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04-08 20:04:11
어느 스피커 전문 회사 못지 않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한 때에는 스피커의 대명사로까지 불리던 타노이는 지금도 10여 개의 제품 라인업을 유지하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 플래그십 모델인 킹덤과 디멘젼 시리즈를 비롯한 타노이의 고급 제품군들은 전통적인 듀얼 콘센트릭 디자인을 계승하지만, 아이리스 이하의 모델에서는 최신 기술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오히려 시장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
가장 최신작인 타노이의 아이리스(Eyris) 스피커는 모델 이름 그대로,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캐비닛 상부의 디자인 덕분에 발매 이후 줄곧 화제를 모아왔으며 음질 또한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아이리스 시리즈는 바닥 면적이 좁고 간결한 외부 디자인을 갖추어 멀티 채널 및 홈 시어터 시스템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상급기인 디멘젼 시리즈의 경우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아이리스 스피커는 보편적으로 어디에나 사용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이다. 게다가 독특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과 외부 마감은 사용자의 만족을 더해줄 것 같다.
아이리스 스피커 시리즈
현재 아이리스 스피커 시리즈는 북셀프 모델인 아이리스 1, 플로어스탠딩 모델인 2, 3와 센터 스피커 아이리스 C, 서라운드 스피커 아이리스 R의 5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리뷰한 제품은 플로어스탠딩 모델인 2와 센터 스피커 C, 아이리스 R을 사용한 5.0채널 시스템에 가장 보급 기종인 머큐리 시리즈의 서브우퍼 mX-Sub10-M을 추가한 5.1채널 시스템이었다(아직까지 아이리스 시리즈의 서브우퍼는 출시되어 있지 않다).
아이리스의 디자인 설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배려된 트위터는 상급 모델의 개발에서 얻어진 광대역 재생 기술을 그대로 가져 옴으로써 응답 특성이 50kHz에 이른다. 넓은 대역폭을 갖고 있다는 것은 가청 대역 내에서의 재생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드레인지와 우퍼의 진동판에 전통적인 펄프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타노이의 고유한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타노이의 입장은 펄프가 경량 소재이기 때문에, 응답이나 제동이 빠르고 트위터와의 매칭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타노이 제품을 살펴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5개의 방사형 터미널로 구성된 스피커 단자이다. 바이와이어링 대응의 4개 단자에 추가된 접지 단자는 드라이버의 섀시와 앰프의 섀시를 접지함으로써 RF 노이즈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사용 환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테스트해보고 효과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타노이에서 출시된 전용 케이블도 나와 있으므로 이를 사용해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일반적인 바나나 플러그나 맨선을 사용하더라도 무난하게 연결할 수 있다.
프런트 스피커와 매칭되는 센터 스피커는 겉으로 보기에는 컴팩트한 규모이지만 무게가 12.5kg나 나가며, 저역 재생 한계도 이례적으로 낮은 42Hz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센터 스피커의 구성에 소홀하지 않은 이유는 프런트 각 채널 간의 밸런스가 특히 더 중시되는 SACD나 DVD-A 등의 멀티 채널 음악 재생에 중점을 둔 때문일 것이다. 한편 서라운드 스피커는 아이리스 스피커의 상부만을 따로 떼어낸 모습이며, 스피커 단자가 매우 가는 플랫 타입 케이블만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진 것이 눈에 띈다. 대개 북셀프 모델로 서라운드 스피커를 대신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아이리스 R은 서라운드 전용으로 설계된 제품으로 보이며, 리어 스피커의 설치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에게 환영 받을 것 같다.
아이리스 스피커는 모두 프런트 배플의 두께가 30mm나 되며 내부 보강도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으므로 불필요한 진동을 거의 완전하게 억제하게 된다. 덕트도 공기의 흐름으로 인한 노이즈가 발생되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하며, 필요하면 덕트를 스펀지로 막아서 저음의 양을 조절하도록 했다. 또한 내부의 크로스오버 필터는 부품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대신에 부품의 질을 고급화하고 하드와이어링함으로써 순수한 신호 재생을 추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아이리스2
아이리스 스피커 시스템의 시청에는 데논의 DVD-3800과 야마하의 DSP-AZ1 AV 리시버를 사용했으며, 나중에 아이리스2 스피커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아캄의 CD23T CD 플레이어와 유니즌 리서치 유니코I 인티앰프를 사용해서 아이리스2 스피커를 별도로 들어보기도 했다.
우선 프런트로 사용된 아이리스2 스피커는 광대역 응답 특성을 지닌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고음을 들려준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의 음색을 들어보면 일부 홈 시어터 제품처럼 결코 귀에 자극적이지 않다. 스피커의 구성으로 미루어 짐작했었지만 타노이 특유의 음색보다는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특성에 무게를 둔 인상이다. 따라서 영화 사운드 재생에 중점을 둔 스피커이면서도 어느 정도 음악성까지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슬림한 스피커의 규모와 달리 전후의 사운드 스테이지는 상당히 크게 그려지며, 덕분에 블록 버스터 영화의 감상에서는 흡사 영화관의 확산이 좋은 음향을 연상시킬 만큼 기대 이상으로 큰 스케일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반지의 제왕이나 글래디에이터 도입부처럼 상당히 높은 음량에서도 일관되게 안정된 음장과 파워를 보여주는 등 우수한 다이내믹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견고한 인클로저 덕분에 공진을 적절하게 억제한 결과로 보여진다.
위상 일치에 주목한 스피커답게 이미지의 정위감도 뛰어나다. 배경 음악과 효과 음향이 복잡하게 섞이는 장면에서도 깔끔하게 정리해 내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다만 저역은 넓지 않은 공간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튜닝된 듯 다소 여위고 소프트한 경향이었지만, 중역 대의 재현 특성은 동급 스피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편으로 매끄러우면서도 섬세한 표현 능력이 돋보인다. 이런 중역대의 우수한 특성은 센터 스피커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재즈 라이브 공연의 보컬이나 영화 사운드 트랙의 대화 장면에서 장점을 발휘한다. 펄프 콘 특유의 정감 있는 목소리 재생은 최근의 홈 시어터 스피커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큰 장점이다. 그리고 서라운드 스피커 역시 넓은 음장 형성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앰비언스 재생에 충분한 장점을 발휘한다. 다만 시청에 사용된 머큐리 서브우퍼는 아무래도 저역의 깊이나 다이내믹스에서 다른 시스템을 보조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편으로, 이후 아이리스 시리즈에 적합한 새로운 서브우퍼가 출시되기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리스 스피커는 타노이가 오랜만에 의욕적으로 출시한 홈 시어터 스피커로 좋은 만듦새와 뛰어난 음질 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색적인 디자인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의 폭 넓은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