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린은 과거 전통적인 LP 턴테이블 메이커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앞서가는 오디오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클라이맥스 같은 디지털 증폭 방식의 앰프와 클래식 같은 일체형 오디오는 린이라는 브랜드를 오디오의 새로운 유행을 주도하도록 만든 제품들이다.
린은 홈 시어터 분야에도 일찍이 눈을 돌려 서라운드 프로세서인 AV5103을 벌써 10년전인 1996년도에 내놓았다. 이후로도 린은 많지는 않지만, 서브우퍼라든지 여러 홈시어터 분야에 꾸준히 신제품을 발표했다. 작년엔 KINOS에 앞서 KISTO라는 이름의 하이엔드급 프리앰프/프로세서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 제품을 좀 더 간략하게 내놓은 KINOS를 발표하게 된다. KINOS는 복잡한 타이틀을 지닌 상급기와 달리 시스템 컨트롤러라는 이름으로 한정 지은 하위 기종이다. KISTO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절반 가격, 그렇지만 시장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여전히 값비싼 고급 모델이 되겠다.
제품 소개
문의처 : 성민음향(02-3492-2586)
KINOS는 영상과 음성 컨트롤 기능을 갖춘 7.1채널 프로세서. 오디오 디코딩 포맷은 돌비 프로로직II, DTS96/24 등을 포함하고, 일본 BS 수신에 활용할 수 있는 AAC 디코딩도 가능하다. 린 고유의 LIMBIK 음장도 지원한다.
KINOS는 KINOS와 KINOS+DSP의 두 가지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별도의 추가되는 DSP는 세컨 룸 지원을 위한 것으로, 다른 공간에서 완전히 다른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즉, 멀티룸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필요 부분만 구입하므로 경제적일 수 있겠다.
전면 패널은 린의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되어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디스플레이를 중심에 두고 오른 쪽 아래 버튼은 볼륨, 왼쪽 아래 버튼은 소스 셀렉트 이런식으로 대칭이다. 다른 프로세서들에 비하면 월등히 얇고 깊이도 적당해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보인다. 무게도 5kg에 불과하여 아주 설치하기가 쉽다. 린에서는 이 제품에 대해 간편한 설정과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디스플레이의 청색 표시는 매우 채도가 깊은 푸른색으로 제품의 품위를 높여준다.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마치 트레이처럼 생긴 부분이 있어서 혹시 키노스가 DVD 플레이어 일체형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 밑에는 AV앰프들이 그렇듯이 다른 오디오와의 입출력을 쉽게 하기 위한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광 디지털 입력, 출력, 그리고 1쌍의 스테레오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이 있다. 이런 전면의 단자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든지 캠코더 등과 연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후면은 패널이 비교적 좁은 편이어서 굉장히 북적거린다. 오디오 단자는 전부 RCA 타입이고, 비디오에는 S-비디오를 위한 DIN 단자와 SCART도 있다. 의 디지털 입력단자는 광 3계통(전면 1계통), RCA 동축 3계통. 아날로그 입력은 5.1오디오 입력, 그리고 전면 패널의 스테레오 입력이 있다. 아날로그 오디오 출력은 7.1채널 RCA에, 1상의 레코드 출력, 그리고 1개의 스테레오 헤드폰 소켓이 전면에 추가되었다.
비디오 입력은 컴포지트 12개, 컴포넌트 4개이며, 그 중 하나는 HV 싱크를 지원한다. 컴포지트와 S-비디오 입력을 한 계통씩, 그리고 유럽에서 사용되는 비디오 연결 방식인 스카트 입/출력을 갖추고 있다. 그 외에는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RSC-232 단자와 다른 기기와의 통신을 위한 단자 등이 있다.
시청에 사용한 시스템
린 KINOS의 시청에는 클라세 CAV-180 5채널 파워앰프, 틸 CS2.4 메인 스피커, MCS1 센터 스피커, 그리고 소스기기로는 삼성의 DVD-HD2000 DV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최근 저가형 제품에도 일반화된 자동 세팅을 지원하진 않지만, 린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제품의 설정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처음 제품을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처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상
린의 사운드는 다른 어떤 제품하고도 다른 린 만의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음색에서는 고급 오디오 제품다운 세련된 품위를 지니고 있으며, 다이내믹스라든지, 음장에 과장이 없이 단정하며 자연스럽다. 하이파이넷에는 예전에 린의 분리형 앰프로 카이른/클라우트 시스템을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키노스는 그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마치 2B정도의 굳기를 지닌 연필로 스케치한 느낌을 준다. 너무 굵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늘지도 않은 소리, 밝지 않고 느긋하면서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으로, 복잡한 디지털 제품에서 나타나는 소란스러움이라든지, 거친 부분, 그리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다. 배경이 조용하고, 소리의 질감이 조잡하지 않다. 게다가 큰 음량이 동반되는 효과 음향에서도 귀를 자극하지 않아서 긴박감보다는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의 제품과 달리 오래 켜 놓으면 지겨워지는 인위적인 음장도 제공하지 않는다.
<내셔널 트레저>의 선박 폭발 장면은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지만,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없이 폭발의 쾌감만 전해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서라운드 채널의 음장감이 아주 섬세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에비에이터>의 시험 비행기 선회 장면에서의 이동감도 좋고, 감상자 뒤쪽에 좀 더 풍부한 음향 공간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다른 AV 앰프에서라면 신경이 곤두설 같은 비행기 추락 장면도 영화 속 배경들을 편안하게 살펴보면서 여유롭게 감상이 가능하다. 어쨌든 큰 음량에서도 과격한 느낌은 굉장히 적다. 대형 스피커를 험악하게 구동하려면 맞는 선택은 아니다.
영화 감상에서 귀에 거슬리는 부분이 나타나지 않으며, 특히 영화 사운드트랙의 배경 음악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품위 있게 재생된다. 마치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악에 푹 빠져들 것 같다. 서라운드 소스에 대한 디코딩 실력은 염려와 달리 가격대에 부응할 만큼 수준이 높다. 그래서 시청에 사용한 것보다 좀 더 고급의 멀티채널 파워앰프와 함께 이 제품을 사용해도 충분히 그 성능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제품에선 최고가 프로세서에서 느낄 수 있는 고음의 예리한 뻗침이 빠져 있다. 대신에 보다 매끈하고 조용한 고음을 얻었으니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결과적으로 키노스의 장점은 음악 소스 감상에서 더욱 잘 발휘된다. 노라 존스의 DVD에서는 아주 감미로우면서도 차분하고, 따사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목소리의 질감이 너무나 매끄럽고 순하다. 에릭 클랩턴의 라이브 공연에서도 기타 핑거링이 아주 달콤하기 그지 없다. AV앰프로 클래식 연주회를 감상하면서 느끼던 불만들, 인위적인 목소리, 어쿠스틱 악기의 거친 질감, 지저분한 소리결이라든지, 왜곡된 음장 등이 거의 해결된다.
마찬가지로 DVD 플레이어의 디지털 출력을 프로세서에서 DA 컨버전할 경우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이 정도로 품위 있는 재생음이라면 단품 CD 플레이어로도 300만원대는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굳이 별도의 CD 플레이어를 연결할 필요는 없다.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타지에서는 ECM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색채감 진한 피아노 소리가 잘 살아난다. 음색의 질감이 물처럼 유연하면서도 해상력을 흐리지 않는다. 사발이 지휘한 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에서는 AV 앰프 답지 않게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다이내믹스가 아주 섬세하게 다루어지는 점에 감탄하게 된다. 고음의 뻗침과 해상도 면에서만 조금 더 바랄 여지를 남기지만, 음악적이고 편안하다. 영화 감상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 넘치면서도 자연스러운 소리는 일품이다.
결론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에서 내놓은 AV 프로세서 중에서 제일로 꼽는 것은 마드리갈의 No.40이고, 그 다음이 세타의 카사블랑카III, 코드의 DSP8000R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 감상에서는 렉시컨도 좋은 선택이다. 린의 키노스는 이들보다는 아래급에 위치하는 제품이지만, 소리의 질 자체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필자가 이전에 사용하던 5000달러 정도의 AV 프로세서에 비하면, 키노스는 음질적으로 많은 장점을 보여줬다. 특히 CD의 PCM 신호를 디코딩하는 성능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만일 두 제품 중에 하나를 가져가라고 하면 분명 필자의 선택은 키노스일 것 같다.
키노스의 모든 특징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기능을 줄이고 음질에 대부분을 투자한 부분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기능 면에서는 최신의 일제 AV 앰프에 비해서도 턱 없이 부족하다. 최근에 하이파이넷에 리뷰된 제품의 경우 비슷한 가격에 10채널 파워앰프와, 뭐가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단자, 그리고 화려한 기능 등을 얻어갈 수 있다. 게다가 엄청나게 커서 하이파이넷 필자들에게 의자로도 쓸 수 있다는 농담까지 듣고 있다. 반대로 키노스는 작고,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 규모의 제품인데다 파워앰프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다른 분들이 키노스를 선뜻 마음에 들어할 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과연 일년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 하는 복잡 다단한 기능에 현혹될지 가질 지 아니면, 영화 감상 시간만큼은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려는 것인 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