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2-11-30 16:14:45
소니에서 호평 받는 중급 AV 리시버인 STR-DB1070의 후속 기종으로 STR-DB1080 AV 리시버를 출시했다. 이전의 STR-DB1070 모델이 소니 자체의 매트릭스 디코더로 백 서라운드 채널을 추출하는 6채널 앰프였던 데 비해 이번의 STR-DB1080은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EX와 DTS-ES 매트릭스 및 디스크리트 포맷을 모두 지원하게 되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STR-DB1070이 상급기 STR-VA555ES와 거의 유사한 내용과 음질을 갖고 있어서 가격 대비 성능이 무척 높다고 생각해 오고 있었는데 이번 업그레이드로 상위 기종과의 격차는 스펙상으로는 턱 밑까지 근접하게 된 셈이다.
기존 제품이었던 STR-DB1070은 소니 최초의 6채널 앰프로 선을 보였으며, 뒤를 이어 나온 최상급 기종인 STR-VA555ES 모델에 와서야 비로소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EX와 DTS-ES 지원이 이루어진바 있다. 최근 각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AV리시버의 성능이 일취월장하고 있으며, 6채널 지원과 같은 고급 사양 역시 중 저가 가격대 제품까지 확산되는 추세이다. 아직까지는 6채널 소프트웨어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6채널 지원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문제는 ‘소니 자체의 매트릭스 디코더를 채택하는가 아니면 돌비와 DTS의 디코더 회로를 사용하는가’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대개 STR-DB1080 급의 AV 리시버를 선택할 만한 소비자들은 홈 시어터 자체를 자신의 우선적인 취미로 생각할 만큼 관심도 많은 편이고 제품 선택에 있어서 모든 특성을 꼼꼼하게 살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제조 업체 쪽에서는 실제 구현 원리가 유사하더라도 반드시 돌비와 DTS에서 공급하는 디코딩 회로를 내장할 필요성이 생긴다.
물론 소니에서도 그런 부분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며, STR-DB1080에서는 현 시점에서 최고의 서라운드 포맷인 DTS-ES 디스크리트까지 지원하게 됨으로써 다시금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 셈이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2채널 소스를 6채널의 멀티 채널로 듣게 해주는 돌비 프로로직 II와 DTS의 NEO:6를 추가함으로써 적어도 서라운드 포맷에서 만큼은 빈틈 없이 완벽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영상 지원 측면에서도 이전 모델에서 생략된 바 있는 컴포넌트 영상 입력 및 스위칭 기능이 탑재되었다. 그 밖에 STR-DB1080의 또 다른 달라진 점이라면 상급기처럼 A, B, A+B로 2조의 스피커에 각기, 또는 동시에 신호를 출력할 수 있는 기능과 지금까지 필자가 본 AV 리시버 중에서 가장 날렵하고 멋진 형태의 리모트 컨트롤을 들 수 있다.
제품의 디자인은 앞서 언급한 톱 모델인 STR-VA555ES와 별 차이가 없다. 은빛 색조의 알루미늄 패널에 전면 디스플레이가 시원스럽게 나 있고, 자잘한 기능 버튼은 플립 패널 아래에 깔끔하게 숨겨 놓아서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디스플레이 아래의 버튼들은 플립 패널의 선과 유사하게 얇게 만들어져 있어서 간결하고 산뜻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위의 푸른색 LED는 서라운드 디코딩 중임을 표시해 주며 단조로운 전면 디자인이 되지 않도록 액센트를 주는 역할을 한다. 디스플레이를 가운데 두고 전면 패널 왼쪽에는 헤드폰 단자와 스피커 A, B 셀렉터가, 오른쪽에는 대형의 볼륨 손잡이와 입력 소스 셀렉터가 자리 잡고 있는 형태도 상급기와 동일하다. 플립 패널 속에는 또 다른 입력 단자가 내장되어 있어서 캠코더나 MD 연결 시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제품 후면을 보면 멀티 채널 입력이 5.1채널과 6.1채널로 2계통이 마련되어 있으며 서브우퍼 출력이 2개나 되는 등 동급 제품들보다 입출력 단자들이 좀 더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옵티컬 오디오 입력은 기존 제품들처럼 마개로 막히지 않고 도어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서 눈길을 끄는데 커넥터가 들어갈 때만 열리므로 먼지 등의 유입을 막는 데 유리하다. 스피커 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임피던스 셀렉터는 이전 제품에서도 채용되어 있던 것인데, 4옴 또는 8옴으로 선택함으로써 스피커에의 대응성을 높일 수 있다. 공칭 임피던스가 8옴으로 표시되어 있더라도 음질에 미묘한 변화가 있으므로 4옴으로도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단 전원을 끈 상태에서 스위치를 조작해야 한다). 스피커 터미널은 이전 제품들과 동일한 것이 사용되고 있으며 바나나 플러그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만 스피커 B의 출력 단자는 간결한 스프링 클립으로 처리해 놓았다.
음향 공간의 상태까지 입력하는 셋업 메뉴나 이퀄라이징 설정 등의 세부 조정 기능도 그대로이며 소니 고유의 음장 모드인 시네마 스튜디오 EX A/B/C모드와 디지털 콘서트 홀 모드 등 기타 사양들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사용자로서는 리시버의 인공적인 음장 변환보다는 앰프의 기본 실력이 어떤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음장 모드는 나쁜 음질을 좋게 만드는 것보다는 감상자의 취향에 맞게 약간 조절하는 정도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STR-DB1080의 출력 부분은 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라운드 디코딩과 음장 처리에 각기 32비트의 DSP를 활용하는 것도 동일하다. 실제 사용 결과 전보다는 발열이 줄었으며 이는 출력 단의 바이어스 지점을 다소 이동시킨 결과가 아닐까 추측된다.
제품의 시청을 위해서는 트라이앵글의 셀리우스(프런트), Sextan(센터), B&W LM-1(리어)을 3개 사용한 6.0채널 시스템을 주로 사용했으며 후반부에는 린의 시즈믹(서브우퍼)을 연결한 6.1채널 시스템과 프런트 시스템을 아테나 S1/P1과 C1 스피커의 조합으로 대체해보기도 했다. 시청 결과 단지 기능이 추가된 것 뿐만 아니라 음질적으로도 특히 저음과 다이내믹스 부분에서 많이 향상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제품이 약간 여위고 부드러운 음질 경향이어서 코어스의 언플러그드 같은 가벼운 팝 음악 타이틀이나 유브 갓 메일 같은 드라마 재생에서 좋았다는 인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견고한 저음과 강력한 어택을 들려주어 액션 영화 재생에의 대응력이 한층 향상되었다. ‘와호장룡’ 수퍼 비트의 후반부 무술 대련 장면을 들어보면 봉과 검이 부딪히면서 부러진 파편이 날아가는 예리한 타격음이 상당한 실체감을 갖고 감상자를 위협한다. 바닥이 깨지고 가구가 부서지는 효과음을 들어봐도 해도 절대 만만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음량을 약간 무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올려도 왜곡이 없으므로 4~5평 정도의 공간은 충분히 커버할 만한 출력 성능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이전 STR-DB1070이 약간 여린듯 하면서도 나긋하고 부드러운 소리 위주였던 것에 비하면 6.1채널의 DTS-ES 디스크리트 포맷인 ‘글래디에이터’의 앞 장면에서 날아가는 불화살에는 예리하면서도 상당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시네마 스튜디오 EX A 모드를 작동시키면 대형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긴 잔향이 얻어지면서 장엄한 분위기의 사운드트랙이 감상 공간을 내리 누른다. 음장이 약간 스피커 뒤쪽으로 물러나고 이미지가 작게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효과음의 피크 부분에서는 충분한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앰프는 서브우퍼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크 음량을 제공하는데 부족함은 없다. 다만, 높은 음량으로 시청할 때에 한하여 중역대의 투명도와 고역의 섬세한 음색 재현을 다소 희생하게 되므로 흡음 특성을 지닌 5평이상의 넓은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적절한 서브우퍼의 매칭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서브우퍼 출력 단자 2개를 모두 사용해서 서브우퍼 모듈 부착 방식의 아테나 스피커에 연결한 경우에는 리시버의 저역 구동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덕분으로 중 고역대의 섬세함이 하이파이 시스템에 필적할 만큼 잘 살아난다. 동축 연결 방식으로 2채널 PCM 디코딩을 시도해 본 결과 캐롤 키드의 입 놀림이 정확하게 묘사되며 기타의 퉁김 역시 적절한 탄력과 여운을 갖고 고요한 배경 속에 깔끔하게 그려진다. 드라마 시청에서도 대화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며, 연기자의 감정이 잘 전달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전 제품보다 출력 면에서 강화된 것이 큰 수확이기는 했지만 필자는 소니 앰프의 장점이 여전히 중고역대의 섬세한 재생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기에 내장된 돌비 프로로직II와 NEO:6는 2채널 PCM 트랙만을 지닌 오페라 DVD 타이틀의 시청에서 즐거움을 준다. 역시 소니 앰프의 장점이란 이처럼 음악과 영화 재생에서 고른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시간 관계상 테스트해보지 않았지만 센터 스피커와 서브우퍼 채널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운 믹싱하는 기능도 있다고 하므로 청취 환경 상 센터 스피커를 사용하기 곤란한 분들께서는 제품 선택에 참고하시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소니 STR-DB1080은 최신 제품다운 사양과 음질을 갖추어 구매 목록의 우선 순위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전 모델의 장점은 그대로 지닌채로 최신 서라운드 포맷을 모두 지원하게 되어 선택에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시네마 사운드에 대한 대응력은 한결 향상되었다. 100만원 대 근방에서 소니 제품들이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다음 기회에는 STR-VA333ES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