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데논 AVR-2805 AV 리시버

hifinet 2006. 7. 18. 07:42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5-01-19 12:03:24

이전에 데논의 AV 앰프 라인업에서 가장 돋보이는 모델 중 하나로 AVR-2803이 손꼽혔다. 필자도 이 제품이 상급기와 거의 비슷한 음질을 들려주어서 깜짝 놀랐고, 그 후에 나온 해외 매체들에서의 격찬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데논은 플래그십 모델을 포함해 대대적인 제품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출시된 AVR-2805 역시 전작의 높은 가치를 더욱 높여줄 만한 자질을 갖춘 훌륭한 제품이다.

제품의 디자인은 AVR-3805처럼 디스플레이 창이 커서 시원스러운 느낌을 주며, AVR-3805와 동일한 고급스러운 마감이나 만듦새는 가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7개의 모든 채널에 동일한 부품과 회로를 투입 100w((8Ω, 20 Hz~20 kHz, T.H.D. 0.05%)라는 넉넉한 출력을 지원한다. 200MHz로 동작 속도가 두 배냐 향상된 제 3세대 SHARC 칩을 적용 서라운드 디코딩의 정밀도가 향상되었다.

특기할 부분은 앞서 출시된 상급기 AVR-3805와 동일한 오토 셋업, 룸 이퀄라이징 기능이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오토 셋업 기능은 셋업 시간을 줄여주는 것 뿐 아니라, 정밀도가 높아서 좋은 소리를 듣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부속된 원형의 마이크를 리시버에 연결하고 오토 셋업을 작동시키면 채널 당 약 3~4초 정도씩 테스트 톤을 발생시키면서 스피커의 구성, 규격, 거리, 위상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일부러 스피커 케이블의 극성을 바꾸고 스피커의 위치를 옮겨 보았는데, 변화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을 확인했다. 셋업 과정에서 공간의 음향 특성을 계측하는 룸 EQ도 적용할 수 있다.

컴포지트 및 S-비디오의 영상 신호를 컴포넌트로 업 컨버팅하는 트랜스코딩 기능도 탑재되었다. 또 컴포넌트 스위칭의 성능도 대단히 우수하여 36인치 직시형 모니터에서는 화질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영상 회로와 디스플레이를 오프하는 퓨어 다이렉트 기능을 사용하면, 좀 더 매끄럽고, 충실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제품 시청에는 B&W 노틸러스 804, HTM1(센터), LM1(리어)의 5.0채널 시스템을 사용했다. 기존의 데논 제품들이 비교적 느슨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준다는 평이었지만, AVR-2805에서는 보다 생기있고 밝은 소리를 들려주도록 변모되었다. 음색에서 여전히 데논 고유의 독특한 착색이 남아 있는 점이 아쉽고, 상급기에 비해서는 중 저역의 박력이 조금 모자란 편이긴 하다. 그래도 톤이 보다 올라간 듯한 활기찬 느낌은 영화나 음악 감상에 모두 만족스럽다. 시스템에 따라서 약간 밝게 들릴 수도 있으므로, 차분한 소리의 스피커에 보다 잘 어울릴 듯.

서라운드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감상자를 둘러싸며, 효과음이 많은 액션 영화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박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룸 EQ를 작동시켰을 때에는 사용 스피커의 고유한 특성이 억제되고 보다 넓은 음장과 자연스러운 이미지 배열을 얻을 수 있다. 약간의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마치 스피커와 앞 벽이 사라지고 공간에서 소리가 울려퍼지는 인상이 된다. 이를 순수 하이파이 제품에서 재생하는 사운드스테이지와 비교하기는 성격이 다른 만큼 조금 어렵다. 하이파이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소 어색하고 인위적인 느낌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원래 인공적으로 조작되어 만들어진 영화 사운드 트랙의 재생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의 DSP들은 룸 음향의 특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절반 만의 성공이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AVR-2805의 룸 어쿠스틱 보정 기능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노이즈 플로어가 낮고 음색 재생에 충실한 소리가 될 것인데, 오히려 프로세싱을 거치지 않은 이른바 “다이렉트” 재생을 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프로세싱을 가하지 않았을 때의 음악 재생 성능에서도 이 가격대의 AV앰프로는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어 보인다. 소리 결의 끝이 다소 무디고, 저음이 느긋한 데논 앰프의 인상은 아주 약하게 남아 있지만, AVR-2805에서는 소리의 선명도가 높아진 듯이 들려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지며, 좀 더 생기 있는 사운드가 되었다. 상급기인 AVR-3805는 더 차분하지만, 생기는 덜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AVR-2805는 팝에서 재즈, 클래식 음악까지 고른 재생 실력을 보여주며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지난 몇 년 간 데논 AV 리시버의 음악 재생 능력에 대해서는 타사의 제품들에 비해 오히려 밀려서 조금 회의적인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이 가격 대 AV 리시버로서의 AVR-2805의 음악적인 능력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 특히 이전의 데논 사운드에서 점차적으로 탈피하고 있음이 감지되어 더욱 반가왔다.

다만, 100만원 미만으로 구입 가능하던 AVR-2803에 비해 높아진 가격이 조금 마음에 걸리며, 그 때문에 상급 모델인 AVR-3805와의 선택에 약간의 고민이 있게 될 듯 싶다. 물론 예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AVR-2805을 선택하고 그 예산으로 우수한 스피커를 구입하는데 좀 더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