님의 리뷰대로 달콤한 느낌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소리였다.

그 외의 특징으로는, 다이내믹스를 꼽을 수 있다. 아바도와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에서는 다이내믹스 표현이 좋았으며, 큰 음량에서도 소리가 흐트러지거나 페이스를 잃는 없이 시원하고 탄탄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여기까지가 로텔과의 매칭에서의 장점이었다면, 이제는 단점에 대해 언급하겠다. 아쉽게도 703과 로텔 콤비가 보여준 단점은 703의 첫인상을 별로 안 좋게 만들었다.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따뜻하고 풍부한 인상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음악을 재생했을 때, 복잡해지는 부분에서는 불쾌감을 주었다. 첫 부분에 좋은 인상이었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등장하고 피아노가 격렬해지면서 피아노 음색이 굳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4악장을 들었을 때, 매크로 다이내믹스는 분명히 뛰어났지만 마이크로다이내믹스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4악장은 원래 굉장히 섬세하고 다채로워서 감정이나 기분의 이입이 잘 되는 편인데, 유독 재미 없는 소리였다.

Ednaswap의 노래에서도 리듬감과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으며,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주 원인은 저음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저음의 임팩트 였다. 저음의 품질 자체도 썩 좋은 느낌은 아니어서 폴리니의 베토벤 소나타를 들어보면 피아노의 왼손과 오른 손이 연주하는 악기가 다르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 매칭에서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소리가 풍성하고 두터우면서, 탁하지도 않은데, 무언가 답답하고 부자연스러운 소리였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일 때의 느낌 내지는 가슴 위까지 차는 뜨거운 물 속에 한참 있을 때 생기는 답답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떄문에 703은 실망을 많이 안겨주었는데, 문제는 매칭에 있었다.

케언

케언과 연결한 결과는 매우 좋았다. 윌리엄 텔 서곡은 로텔과의 연결에서도 탄탄하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케언에서는 다이내믹스가 더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노래의 임팩트가 살아났다. 임팩트는 비단 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곡 전반의 임팩트를 가리키는 것인데, 곡의 짜임새가 훨씬 좋아지고 셈여림이 잘 표현되었다. 게다가 오케스트라의 입체감도 더 좋아졌고 현악기 소리도 깔끔했다.

다른 곡들에서도 결과는 좋아졌다. 가장 큰 변화로는 모든 대역에서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로텔에서도 소리가 풍부하고 두텁기는 했지만, 소리의 중심점 혹은 심이 없는 느낌이었다고 한다면 케언과의 매칭에서는 음 하나하나에 중심이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울림이 잘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힘이 더 강해졌다기 보다는 아주 미세한 강약 표현 구분이 되면서 이러한 결과가 생겼다고 추측한다. 

Sure thing에서는 보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생기있게 들렸으며, 베이스의 음도 응집력이 좋아졌다. 또한 리스트 피아노협주곡에서도 강약이 잘 표현되면서 아르헤리치의 연주 스타일이 잘 살아났다. Ednaswap의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노래 전반에 리듬감이 생겨났으며 보컬이나 다른 악기들도 훨씬 힘있게 들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재생음에 임팩트와 힘이 실린 것은 다르게 말하면 섬세한 울림표현이 좋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폴리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에서 이러한 면모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로텔에서는 연주자의 왼손은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저역이 퍼지고 밋밋했지만, 케언과의 매칭에서는 배음이 좋아지고 밸런스도 좋아져서 음악이 훨씬 유기적이고 자연스럽게 변했다.

종합

703의 기본적인 특징은 케언에서나 로텔에서나 비슷했다. 편안하고 따뜻하면서도 B&W 스피커의 특색인 맑고 투명한 소리였다. 저음에서 역시 어느정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저음이 대체로 많은 편이다. 저음보다는 다른 요소를 중시한다면, 그리고 청취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면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저음에 대한 판단은 케언과의 매칭 결과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는데, 약간 부풀어 있는 점과 노정현님의 리뷰 글 처럼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점을 빼면 꼬집어서 비판할 부분은 없었다. 다만 800시리즈나 다른 상급기들에 비해서 저음의 품질이 한 등급 떨어지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항이 남았는데, 바로 스테이지이다. 703은 비교 범위에 드는 805나 804와 호불호가 갈리는 면을 갖고 있고 매력이 넘치는 제품이지만, 스테이지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703은 B&W 스피커가 갖고 있는 특유의 스테이지 형성이나 입체감 면에서는 다소 미련이 남았다. 물론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았을 때 스테이지 재생능력은 손색이 없다.

매칭상으로는 케언과의 매칭이 더 좋았으며 로텔과의 매칭은 상대적으로 단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로텔이 무조건 좋지 않은 앰프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단지 703과의 매칭이 안 좋다는 뜻임을 거듭 밝힌다. 로텔은 이전에 인티앰프 비교평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훌륭한 앰프이며, 앞서 리뷰한 패러다임 스피커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다만 703과의 매칭이 안 좋은 이유는 스피커와 앰프의 성격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로텔은 힘있고 선이 굵은 소리를 특색으로 가지며, 703은 상당히 감도가 높고 앰프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스피커이다. 로텔의 선이 굵은 소리를 703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하다보니 위에서 언급한 상황이 발생한 듯하다. 케언과의 매칭에서는 소리가 전반적으로 힘과 생기를 얻었다고 표현했지만, 실제 에너지의 절대량만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로텔이 더 높았을 것이다.

703은 감도가 좋아서 출력이 다소 작은 앰프로도 의외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위의 매칭 테스트 결과로 추론해보면 문제가 되는 것은 앰프의 출력보다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B&W 스피커들은 성향상 투명하고 깨끗한 소리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을 심심하고 차가운 소리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노틸러스 805나 804는 그랬다. 703은 그런 점에서 특기할만한데, 투명하고 깨끗함을 지키면서도 따뜻하고 풍성한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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