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09-22 11:02:01
최근 DVD 플레이어의 경향은 다기능, 저가격화로 요약된다. 보급형 제품들에서는 프로그레시브 스캔 기능 탑재가 흔한 일이 되었다. 중간 가격 대의 제품들은 보다 세련된 화질과 SACD나 DVD-A 같은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제품들은 화질이나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는 다소 열세일 지라도 VHS 비디오 재생의 콤보 기능이나 셋톱 박스 내장, 1080i로의 업스케일링. DVI 출력 등을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온쿄의 DVD 플레이어는 DV-S939와 RDV-1에서 고급기종으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강렬한 색감과 선명하고 또렷한 화질은 국내 정식 수입된 DVD 플레이어 중에서는 비교할 만한 대상이 드물었을 정도였다. 애호가들 사이에서 온쿄의 DVD 플레이어가 레퍼런스급 기종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에 SACD/DVD-A 지원의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출시된 DV-SP800에서도 경쟁 제품 중에서는 가장 화질이 우수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의 흐름은 고급 하이엔드 제품보다는 저가 제품 위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런 이유로 온쿄에서도 좀 더 가격 경쟁력이 높은 DV-SP301과 DV-SP501 모델을 출시하게 되었다.
SP301 모델과 SP501 모델은 제품의 크기나 디자인이 상당히 유사한 편이다. SP-501에 자잘한 기능 버튼이 많긴 한데, 디스플레이 디머처럼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아니라서 SP301 쪽이 실속있다. 실제로 DV-SP301의 만듦새나 디자인은 같은 가격 대의 제품에서는 보기 힘들 만큼 뛰어나며, 거의 상급기에 근접하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전면 디스플레이에서는 LED의 도트수가 많은 SP301 쪽이 더 세련된 문자를 표시해 준다. 트레이도 SP301 쪽이 보다 두껍고 안정감이 있다. 다만 다른 가격 대 만큼 화질 성능 면에서는 분명히 두 제품의 등급이 다르다. 사용자가 무엇을 바라는 가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
먼저 두 모델의 공통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제작사의 설명으로는 오디오 부분에 192kHz/24비트의 D/A 컨버터를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VLSC (Vector Linear Shaping Circuitry)과 다이렉트 디지털 패스(direct digital path)를 적용해서 깨끗하고 정확한 소리를 내준다고 한다. VLSC 회로는 온쿄의 AV 리시버 등에도 사용되어온 독자적인 회로로 디지털 노이즈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비디오 부분에는 프로그레시브 스캔 컴포넌트 출력 기능을 장비하며 SP500에서 빠져있던 2-3 풀 다운(pull down) 기능도 갖췄다. 이 가격 대의 제품 중에서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54MHz/10-bit D/A를 적용했다. 디지털 오디오 출력은 동축과 옵티컬 단자를 모두 갖추며, 물론 96kHz/48kHz 출력도 된다. CD-R/RW를 읽을 수 있고 MP3 재생 역시 가능하지만, 대신에 VCD등을 위한 MPEG 재생 기능은 없다.
SP301의 화면은 아름다운 색감으로 이름 높던 온쿄의 예전 제품들과는 다소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화면이 약간 탈색된 것처럼 보이며, 색감이 희미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색온도가 약간 낮은 것처럼 붉게 느껴진다. 디스플레이에서 컬러 세팅치를 약간 높여주면 이런 부분에서 개선될 수 있지만 컬러 밸런스가 정확하지 않아서 상급기 만큼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들 자체가 컬러 밸런스가 일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색온도가 9000K에 달할 만큼 높은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SP301와 서로 보완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반대로 프로그레시브 스캔 기능에서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 스타트렉 인서렉션의 초반부를 재생해보면 카메라가 어지럽게 쌓여있는 짚더미라든지, 밭의 작물들을 훑어갈 때 흔들리지 않고 대단히 안정감 있는 영상을 재생해 낸다. 물체의 움직임이 많은 타이틀에서는 SP301의 화면이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것이다. 크로마 버그나 자막에 빗질하는 것처럼 금이 생기는 코밍(combing) 현상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기능 면으로는 보급 제품답게 대단히 억제된 편으로 SP501과 달리 별다른 화질 조정 메뉴가 없다. 영화 재생 중에 플레이어의 메뉴 버튼을 누르면, 메뉴 때문에 시청 중인 화면이 가리지 않도록 작은 창 안에 화면이 떠서 흥미롭다.
다음으로는 상급기인 SP501을 살펴볼 차례이다. 전면의 너비나 높이는 SP301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깊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전 모델인 DV-SP500과 마찬가지로 전면에 커서, 메뉴, 톱 메뉴 버튼이 더 붙어 있어서 조금 복잡한 느낌이다. 리모트 컨트롤도 SP501 쪽이 기능도 많고 한결 고급기다운 느낌을 준다. 오디오 부분에는 192kHz/24비트의 버 브라운 D/A 컨버터를 사용했다. 규격을 보면 오디오의 S/N 부분에서는 SP501이 조금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픽처 CD 기능이 있어서 촬영한 디지털 사진을 DVD 플레이어로 디스플레이에 재생할 수 있다. SP301과 달리 자체적인 화질 조정 메뉴가 있고, 브라이트니스, 콘트라스트, 크로마 레벨 등을 5 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메뉴 화면으로 봐서는 파이오니아 플레이어를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디스크가 스르륵하고 회전하는 소음이 비교적 크게 들리는데,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SP501의 화면은 SP301과 달리 한 눈에 봐서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화면에 감돌던 붉은 색조도 사라지고 채도가 높아서 진하고 선명한 색감을 만들어낸다. 깊고 자연스러운 푸른색의 표현이 특히 인상 깊다. 중립적인 디스플레이에서 시청한다면, SP501의 컬러는 상당한 만족감을 줄 것이다. 예를 들어 토이 스토리 등 애니메이션에서는 훨씬 고급 제품들과 비교해 볼 수 있을 만큼 우수한 화면을 나타낸다. 다만 프로그레시브 스캔 기능에서는 SP301 쪽이 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스타트렉 인서렉션의 초반부에서는 건물의 사각 지붕이 물결 치는 것처럼 출렁이고, 대각선에서는 계단 현상(jagged edge)가 다수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독자 규격의 디인터레이서를 사용하는 파이오니아 제품과 그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테스트에 사용된 타이틀은 너무나 재생 난이도가 높은 경우이고 일반적인 타이틀에서야 그리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DVD 플레이어의 성능을 논하기 위해서는 한 번 쯤 짚고 넘어갈 부분이기도 하다. 다행히 크로마 버그는 예상외로 비교적 적게 나타났다.
두 모델 다 경쟁 제품과 차별되는 만듦새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성능 면에서도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닌 편이다. 하지만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한다면, 보급기로서의 한계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기대 수준이나 연결할 디스플레이를 고려해서 선택해야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청의 주요 관심사는 아니지만, 타 회사 제품에 비하면 오디오 부분에 상당히 신경을 써서 제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온쿄의 회사 이름이 음향의 일본어 발음이라는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이전의 온쿄 DVD 플레이어 들도 음질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받은 만큼 음악 재생 용도를 겸하려는 사용자라면 특히 온쿄의 DVD 플레이어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