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마하의 론칭 행사에서 가장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제품은 무성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소개 되지 않아 접할 기회가 없었던 DLP 프로젝터 DPX-1200과 바로 지금 소개하는 화제 만발의 신 개념 스피커 YSP-1이었다.
야마하는 YSP-1을 스피커라기보다는 사운드 프로젝터라고 불리기를 극구 주장하는데 제품의 컨셉을 보면 분명히 일반 스피커가 아니므로 그 주장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요즘 국내 가전사에서 출시된 좌우 프론트 스피커 상단에 서라운드 스피커를 장착하고 벽에 반사시켜 리어 채널을 재생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고도 하겠는데 야마하의 경우 그 계산 과정이 훨씬 정교하고 워낙 음장 부문의 내공이 쌓여서인지 그들과 비교되기를 꺼린다.
또한 버츄얼 서라운드와도 확실히 구별되기를 원하는데, 단순히 사운드가 확산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휴즈의 SRS 등과는 분명히 컨셉이 틀리지만 실제로 여러 개의 스피커를 배치하는 것이 아님에도 엄밀한 의미로 버츄얼이 아니라 리얼 서라운드로 불리기를 원하는 것은 야마하의 욕심이다.
제품 소개
YSP-1은 각 채널의 소리를 빔으로 쏘고 벽에 반사시켜 마치 5채널의 서라운드 시스템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을 노리고 디자인 되었다.
유닛의 구경을 줄이고 복수의 유닛 배치를 정확하게 한 상태에서 소리를 마치 빔처럼 반사면을 향해 쏘아 보내 서라운드 효과를 노리는 테크놀로지이다.
40 채널의 2W의 앰프로 따로 구동되는 40개의 4cm 드라이버가 DSP에 의해 각기 다른 딜레이와 정교한 초점의 사운드 빔을 생성하며 2개의 11cm 우퍼는 20W 앰프가 각각 드라이브한다.
동축 1개, 광 2개의 디지털 입력과 2조의 스테레오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이 있고 서브우퍼 출력과 OSD용 비디오 출력도 각 한 개씩 이다.
즉 42개의 유닛에 42 채널의 앰프는 물론 서라운드 디코더와 야마하가 막강한 노하우를 자랑하는 다양한 음장 시뮬레이션 모드까지 YSP-1 하나로 끝나므로 리시버도 스피커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설치 및 세팅
메뉴는 방의 크기와 스피커가 설치된 위치, 그리고 딜레이와 각 채널의 볼륨 등을 조절할 수 있고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등 필요한 세팅이 잘 준비되어 있어 설치 및 세팅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야마하의 주장처럼 초보자도 별다른 세팅 없이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동의하기 힘든데 그 이유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더라도 적절한 세팅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운드를 빔으로 쏴서 벽에 반사 시킨다는 개념이 높은 주파수대의 직진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역이 과다할 공산이 크다.
세팅 정도는 사용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일반 사용자가 초기 설정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상태로 사용하기에는 분명히 ‘간단한’ 세팅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매니아급 사용자가 YSP-1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기를 원한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서 꼼꼼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2채널 스테레오 모드를 3빔, 5빔 등 다른 모드와 동일한 설정으로 유지하면 고역이 너무 쏘는 소리가 되어 듣기에 괴로울 정도이므로 따로 베이스와 트레블을 조절하여 메모리 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감상
필자의 시청룸은 바닥에 카펫이 깔리고 천정과 양쪽 벽면이 거의 흡음재와 분산재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사를 얻기 힘들어 거실에서 주로 테스트하였다.
소리 반사를 위해 거실 창의 블라인드를 걷고 부엌쪽도 유리 문을 닫은 상태에서 설정을 맞춘 후 시청한 결과 확실히 기대 이상의 서라운드 효과에 놀라게 된다.
야마하에서 제공한 테스트 DVD를 들어 보니 빗소리가 공간 전체로 확산되면서 천둥소리가 공간 한 가운데서 울리다가 갑자기 개구리 뒤쪽에서 울어 대 놀라고 다른 트랙의 새소리도 영롱해서 마치 산속에 들어 온 느낌이다.
그런데 <연인>이나, <영웅> 등 실제 DVD 타이틀을 감상해 보면 스피커 다섯 개를 사용한 것에는 확실히 못 미친다.
필자의 추측으로 가장 큰 이유는 각 대역의 반사가 일정치 않다는 것과 반사면과의 거리에 따른 딜레이의 차이가 주원인일 듯 하다.
어쨌든 <연인>에서 장쯔이가 북춤을 출 때 유덕화가 던진 콩들과 북소리의 위치, 그리고 <영웅>에서 견자단과 이연걸이 빗속에 벌이는 대결에서 리어 채널에서 들리는 낙숫물 소리 등을 들어보면 불만이 남는다.
아마도 새소리나 개구리 울음 같이 고역이 주를 이루면 반사가 잘 되는 반면 중저역의 반사는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일반 서라운드 시스템에 비하면 채널 분리도와 명료함에서 아무래도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 양호한 서라운드 효과는 분명히 나오고 있고 그 이유는 서라운드 효과는 고역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 같다.
자칫 소리를 ‘쏜다’는 개념에 걸맞게 들리는 소리도 고역이 ‘쏘게’ 들리므로 앞에 말했듯이 반사 없이 직접 듣는 스테레오 2빔 모드는 트레블 조정을 필수적으로 하지 않으면 대단히 피곤한 소리가 되고 반대로 5빔 같은 경우는 트레블을 낮추면 서라운드 효과가 감소된다.
따라서 스테레오 음악 소스를 감상할 때 확성기에서 나는 듯한 피곤하고 쏘는 듯한 소리를 피하려면 정보량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트레블을 상당히 줄이던가 돌비 프롤로직 II나 음장 모드를 사용해서 3채널, 혹은 5 채널로 듣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필자의 경우는 2채널 소스도 돌비 프롤로직 II의 뮤직 모드로 듣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또한 높은 볼륨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함께 나오면 뭉개지는 현상도 있고 저역이 약하므로 서브우퍼를 추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결론
위에서 설명한 모든 단점은 이 제품을 매니아적 입장에서 꼼꼼히 음질을 따질 경우에 해당되므로 이 제품 본래의 개발 컨셉을 따지면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 대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소리일 수도 있고 어쨌든 상당히 신기한 제품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의 ‘Need’에 따라서 이 제품의 효용은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하겠다.
YSP-1은 PDP와 비슷한 개념으로 궁극의 재생 퀄리티를 추구하는 제품이 아니라 효용성과 간편성, 디자인에 초점이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YSP-1에 완벽한 매칭은 역시 PDP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경우라고 하겠다.
PDP는 심각한 매니아들의 감상용 제품은 아니다.
아무리 파이오니어를 비롯해서 LG, 삼성 등 국내 제품들까지 상당한 화질 개선이 이루어졌다지만 암막 상태에서 질 좋은 프로젝터로 보는 것과 같은 매끄럽고 선명한 영상과 몰입도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거실에다가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데까지 암막 커튼 치고 스피커를 사방으로 둘러 놓고 모여 앉아 보라면 한심한 환자 취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즉 PDP의 장점과 쓰임새가 다르듯이 YSP-1도 컨셉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만일 제대로 된 서라운드 트랙의 감상을 원한다면 YSP-1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5개의 새틀라이트에 서브우퍼를 더한 소형 시스템을 구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리시버를 이미 따로 구입했고 가끔 전기줄에 걸리거나 인테리어가 좀 지저분해지는 것도 감수한다면 말이다.
아무리 컨셉이 훌륭하고 신기술을 도입해도 실제로 다섯 개와 동일한 능력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거실을 가로질러 케이블이나 선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 싫다면, 설사 서라운드용 스피커를 무선으로 구동할 수 있어도 전원 문제와 사방으로 스피커를 둘러싸자니 지저분해 보이고 마땅한 설치 위치도 없다면 YSP-1은 정말 퍼펙트한 대안이다.
특히 PDP와는 미관상으로도 맞춤인 것 같아 설치해 놓으면 산뜻하게 돋 보이니 뿌듯한 만족감도 들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